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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사례금은 사회질서 위반으로 손금에 산입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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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

담합사례금은 사회질서 위반으로 손금에 산입 못해

해설







1. 사실관계의 요지


원고는 2008년 10월경 동종업체들과 사이에 입찰포기의 대가(담합사례금)를 가장 높게 제시한 업체가 보일러 연도 공사를 낙찰받기로 결정한 다음, 낙찰예정업체가 나머지 업체들에게 공사대금의 일부를 담합사례금으로 분배하는 대신, 나머지 업체들은 낙찰예정업체가 실제로 공사를 낙찰 받을 수 있도록 입찰금액을 조정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원고 대표이사 甲의 동생 乙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여 담합사례금을 수수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위 담합행위를 적발하자, 피고는 2014년 10월경 원고에 대한 현장확인을 통하여, 원고가 2009 내지 2013사업연도에 동종업체들로부터 수령한 담합사례금14억6,190만원을 익금산입하고, 동종업체들에게 지급한 13억1,260만원(이하 ‘이 사건 지급금’)을 손금불산입하여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2. 쟁점의 정리


「법인세법」 제19조 제1항은 “손금은 자본 또는 출자의 환급, 잉여금의 처분 및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을 제외하고 당해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비의 금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다시 제2항에서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손비는 이 법 및 다른 법률에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의 문언을 살펴보면,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라는 부분이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이라는 부분과,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을 병렬적으로 수식하고 있는데,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이 사업과 관련이 없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법인세법상의 손금은 “사업관련성과 통상성을 동시에 갖춘 비용” 또는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이라고 일응 해석된다.



한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경락자, 투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을 결정할 것을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입찰에서 경쟁사업자들이 서로 담합하여 낙찰자, 투찰가격 또는 낙찰가격 등을 합의하고, 그 합의에 따라 낙찰사업자가 입찰에서 탈락한 사업자들에게 지급한 ‘담합사례금’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위법비용으로 평가되는데, 그러한 위법비용이 「법인세법」 제19조에 따른 손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의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라 함은 납세의무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을 의미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여기에서 제외되며,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시하였다.



이어 대법원은 원고가 동종업체들에게 지출한 이 사건 지급금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 위반하여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입찰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기 위하여 지출된 담합금에 해당하므로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에서 말하는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를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평석


가. 손금의 요건과 위법비용의 취급




  • (1)
    법인세법은 이른바 ‘순자산증가설’을 취하므로, 원칙적으로 자본거래로 인한 것은 제외하고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얻은 수익은 ‘익금’, 감소시키는 거래로 지출한 손비는 ‘손금’이다. 다만, 법인세법은 정책적인 이유 등으로 세금과 공과금, 징벌적 목적의 손해배상금 등 순자산 감소분이라고 하더라도 손금산입을 허용하지 않는 항목을 개별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법인세법은 앞서 본 제19조에서 손금의 범위에 관한 일반규정을 두고 있어, 손금불산입 항목으로 열거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도 제19조 손금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순자산감소분을 손금부인 하는 경우가 있다. 법률에 위반하여 지출한 비용, 소위 ‘위법비용’의 손금산입 여부가 대표적이다.


  • (2)
    어떤 소득이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94누5823, 1994.12.27. 판결 등), 소위 ‘위법소득’도 원칙적으로 소득과세의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이 ‘위법소득’이 소득과세의 대상이라면 그 지출에 위법성이 있는 소위 ‘위법비용’도 소득과세상 손금으로 인정하여야 논리적으로 일관되는 것 아닐까? 수익에 직접 대응되는 비용을 손금에 산입하여야 법인이 해당 거래를 통해 얻은 순자산 증가분 즉, 담세력에 따라 과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위 ‘위법비용’도 원칙적으로는 손금산입을 해야 한다.


  • (3)
    법원도 이와 같은 입장에서, 법인이 위법한 비용을 지출하였더라도 「법인세법」 제19조의 손금 요건에 충족되는 비용은 손금으로 인정해 왔다. 법원은 신탁경영은행이 관계법령에 따라 고유계정과 신탁계정을 구분하여 관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고유계정으로부터 실적배당신탁계정의 손실에 대한 보전금을 지출한 사안(대법원 2008두7779, 2009.6.23. 판결),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자가 특정산업폐기물을 처리함에 있어,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정한 처리기준에 따랐어야 함에도 특정산업페기물을 일반폐기물의 소각잔재물과 혼합하여 타인을 통해 난지도 쓰레기종합처리장에 매립을 위탁하면서 대가를 지급한 사안(대법원 96누6158, 1998.5.8. 판결), 광고대행사와 광고대행계약을 체결하고, 대표이사의 요청에 따라 일부금액을 대표이사 개인명의의 계좌로 광고비를 지급하고, 세금계산서를 수취하지 아니한 사안(서울고등법원 2010누872, 2010.10.8. 판결),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공정경쟁이나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법률상 금지되는 행위인 휴대전화 신규가입자의 가입비를 대납한 사안(광주고등법원 2005누1267, 2006.11.9. 판결) 등에서 법인이 지출한 위법비용을 손금으로 인정한 바 있다.



나. 사회질서에 반하여 지출된 비용의 손금 부인




  • (1)
    그런데, 위법비용도 순자산 감소분에 해당하는 이상 이를 손금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위법의 정도가 중대하여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비용까지 손금에 산입하여야 하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세법도 전체 법체계의 일부인데, 사회통념상 사회질서에 반하여 지출된 비용까지도 손금산입을 허용한다는 것은 전체 법질서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또는 일반인의 상식 내지 법감정상 용인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 (2)
    이에 법원도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라 함은 납세의무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을 의미하고, 그러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지출의 경위와 목적, 형태, 액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여기에서 제외된다’라고 하면서, 사회질서에 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통상성’이 없어 손금산입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7두12422, 2009.11.22. 판결; 대법원 2012두7608, 2015.1.15. 판결; 대법원 2014두4306, 2015.1.29. 판결 등). 대상판결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질서에 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이더라도 손금에 산입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 사회질서에 반하는 비용의 판단기준




  • (1)
    그렇다면 사회질서에 반하여 지출된 비용인지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여야 하는가? 대법원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러한 지출을 허용하는 경우 야기되는 부작용 및 사회경제적인 영향, 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정도, 규제의 필요성과 향후 법령상 금지될 가능성, 상관행과 선량한 풍속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2두7608, 2015.1.15. 판결). 이는 결국 ‘사회질서에 반하는 비용인지 여부’를 경우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 (2)
    이러한 접근방식은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해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법인세가 신고납세방식의 세목이므로 납세자는 자기 나름대로 세법을 해석·적용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산출한 뒤 이를 납부하게 된다. 과세관청 및 법원이 납세자와 달리 해석한다면, 납세자는 추가로 세액을 납부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신고불성실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담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납세자로서는 일단 자신에게 불리하고 과세관청에 유리한 해석에 따라 신고·납부를 한 뒤, 경정청구를 통해 납세자에게 유리한 해석을 주장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소송비용과 금융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이와 같은 업무처리가 법인에게는 우월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확하지 않은 손금산입의 기준은 비효율을 야기한다.


  • (3)
    그렇다면 법인의 손금산입 여부에 관하여 ‘사회질서에 반하는 비용’을 판단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까? 세법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비용에 대하여 전혀 규정한 바 없다. 사회질서에 반하여 지출된 비용의 손금부인이 전체 법질서의 조화라는 관점에 터잡은 것이라면, 그 판단기준으로 민사법의 공서양속 위반행위의 개념을 차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행위는 무효로 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권리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함은 물론,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를 주장하며 부당이득반환 혹은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법질서를 위반하여 행위한 자를 법이 구제해 줄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세법도 전체 법질서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으므로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비용 지출에 대해서는 세법에 따른 혜택을 인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무엇이 공서양속 위반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판례가 축적되어 있으므로, 납세자로서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유흥주점의 유흥접객원과 영업상무 등에게 지급된 성매매 수당 및 성매매 유치 수당은 손금으로 인정되지 못했던 것이다(대법원 2012두7608, 2015.1.15. 판결; 대법원 2014도16164, 2015.2.26. 판결).



라. 대상판결의 경우


대상판결은 이 사건 지급금이 공서양속에 반하거나 강행규정에 위반하므로 그 수수 자체가 사법상 무효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대상판결의 하급심에서는 ① 입찰담합이 「공정거래법」 제66조 제1항 제9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만큼 위법성의 정도가 중하고, ② 입찰담합은 입찰 자체의 경쟁 뿐 아니라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경쟁도 제한하여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고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여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하는 점, ③ 이 사건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에게는 원고 등의 담합이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하는 진입장벽의 역할을 했던 점, ④ 원고가 5년 동안 장기간에 걸쳐 이 사건 지급금을 주고받았고 그 액수 또한 적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지급금은 그 자체로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대상판결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입찰담합행위는 공정거래법상 그 자체로 경쟁을 제한하여 당연위법으로 보는 행위이다. 이 사건 지급금이 이와 같은 위법행위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점, 입찰담합행위를 통해 거래상대방, 경쟁업체, 최종소비자에게 미치는 악영향, 입찰담합행위를 무겁게 처벌하는 형사처벌 규정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지급금의 지급은 민사적으로 평가하더라도 공서양속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이 사건 지급금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비용이라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한 비용이라면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이 규정하는 ‘통상성’ 요건이 인정되지 않아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설시한 기존 판례의 설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익관련성’ 요건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최초의 판결이다. 대상 판결은 이와 같은 일반 법리에 터잡아, 입찰담합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뿐만 아니라 세법의 관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판단하여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법인세법」 제19조는 손금의 일반요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그 이하에서는 개별적인 손금불산입 요건들을 하나하나 규정하고 있다. 납세자로 하여금 무엇이 손금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 정당한 세액만큼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가산세의 부담을 덜며, 신고납세 방식인 법인세제가 잘 운용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사회질서에 반하는 비용을 너무 넓게 인정하거나 자의적으로 판단하게 되면, 무엇이 손금으로 인정될지에 대해 알기 어려워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 ‘사회질서에 반하는 비용’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신고납부 방식의 조세는 납세자의 성실한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 납세자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경제활동을 국가가 일일이 점검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까닭이다. 납세자에게 성실한 신고를 기대하고, 불성실한 신고에 대하여 가산세의 제재를 가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납세자에게 예측가능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필요하다면 입법을 통해 위법비용의 손금산입 요건을 구체화하는 것도 고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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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법 박준석 2025-07-17
법인세법 최보광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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