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의 권리확보라는 측면에서는 일보 전진조세부담의 공평성 측면에서는 불만족정치적 고려아닌 납세자의 전체이익이 우선되어야
하승수/변호사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속에 2001년 새해가 밝았다. 과연 이런 시기에 정부의 조세정책은 어떠해야 할 지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말에 이루어진 세법 개정으로 인해 국민생활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항상 정책에 관한 논의는 미래지향적인 것이 바람직한데, 이미 결정된 세법 개정내용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은 다분히 평가 그 자체로 그칠 소지가 있다. 그러나 2001년 개정 세법에 대한 평가없이 앞으로의 세법 개정방향을 논할 수없다는 점에서 이미 결정된 법개정에 대한 평가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평가를 할 때에는 항상 기준이 필요한 법인데, 여기에서는 납세자의 권리보장과 조세부담의 공평성, 효율성 등의 기준에 의해 2001년부터 시행되는 세법개정내용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납세자의 권리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개정 세법내용에는 긍정적인 변화들이 발견된다. 우선, 기존의 국세기본법에서 수정신고 요건이나 경정청구기간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던 문제점들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 과세관청은 제척기간 내에 언제든지 과세권을 행사할 수있으면서, 납세자가 신고를 잘못했을 경우에는 이를 바로잡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은 부당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개정된 국세기본법이 수정신고 요건을 완화하여, 앞으로는 과세표준 및 세액의 변화가 없는 경우에도 수정신 고를 할 수있도록 한 것과 경정청구의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것은 납세자 권리 보호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있다. 또한 지방세법과 동시행령이 개정되어 자가용 자동차 등록에 대한 면허세가 폐지되고 중고자동차에 대한 자동차세 부담이 경감된 것도, 조세제도가 납세자들에 대한 이해와 설득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지방세법 시행령에 의해 이루어지던 자가용 자동차에 대한 면허세 부과는 자동차세와의 중복과세문제, 조세법률주의 위배문제 등을 안고 있어, 시민단체들로부터 불합리한 세금의 대표적인 예로 지목되어 왔다. 또한 재산세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자동차세가 사용에 따른 감가상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배기량이라는 단일기준에 의해 일률적으로 부과되어 왔던 것도 납세자들로서는 납득할 수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 개정에 의해, 비영업용 승용자동차에 대한 자동차세가 최초 등록후 3년이 되는 해부터 1년당 5%씩 최고 50%까지 경감되게 된 것은 납세자들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있다. 과거 우리나라 세법에는 국가의 세수확보라는 국가논리만 존재했지, 납세자의 권리보장이라는 정신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전체적으로 법치주의 정신이 확산되어 감에 따라 세법분야에서도 납세자권리헌장이 제정되었고, 국세기본법, 국세징수법 등에서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는 할 수없지만, 의미있는 변화이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도 납세자의 정당한 권리는 보장해주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조세부담의 공평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2001년 개정세법에는 불만족스러운 점들이 많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고액근로소득자에 대해 근로소득공제를 확대한 부분이다. 개정 소득세법에서는 4,5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소득에 대하여도 5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득공제하도록 하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업의 기밀비 폐지 및 접대비 한도축소로 인해 고액 연봉자들의 세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을 개정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기밀비이든 접대비이든 그 성격은 기업의 경비이지 개인의 근로소득은 아니었던 것이고, 더우기 고액연봉자들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었던 돈이다. 그런데 이것이 없었졌다고 하여 고액연봉자들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한다면, 기존에 고액연봉자들이 기밀비, 접대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해 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서, 접대비가 전혀 필요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도 신용카드 매출전표 등의 증빙을 갖추면 접대비로 인정받을 수있다. 그런데도 기존의 불투명한 기업관행을 세법이 인정하여, 기밀비 폐지와 접대비 한도축소에 대한 대책으로 고액연봉자들에게 소득공제를 확대해 준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정책이다. 더구나 최근들 어 소득분배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더더욱 적절하지 않다. 또한 국회에서 서화, 골동품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3년간 유예해버린 것도 문제이다. 이런 식으로 원칙이 훼손된다면, 공평과세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직접세에 있어서 공제, 감면을 확대하면서, 에너지, 담배 등에 붙는 소비세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세법개정이 이루어진 것은 결국 세입구조를 간접세에 더욱 치중하게 만들고 있다. 경유, 등유, 수송용 LPG에 대한 세율 인상, 지방세법의 주행세율 인상(교통세액의 1,000분의 31에서 1,000분의 115로 인상), 담배소비세의 인상 등에 의해 간접세의 세수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조세정책의 방향이 경기와 소득분배구조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한편 표준소득률 제도의 폐지에 의해 낙후된 세무행정과 납세의식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세울 수 있게 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서는 표준소득률 제도를 없애고, 총수입금액이 일정규모 이상인 사업자에 대해서는 재료비, 인건비 등 주요경비를 지출증빙에 의해서만 인정하는 기준경비율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것은 기장에 의한 실제소득의 신고라는 기본원칙으로 돌아가자는 것에 다름아니다. 다만, 표준소득률의 대안으로 제시된 기준경비율 제도가 표준소득률의 변형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보완과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외에, 상속세및증여세법에서 조세회피 목적의 변칙증여에 대해 유형별 포괄주의를 도입하여 보완조치를 한 것도 살펴볼 만하다. 유형별 포괄주의란 합병ㆍ분할ㆍ증자ㆍ감자 등의 자본거래를 이용하여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이익을 얻은 경우로서 그 이익이 상속세및증여세법에 열거된 증여의제 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이익과 유사한 경우에는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유형별 포괄주의보다 더 강력한 전면적 포괄주의를 도입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행정부 입장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정을 받을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이런 한계를 언제까지 방치해 두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당장의 법개정여부에 관계없이 조세법률주의의 근본의미에 대해 학계, 행정부, 시민단체, 헌법재판소가 전면 대토론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동안 우리의 헌법재판소는 조세정의라는 실질적 가치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반면, 형식논리에는 너무나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한편 열거주의 방식의 소득세 과세체계를 포괄주의로 전환하는 문제나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문제가 이번 세법 개정에 반영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과세베이스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목적세 폐지는 또다시 실패해 지나치게 많은 세목, 복잡하고 난해한 세법규정은 오랫동안 우리 조세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렇게 복잡한 조세제도는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에 혼란을 초래하고, 세제ㆍ세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의 핵심에는 목적세가 있다. 특히 교육세, 농어촌특별세는 세수충당을 위해 세금위에 세금을 매기고, 심지어 감면된 세액위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더더욱 문제인 것은 목적세는 특별회계로 편입되어, 세출측면에서도 재정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시한이 만료된 일부 교육세의 과세기간을 2000년말까지에서 2003년말까지로 3년간 연장하고, 2005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수송용 LPG, 중유 등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액에 대하여도 교육세를 과세하는 것으로 하였다. 명분은 공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교육재정 확보이다. 그러나 목적세를 존속시키는 것이 교육재정 확보의 유일한 길도 아니며, 교육세를 폐지하여 본세로 통합한 후 일반회계에서 현재 수준의 교육재정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오히려 예산낭비를 줄이고 효율 적인 예산집행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목적세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또한 한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목적세 제도가 연장을 거듭함으로써 항구화되는 것은 조세정책의 신뢰성도 해칠 수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다만, 그동안 여러차례 문제되어온 전화세가 폐지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전화세가 폐지되고 부가가치세로 통합됨으로써 세수는 감소하겠지만, 앞으로의 조세체계 정비작업을 위해서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2001년에는 조세제도에 여러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재실시되고,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제도가 폐지된다. 그리고 연금소득에 대한 과세체계가 재편되고, 건설업계나 지방중소기업에 대한 조세지원이 확대된다. 이런 과정에서 우려되는 것은 정치논리의 개입이다. 특히 내년도에 선거가 있는 만큼, 올해에는 선거에 대비한 여러가지 선심성 정책도 우려되고, 그에 따라 조세정책에도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가능성이 많다. 그럴 때일수록 납세자의 전체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요구된다. 납세자의 개별적인 이익은 세법의 틀내에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익집단들의 부분이익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정치권의 부분이익이다. 그러나 조세제도의 틀을 짤 때에는 그러한 부분이익보다는 납세자의 전체이 익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특히 지금 전문가, 정부, 시민단체들이 공통의 개혁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개혁조치들은 실시과정에서의 왜곡이 없이 그대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