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열/자유민주연합 전문위원 [연도별 근로소득세 경감개요]
정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을 완화하고 기업활력을 높인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2001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였다. 기본방향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 경쟁력 있는 세제, 알기 쉽고 간소한 세제를 표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과세·감면대상을 축소하여 세입기반을 확대함으로써 과세공평성을 제고하고, 세율인하 등을 통해 경제활력 회복과 중장기적인 세원을 확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법인세법』,『인지세법』등 4개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세금을 적게 내며, 경제·사회 환경변화에 맞추어 조세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국민불편을 완화시키겠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납세자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세부담을 덜어준다는 내용의 세제개편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제 경감액은 거의 없었다는 데 대한 불만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이번 세제개편으로 중산·서민층의 세부담 경감과 근로자 세부담을 적정화하려는 목적이 극대화되어야 하고, 기업활력을 높이는 방안이 적극 강구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개선되어야 할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근로소득자의 세부담 경감을 확대해야 한다. 이번 개편안의 소득세 경감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로자 및 자영사업자의 세금을 줄여주기 위한 통상적인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일련의 지속적인 세부담 경감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신용카드 사용증가에 따른 과표양성화로 중산·서민층 근로자의 세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근로소득세 징수액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00년 초에 근로소득세를 20% 경감하고, 1인당평균 22만원을 깎아준다고 발표했으나 징수결과를 보면 근로소득세가 당초계획보다 56%나 초과한 1조5,800억원을 더 거둬들여 봉급생활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반면 자영업자들로부터 거둔 세금은 예상보다 8.7%나 적은 상황에서 중산서민층의 세부담 경감만을 강조하는 것은 내년도 선거를 의식한 과시성 전시행정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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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 │ 00 │ 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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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감 액 │1.4조원 │1.2조원 │1.1조원 ┃
┃(1인당평균) │(25만원)│(22만원)│(20만원)┃
┃평균경감율 │30% │20%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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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재정경제부
그간 연봉제와 성과급제가 도입되면서 고액소득자가 급증했지만 과세구간의 조정이 없었기 때문에 종전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계층이 늘어나 근로소득세부담이 커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유리지갑인 근로소득자들의 세부담을 줄이려면 근로소득세율 인하와 함께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을 감안하여 과세구간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6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축소하는 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 3천만원이하 근로자는 공제한도 축소에 전혀 영향을 받지않는다고 하지만 근로자 세부담 완화효과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의료비 및 보험료 증가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으므로 특별공제제도에 이들 항목의 공제한도를 높여 실질적인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둘째, 경기부양을 위한 조세정책도 강조해야 한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경기진작을 위해 대규모 감세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감세는 입법절차가 필요하고, 가처분소득의 증가가 실제 소비증가로 나타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그 효과도 간접적이고 불확실하므로 단기적 경기부양수단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반면 재정지출은 직접 수요를 증가시키고 그 효과도 단기에 나타나므로 단기적 경기진작 수단으로서는 재정지출이 감세정책보다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재정지출 확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데는 수긍하지만 우리의 경제상황을 보면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의 여지도 남는다. 최근 경기둔화세가 지속됨에 따라 연초에 정부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도입, 예산의 조기집행, 콜금리 인하 등의 경기진작책을 실시했으나, 내수회복세는 제자리걸음이고 반도체를 비롯한 IT산업 경기가 급속히 둔화되고 있어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론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참사가 일어나 경제회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유럽, 일본의 경기악화 등 세계적인 불황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상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내수진작을 위한 재정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효과가 매우 미미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어느 한 종류의 정책으로는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부양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인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조세정책도 필요하므로 재정지출 정책과 더불어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정책을 병행하여 실시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조세부담률을 적정화시켜야 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중산·서민층 위주로 세금을 경감하되 내년도 세출예산을 뒷받침하는 등 건전재정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경감규모가 2조원이내가 되도록 함으로써 작년 조세부담율 22.0% 수준을 초과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연 이 같은 전망이 맞을 수 있을까? 해마다 되풀이되는 감세정책에도 불구하고 조세부담률은 계속 상승해 왔다. 나랏빚이 엄청난 상황에서 재정운용에 대한 명확한 방향도 설정하지 못한 채 감세와 재정확대 정책을 계속하면서 조세부담률을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세금부담을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세제보다 세출규모이다. 이 정부 들어 크게 늘어난 각종 시혜성 복지지출이 우리 경제현실에 맞는 것인지, 감세정책을 계속하면서 어떻게 2003년에 균형재정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넷째, 기업활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제도 개편해야할 것이다. 개편안에서 우리 나라의 현행 법인세율은 28%로서 대부분의 OECD 회원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각종 조세감면 등으로 법인의 실제 세부담율은 약 23%에 불과하고, 특히 전체 법인세 신고법인의 약 90%는 과세소득 1억원 이하로서 16%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으므로 현행 법인세율 유지가 불가피한 실정임을 밝혔다. |
주요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비교(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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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분 │미국│이태리│프랑스│일본 │영국│독일│중국│카나다 │한국│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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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35 │36 │33.3 │30 │30 │25 │30 │27 │28 │25 ┃
┃세율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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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40.8│40.25 │36.44 │40.87 │30 │38.6│33 │34.12 │30.8│25 ┃
┃포함 │ │∼44.5│ │ │ │ │ │∼46.1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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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재정경제부
법인세 과세에 대한 찬반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모든 경제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기업활력을 높이지 않으면 안될 절박한 상황이 함께 고려되었어야 했다. 근래 들어 미국은 법인세 제도 자체를 폐지했고 OECD국가들을 중심으로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경쟁적인 법인세율 인하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주요 경쟁국의 세율 변화 추세를 보아가면서 외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법인세율을 조정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섯째, 부동산 투기 재발시 세제상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주택보급률이 상승하고 지가가 안정된 새로운 부동산시장 여건을 반영하고 세제의 공평성 및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부동산 단기거래 구분기준을 현행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양도소득세율 체계를 단순화하여 23% 인하효과가 나타나도록 양도소득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양도소득세 인하는 여유가 있는 계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되어 세제의 공평성이라는 당초 목적이 희석될 수 있으며,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투기를 유인하는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실질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경우 국지적으로 투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로 최근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더불어 일부지역에 투기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부동산 투기가 성행할 경우 또 다시 국민경제상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 만큼 세제상의 투기억제제도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 여섯째, 특별소비세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유흥업소에 대한 높은 세부담(특소세, 교육세 등 38.6%) 때문에 카드깡, 위장가맹점 등 불법·탈세행위를 조장하는 문제가 있으며, 유흥업소 특소세 폐지에 따른 과표양성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현행 특별소비세에 대한 형평성 시비를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 호화·사치업종인 룸살롱, 카바레 등 유흥업소에 대해 2년간 특별소비세를 면제해 주겠다고 하면서 정작 생활필수품으로 볼 수 있는 자동차 석유제품 등 다른 물품에 대해서는 과세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흥업소에 대한 특소세는 1982년 산업인력이 룸살롱 등 유흥업소로 몰리는 것과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징벌적 성격의 세금으로 과표양성화와는 큰 관련이 없는 세금이다. 특소세를 폐지하면 세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는 조세당국의 안일한 자세도 문제다. 유흥업소에 대한 특소세를 2년간 폐지한다고 해서 유흥업소 과세표준이 양성화된다는 보장이 없을 뿐 아니라 이미 없어진 세금을 부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차제에 특별소비세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동차와 에어컨, 석유제품 등은 국민생활의 필수품으로 이미 정착한 상황에서 과소비 억제를 위한 특소세 부과는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 또한 연간 이용객 수가 1천만명을 넘어 대중스포츠화되고 있는 골프장 입장에 대한 특별소비세 부과도 재론의 여지가 있다. 이상에서 이번 세제개편이 국민편의를 위해 그 실효성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 측면을 강조해 보았다. 지난 3년간 조세정책을 돌이켜 보면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회생, 구조조정 등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생산적 복지구현에 중점을 두고 운용하면서 금융·기업구조개혁 추진을 위한 세제지원,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을 지속적으로 경감해 왔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복지지출의 증대 등 세출 수요의 증가에 따라 건전재정의 유지를 위한 적정한 조세부담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소득분배구조가 크게 변화됨에 따라 공평과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재정균형 목표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기업의 세금부담 경감을 기본으로 하는 이번 세제개편안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고 고심한 흔적도 보인다. 그러나 재정균형이나 세부담 경감 모두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씻어내기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세제개편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를 어느 정도 개선하기 위해서 조세당국은 세금추징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며, 세제운용을 일관성 있고 투명·단순하게 추진하여 국민생활·기업활동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이번 세제개편이 소득재분배 효과와 더불어 기업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세제효율성을 극대화시켜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