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상(목원대 디지털경제학과 교수) Ⅰ. 세제개편의 필요성 2. 세제개편안의 내용과 방향 3. 세제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과제
조세정책의 기본 원칙과 방향은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도모하면서 건전재정의 틀 속에서 재정수요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데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하에서는 대외불안요인을 흡수하여 안정적 성장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균형예산을 통한 건전재정의 기조를 정착시킬 필요성이 크다. 이 점은 IMF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증명되었고, 그리고 이번 미국 테러참사와 같은 갑작스런 국제경제 혼란위기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IMF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실업자에 대한 대책 등 복지지출 증가를 비롯하여 기업과 금융기관 등의 도산을 막기 위한 공적자금 지원 등 막대한 재정지출로 인하여 건전재정 기조가 크게 흔들리게 되었다. 더욱이 앞으로도 공적자금 지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공적자금의 회수율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어 당분간 재정적자의 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IMF 금융위기 이전부터 사회간접자본투자의 부족으로 생산활동에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막대한 사회간접자본 투자지출이 요구되는 등 재정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편, 재정수입측면에서도 재정적자 위기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 즉, 국내적으로는 경제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근로의욕 및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세율인하 및 조세감면 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노동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세계시장의 통합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미국, 독일, 일본 등 각국은 유리한 투자 및 기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소득세와 법인세를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세율을 인하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세율인하의 필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낮은 세율 등 외국보다 유리한 조세환경을 유지하면서 세입기반을 확대하여 증가하는 재정수요를 뒷받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금년도 세제개편의 기본방향으로 첫째, 중장기 세제운용방향 (넓은 세원·낮은 세율, 경쟁력있는 세제, 알기쉽고 간소한 세제)의 큰 틀속에서, 둘째, 비과세·감면의 축소등 세입기반을 확대하여 과세공평성을 제고하면서 내년도 세출예산을 최대한 뒷받침하고, 셋째, 세율 인하,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세제를 구축하여 경제활력 회복과 중장기적 세원 확충을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어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을 통한 공평성 제고 차원에서, 봉급생활자와 자영사업자의 세부담을 경감하여 근로의욕과 사업의욕을 고취하고, 성과급제의 확산과 신용카드사용확대등에 따른 세부담 증가를 완화하고, 종합소득세율을 10% 引下(10∼40% → 9∼36%)하여 지방세를 포함하여 최고세율이 40%를 넘지 않도록 하며, 모든 근로자의 세부담이 경감되도록 근로소득공제를 확대하되 중산층이하 근로자의 세부담이 보다 많이 경감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한편, 경로우대·장애인 소득공제를 상향조정하고 장애인의 특수교육시설에서의 교육비도 교육비 공제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하였다. 또한 부가가치세 영세율이 적용되는 농·어업용 기자재 범위를 확대하여 농어민의 영농비 부담을 경감케 하며, 99년말에 소비가 대중화된 가전제품과 식음료품등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폐지하여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을 약 1조원 경감케 한다는 것이다. 둘째, 비과세·감면의 축소등 세입기반을 확대하기 위하여, 그동안 부동산 투기억제에 중점을 두어 「고세율·다감면」구조로 운용되어온 양도소득세제를 부동산 시장의 여건변화를 반영하여「저세율·소감면」구조로 전환하는 등 양도소득 세제의 정상화를 도모하고, 부동산 양도소득세율을 종합소득세율과 일치(20∼40%→9∼36%)시켜 부동산 거래에 따른 세부담을 완화하고, 감면은 대폭 축소하여 소득세 본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주식양도소득세율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대주주의 단기보유주식 양도에 대해서는 30% 단일 세율로 과세한다는 것이다. 셋째, 기업의 세부담을 완화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광범위한 감면으로 과세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 법인의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한 특별부가세(15%)를 폐지하여 부동산 처분에 대한 세부담을 완화(47.3% → 30.8%)하고, 초과유보소득과세(15%)를 폐지하여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을 지원하며, 법인간의 합병, 현물출자등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제상의 장애요인을 해소하여 기업의 자율과 책임에 의한 상시적 기업구조조정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를 촉진하고 IT, 부품·소재산업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업종을 현행 제조업등 22개 업종에서 30개 업종으로 확대(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등 8개 업종 추가)하며, 연구·인력개발설비투자세액공제율을 현행 5%에서 10%로 확대하고 수도권 투자에 대하여도 공제를 허용하고, 자동화·정보화 설비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중소제조업에서 모든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컴퓨터를 공제대상 자산에 추가한다. 또한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세제상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가산세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세제상 차별적 규제를 폐지한다. 넷째, 장기 안정적인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과세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조세감면제도를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연구개발투자(R&D)등 성장잠재력 배양에 필요한 감면과 중산· 서민층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저축감면 등은 현행 유지하되, 중복지원 등 과도한 감면, 실효성이 없는 감면, 일몰시한이 도래하는 감면 등을 정비하여 180개 감면규정중 59개 감면을 축소 또는 폐지하며, 소득세과세방식을 현행 열거주의 과세방식에서 유형별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한다. 다섯째, 경제·사회 환경변화에 맞추어 조세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국민불편을 완화하기 위해, 경제활동에 따른 거래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개인간 작성하는 문서를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인지세 과세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며, 유흥업소에 대한 특별소비세(20%)를 한시적으로 2년간 면제하여 주류구매전용카드의 정착을 통한 과세표준 양성화를 지원한다는 것 등이다. 2001년 세제개편안은 전반적인 조세체계의 개편은 아니지만, 일부 세목의 세율조정이나 조세행정상의 개선에 그치지 않고 국내외 경제환경에 대응하여 현실성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편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개편안이 지향하고 있는 기본 방향은 비교적 설득력 있고 개편안에 담긴 내용도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도모하면서 재정수요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일단은 긍정적인 개편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금번 세제개편안에 내포되어 있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본래의 취지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을 통한 세입기반 확대 방안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전제되고 세율 인하가 투자 확대 및 생산성 증대로 이어질 때 성공할 수 있다.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유인책을 통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일조를 하였지만, 현재의 국내외 시장여건을 살펴볼 때 세율 인하가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세율 인하 외에 국내외 시장전망에 대한 정보분석 자료의 제공, 투자에 대한 위험회피 수단의 제공, 법·제도적 애로요인의 제거 등 투자여건 조성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둘째, 장기 안정적인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과세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소득세과세방식을 현행 열거주의 과세방식에서 유형별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안은 경제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소득창출이 나타나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소득원의 포착과 징수방법 등에 대해 충분한 행정적 뒷받침이 이루어져 탈루소득의 발생과 소득원간의 불공평성 야기 등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여야 할 것이다. 포괄주의 소득세과세방식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탈세에 대한 엄격한 대응과 함께 성실신고, 자진납부 풍토의 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셋째,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재벌)에 대한 세제상 차별적 규제를 폐지하려는 것은 그동안 재벌 측에서 주장해온 소위 역차별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갖가지 재벌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재벌들이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을 충분히 수행해왔다고 보기에는 어려우므로 이러한 세제상 차별적 규제가 지금 시점에서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에는 회의적이다. 물론 세제상 차별적 규제가 재벌규제에 그다지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되고, 재벌개혁에는 주주총회에서의 대주주 횡포 방지, 사외이사제도의 활성화, 소액주주들에 대한 권리 보호, 변칙증여 수단 및 통로의 차단, 상호출자 및 상호지급보증의 제한, 연결재무제표 작성의 의무화 등 다른 조치들이 오히려 큰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세제상 규제는 존치의 필요성이 적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본래 재벌개혁의 취지가 재벌이 우리 경제 및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토록 하는데 있는 만큼 개혁의 성과를 지켜보면서 세제상 차별적 규제 폐지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넷째, 2001년 세제개편안은 불가피하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컨대 소득세율 인하에 따라 지방세인 주민세의 감소가 불가피하며, 법인의 원천징수세액 납세지를 사업장소재지에서 본점 일괄징수로 변경함에 따라 본점이 주로 위치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지역과 비수도권 지역의 주민세 징수실적 격차가 한층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연구·인력개발설비투자세액공제를 수도권 투자에 대하여도 공제를 허용함으로써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 및 지역균형발전의 틀이 무너지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시간과 지면의 제약상 여기에서 지역간 불균형을 시정해야 할 필요성을 논의할 계제는 아니지만,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고, 지역주민들간에 조세부담과 편익 배분면에서 공평성을 떨어뜨리며, 국민통합을 어렵게 하여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상승효과를 축소시킨다는 점에서 지역간 불균형 발전은 국가 차원에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금번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개편안 중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요소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특정 재원(예컨대 양도소득세 등)으로 지역간 균형발전기금 등을 조성하는 등의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