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악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재정지출확대, 감세, 재벌규제 완화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중심으로 법인세 인하가 들먹여지고 있으며, 이미 법인세법 개정안이 입법청원 되어 있는 상황이다. 법인세는 기업의 투자행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국가 경제정책의 유용한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법인세를 인하하는 문제는 여러 가지 복잡하고도 종합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의 주된 근거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것과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의 법인세율이 높게 되어 있다는 것을 들고 있는데, 이는 설득력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법인세 경감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 할 것이라는 논리는 이론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분명히 밝혀진 바 없음이 지적되고 있다. 즉 법인세율 인하는 인하폭 만큼 투자의 실질적 비용을 올리는 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투자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투자 활성화를 노린다면 차라리 투자세액공제제도 등을 충분히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서 감세 정책의 효과가 특히 의문시되는 이유는 과표양성화가 미진하다는 데 있다. 매월 일정하게 급여를 지급 받는 근로소득자 외에 대다수의 자영업자의 소득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조사결과와 이로 인한 문제점들이 잘 알려져 있다. 이렇듯 과표양성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감세 정책은 그 효과를 제대로 나타낼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정책을 발표할 때 미국의 예를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경계해야 할 사항이라 생각된다. 미국의 감세 정책은 재정흑자 환경 하에서 추진되었던 것이다. 즉, 오랜 기간에 걸쳐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였고, 별다른 비용 없이 감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가 2003년 흑자재정을 목표로 제시해 놓았지만, 경기 악화뿐만 아니라 기초생활보장제도ㆍ건강보험재정 지원ㆍ공적자금 이자 상환ㆍ선거 등 재정수요가 많고 이중 경직성 비용의 비중 또한 높아 팽창 예산을 확정한 데 이어 두 차례 추경재원까지 쏟아 붓고 있다. 게다가 각종 세부담 경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결국 적자재정 기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적자재정 기조 하에서는 법인세 인하 정책이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세수 비중가운데 법인세는 부가가치세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세수가 줄어들었을 경우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한 데 비해 다른 확충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결국 경기 부양 효과는 불투명한 데 비해 세수만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법인세율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명목세율상의 단순 비교의 결과라 생각된다. 법인세율은 세법에서 규정하는 명목세율로서 세부담은 명목적 법인세율뿐만 아니라 감가상각제도, 투자세액공제제도 등과 같은 비용을 규정하는 제도와 혼합하여 결정된다. 최근 한계유효세율을 통해 우리나라의 세부담 추이를 분석한 한 연구 결과는 유용한 의미를 제시하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반적으로 기업단계에서 한국의 한계유효법인세율은 OECD 9개국과 비교할 때 한국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1990년 미국의 한계유효세율은 34.0%,영국은 24.8%, 일본은 5.7%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2.5%이며, 1995년에도 한계유효세율은 음의 값을 나타낸다. 즉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제 세부담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한편, 한계유효세율이 음의 값을 나타낸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조세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1990년대 이후에는 한계유효세율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는 조세지원정책이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낳고,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반성이 있어 조세지원의 범위를 축소하는 정책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조세지원정책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시사한다. 결국 법인세 인하는 다소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최근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언론할 것 없이 경기 악화를 이유로 재벌에 대한 규제를 완화 내지 철폐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출자총액제도 폐지, 은행소유지분한도 완화, 집단소송 제기 요건 강화 등의 정책들의 면면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기부양이라는 표면적인 논리는 구실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이런 정책들과 함께 법인세 인하 추진 또한 선거를 의식하여 재벌을 포함한 기업에 구애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임시방편을 동원한다면 결국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뿐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이 대외적인 상황뿐 아니라 경제 체제 내의 모순에 기인한 것임을 정부나 정치권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재정지출확대이든 감세 정책이든 경제 체질이 건전하지 않다면 그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의도한 바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구조를 완성하는 데 보다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며, 다른 논리에 의해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구조조정의 지속적인 추진이 과표양성화로 연결되어 제대로 된 조세정책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