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이후 침체가 지속되던 우리 경제는 미국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테러사건 이후 더욱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3/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은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 테러 사건의 영향이 반영될 4/4분기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의 세 가지 요소인 인력, 자금, 상품의 유통이 심각하게 둔화되어 기업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기업의 실적 부진은 우리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와 같은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콜금리를 인하하고, 2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 금융 부문 중심의 비상대책을 긴급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각국과 무한 경쟁하는 개방체제에 진입한 이후 주요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고 있는 부분이 세제에서의 경기활성화 대책이다. 물론 정부가 정기국회에 제출한 2001년 세법개정안에는 개인의 소비 증진과 기업의 투자 촉진을 통한 경기 진작을 위해 근로소득세율 10% 인하, 일부 특별부가세 폐지, 시설투자세액 공제제도 확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일시적이고 순환적인 경기침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 경제상황에서는 통상적인 세제개편 차원보다 강도 높은 경기진작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개인소비 진작 차원에서 근로소득세율 인하 방안을 마련했듯이, 기업의 활동성을 증가시키고 외자유치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이다. 기업에 대한 과세제도는 단순히 기업에 대한 세 부담을 결정하는 기능을 넘어 기업의 판매, 투자, 배당 등 전반적인 경영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민경제와 국가경쟁력을 결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법인세율 수준은 기업의 수출단가를 포함한 제품 판매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투자 결정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따라서 법인세율의 인하는 불확실성이 심화된 경제환경하에서 위축된 기업의 경영활동을 촉진시키면서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법인세의 최고 세율은 1970년대에는 40%를 유지하다가 1980년대에 들어와서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차원에서 38%, 34%, 30%로 계속 인하됐고, 1996년부터 현재의 세율인 28%를 유지해오고 있다. 조세당국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에 조세의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문제가 없고, 세율 인하시 세수감소 효과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각종 재정 수요 등을 감안해서 현행 법인세율의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번 내린 세율은 다시 올리기 어렵고, 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로 인해 적자재정이 누적될 것을 우려하는 조세당국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세수는 기업으로 하여금 많은 수익을 내게 해서 증가시켜야지 적은 수익을 쥐어짜서 증가시키는 것은 하수중에 하수 정책일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이 경쟁 상대국인 대만(25%), 독일(25%), 싱가포르(26%) 등에 비해 단순하게 절대치에서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SOC, 기업규제, 금융시스템, 국민의 기업관 등 원활한 경영활동을 보장하는 물적·정신적 제반환경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법인세율만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조세의 국제경쟁력이 낮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전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선진국들의 법인세율 인하 경쟁은 주목해야 할 흐름이다. 미국에서는 법인세율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일본은 99년에 법인세율을 34.5%에서 30%로 인하했다. 독일도 2001년에 30%와 40%로 이원화되어 있던 법인세율을 25%로 낮추었고, 싱가포르도 24.5%로 인하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주요국의 법인세율 인하 경쟁은 자국 기업의 세부담을 완화함과 동시에 외국 기업의 유치 및 생산의 효율성 증진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그 동안 우리나라가 법인세율을 인하할 때 외국의 법인세율 수준 또는 인하 동향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현재의 세계적 추세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이러한 세율 인하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경쟁 상대국보다 뒤쳐진 조세환경을 제공할 경우 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이고 외국 기업의 이탈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만으로는 우리 경제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없다. 기업들이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해서 기존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신규산업을 창출하면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만 대외경제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건실한 경제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법인세율의 인하는 이러한 기업들의 장기적인 국제경쟁력 확보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도 비과세 및 감면 대상을 축소하고 음성탈루 소득을 방지하여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기본이 되는 조세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인세율 인하는 그러한 원칙에도 부응하는 정책이다. 최근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신용카드 사용 확대, 기업회계의 투명성 제고 등으로 세원이 증가함에 따라 조세부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점에 비추어 향후 세원확충 노력은 지속하되 이로 인하여 경제주체들의 조세부담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세율의 하향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한국은행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우리 경제는 불확실성이 심화된 세계경제 환경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통제할 수 없는 대외적인 외생요인들은 접어두고, 법인세율 인하 등 정부의 정책적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대내적 요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