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추경예산 편성과 재정정책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확장적 재정정책과 관련하여 정부지출 증대와 세율인하라는 정책수단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법인세율 인하 역시 그 방안의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그런데 법인세율 인하를 둘러싼 논란은, 주로 세율인하로 인한 경기부양효과의 유무, 그리고 세수감소로 인한 재정적자의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정부지출 증대와 세율인하라는 두가지 재정정책 수단의 상대적 장단점에 대한 논의는 고전적인 것일 뿐더러, 우리나라 정부의 잠재적인 부채규모가 막대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세율인하에 따른 재정적자의 구조화에 대한 우려는 타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서는 세율인하의 효과가 경기변동 진폭의 완화라는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만 다루어지기 때문에, 개별기업 차원에서의 미시적인 효과라는 중요한 쟁점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세율인하는 민간의 가처분소득을 증대시킴으로써 소비수요와 투자수요를 촉진시킬 것으로 목적으로 하는데, 특히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투자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상적인 인식과는 달리, 법인세율 인하에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투자를 억제하는 효과도 존재한다. 법인세율 인하는 우선 기업의 세후 순이익을 증가시킴으로써 현금흐름 개선과 자금사정 호전에 도움을 준다. 이는 기업의 투자여력을 증대시켜 궁극적으로는 투자촉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인세율 인하는 동시에 상반되는 효과를 낳는데 이는 현행 세법이 기업의 이자비용을 손실로 처리함으로써 과세표준에서 공제해주는 점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서 어떤 기업이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1억원을 부담하고 있다고 하면, 이것이 비용으로 처리되어 법인세율 28% 하에서는 2천8백만원의 법인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이와 같이 법인세의 존재는 기업의 부채를 통한 자금조달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실효이자율의 하락), 현 상황에서 법인세율이 인하되면 오히려 기업의 부채를 통한 자금조달비용(실효이자율)이 일부 상승하는 효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인세율 인하의 이러한 측면은 기업의 실효이자율을 상승시킴으로써 기업의 자금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요컨대 법인세율 인하는 한편으로는 기업의 세후 순이익 증가를 통한 자금사정 개선, 다른 한편으로는 실효이자율 상승을 통한 자금조달비용 증가라는 상반된 두가지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율인하에 따른 기업의 투자촉진 여부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으며 각각의 기업의 재무구조에 따라 차별적인 효과를 낳게 된다. 예컨대 자금조달비용은 각 기업의 신용등급이나 수익성, 재무구조에 따라 상이하므로,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실질적인 자금조달비용(실효이자율)의 상승폭 역시 기업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들의 재무상태에 따라 법인세율 인하효과가 어떻게 차별화되는가를 살펴보기 위해서, 상장기업(12월 결산, 비금융제조업 554개)을 대상으로 법인세율 인하시 세후 순이익의 증가율과 실효이자율 상승분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살펴보았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상장기업 중에서 관리종목이나 자본잠식 등 재무구조가 불량한 기업들, 그리고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이, 재무구조가 양호하고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에 비하여 긍정적인 효과는 미미하고 부정적인 효과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세율이 현행 28%에서 10% (2.8%p) 인하된다고 가정했을 경우에, 상장사 전체가 평균적으로는 3.70%의 세후 순이익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서, 관리종목, 자본잠식 기업,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의 세후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0.39%, 0.26%, 0.86%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반면 법인세율 인하시 실효이자율의 상승분은 상장사 전체 평균이 0.61%p임에 반해서, 관리종목, 자본잠식 기업, 영업적자 기업들의 실효이자율 상승분은 각각 1.84%p, 2.52%p, 0.76%p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영업이익률이 높거나 부채비율이 우량한 기업, 그리고 이자보상배율이 높은 기업들의 실효이자율 상승분은 각각 0.46%p, 0.36%p, 0.25%p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즉 재무구조가 불량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법인세 인하시의 긍정적인 효과(순이익 증가율)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데 반해서, 부정적인 효과(실효이자율 증가분)는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며, 우량기업의 경우는 그 반대임을 알 수 있다.(월간조세 11월호 p.111 그림 참조) 이와 같이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재무구조나 수익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법인세율 인하는 우량기업에게는 긍정적인 효과(순이익 증가율)가 크고 부정적인 효과(실효이자율 상승분)는 미미하며, 반대로 부실기업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는 미미하고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 따라서 이상의 분석은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의 투자촉진 및 경기부양과는 구별되는 또다른 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세율인하는 일차적으로는 기업의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기업의 자금사정 개선이 반드시 투자증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기업의 투자의사 결정은 재무적인 요인 이외에 소비와 투자수요, 미래의 경기전망에도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율인하로 인한 순이익 증가가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과는 별도로, 법인세율 인하는 각각의 기업들의 재무구조에 따라 차별적인 영향을 끼침으로써 구조조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즉 우량기업들의 자금사정을 개선시켜 투자여력 증진에 기여할 수 있으며, 반대로 부실기업에게는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요컨대 법인세율 인하는 우량기업과 부실기업간의 차별화를 촉진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부실기업의 비중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법인세율 인하의 경기부양 효과와 대비하여 구조조정 촉진 효과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정부의 재정정책 수단과 관련하여 세율인하의 효과를 논할 때, 세수감소와 재정적자라는 거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이상과 같은 기업간 차별화에 따르는 구조조정 촉진 효과를 동시에 고려함으로써, 정책효과에 대한 폭넓은 검토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재정적자 해소 및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목표와 관련해서도, 단지 긴축재정 편성이라는 틀에만 머무르지 않고 경제구조의 건전화와 경제성장을 통한 세수증대라는 중장기적 차원에서의 고려가 필요하며,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간 차별화를 통한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