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鐘 圭 … 사단법인 바른경제동인회 부회장 ※ 국가위험
무릇 선진국가라 함은 사회간접자본(SOC)이 잘 확립되어 있는 나라들이다. 보통 사회간접자본이라고 하면 도로, 항만, 공원 등과 같은 하드(hard) 측면을 말하는데 법률, 정부조직, 재판제도, 교육 등도 사회간접자본이고 나아가 국민의 질서의식, 정직성, 기업 내의 노사관계까지도 포함하여 소프트(soft) 측면의 사회간접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가는 이러한 소프트 SOC가 잘 확립되어 있는 나라들이다. 새 천년을 맞이하여 우리 나라가 선진국 진입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소프트 SOC를 확립하는 일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두 가지 당면과제를 꼭 해결해야만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 첫째는 기업사회에 팽배한 적대적 노사관계를 청산하는 일이고, 둘째는 부패단절이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최근의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국제경쟁력은 회복되기 어렵다. 본론에서는 적대적 노사관계문제는 제쳐두고라도, 부패문제만 다루기로 한다. 기업은 근본적으로 동업개념이 전제된다. 비록 가족회사라 하더라도 동업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주식회사인 경우에는 주주간의 동업이며, 넓은 의미에서는 종업원과 거래기업까지도 동업자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 그런데 동업의 전제조건은 신뢰이며, 신뢰는 투명성과 정직성이 그 기반이다. 부패가 만연된 사회에서는 정직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하여 기업발전이 저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부패근절이야말로 기술개발, 시장확보, 자금조달보다 우선되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즉 기업구성원간의 신뢰회복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부패근절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가가 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반부패기본법을 새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뇌물을 받은 사람에 대한 형벌만으로는 근본적인 치유책은 되지 못한다. 뇌물을 제공한 자에 대해 정부와 거래를 못하게 하는 경제적 제재가 더 큰 입법효과를 낼 수 있다. 왜냐하면, 부패행위자체도 경제적 행위이며, 그 원인도 경제적 이익에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패행위를 더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은 부패행위의 수단을 억제하는 것이다. 부패의 수단은 옷이 될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현금이다. 이때의 현금은 탈세한 비자금이므로 결국 탈세를 방지하는 것이 부패를 없애는 길이다. 그런데 탈세행위는 대개 상거래에서 발생되며 그 주체는 일반 자영업자와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부분의 탈세방지는 조세정책으로만이 가능하다. 자영업자의 탈세방지는 지난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카드거래소득세감면제도로서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제도의 시행이 정착된다면 자영업자의 소득신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무자료거래도 줄어든다. 탈세자금의 양(量)이 준다는 것은 부패수단이 그만큼 준다는 뜻이다. 이런 뜻에서 이 제도의 시행은 당국의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볼 수 있으며, 부패방지에 상당한 효과를 기대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검은 돈이 나오는 또 하나의 "샘"은 기업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대책이 없었다고 하기보다는 안 세웠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 당국도 단축성장을 하는 데 기업이 큰 공헌을 했고, 기업자율을 너무 간섭할 경우 성장 자체를 저해할 우려를 금치 못하였을 것이다. 또한 기업과 정관(政官)계와의 다소의 부패가 오히려 초기 성장정책에 공헌(?)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성숙된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서는 부패가 성장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음은 청렴한 사회를 만든 싱가포르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기업 내의 비자금을 만드는 길을 차단하여 검은 돈줄을 봉쇄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기업에서 비자금을 만드는 방법은 각 기업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대개는 거래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것과 수출입물품의 가격을 조작하는 방법 등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자금은 정치자금, 관료매수, 납품처 임직원에 대한 상납금으로 쓰여지고 있다. 우리 현실의 상당한 부패온상은 이것들이라고 보아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행위는 내부고발이 없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렇게 잘 드러나지 않는 비리를 억제하는 방법은 없는가? 뇌물이나 리베이트를 위한 기업의 비자금조성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방법은 있다. 예를 들어, 고객기업으로부터 리베이트를 요구받은 납품업자는 우선 급한 대로 가지급금계정으로 현금을 자기기업에서 뺀다. 그리고 그 가지급금을 상환하기 위하여 자기 거래업자로부터 리베이트를 다시 받아낸다. 이러한 일이 결국 수많은 영세업자에게까지 누진적으로 파급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연결고리인 기업의 가지급금계정이라는 것이다. 세법상 가지급금은 적정금리를 가산하여 상환하기만 하면 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세무행정은 세무조사원이 가산금리계산이 적정한가를 검토하는 정도의 조사만 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국세청이 세무행정상 가지급금의 사용목적과 그 상환자원 출처를 기업 스스로 소명하도록 제도화하고 소명내용에 의심이 갈 때 사실 여부를 조사한다면, 필요경비의 가불적 성격을 제외하고는 부정을 위한 가지급금계정 이용은 불가능할 것이다. 세무당국이 기업의 가지급금계정이라는 연결고리만 제어한다면 탈세된 검은 돈의 생산이 간단히 억제될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으로도 모든 비자금을 없앨 수는 없다. 세금계산서가 불필요한 해외거래나 인건비조작, 위장거래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간의 상납관행을 포함하여 상당한 부분의 민간부패가 사라질 것이다. 이를 위하여 굳이 세법까지 개정할 필요도 없다. 국세청의 세무행정지침만으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자금의 경우 후원회비 정도가 아닌 거액의 정치자금없이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위생검사, 소방시설 점검, 세무조사 때 편의의 대가로 요구하는 각종 음성지출과 협회비, 조합비, 기금 등 회계처리가 불가능한 각종 준조세는 기업을 압박한다. 이것이 한국기업의 현주소이다. 이런 지출이 기업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 할 지 모르나 하나의 관행처럼 되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2000년부터는 기밀비도 인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준조세나 정치자금수요가 줄어들 것 같지도 않다. 따라서 기업은 변칙처리가 불가피해지며, 본의 아니게 비자금조성이라는 딜레머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기업의 이중고(二重苦)를 정부는 하루속히 해방시켜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럴 때, 만일 위에서 말한 가지급금계정의 제어가 본격화된다면, 기업은 비자금마련이 어렵다는 현실과 명분으로 준조세의 질곡에서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자영업자의 탈세방지가 카드거래소득공제라는 열쇠로 열리는 것과 같이, 가지급금계정 자체소명이라는 또 하나의 열쇠로 기업사회의 비리현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본다. 즉 부패사회를 치유하는 길은 처벌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며, 오직 부패수단인 검은 돈의 생산원천을 봉쇄하는 방법만이 유효한 처방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문제는 있게 마련이다. 작금의 통화증가율이 28%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많은 영세기업이 사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채는 기업의 엄연한 부채임에도 불구하고 사채업자를 밝힐 수 없기 때문에 부채계정에 올리지 못하고 대표이사 가수금계정으로 입금되며 원리금상환시에는 가지급금계정으로 출금되고 있다. 만일 국세청이 본격적으로 위와 같은 가지급금계정의 소명제도를 시행한다면, 사채업자의 사채상환요구가 쇄도하여 영세기업의 도산이 우려된다. 바로 이 때문에 필자는 이 제도의 시행을 지금까지 제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 기업사회의 이면경제인 사채의 존재를 누구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당국은 물론 학계까지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의 사채의존은 70년대 초 박대통령의 8·3조치로 위기를 넘기기는 했으나 80년대 초 장영자사건, 명성사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도 사채의 질곡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증명된 바 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그후 사채와 금융기관과의 연결고리는 상당부분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보여력이 없는 영세기업은 여전히 사채에 의지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채는 엄연한 신용대출이다. 금융기관이 꺼리는 신용대출을 사채업자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익명(匿名)성 때문에 드러내 놓고 할 수 없는 사금융(私金融)이다. 익명금융은 금융소득을 탈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국의 자금출처조사 때문이다. 만일 당국이 자금출처조사만 하지 않는다면, 사채업자도 기업의 부채로 올리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국세청이 기업부채로 계정된 부분에 한하여 향후 자금출처를 하지 않는다는 정부방침을 천명한다면, 기업은 사채를 가지급금계정이 아닌 정식 채무로 처리하게 되고 정부도 사금융에 대한 이자소득세까지 받아낼 수 있게 된다. 사실 사채를 지하경제로 계속 방치하여 계속 커지게 하는 것보다 그 돈들이 희든 검든 햇빛을 보게 하여 기업자금으로 공식화하는 것이 경제발전에 이로울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가 "정의"라는 명분으로 반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만을 묻고 있다면, 검은 돈은 한없이 깊은 지하로 숨어 부패의 온상만 키우게 된다. 그러므로 시민단체의 "정의"사회구현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모순에 빠진다. 부정정치인들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폭 사면되고 공민권까지 회복되고 있다. 부정정치자금을 받은 사람은 사면복권하면서 그 원인이 되는 검은 돈은 사면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 돈들도 지하경제의 일부인 것이다. 지하경제를 줄이는 일도 선진국 진입을 위한 소프트 SOC의 하나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는 기업자금화된 부분만이라도 사면을 내리는 일대 용단이 필요하다. 검은 돈도 개과천선(改過遷善)할 기회를 부여하여 경제발전에 공헌하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이상적인 조세제도란 사회정책에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상만을 추구할 만큼 한가롭지 못하다. 12억 인구의 중국이 인구억제책을 벌금(조세)제도로 성공을 거둔 사실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새 천년을 앞두고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부패근절의 문제도 시민운동만으로 달성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새 천년의 세제는 부패근절과 적대적 노사관계의 완화에 그 정책목적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투자상대국의 정치, 경제 및 법령상의 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투자원리금의 상환불능 또는 연기의 위험을 말하는 것으로 채무불능, 지급불능, 일시지급 정지, 지급연기, 조건 재교부 등의 위험을 말한다. 이같은 국가위험의 종류는 정치적 위험, 경제적 위험, 법령·관습상의 위험이 있다. 정치적 위험이란 전쟁, 내란, 폭동 등 정치적 변화로 대외지급불능상태가 발생하여 회수불능에 도달할 수 있는 위험이다. 또 경제적인 위험은 경제성장의 악화나 국제수지 악화로 지급불능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며 법령·관습상의 위험은 법령이나 관습의 변화로 대외지급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위험을 가르킨다. 정기적으로 국가별 위험도를 평가, 발표하는 기관으로는 유로머니, 일본공사채연구소(JBRI)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