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매년 초 우리는 세수가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였으니 또는 크게 미달하였으니하면서 법석을 떠는 것을 보곤 한다. 세수가 예산을 초과하면 국세청이 무리하게 세금을 많이 거두어 들였다고 하고, 반대로 세수가 예산에 미달하면 세수추계가 엉터리라고 하면서 정책당국을 비난한다. 세수추계가 정확하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물론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 세상 누구도 세수추계를 정확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설령 누군가 세수를 정확히 예측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국내 유수의 경제연구소는 물론이고 IMF와 세계은행에서조차 경제성장률 예측조차 정확히 하지 못하는 것만 보아도 세수추계를 정확히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세수추계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과 같은 각종 거시경제 전망치를 기초로 수행된다. 세수추계 작업은 보통 통계학적인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 자체로서 이미 분석오차를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거시경제전망치 역시 예측오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수추계치는 이미 두 가지의 오차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경제전망보다 세수추계가 더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이유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수추계를 정확히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라살림의 수입과 지출을 미리 계획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아무리 세수추계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세수추계의 오차를 줄여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은 부단히 지속되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우리나라 국세수입이 예산, 즉 세수추계치와 얼마나 큰 차이를 보여 왔는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세수추계 방법을 세수추계의 선진국인 미국과 비교해 보면서 세수추계의 정확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Ⅱ. 최근의 세수예측 오차 우리나라의 세수추계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체로 세수추계 예측오차, 즉 예산대비 세수실적치의 오차비율이 평균 1% 정도로 비교적 정확하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경제구조가 변화하면서 세수추계의 정확성이 크게 저하되어 평균오차가 10% 내외로 대폭 상승하였고 1998년에는 세수가 당초의 예산에 약 11조원 정도 미달하는가하면 2000년에는 세수가 예산을 무려 13조 2천억원이나 초과하였다. 물론 두 해 모두 경제위기라는 돌발변수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전자의 경우에는 우리경제가 심한 중병에 시달렸기 때문인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였을 정도로 우리경제가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호황국면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예외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수예측오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행히도 작년에는 국세세수가 예산과 불과 1천억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예측오차가 크게 축소되었다. 그렇지만 세수추계 방법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어 세수추계의 정확성이 제고되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볼 때 여전히 세수추계의 정확성 제고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표1] 국세수입예산의 오차 ━━━━━━━┯━━━━┯━━━━┯━━━━┯━━━━┯━━━━┯━━━━┯━━━━ │ 1995 │ 1996 │ 1997 │ 1998 │ 1999 │2000 │ 2001 ━━━━━━━┿━━━━┿━━━━┿━━━━┿━━━━┿━━━━┿━━━━┿━━━━ 당초예산 │562,692 │644,680 │740,003 │ 787,278│712,021 │ 797,028│958,991 (억원) │ │ │ │ │ │ │ ───────┼────┼────┼────┼────┼────┼────┼──── 실적 (억원) │567,745 │649,609 │699,277 │ 677,977│756,580 │ 929,347│957,928 ───────┼────┼────┼────┼────┼────┼────┼──── 실적-예산 │ +5,053 │ +4,929 │-40,726 │-109,301│-44,559 │+132,319│-1,063 (억원) │ │ │ │ │ │ │ ───────┼────┼────┼────┼────┼────┼────┼──── 예산대비 │ +0.98 │ +0.76 │ -5.50 │ -13.88 │ -6.26 │ +14.24│-0.11 오차율 (%) │ │ │ │ │ │ │ ━━━━━━━┷━━━━┷━━━━┷━━━━┷━━━━┷━━━━┷━━━━┷━━━━Ⅲ. 우리나라의 세수추계 우리나라에서 세수추계를 담당하는 곳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이다. 제한된 인력과 자원을 가지고 세수추계 작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무척 클 것으로 사료된다. 한국조세연구원이나 한국개발연구원 등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세수추계 작업의 전문화를 통한 세수추계의 정확성 제고 및 장기세수추계에는 한계가 있다. 비록 경제위기 이후에 최대 13조원의 세수예측 오차가 발생하기는 하였지만 2001년에는 예산과 세수실적이 거의 정확히 일치하였다. 소수의 인력으로 그 정도의 세수추계를 하였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것으로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이 얼마나 컸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형 디지털 경제 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을 맞아 더 이상 지금과 같은 형태로 세수추계를 하면서 정확한 세수추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경제현상과 사회구조가 더욱 복잡다기화될 것이며 따라서 몇몇 공무원의 노력만으로는 정확한 세수추계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수많은 인력을 투입하여 과학적 방법으로 세수추계를 하는 세수추계의 선진국인 미국의 예를 살펴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음을 알 수 있다. Ⅳ. 미국의 세수추계 미국의 경우에는 재무부(Treasury)의 OTA(Office of Tax Analysis), 의회산하의 CBO(Congressional Budget Office)와 JCT(Joint Committee on Taxation)에서 세수추계를 담당하고 있으며 또한 역할분담도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OTA는 행정부의 공식적인 세입예산안을 작성·제출하며 CBO는 현행 세법을 토대로 기본선 전망(baseline)을 하고 있다. JCT는 CBO의 기본선 전망치를 기초로 각종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CBO의 세수추계는 현행 세법체계하에서 세법이 바뀌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세법개정효과추정을 위한 기준세수를 추정한다는 의미에서 실제로 징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를 전망하는 것은 아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세수추계를 전담하는 인력은 OTA의 경우 13명, CBO의 경우 조세분석과(Tax Analysis Division)의 16명, JCT는 약 40명으로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직·간접적인 지원인력까지 합한다면 세수추계를 위한 조직은 매우 방대하다. 미국의 연방세수는 개인소득세가 약 50%, 사회보장세가 30 35%, 법인소득세가 약 10%로 세 가지 세목이 전체의 90%를 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세수추계의 핵심도 자연스럽게 이들 세 가지 세목에 집중되어 있다. 이 가운데 개인소득세와 사회보장세의 세수추계는 미시모의실험모형(microsimulation model)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선 세수추계를 위해 미국 국세청(IRS: Internal Revenue Service)에서는 매년 1억 3천만명의 납세자의 납세신고자료 중 약 20만건을 표본추출하여 상기 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납세신고자료를 제공받아 미시모의실험모형에 투입하여 세수를 추계하고 있다. 납세자 개인 정보에 대한 보안은 철저히 유지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납세자 개인 정보를 삭제한 채 민간에도 이 정보를 제공하여 간접적으로 세수추계의 정확성을 검증 받기도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세수추계를 포함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납세신고자료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 위와 같이 미국에서 매년 IRS가 납세정보자료를 제공하여 세수추계를 돕는 데에는 법적인 뒷받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국세법 6,103조에서 특정기관을 거명하고 해당기관에 대해 납세신고자료를 제공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세수추계와 관련하여 가장 밀접한 자료가 납세신고자료인 만큼 납세신고자료를 세수추계 작업에 사용하였는지의 여부가 세수추계의 정확성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은 물론이다. 그 밖에 미국에서는 당해년도 및 향후 10년간의 세수를 함께 추계하여 발표한다. 물론 향후의 세수추계치는 매년 세수추계를 하면서 수정되지만 장기추계를 통해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여 정부정책의 계속성을 견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단년도 세수를 추계하고 있어 중·장기 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Ⅴ. 시사점 미국의 세수추계 조직 및 운영형태, 성과 등을 종합해볼 때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자못 작지 않다. 우선 미국에서는 세수추계를 전담하는 전문인력이 기관별로 최소 수십명씩 포진하여 최소 수년에서 십여년 이상 같은 업무를 담당하여 업무의 전문성이 매우 뛰어나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의 매우 적은 수의 인력이 세수추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 순환보직제라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길어야 1∼2년에 한번씩 담당인력이 교체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나라살림의 근간이 되는 세수추계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에 소홀하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은 10년 기간을 대상으로 장기세수를 추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단년도 추계에 그침으로써 재정운영의 예측가능성이 그만큼 낮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중·장기 재정운영계획의 수립·집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때, 장기 세수추계는 매우 긴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도 중·장기 세수추계를 위해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납세자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하에 무조건적으로 납세자 관련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 심지어는 그 정도가 지나쳐 공공 목적의 세수추계 작업에서조차 납세신고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세수추계를 위한 가장 소중한 자료가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위기 이후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라 납세 및 징세환경이 구조적으로 종전과 크게 달라진 현 시점에서 세수추계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해 빈약한 연구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납세자 개인정보의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되 미국처럼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여 적극적인 자료협조 및 개인정보 유출 방지 등을 통해 세수추계 작업을 원활히 하여야 한다. 또한 세수추계와 관련해서는 순환보직제를 지양하고 전문·전담인력이 지속적으로 업무를 담당하게 하여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장기세수추계를 통해 재정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중·장기 정책계획 수립·집행의 기초를 마련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조치는 결코 무리하지 않다. 이미 국내에는 세수추계를 담당할 수 있는 관련분야의 전문가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제반 환경과 제도만 갖추어진다면 얼마든지 짧은 시간안에 상당히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주변 환경이 이미 성숙되어 있기 때문에 정책결정권자가 정책적 의지를 담아 결단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의 나라살림은 물론이고 나라살림을 보다 예측가능하고 투명하게 만들어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