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차
머리말
오늘날 많은 나라는 평등(equality)과 조세 부담가능성(affordability)을 조세정책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 그런데 평등과 부담가능성을 완전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세법을 제정하거나 그와 같이 세정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세법은 일정한 과세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과세가 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일부 납세자들은 세법의 맹점을 찾아서 조세회피를 시도하기도 한다. 많은 국가들이 조세회피에 대응하기 위하여 세법에 ‘개별적 조세회피 규정(Specific Anti-Avoidance Rules, SAAR)’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거래가 나타나고, 경제 활동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SAAR만으로는 조세회피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만약 SAAR이 조세회피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형평과 부담가능성의 실현이라는 조세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우선 소득에 맞는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세부담이 타인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국가로서는 당초 걷었어야 할 세금을 걷지 못하므로, 국가의 기능에 필요한 국가 재정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사회 전체가 빈곤하게 되거나 국민 개개인이 인간적인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세계의 적지 않은 국가들이 ‘일반적 조세회피 방지규정(General Anti-Avoidance Rules, GAAR)’을 세법체계에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다. 외국에서 도입된 GAAR 규정의 운용은 국가마다 다른데, 이는 단지 GAAR이 성문화되었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각국 고유의 법적체계와 과세관행(tax practice)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므로 해외 진출기업은 이런 부분까지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각국의 GAAR 제도를 살펴보기에 앞서 GAAR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관련된 고려사항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일반적 조세회피 방지규정(GAAR)’ 관련 고려사항
합법적 조세절감행위(tax saving)와 조세회피(tax avoidance)의 구별
먼저 GAAR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점은 합법적 조세절감행위(tax saving)와 조세회피(tax avoidance)의 구별 기준에 대해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세회피가 아닌 단순한 조세절감행위에 대해서까지 GAAR을 적용한다면, 구체적인 세법 규정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조세절감행위는 해당 법규의 입법 취지에 따라 조세부담을 경감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조세회피는 해당 법규가 예정하지 않은 비정상적인 행위를 통해 조세부담을 경감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두 가지 개념은 탈법의 영역에 속해 있는 탈세(tax evasion)와는 구별된다.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OECD의 BEPS 프로젝트도 국가 간의 조세조약 및 조세 법규의 맹점(loophole)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소득을 이전하는 조세회피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국가 간 발생하는 조세회피를 방치한다면 결국 한 국가의 과세기반이 침식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각국의 법률체계와 과세관행도 다르므로, 조세절감행위와 조세회피의 구별 기준이 국가별로 다를 수 있다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GAAR의 적용 요건
GAAR은 본질적으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것이므로, 단순히 세법상 혜택을 누렸다는 점만으로 GAAR을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GAAR을 도입한 주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객관적 요건인 “해당 거래로부터 조세혜택(tax benefit)을 얻었는지 여부”와 주관적 요건인 “납세자에게 조세혜택을 얻으려는 목적(purpose)이나 의도(intention)가 있었는지 여부”를 적용 요건으로 삼고 있다. 납세자의 주관적 요건을 살피지 않고 객관적 요건만을 기준으로 GAAR을 적용한다면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GAAR의 적용 절차
납세자 보호 측면에서 고려할 또 다른 쟁점은 GAAR의 적용 절차이다. GAAR을 지나치게 쉽게 적용할 경우, 세법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또한 과세관청이 다른 세법 규정 대신에 GAAR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자의적 과세를 막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GAAR을 적용할 때 과세관청 내부에서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그리고 납세자에게 어떠한 해명 기회를 주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GAAR을 남용하여 자의적인 과세가 이루어지는 경우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할 수 있다.
GAAR의 입증책임
조세소송의 입증책임이 국가마다 다르듯이, GAAR의 입증책임에 관한 각국의 입장 역시 다양하다. 미국의 경우 조세소송의 입증책임이 원칙적으로 납세자에게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GAAR을 적용함에 있어서 경제적 실질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납세자에게 있다. 영국의 경우 조세소송에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납세자에게 있으나, GAAR 적용에 있어 “남용적 세무거래의 존재”와 이에 대한 “과세당국의 조정행위(adjustment)가 정당하고 합리적이라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당국이 부담한다. 독일의 경우 조세소송에서 과세근거가 되는 사실에 대해서는 과세당국이 입증책임을 지므로, GAAR 적용에 있어 “남용적인 조세혜택 또는 조세부담의 경감”이 있었는지에 대한 입증책임도 과세당국이 부담한다. 프랑스의 경우 조세소송에서 입증책임은 과세당국에 있으며 GAAR을 적용함에 있어 납세자의 행위가 가장행위(a fraus legis)임을 과세당국이 입증해야 한다.
GAAR과 SAAR 간의 관계
어느 특정 납세의무자의 거래가 GAAR과 SAAR의 적용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를 적용하여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GAAR과 SAAR 중 하나를 택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무엇을 먼저 적용해야 할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SAAR로도 통제가 가능한 납세자의 거래에 대해서도 GAAR을 적용하게 된다면 SAAR의 입법 취지가 무색하게 된다. 따라서 과세관청이 GAAR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세 입법 및 과세 행정 단계에서 GAAR과 SAAR의 적용 순서를 명확히 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각국의 입장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해당 국가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이에 대한 사전 검토도 필요하다. 조세조약의 관점에서 보면, OECD는 2015년 발간한 BEPS Action 6 보고서에 소위 주요목적기준(Principal Purpose Test, PPT)을 조세조약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하고 그 후 BEPS 방지를 위한 다자 간 협약 제정 시 이를 최소기준(minimum standard)1)의 하나로서 채택하였다. PPT의 내용에 따르면 ‘조세 절감 목적이 국제거래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일 경우 과세당국은 해당 조세조약 혜택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이처럼 PPT를 적용하기가 쉬워진다면, 향후 세계 각국의 과세당국은 조세회피가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 조세조약상 PPT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조세조약상의 혜택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1) BEPS 프로젝트 참가 국가들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사안으로서 “최소 이 정도는 법제화해야 한다”고 지정한 제도를 가리킨다.
국내세법상 조세회피 방지규정(GAAR)의 조세조약 혜택 배제 효과
우리나라의 운용 현황
조세조약의 부적절한 이용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접근 방법을 검토함에 있어 우선 제기되는 질문은 ‘조세조약과 국내세법의 충돌이 있는 경우에는 조세조약이 우선 적용되어야 하므로 국내세법상의 조세회피 방지규정으로 조세조약의 혜택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조법”)」 개정을 통해 당시 국조법 제2조의 2(국제거래에 관한 실질과세)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바가 있다. 우선 이 조항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국제거래에서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에 관하여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명의자와 다른 경우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조세조약을 적용한다. ② 국제거래에 있어서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ㆍ수익ㆍ재산ㆍ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불구하고 그 실질내용에 따라 조세조약을 적용한다. ③ 국제거래에서 조세조약 및 이 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하여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거래하거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조세조약과 이 법을 적용한다. 이 조항의 특징은 조세조약의 적용과 관련된 원칙을 국내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7년 발간된 “이중과세와 도관회사의 이용(Double Taxation Convention and the Use of Conduit Companies)”이라는 제목의 OECD 보고서에서는 조세조약은 당사국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조약 자체에 규제적인 규정이 없는 한 조약상의 혜택은 ‘pacta sunt servanda’의 원칙에 따라 설혹 부적합하다 하더라도 부여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2) 실제로 이와 같은 견해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던 사례의 하나로서 ‘론스타 펀드가 한국정부에 보낸 중재의향서 서한’을 살펴보면, 한ㆍ벨기에 조세조약에 벨기에 법인이 주식의 양도자인 경우에는 한국에서 과세할 수 없다고 명백히 하고 있음에도 조세조약과 달리 한국 과세당국은 벨기에 법인이 수익적소유자가 아니라는 입장에서 과세를 하였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3) 이러한 론스타 펀드의 입장을 지지하는 국제조세 전문가들은, 론스타 세무조사 사건에서 우리나라 과세당국의 조치는 조세조약보다 국내법을 우선 적용하는 것이 될 수 있어 1969년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이하 “비엔나 협약”) 제27조의 “조약 불이행의 정당화를 위한 방법으로 국내법을 원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4) 2) 43. Existing conventions may have clauses with safeguards against the improper use of their provisions. Where no such provisions exist, treaty benefits will have to be granted under the principle of “pacta sunt servanda” even if considered to be improper. 3) Lone Star Investment Management SPRL, Memorandum Required by Article 8.1 of the between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Belgium-Luxembourg Economic Union for the Reciprocal Promotion and Protection of Investment with respect to the Dispute between Lone Star and the Republic of Korea, May 2012, paragraph 46. 4) 오남교ㆍ이동건, “조세조약과 국내법의 충돌과 조화”, 『조세학술논문집』, 제32집 제2호(한국국제조세협회, 2016), p.42.
2003년 OECD 모델조세조약 주석서 개정 전의 OECD 입장
앞에서 언급한 1987년의 OECD 보고서에서는 인위적인 조세회피 계획(artificial tax avoidance schemes)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조세조약상 혜택을 부당하게 수혜하는 조약편승(treaty shopping)을 방지하는 문구를 조세조약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시하면서도5)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세법상의 실질과세원칙(the principle of “substance over form”)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6) 실제로 위 보고서의 제안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1992년 개정된 OECD 모델조세조약 제1조에 관한 주석서에서는 조세조약에서 채택할 수 있는 조약편승(treaty shopping)을 방지하는 다양한 문구를 포함시켰다.7) 한편, ‘실질과세원칙’, ‘sub-part F type’과 같은 규정들에 대한 견해도 제시하였는데, OECD 회원국 다수가 ‘이러한 국내법상의 기본적인 조세회피방지 규정들이 조세조약에 언급되어 있지 않으므로 조세조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이러한 규정의 적용으로 인해 초래되는 경제적 이중과세 문제의 해결에 대해서는 회원국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지적하였다.8) 이어 주석서는, ‘중요한 문제는 실질과세원칙과 같은 일반적 규정들이 조세조약 그 자체에 내재된 본질적인 원칙이므로 항상 적용가능하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조항들이 오직 조세조약에 명시된 경우 또는 명시된 정도에 따라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일부 회원국들은 이러한 국내법상의 원칙들이 조세조약보다 우선하여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제적인 이중과세를 야기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으나 대다수 회원국들은 그러한 원칙들을 적용함에 있어 이들이 반드시 조약에 명시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9) 한편, 1998년 발간된 OECD의 유해조세경쟁에 관한 보고서에서 OECD는 국내조세회피방지규정의 조세조약에의 적용과 관련하여 OECD 주석서상 불확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를 명확히 하도록 권고하였다.10) 5) op. cit., paragraph 46. 6) op. cit., paragraph 45. 이 문단에서는, 각국의 국내법상에 규정된 과세요건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꾸어 대응을 할 수도 있으나 이것은 과세행정에 많은 부담을 초래하므로 매우 복잡한 거래약정에 대해 대응하는 방식으로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이 선호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7) OECD, Model Tax Convention on Income and on Capital, OECD 1992, paragraphs 12-21 of Commentary on Article 1. 8) ibid, paragraphs 22~23 of Commentary on Article 1. 9) ibid, paragraphs 24 of Commentary on Article 1. 10) OECD, Harmful Tax Competition – An Emerging Global Issue, OECD 1998, p.41.
2003년 개정된 OECD 모델조세조약 주석서의 견해
2003년 개정된 OECD 모델조세조약의 제1조에 관한 주석서는 국내세법상의 조세회피 방지규정이 조세조약과 충돌하는지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즉, 동 주석서는 실질과세원칙, 경제적 실질 또는 일반적 조세회피 방지규정은 그것이 세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실관계의 판단에 관한 국내세법의 한 부분이 되어 있는 한 그것은 조세조약에서 규정할 사항은 아니며 따라서 조세조약의 규정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11) 2006년의 국조법 제2조의 2(국제거래에 관한 실질과세) 신설규정은 2003년 개정된 OECD 모델조세조약 제1조 주석서의 위와 같은 취지의 개정내용을 법령에 반영한 것임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12) 11) OECD, Model Tax Convention on Income and on Capital, OECD 2003, paragraphs 12-21 of Commentary on Article 1. 12) 재정경제부 국제조세과, “입법개정동향 – 조세조약을 이용한 조세회피에 대한 대응방안”, 『조세학술논집』, 제22집 제2호(한국국제조세협회, 2006), pp.258-259.
2011년 개정된 UN 모델조세조약 주석서의 견해
국내세법상의 조세회피 방지규정이 조세조약과 충돌하는지의 문제는 2011년 개정된 UN 모델조세조약 제1조에 관한 주석서에서 보다 상세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UN 모델조세조약 제1조는 “이 조약은 체약국의 어느 하나의 국가 또는 양국의 거주자인 인(人)에게 적용된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동 규정은 2017년 OECD 모델조세조약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OECD 모델조세조약 제1조의 규정과 동일하다. 이와 같은 ① 규정 자체의 동일성이라는 측면과 ② 조세조약 남용방지에의 대응이라는 점에서는 OECD 모델조세조약과 UN 모델조세조약이 당초부터 기본적으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보다 현실적으로는 ③ 2005~2009년 사이에 당시의 UN 모델조세조약 제1조의 주석서 해당부분의 개정 책임을 맡았던 “부적절한 조세조약의 사용 방지를 위한 소위원회(Subcommittee on Improper Use of Tax Treaty)”에 OECD 모델조세조약 주석서 개정 담당자13)가 합류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이 양 모델조세조약의 입장을 사실상 동일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양자의 접근방법상의 차이를 지적한다면, 내국세법상 조세회피 규정이 조세조약과 충돌하는지에 관한 이슈를 다룸에 있어 UN 모델조세조약 제1조에 관한 주석서는 OECD 모델조세조약 주석서와는 달리 ‘국내세법상 개별적 조세회피 방지규정(SAAR)’과 ‘국내세법상 일반적 조세회피 방지규정(GAAR)’을 구분하여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2011년 개정된 UN 모델조세조약 주석서는 ‘국내세법상 개별적 조세회피 방지 규정’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어느 한 국가의 세법상의 개별적 조세회피 방지규정들이 조세조약상의 규정들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규정에 대해 체약상대국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게 된다면 납세자는 이중과세에 직면하게 되므로 권한 있는 당국들 간의 상호합의 시에 다음과 같은 원칙들이 중시되어야 함을 언급하고 있다.14) 즉, 국내세법상 개별적 조세회피 방지규정이 조세조약의 규정과 충돌될 때는 조세조약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내세법상 개별적 조세회피 방지규정이 조세조약상에서 규정하는 것 이상의 조세부담을 납세자에게 초래하는 경우에는 조세조약과의 충돌 문제가 발생하고 이 경우에는 국제공법에 따라(under public international law) 조세조약상의 규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UN 모델조세조약 주석서는 ‘국내세법상 일반적 조세회피 방지규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2003년 개정된 OECD의 모델조세조약 제1조에 관한 주석서 제22문단과 제22.1문단을 인용하면서 이러한 원칙에 관한 한 UN모델조세조약이나 OECD 모델조세조약이 차이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약의 규정 남용을 초래하는 약정(arrangements)에 대해서는 조세조약상의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OECD 입장을 UN도 동일하게 표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3) OECD Center for Tax Policy and Administration 소속의 Mr. Jacques Sasseville이었다. 14) United Nations, op. cit. paragraph 14 of Commentary on Article 1.
주요 외국의 국내세법 규정상 ‘일반적 조세회피 방지규정’ 운용 현황
영국
개요
영국은 오래전부터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일반적 원칙이 법원에 의해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15) 그러나 영국의 법원도 초기에는 비록 조세회피 목적의 거래라고 하더라도 세법의 엄격해석 원칙에 따라 납세자가 선택한 거래를 과세당국이 함부로 부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즉 법원은 목적론적 해석을 배제하고 문언을 중시하는 태도를 취했으며 조세회피를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이러한 태도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은 판결은 1936년에 선고한 Duke of Westminster 사건이다. 그러나 영국 법원은 1980년대 이후 목적론적인 해석을 받아들여 세법규정을 탄력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대표적인 판결이 1982년의 Ramsay 사건이다. 그러나 영국 법원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영국 과세당국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불만스러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8년 영국 국세청은 일반적 조세회피 방지규정을 도입하기 위한 법률안을 제청했으나 의회의 반대에 직면하여 입법에 실패하게 되었다. 그러나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2010년 말부터 연구위원회를 구성하여 2011년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의회 논의를 거쳐 드디어 2013년 2월 세법 개정을 통하여 일반적 조세회피 규정(“GAAR”)을 세법에 전면 도입하였다. 이와 같이 제정된 영국의 GAAR은 총 10개 조항으로 구성되었고, 이와 함께 방대한 양의 지침서를 공포하여 매우 자세한 규정체계를 갖게 되었다. 15) 김석환, “조약편승과 실질과세원칙”, 조세학술논문집 제31집 제1호, 한국국제조세협회, 2018, p.240.
관련 주요 판례
- 1) Duke of Westminster 사건(1935)16)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세법의 문리해석에 치우친 Duke of Westminster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Westminster 공작은 많은 하인을 두고 있었다. 1935년 당시 영국 소득세법(British Income Tax Act)은 하인(가사 종업원)의 임금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종업원 보수 이외의 법적 의무에 따라 연간 지불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공제를 허용했다. 이러한 규정을 활용하기 위해 공작은 각 하인들과 약정을 맺고 7년간 연봉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동 금액은 약속을 맺은 하인들에게, 그들이 수행한 서비스와 관계없이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하였고 약속을 맺은 하인이 서비스를 수행한 경우 그 하인이 받을 수 있는 보수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한편 하인들은 해당 증서에 의해 그들에게 제공된 조항에 만족하였고, 임금보수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별도로 주장하지 않았다.
- 2) Ramsay 사건(1982)18) Duke of Westminster 사건 이후 납세자들은 보다 정교한 조세회피 전략을 활용하여 조세회피를 도모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들은 주로 현실적인 결과가 없는 순환(circular)거래 형식으로 고안된 것이 많았다. 그러자 1980년대 이후에는 법원도 Ramsay 사건 판결을 비롯하여 상당수 판결에서 목적론적인 해석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다단계거래와 같은 일반적 조세회피행위도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Ramsay 사건은, 농업회사인 Ramsay Ltd.가 특정 회계기간 동안 발생된 자본거래의 차익에 대하여 세금납부를 회피하기 위해 체결한 거래구조와 관련된 조세회피 사건이다. 이 사건의 거래구조는 인위적인 비용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로서, Ramsay는 동일한 금액의 대출계약 두 건을 새로 설립된 두 자회사와 체결하였는데, 한 건의 대출계약에 대해서는 이자율을 높일 수 있는 옵션을 두었고, 나머지 한 건의 대출계약에서는 이자율을 내릴 수 있는 옵션을 두었다. 계약이 체결된 후, 이러한 옵션이 Ramsay에 의해 행사되는 경우에 두 건의 대출계약에 대한 실질가치는 초기 계약시점의 가치에 비해 각각 증가하거나 감소하게 된다. 첫 번째 대출계약은 옵션을 행사하여 무이자로 상대방인 ‘자회사 1’에게 상환되었고, 그 직후 ‘자회사 1’의 주식이 제3자에게 매각되면서 무이자 상환에 상당하는 양도차손이 발생하였다. 두 번째 대출계약에 대해서는 이자를 당초 약정금액의 2배로 높여 상환하였는데 ‘자회사 2’는 동 대출계약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서 양도차익이 발생했다. 동 채권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당시 영국의 세법에 따라 비과세되었다. 이 과정에서 Ramsay는 ‘자회사 1’의 매각에 따른 양도차손을 주장하고 이를 이용하여 납부세액을 절감하려고 하였다. 영국 과세당국은 각각의 계약이 허위계약(sham)은 아니나, 계약을 전체적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그러한 계약은 과세목적상 효력이 없다고 보아 과세목적상 손실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영국 과세당국의 주장은 법원에 의해 수용되었다.
- 3) BMBF 사건(2004)19) Barclays Mercantile Business Finance(BMBF) Limited는 2004년, 북해지역의 거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공사를 하고 있던 Bord Gais Eireann(BGE)이라는 건설회사로부터 파이프라인을 약 9,120만 파운드에 인수한 후 다시 이 파이프라인을 BGE에 임대했다(sale-and-leaseback). 동 임대차 계약의 만료 시 BGE가 파이프라인을 BMBF로 반환해야 하는 의무는, BGE가 판매 대금을 Deepstream이라는 회사에 예치하여 담보로 제공한 보증에 의해 확보되었다. 이 계약의 자금흐름은 다음과 같다. 즉, BMBF는 모회사인 Barclays Bank로부터 파이프라인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했는데, BGE는 파이프라인 매각 대금을 수령한 후 Deepstream에 예치하였다. Deepstream은 다시 그 금액만큼을 다시 ‘Barclays Bank Finance Company Isle of Man Limited’라는 금융회사에 예금했고 이 회사는 다시 이 금액에 해당하는 현금을 Barclays Bank에 예치하였다.
영국의 성문법상 일반적 조세회피 방지제도의 주요 내용20)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영국은 2013년에 재정법(Finance Act 2013)의 Section 206~215에 일반적 조세회피 방지제도(GAAR)를 규정함으로써 동 제도를 성문화하였다. 영국 GAAR의 구성요소는, 첫째 조세혜택을 위해 특별히 고안한 세무계획이나 거래가 존재하고, 둘째 이로 인해 조세혜택(즉, 조세상의 이익)을 얻어야 하며, 셋째 이와 같은 세무계획이나 거래의 주요 목적이(또는 주요 목적 중의 하나가) 그러한 조세혜택을 얻는 것이다. 위와 같은 구성요소들은 또한 다음과 같이 객관적 요소와 주관적 요소로 구분할 수 있는데, GAAR 적용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심사와 주관적 심사를 단계적으로 모두 통과해야 한다.21) 여기서 객관적 심사(Object Test)란 납세자의 거래가 합리적인 행위(reasonable course of action)의 일환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과정인데 거래의 결과가 세법의 기본원칙이나 정책목적과 일관성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다. 즉, 조세혜택을 얻기 위해 부자연스럽고(contrived) 비정상적인(abnormal) 단계구조(steps)가 이용되었는지 여부 및 그 거래가 세법의 허점(shortcomings)을 부당하게 이용(exploit)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주관적 심사란 조세회피결과(abusive tax result)를 얻고자 하는 것이 납세자 거래의 주요 의도 또는 목적이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GAAR 규정에 따르면, ‘조세거래(tax arrangement)’란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조세상 이익을 얻는 것이 주요 목적이거나 주요 목적들의 하나라고 합리적으로 볼 수 있는 거래라고 규정하여 조세거래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상정하고 있다. 남용적 조세거래가 있는 경우 그 거래에서 생기는 조세상 이득은 (과세관청의) 경정(adjustment)의 대상이 되는데 그러한 경정은 정당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또한 최종적인 경정이 있는 경우 12개월 동안 납세의무자는 GAAR이 적용되는 조세에 관하여 그 취소 또는 감액경정을 구하는 청구를 할 수 있다. 20) 홍성훈ㆍ박수진ㆍ이형민, “주요국의 조세회피방지를 위한 일반규정 비교연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세법연구센터), 2016.12., pp.65-70. 21) 먼저 객관적 심사에서 부인(reject)되면 주관적 심사 없이 바로 GAAR을 적용할 수 있다.
납세자 보호 장치22)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국 내국세법상 GAAR 규정은 영국 법령 중에서 독특하고 잠재적으로 매우 강력한 법령이므로 GAAR 도입에 따르는 납세자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높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영국의 GAAR제도는 GAAR의 적용과 관련된 영국 국세청(HMRC)의 권한을 적정하게 한정하기 위한 납세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1) GAAR 적용 절차 영국의 경우, GAAR 지침에서도 명시된 바와 같이, 법령에 규정된 절차적 요건이 준수되지 않는 한 납세자의 거래를 부인하는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23) 국세청은 GAAR을 적용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여러 단계의 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우선 국세청 소속 지정 공무원은 다음 사항에 대하여 납세자에게 서면으로 통지를 해야 한다. - 세무공무원이 어느 특정거래가 조세혜택을 발생시키는 남용적 세무거래(abusive tax arrangements)라고 판단한 이유 - 세무공무원의 이런 지적에 대해 납세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 그 사유에 대해 통지 수령 후 45일 이내에 서면으로 답변을 제출할 것을 요청24) 만일 해당 납세자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관련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해당 공무원은 해당 사안의 처리를 ‘GAAR 자문 위원단’에게 의뢰한다. 또한, 해당 의뢰 사실을 납세자에게 통지하여 해당 납세자가 21일 이내에 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다.25) 한편 해당 사건이 ‘GAAR 자문 위원단’에 접수되면 다음 단계로서 ‘GAAR 자문 위원단’의 소위원회(sub-panel)는 해당 사안을 심사한 후 다음 사실을 포함한 종합 의견서(combined opinion)를 작성한다. -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해당 세무 거래(tax arrangements) 개시 및 이행은 해당 조세 규정에 관련된 합리적인 행위 과정이라는 점 -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해당 세무 거래(tax arrangements) 개시 및 이행은 해당 조세 규정에 관련된 합리적인 행위 과정이 아니라는 점 또는 - 검증(review)이 불가능하다는 점26) ‘GAAR 자문 위원단’의 소위원회가 최종 의견을 제공한 후 해당 공무원은 이를 참고하여 해당 사건에 대해 과세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만일 과세하는 것으로 결정을 한다면 조세혜택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만약 가능하다면, 이의신청 방법까지도 포함하여 이에 대한 최종 통지를 할 수 있다.27) 22) Anna Burchner, Jeremy Cape, and Matthew Hodkin, United Kingdom branch report, “Anti-avoidance measures of general nature and scope – GAAR and other rules”, Volume 103a, Cahiers de Droit Fiscal International, IFA, 2018, pp.825-828. 23) HMRC GAAR Guidance, C6. 5.1.(FA 2013, S. 209(6)(a) 요약). 24) FA 2013, Schedule 43, 제3-4항. 25) FA 2013, Schedule 43, 제5-7항. 26) FA 2013, Schedule 43, 제10-11항. 27) FA 2013, Schedule 43, 제12항.
- 2) GAAR 자문 위원단(Advisory Panel) 및 의견 GAAR 자문 위원단은 국세청과는 독립된 기관으로서 그 역할은 GAAR이 적용될 수 있다고 국세청이 판단한 사안에 대한 서면으로 의견을 제공하는 것이며 후술할 GAAR 지침을 승인하는 것이다. GAAR 적용 가능성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GAAR 자문 위원단이 하지 않으나, 국세청이 우선적으로 GAAR 자문 위원단에게 GAAR 관련 사건에 대한 검토를 의뢰한다는 것은 GAAR 자문 위원단이 매우 중요한 필터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GAAR 자문 위원단의 의견은 국세청에게 부여된 세무거래의 남용성(abusiveness) 및 거래부인 조치의 정당성과 합리성28)을 입증하여야 하는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 또한 납세자의 조세법원을 통한 불복권리(right of appeal)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영국의 조세법원은 GAAR 자문 위원단의 의견을 고려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GAAR 자문 위원단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GAAR 자문 위원단은 현실적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왜냐하면 GAAR 자문 위원단이 설립된 이래 구체적 사건에 대해 의견을 제공한 것은 지금까지 1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29) 28) FA 2013,S.211(1). 29) GAAR의 효력 발생 후 4년이 지난 2017년 8월 3일에 처음으로 의견을 제공하였다.
- 3) GAAR 지침(GAAR Guidance) 국세청에 의해 작성되고 GAAR 자문 위원단에 의해 승인되는 GAAR 지침은 영국의 GAAR 제도의 정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GAAR 지침의 제정 목적은, 첫째로 GAAR이 달성하고자 하는 바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는 것이고, 둘째로 GAAR 해석 및 적용을 함에 있어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GAAR 지침이 중요성을 갖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법원은 어떤 경우든지 GAAR의 적용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해당 세무거래 시 GAAR 자문 위원단이 승인한 GAAR 지침의 내용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법규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30) 일반적으로, 법령의 규정 이외의 지침(HMRC 자체 발행 지침 포함)은 HMRC의 행정에 대해 구속력이 없으나, 남용적 거래 및 비남용적 거래에 대한 GAAR 지침과 함께 GAAR 자문 위원단이 제공한 의견 등에 대해 법원도 이를 참고하도록 의무가 부여 되는 경우, 동 지침은 사실상 상당한 구속력을 갖게 된다. 30) FA 2013, S. 211(2) 및 국세청 GAAR Guidance, A4.
캐나다
개요
캐나다는 앞에서 언급한 영국의 Duke of Westminster 사건(1935)의 전통이 영국의 법원에 미친 영향보다 더 큰 영향을 캐나다 법원에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캐나다의 수많은 국내법상의 조세회피행위는 물론 조약편승의 사례에서 법원은 시종일관 엄격해석의 원칙을 견지하였고 이러한 태도는 1988년 캐나다 행정부와 의회가 소득세법에 GAAR을 도입한 후에도 지속되었다. 즉, GAAR 도입 전의 캐나다 판례의 태도는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없다면 거래를 수행하는 납세의무자의 목적은 고려할 수 없다는 원칙을 견지하였다. 심지어 어떤 거래가 오로지 조세상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만 행해졌다 하더라도 그 거래가 법령의 요건을 따른 경우라면 그러한 사실만으로 조세상 혜택을 부인할 수 없다는 원칙을 채택하였던 것이다. 또한 캐나다 대법원은, ‘일련의 연속하는 거래들에 대해 구체적 부인규정이 없다면 그 거래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행해졌다는 전제에서 세법상 효과가 주어져야 한다’라고까지 설시한 바도 있다. 영국이 1982년 Ramsay 사건을 기점으로 목적론적 해석 원칙을 수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는 여전히 엄격한 문리해석의 원칙을 고수하였던 것이다. 캐나다가 다른 나라들보다 우선적으로 1985년에 GAAR을 도입한 데에는 이러한 사법전통에 대한 행정부와 의회의 반작용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31) 31) 김석환, 앞의 논문, pp.244-245.
관련 주요 판례
- 1) Trustco 사건(2005) 32) ‘Canada Trustco’라는 회사가 Transamerica Leasing Inc.(TLI)로부터 트레일러를 공정시가인 $1.2억($23백만 + A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 $97백만)에 구입한 다음, MAIL이라는 영국회사에게 판매 option과 함께 임대를 해주었다. MAIL은 이를 다시 트레일러의 원 소유자인 TLI사에 재임대를 주고, TLI사는 MAIL사에 지불할 임대료 전액($1.2억)을 선지급하였다. 다음 날 MAIL은 TLI로부터 받은 선급금 중 A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97백만)에 해당하는 금액을 A은행에 예치했다. 그리고 TLI로부터 받은 선급금 중 예치금을 제외한 잔액은 A은행의 계열사인 RBS Jersey를 통하여 Ontario 주정부의 채권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고 동 채권에 대해서는 Canada Trustco에 질권을 설정하도록 하였다. 이는 리스종료 시 대상자산을 Trustco에게 반환하는 의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Trustco는 MAIL로부터 받게 되는 임대료의 수취 권리를 A라는 은행에게 양도함으로써 자신이 은행에게 매월 지급해야 하는 원리금 상환 의무와 상계하였다. Trustco는 또한 MAIL이 A은행에게 직접 임대료를 지급하도록 지시를 하였다. 그 결과 A은행은 MAIL로부터 직접적으로 임대료를 수령하였다. 이러한 거래들을 통해 Canada Trustco는 경제적 위험(신용위험)을 제거하였으나 세무신고 시에는 해당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손금산입하였다. 또한 A Bank에게 지급하는 이자에 대해서도 손금산입을 하였다. 그 결과 Trustco는 리스수수료 이익을 초과하는 비용공제를 받을 수 있었고 이를 이용해 다른 사업으로부터 발생하는 과세소득을 줄일 수 있었다. 32) https://scc-csc.lexum.com/scc-csc/scc-csc/en/item/2288/index.do(접속일자 : 2021.6.13.)
- 2) SFC 사건33)과 Mathew 사건34) (2005) (가) OSFC 사건의 사실관계 1990년대 초, Standard Trust Company(STC)는 Mortgage 담보 대출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캐나다의 부동산 시장의 붕괴와 함께 STC는 부실화되었다. Ernst & Young(E&Y)은 청산인으로 임명되어 STC의 Mortgage 포트폴리오를 판매하고 미실현 세금 손실을 보존하기 위한 계획을 고안했다. STC는 자회사(1004568)를 설립하고, STC가 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자회사(1004568)가 1%의 지분을 보유한 STIL Ⅱ 파트너십을 만들었다. STC는 Mortgage 포트폴리오를 STIL Ⅱ 파트너십에 현물출자했다. 당시의 Canada 소득세법의 Subsection 18(13)에 따르면 현물출자 시 양도인에게 발생한 손실은 세무상 상계가 허용되지 않았고, 특수관계자인 양수인에게는 양도되는 재산의 기준 원가에는 가산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STIL Ⅱ 파트너십은 Mortgage를 양수받을 당시 시장 가치는 약 C$33백만이었지만, 세무상 원가는 양도자의 손실을 반영하여 C$85백만이 되었다. OSFC는 STIL Ⅱ 파트너십으로부터 Mortgage를 인수하였는데, 오랜 협상과 상당한 실사 끝에 동 Mortgage를 현금 C$17.5백만에 인수하고 Mortgage의 후속 처분성과에 따라 정산액을 추후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향후 실현되는 세무상 손실 공제액에 비례하여 최대 C$5백만 만큼의 보상금을 STIL Ⅱ 파트너십에게 지급하기로 하였다. 그 후, OSFC는 Mortgage의 99%의 지분을 SRMP 파트너십에 매각하여 C$3.5백만의 현금과 SRMP 파트너십 수입 배분권의 81%와 손실 배분권의 25%를 받기로 하였다. 1993년에 SRMP 파트너십은 C$52백만이 넘는 금액의 세금 손실이 발생하여 이를 손금산입했으나 캐나다 국세청은 OSFC의 손실 지분액(약 C $12.5백만)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세법원도 국세청의 손금부인을 지지하는 결정을 했으며 OSFC는 연방법원에 항소하였다. 33) https://www.scc-csc.ca/case-dossier/info/sum-som-eng.aspx?cas=30067(접속일자 : 2021.6.13.) 34) https://scc-csc.lexum.com/scc-csc/scc-csc/en/item/2289/index.do(접속일자 : 2021.6.13.)
캐나다 GAAR 규정의 세부 내용35)
35) https://www.canada.ca/en/revenue-agency/services/forms-publications/publications/ic88-2/general-anti-avoidance-rule-section-245-income-tax-act.html(접속일자 : 2021.6.13.)
- 1) 소득세법 Sec. 245의 구성 (가) 제1항 ① 용어의 정의 : 주요 개념인 거래(transaction), 과세상 혜택(tax benefit), 최종 과세금액(tax consequences)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다. ② 적용범위 : 일련의 다단계거래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제2항 : 조세회피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부인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다) 제3항 : 조세회피거래(avoidance transaction)의 요건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라) 제4항 : 제2항의 적용요건(범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마) 제5항~제8항 : 세액결정 시 유의사항, 수정이 요구되는 사항, 예외(exception)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 2) 소득세법 Sec. 245 제2항 Sec. 245는 GAAR 규정의 핵심이 되는 조항으로서, 문제의 행위가 조세회피거래(avoidance transaction)에 해당한다면, 해당 행위에 따른 과세상 혜택(tax benefit)을 부인하여 합리적으로 과세액(tax consequences)을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동 조항은 GAAR과 SAAR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는바, 일반적으로 특정 유형의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된 SAAR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한편 SAAR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GAAR인 소득세법 Section 245가 적용된다. 또한 소득세법 Section 245는 GAAR이기 때문에 조세조약에도 적용된다.
- 3) 소득세법 Sec. 245 제4항 소득세법 Section 245 제4항은, GAAR 규정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소득세법 Section 245 제2항의 적용요건(범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세법 규정을 악용하지 않았거나 또는 세법규정의 전체 체계에 비추어 볼 때, 남용으로 볼 수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소득세법 Section 245 제2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결국 소득세법 Section 245 제2항은, 아래의 2가지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① 경제적 유인에 기초한 경영상의 목적이 없거나 또는 과세상 혜택만을 취하려는 목적이 있는 행위 ②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세법 규정을 악용하거나 남용하는 경우
납세자 보호 장치36)
캐나다는 GAAR에 필연적으로 내재된 불확실성을 우려하여 납세자 권리를 확실하게 세법에 규정하고 GAAR의 과도한 적용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상황으로부터 납세자 권리를 보호할 목적으로 다음과 같은 장치를 마련하였다. 36) Byron Beswick and Anu Nijhawan, Candadian branch report, “Anti-avoidance measures of general nature and scope – GAAR and other rules”, Volume 103a, Cahiers de Droit Fiscal International, IFA, 2018, pp.234-237.
- 1) 실질적 보호조치(Substantive Safeguards) 캐나다의 국세부장관은 소득세법상37) 통상적인 과세 과정을 통해 대상 납세자에게 적용되는 GAAR을 근거로 하는 과세 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권한만을 가지며, 과세는 법원의 심사 대상이다. GAAR의 적용 전에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 실체적 요건이며, 이러한 요건이 중요한 납세자 보호조치를 제공한다고 법원은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조세회피거래” 존재 요건에 따르면 절세목적 이외의 동기에 기반한 거래가 GAAR의 적용대상이 아님을 GAAR 조항은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GAAR이 소득세법에 처음 도입되었을 때 해당 규정이 지나친 모호성으로 인해 사실상 효력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 법규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의 불확실성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법원에 의해 이루어진 ‘일관성 있는 GAAR의 해석 및 적용’을 통해 해소되었다. 다시 말해, 법원은 GAAR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한 심사를 수행하면서 Subsection 245(4)상의 GAAR 규정상 ‘오용이나 남용의 판단기준’을 입법적 목적에 대한 조사라고 규정하여 GAAR 규정의 적용에 따른 불확실성을 간접적으로 통제하였다. 37) Subsection 245(7).
- 2) 행정적 보호조치(Administrative Safeguards) GAAR 적용과 관련된 캐나다 국세청의 행정적 관행은 GAAR 위험이 존재할 수 있는 일부 분야에서 실질적 확실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GAAR을 적용해야 하는 법률적 요건은 없지만, 국세청은 정보회람(information circular),38) 다양한 기술적 해석 및 국세청이 GAAR 적용 대상 여부를 판단한 거래 유형의 실례에 관한 예규를 발간하였다. 비록 이러한 발간 내용이 국세청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39) 세무관행의 일관성 제고 및 불확실성의 감소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 하나의 납세자에 대한 절차적 보호 장치로서 GAAR 위원회를 들 수 있다. 동 위원회는 비록 법률에 근거하지 않으나 하나의 국세청 자문기구로 1988년에 설립되었고, 국세청, 재무부 및 법무부의 공무원들로 구성된다.40) GAAR 위원회는 사전조세예규(advance tax rulings) 생성과정뿐만 아니라, 세무조사 결과 과세추징을 하는 과정에서도 GAAR 규정의 적용을 검토함으로써 개별 사안에서 적절하고 공평한 GAAR이 적용되도록 하고 나아가 캐나다 전역에서 GAAR 규정의 일관적 적용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비록 GAAR 위원회의 권고사항이 국세청에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동 위원회를 통한 포괄적이고 전문적인 검토를 통해 특히 선례가 없는 사안에 대해 중요한 과세판단 근거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납세자 권리 보호를 위한 일반적 장치들도 GAAR 규정 적용과 관련된 납세자 권리 보호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면, 캐나다 국세청은 납세자 권리장전(Taxpayer Bill of Rights)을 발간하였는데41), 이 권리장전은 비록 법적 효력은 없으나 납세자 권리 보호를 위해 중요한 지침을 제공한다. 납세자 권리장전은 5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규정에 따르면, 납세자들은 “법률이 요구하는 이상도 이하도 아닌 세금을 납부”할 권리를 가진다. 또한 납세자 비밀유지, 국세청 세무조사 권한의 법적시효 및 변호사-의뢰인 특권(solicitor-client privilege)의 실체적인 법률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행정조치가 이들 규정에 포함되어 있다. 38) 정보회람 88-2, 일반조세회피 규정 – 소득세법 Section 245(1988.10.21.) 및 보충서 1의 88-2(1990.7.13.). Income Tax Technical News 제22호 (2002.7.11.) 참조. 39) 그러나 사전조세예규는 예규 수령자인 납세자와 명시된 거래에 대해서는 국세청에게 구속력을 가진다. 40) Patrick Boyle, Sharon Gulliver, Jerry Lalonde, Anne-Marie Levesque 및 Paul Lynch, “GAAR 위원회: 착각과 현실,” 54번째 조세회의 절차에 대한 보고서, 2002년 회의 보고서 (Tronto : 캐나다 조세재단, 2003년), 10:1-20. 41) http://www.국세청-arc.gc.ca/E/pub/tg/rc4417/rc4417-12-13e.pdf에서 열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