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들어가며
국내 한 IT기업 창립자가 2016년 사회혁신 기업가를 지원하는 A공익법인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주식을 약 1만주를 기부하였다. A공익법인은 해당 주식에 대해서 취득한 시점의 시가 95,500원 기준으로 기부금영수증을 발행하였다. 이후 A공익법인은 여러 차례 걸쳐 평균 약 85,000원대에 주식을 모두 처분하였고, 기부하였을 때보다 주가가 떨어졌으므로 납부할 법인세가 없다고 신고를 하였다. 하지만 국세청의 판단은 달랐다. 주식을 기부받았을 때라는 시점이 아니라 기부자가 주식을 취득했을 당시(액면가 500원)를 과세 기준으로 삼고, 매각한 차액을 재계산해 법인세를 추징하겠다고 A공익법인에 통보하였다. 국세청은 과세기준자문을 통해 공익법인이 일반개인으로부터 현물을 기부받아 취득했을 때 기부받은 현물의 장부가액은 기부자가 최초 취득한 가액으로 본다는 해석을 내놓았고, 국세청 감사반은 이를 근거로 A공익법인에 과세하였으며, A공익법인은 불복절차를 진행 중이다. 쟁점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72조의 제2항 5의 3, 공익법인이 기부받은 자산에 대한 세법상 해석으로 조문 내 괄호 안에 있는 ‘사업소득과 관련이 없는 자산(개인인 경우만 해당한다)의 경우에는 취득 당시의 「소득세법 시행령」 제89조에 따른 취득가액을 말한다’에서 취득 당시의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이번 핫이슈에서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72조 제2항 5의 3의 개정 당시 입법취지와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주장을 실무에 적용함으로써 올바른 해석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쟁점조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법인세법시행령 제72조 【자산의 취득가액 등】
본 건에서 납세자와 과세관청이 다투고 있는 쟁점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72조 제2항 5의 3에서 괄호 부분 ‘사업소득과 관련 없는 자산을 개인이 공익법인에 기부할 때 공익법인은 그 취득가액을 개인의 최초 취득가액으로 계상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익법인이 취득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계상해야 하는지?’이다. 납세자는, 조문해석상 취득의 주체인 공익법인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따라서 공익법인이 취득한 취득 당시 가액이 공익법인의 장부가액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공익법인의 상장주식 취득가액은 기부 당시 시가 95,500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반면, 과세관청은 취득의 주체는 개인이며, 개인의 취득가액인 액면가 500원이 취득가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② 법 제41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자산의 취득가액은 다음 각 호의 금액으로 한다. <개정 2010.12.30.>
- 5의 3.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른 공익법인 등이 기부받은 자산 : 제87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특수관계자 외의 자로부터 기부받은 법 제24조 제1항에 따른 지정기부금에 해당하는 자산(제37조 제1항에 따른 금전 외의 자산만 해당한다)은 기부한 자의 기부 당시 장부가액[사업소득과 관련이 없는 자산(개인인 경우만 해당한다)의 경우에는 취득 당시의 「소득세법 시행령」 제89조에 따른 취득가액을 말한다]. 다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증여세 과세가액에 산입되지 아니한 출연재산이 그 후에 과세요인이 발생하여 그 과세가액에 산입되지 아니한 출연재산에 대하여 증여세의 전액이 부과되는 경우에는 기부 당시의 시가로 한다.
3. 과세관청 및 납세자의 주장과 해석
(1) 입법취지
쟁점조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1년 3월 31일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과 입법취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개정에서 선의의 기부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지정기부금도 법정기부금으로 동일하게 장부가액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법인세법 시행령 제37조가 개정이 되었다. 이에 따라 기부받는 공익법인의 자산 취득가액도 장부가액으로 일치시키기 위해 시행령 제72조 제2항 5의 3이 신설되었다.
기획재정부에서 발간한 2010 간추린 개정세법 제198쪽에서 해당 조문의 개정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개정이유
세금이 선의의 기부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지정기부금도 법정기부금과 동일하게 장부가로 평가, 다만 특수관계자를 통한 편법상속, 증여소지 차단을 위해 특수관계자에 대한 기부는 현행대로 시가로 평가 지정기부금이 장부가로 평가되므로 이를 기부받는 공익법인 등의 자산 취득가액도 장부가로 일치시킴.
쟁점조문이 법인의 취득가액과 기부자의 기부가액을 일치시키기 위해 개정한 규정인데 장부가 없는 일반 개인의 경우에는 기부 당시 장부가액을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영하여 개인기부에 대해서는 괄호의 단서규정을 둔 것이고, 사업소득과 관련 없는 자산의 경우 개인의 기부 당시(법인의 취득 당시) 가액으로 평가하도록 한 것이다.
2010년[대통령령 제22577호, 2010.12.30., 일부개정] | 2011년 [대통령령 제22812호, 2011.3.31., 일부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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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조 【기부금의 가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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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조 【기부금의 가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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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조 【자산의 취득가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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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조 【자산의 취득가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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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체 조문상 해석
납세자는 쟁점조문과 함께 있는 다른 조문을 비교해보면 취득의 주체는 공익법인이라 주장한다. 쟁점조문의 모법에 해당하는 법인세법 제41조는 ‘내국법인이 취득한 자산의 취득가액’으로 표현하고 있고 쟁점규정이 속한 법인세법 시행령 제72조 제2항은 ‘법 제41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자산의 취득가액’으로 표현하며 같은 항 6호는 ‘취득 당시의 시가’로 표현한다. 따라서 전체 조문상 법인세법 제41조와 그 하위규정(쟁점규정을 포함)에서 자산 취득의 주체는 내국법인으로 일관되게 해석된다. 반면, 과세관청은 쟁점조문에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른 취득가액임을 명시하고 있고 소득세법은 개인에게 적용되는 규정으로 개인기부자 기준에서 취득가액을 결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쟁점조문상 소득세법 시행령은 평가를 위한 참조규정일 뿐, 소득세법을 인용하였다 하여 취득주체가 개인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 쟁점조문 내에서 주식에 대한 평가는 최종적으로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를 준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3) 기부금영수증상 해석
과세관청은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63호의 3 기부금영수증 서식상 작성방법에서 개인이 사업소득과 관련 없는 자산을 기부한 경우 개인의 최초 취득가액으로 평가한다는 근거를 들어 쟁점조문에서 취득의 주체는 개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납세자는 기부금영수증 작성방법은 쟁점규정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 서식상 오류라고 주장한다. 실무에서 공익법인과 관련된 서식에서는 오류가 종종 발견되고 있다. 공익법인 관련 서식의 경우 타 세법과 달리 세액 계산 목적이 아닌 단순 보고를 목적으로 작성하는 서식이 대부분이다 보니 오류가 있어도 발견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2019년 3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 개정에서 과거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서식에서 기부금을 분류하는 방식에 대한 오류 수정이 이루어졌다. 2016년 3월 21일에 시행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 제31호 서식은 아래와 같다. 기부금을 분류하는 란에 있어서 각기 다른 기준으로 분류를 하게 되어 있다. 예컨대, 개인이 본인의 자전거를 모금행사에서 기부한다고 하면 어느 칸에 분류해야 하는지 기준을 잡을 수가 없다.
이와 같은 문제가 지적이 되었고, 2019년 3월 20일 시행된 개정 서식에서는 아래와 같이 기부물품을 별도의 항목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개정이 이루어졌다.
한편, 2021년에 시행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 별지 제31호 서식 부표1, 기부금품의 수입 및 지출 명세서상에는 기본순자산 차감방식에서 서식상 오류가 발견되었다.
해당 서식은 2020년도 정의기억연대 맥줏집 지출로 잘 알려진 서식으로, 실무자들이 서식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식이다. 아래와 같이 실제 홈택스 입력화면에서 들어가 보면 기본순자산 편입액이 이월잔액에서 차감됨을 알 수 있다.
이는 명백한 서식상 오류이다. 공익법인에서 기본순자산(기본재산)과 보통순자산(보통재산)은 주무관청이 공익법인의 재산 관리를 위해 구분하는 분류방식이다. 기본재산의 경우 주무관청의 처분허가 없이는 사용하거나 변경할 수 없지만, 보통재산의 경우 허가절차 없이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서식에 있는 기본순자산편입의 개념은 보통재산을 기본재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영리법인에서 주식발행초과금이나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입하는 것과 같은 자본 내에서의 변동과 유사한 개념으로, 실제 재산의 변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식에는 기본순자산의 편입이 실제 재산의 변동이 일어난 것처럼 나타나는 오류가 있다.





4. 세법의 적용
(1) 사례분석
과세관청의 해석과 납세자의 해석방식을 실무에 적용하면 입법 취지와 올바른 해석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사례 1 : 기부자 A씨는 본인이 20년 전에 1억원에 구입한 자동차(현재 시세 2백만원)를 X재단에 기부함. X재단은 해당 차량을 기부받은 즉시 매각함.
과세관청과 같이 취득의 주체를 기부자로 해석하면, X재단은 A의 최초 취득가액 1억원으로 장부가액을 계상하여야 한다. 해당 중고차를 기부받은 즉시 시가인 2백만원에 매각한다면 유형자산 처분손실 98백만원을 장부에 계상하여야 한다. 납세자 해석에 따라 취득의 주체를 법인으로 볼 경우 X재단은 A가 기부할 당시 시세인 2백만원으로 장부가액을 인식한다. 기부받은 즉시 매각하여 2백만원을 수령하였고 처분손실을 인식하지 않게 된다.
사례 2 : 기부자 A씨는 10년 전에 100만원에 구입한 K사 주식을 X재단에 기부함. 현재 K사는 관리대상 종목으로 주가는 1만원임.
과세관청의 해석대로라면 쟁점사건과 같이 주식가액이 기부자가 취득할 때보다 상승한 경우 과세할 소득이 발생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가가 하락한 경우라도 기부자가 최초 취득한 가액으로 공익법인은 장부가액을 계상하여야 한다. 이 경우 기부자가 보유하며 하락한 가치가 공익법인에 이전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만약, 다른 과세소득이 있다면, 결손금이 차감되는 효과로 전체 과세소득이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한다. 아래의 표와 같이 배당소득 100만원이 있을 경우 과세관청의 해석대로라면 처분손실 99만원이 차감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과세관청 해석 | 납세자 해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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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소득 : 100만원 처분손실 : (99만원)[1- 100만원] 각 사업연도 소득 : 1만원 | 배당소득 : 100만원 : 100만원 처분손실 : 0원[1 - 1만원] 각 사업연도 소득 : 100만원 |
(2) 현업 사례
<아름다운가게> 중고물품을 기부받아 판매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가게는 중고물품의 평가와 기부금영수증 발행에 대한 합리적인 절차를 구축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품목별로 최근 판매 평균가액을 시가로 산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부물품에 대해 평가해 기부금영수증을 발행하고 있다. 만약 과세관청의 해석을 적용하면 기부자는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는 중고물품에 대해서 얼마에 취득하였는지 소명하게 해야 한다. 소명하지 못한다면 기부물품의 가액을 ‘0’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하지만 기부금영수증은 소득세법에 따라 시가대로 발급하며 결과적으로 기부금영수증 발행과 공익법인의 장부가가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편, 현업에 있는 전문가들은 과세관청의 해석대로 기부자에게 중고물품을 과거 얼마에 취득했는지 소명하라고 할 경우 현물기부가 크게 위축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건희재단(설립예정)> 최근 삼성그룹의 故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약 1만 3천여 점의 미술품을 미술관과 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하였다. 과세관청의 해석을 적용할 경우 유족들은 기부하는 모든 물건에 대해 취득가액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기부금영수증은 소득세법에 따라 시가(감정평가액)로 발급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5. 결 론
과세관청은 2021년 5월 28일 국민일보 기사를 통해 쟁점조문이 법개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하였다. 상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쟁점조문의 경우 개인기부에 대한 취득가의 입증이 어려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 개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과세관청의 주장대로라면 저소득층ㆍ독거노인을 위해 기부하는 쌀이나 라면과 같은 부식류, 중고피아노, 그리고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마스크 기부 등 기부자는 모두 본인이 얼마에 취득하였는지에 대해 소명하며 기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과세관청 또한 매각차익에 대한 정확한 계산을 위해 개인의 취득가액을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쟁점조문상 취득의 주체는 공익법인이어야 하며, 개인의 현물기부에 대해 공익법인이 장부에 기록해야 할 취득가액은 개인의 기부 당시(공익법인의 취득 당시)의 가액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