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금액변동통지서의 처분성과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대상 해당 여부에 관하여

1. 들어가며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법인의 소득을 결정 또는 경정결정하면서 그 소득의 귀속자가 있는 경우 그에 대해 소득처분을 함으로써 해당 법인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 소득금액변동통지서도 조세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원천징수의무자가 항고소송을 통해 그 내용의 적법 여부를 다툴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소득금액변동통지 내용에 이의를 갖는 원천징수의무자는 원천징수 미이행에 따른 과세관청의 징수처분이 있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소득금액변동통지서의 내용을 즉시 다툴 수 있다는 점에서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소득금액변동통지서가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판결이 나와 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안의 개요
원고법인은 원고법인의 임원으로부터 자기주식을 1주당 29,229원에 매수하였다(이 사건 주식매매). 원고법인의 관할 지방국세청장은 원고법인에 대한 주식변동조사 실시 결과 이 사건 주식의 시가를 11,691원으로 평가하고 이 사건 주식매매가 특수관계자로부터 고가매입한 것이라고 하여, 2016.5.12. 이 사건 주식매매가격과 주식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을 원고법인의 익금으로 산입하고, 같은 금액을 해당임원에 대한 상여로 소득처분하는 내용으로 원고법인에게 소득금액변동통지(이하 “본건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원고법인은 본건소득금액변동통지에 따라 그 다음 달 10일까지 원천징수분 근로소득세에 대한 신고 및 납부를 하여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원고법인의 관할세무서장은 2017.9.28. 원고법인에 대하여 원고법인이 이행하지 않은 원천징수분 근로소득세 등의 과세예고통지를 하였다(이하 “본건 과세예고통지”). 원고는 2017.10.16. 위 과세예고통지를 송달받고 2017.11.15.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였는데 불채택되었고, 2018.1.29.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근로소득세 및 가산세가 부과고지되었다(이하 “본건 징수처분”). 원고는 이 사건 주식매매가 고가매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실체적인 주장 외에 소득금액변동통지는 납세고지와 같은 과세처분이므로 사전에 과세예고통지를 하여 납세자로 하여금 과세전적부심사의 절차를 거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이 사건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이러한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주지 않은 중대명백한 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본건 소득금액변동통지 및 그에 후속하는 절차인 본건 징수처분도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3. 관련 규정
대상사안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인 과세예고통지 및 과세전적부심사에 관한 구 국세기본법 및 동법 시행령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 구 국세기본법1) 제81조의 15 【과세전적부심사】
-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통지를 받은 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지를 한 세무서장이나 지방국세청장에게 통지 내용의 적법성에 관한 심사[이하 이 조에서 “과세전적부심사”(課稅前適否審査)라 한다]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법령과 관련하여 국세청장의 유권해석을 변경하여야 하거나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국세청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
- 1. 제81조의 12에 따른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서면통지
- 2.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과세예고통지
-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2) 제63조의 14 【과세전적부심사의 범위 및 청구 절차 등】
- ② 법 제81조의 15 제1항 제2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과세예고통지”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 중략 …)
- 3. 납세고지하려는 세액이 1백만원 이상인 과세예고통지
1) 2018.12.31. 법률 제16097호로 일부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같음.
2) 2017.2.7. 대통령령 제27833호로 일부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같음.
4. 소송의 경과
(1) 제1심[(서울행법2019구합54863, 2020.04.14.) 판결]
제1심 법원(서울행정법원)은 소득금액변동통지서가 단순히 통지가 아니라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세관청의 행위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조세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인용하면서,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에 대하여 원천징수하는 소득세에 대한 납세고지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과세전적부심사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과세관청이 본건 소득금액변동통지에 앞서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은 것은 중대하고 명백한 절차적 하자에 해당하여 본건 소득금액변동통지 및 그에 후속하는 본건 징수처분은 모두 무효에 해당한다고 하여 원고법인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제2심[(서울고법2020누40688, 2020.10.16.) 판결]
제2심 법원(서울고등법원)에서는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법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제2심에서는, 과세전적부심사의 대상이 되는 ‘납세고지하려는 세액이 100만원 이상인 과세예고통지’에서 ‘납세고지’는 ‘특정한 세액의 납부를 고지’하는 것, 구체적으로는 과세관청이 납세의무자에게 ‘과세처분이나 징수처분으로 특정한 세액의 납부를 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소득금액변동통지서는 소득자에게 소득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의제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일 뿐 원고에게 과세처분이나 징수처분으로 특정한 세액의 납부를 고지하는 것이 아니므로 “납세고지”에 해당하지 않아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천징수하는 소득세는 소득금액의 지급 또는 지급의제 시에 납세의무가 성립함과 동시에 확정되는 자동확정방식이므로 납세의무의 확정에 있어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이나 징수처분과 같은 절차가 개재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특히 제2심에서는 제1심의 인정사실에 더해 본건 소득금액변동통지 이후 과세관청이 본건 징수처분을 하면서 원고법인에게 사전에 과세예고통지를 하였으므로 필요한 조치를 적법하게 이행하였다는 점을 명시하면서 이 사건 일련의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3) 대상사안 : (대법원2020두52689, 2021.04.29.) 판결
대법원은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납세의무를 확정하는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부과고지의 효력을 갖는 납세고지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소득처분의 내용 중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이행과 관련된 사항을 기재하여 원천징수의무자에게 통지하는 것으로서 과세관청이 세금을 징수하기 위하여 세액 등 세금의 납부와 관련된 사항을 법정의 서류(납세고지서)로 납세자에게 알리는 납세고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과세전적부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5. 소득금액변동통지서가 조세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의 조화로운 해석
제1심과 제2심ㆍ대법원은 소득금액변동통지서가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세관청의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조세행정처분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2002두1878, 2006.04.20.)을 공통적으로 인용하고 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이 과세관청의 소득처분과 그에 따른 소득금액변동통지가 있는 경우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은 소득금액변동통지서를 받은 날에 그 통지서에 기재된 소득의 귀속자에게 당해 소득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의제되어 그때 원천징수하는 소득세의 납세의무가 성립함과 동시에 확정되고,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으로서는 소득금액변동통지서에 기재된 소득처분의 내용에 따라 원천징수세액을 그 다음 달 10일까지 관할 세무서장 등에게 납부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며, 만일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가산세의 제재를 받게 됨은 물론이고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세관청의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조세행정처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는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이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받은 내용에 대해서 다투기 위해서는 그 다음 달 10일까지 해야 하는 원천징수신고 및 납부를 하지 않은 후 과세관청에서 원천징수불이행에 따른 원천징수세액과 가산세 상당액을 부과고지하면 이에 대해 다툴 수 있을 뿐이었다. 납세자가 소득금액변동통지의 내용이 위법하다는 점을 다투고 싶어도 바로 다투지 못하고 가산세까지 부담하면서 과세관청이 부과고지를 할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다툴 수 있었던 것이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세법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위와 같은 현실적 불합리함을 개선함으로써 납세자의 권익구제에 기여하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현재까지 다수의 판례에서 납세자의 권익구제에 있어 자주 원용되고 있다. 그런데 대상사안의 결론에 따르면 소득금액통지서는 조세행정처분에 해당하지만 과세행정처분의 사전권리구제방법인 과세전적부심사의 청구대상에는 해당하지 않게 된다. 대상사안(제2심 포함)에서는 “납세고지하려는 세액이 1백만원 이상인 과세예고통지”라는 문구에서 “납세고지” 부분을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데, 소득금액변동통지서가 납세자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조세행정처분에 해당하여 그 자체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전원합의체 판례의 취지와 배치되는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제2심의 판단내용에 따르면 본건 소득금액통지 이후 본건 징수처분에서 과세예고통지를 하였으니 절차상 위법이 없다고도 판단하고 있는데 이러한 판단 부분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과세전적부심사라는 것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과 같은 일반적인 행정처분에 대한 불복절차가 아니라 처분을 하기 이전 단계에서 그 적법성을 따져볼 수 있도록 세법에서 특별히 정하고 있는 절차이긴 하다. 그러나 제1심 판결에서도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사전구제절차로서 과세전적부심절차가 갖는 기능 등을 고려할 때 국세기본법에서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없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이상 그러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실질적으로 과세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대해 일반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대상사안에 적용되었던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5는 2018.12.31. 법률 제16097호로 개정되어, “납부고지하려는 세액이 100만원 이상인 경우”에 “과세예고통지”를 하여야 한다고 정한 후 이 “과세예고통지”에 대해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조문이 전체적으로 정비되었다. 구법에서는 과세예고통지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납세고지하려는 세액이 1백만원 이상인 과세예고통지”를 과세전적부심사대상으로 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국세기본법 개정으로 과세예고통지가 납부고지에 앞서 필수적인 절차라는 점이 법문상 명확해진 것이다. 과세관청이 세금을 부과하기 이전에 납세자에게 과세예고통지를 해야 한다는 점이 보다 명확해진 현행 법조문하에서는 원천징수의무자의 납세의무를 확정함으로써 사실상 원천징수 상당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소득금액변동통지서도 과세예고통지의 대상이 되고, 이에 따라 자연히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