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Ⅰ. 배경 Ⅱ. 조세정책의 개혁과제 1. 민주적 조세정책 수립과정의 구축 2. 부가가치세제의 특례범위 축소 3.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 확보를 통한 납세자들의 신뢰회복 4. 자영자 소득파악을 위한 체계구축 5. 조세정보 공개의 확대 6. 신용카드 사용확대를 위한 수수료율 인하유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제 및 세정부문의 개혁은 과거 정부들과 비교해서 비교적 의욕적으로 추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시민단체의 정책건의가 매우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조세정책 결정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조세정책이 납세자들의 지지를 통해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 만큼, 시민단체의 역할은 민주적인 조세정책 수립과정의 정착이라는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세제부문의 개혁 중 대표적인 사례로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부가가치세의 과세특례제도 폐지를 들 수 있다. 또한 세정부문의 개혁은 과거 정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획기적이었다. 1999년 세정개혁은 세무행정의 틀을 정부부과제도에서 신고납부제도로 바꾼 것으로 우리나라 세무행정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올바른 방향이었다. 신고납부제도 하에서 납세자들의 자발적인 납세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납세인프라 구축을 추진한 것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확대 유도하는 정책을 통해 성과를 거두었으며, 과세자료 확보를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과세자료제출을 의무화하여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효과성을 극대화하였다. 세제 및 세정부문에서 이러한 의욕적인 개혁을 추진하였다는 평가와 조세정책에 대한 뚜렷한 철학의 결여와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이 미비하다는 평가도 함께 나오고 있다. 즉, 부가가치세제의 과세특례제도의 폐지와 함께 계속적으로 소규모사업자의 범위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결여되었다. 또한 세정개혁은 성공적이었으나, 언론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났듯이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들의 불신은 오히려 더욱 악화된 실정이다. 세무조사가 선진 세무행정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정책수단임을 고려할 때, 세무조사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납세자들의 신뢰는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과학적 세정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영자 계층에 대한 소득파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나,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의 신설 등과 같은 보이기 위한 노력만 있었을 뿐,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정치적 구호같은 효과만 얻었을 뿐이었다. 여기에서는 차기정부가 개혁하여야 할 여러 가지 정책과제 중에서 비교적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정책과제 및 개혁방향을 논의한다. 역사적으로 조세정책은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야기하므로, 정책수립에서 납세자들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정책수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조세에 대한 쟁송은 사법부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조세정책 수립절차에 있어서 삼권분립이 엄격히 적용된다. 우리나라의 조세정책 수립과정을 보면, 해방 후 지금까지 행정부가 중심이 되어 민주적 조세정책 수립과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조세법률주의에 의해 국회의 역할이 형식적으로는 중요하지만, 국회 내에서 전문가 집단이 부재하고 조세관련 정보를 행정부에서 독점하여 입안과정에서 국회가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조세쟁송과 관련하여 중요한 기관인 국세심판원이 행정부 산하에 있어 납세자들의 조세불복 절차에서 행정부가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세정책이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견제와 균형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입법부의 기능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국회 내에 조세연구소를 신설하여, 전문가 집단을 양성하고, 초정당적인 입장에서 과학적인 분석위주의 연구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아울러 납세자들의 신고자료를 의무적으로 국회 내 연구소에 제공하도록 하여, 정보부재에서 오는 기능위축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재 국세심판원을 폐지하고, 사법부 내에 조세전담 법원인 조세법원을 설치함으로써 조세입법은 국회에서 집행은 행정부, 조세소송은 사법부에서 주축이 되게 하여, 조세정책에서 삼권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소규모사업자들의 행정적 편의를 주기 위한 특례제도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탈세를 유도하는 정책적 요인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00년 7월부터 기존의 과세특례제도를 폐지하여 간이과세제도로 대체하고, 기존의 간이과세제도는 일반과세제도로 바꾸었다. 이러한 개혁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제의 특례조항인 간이과세 대상자가 여전히 전체 납세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소규모사업자들의 조세행정편의를 위해 바람직한 면도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탈세를 야기하게 하여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례과세제도는 탈세를 조장하는 제도적인 요인으로 오랫동안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어왔던 제도였다. 소규모사업자를 위한 특례조항은 과거 정치적 목적으로 확대된 경향이 있으므로, 정치적 논리가 또 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국민적 합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소규모사업자를 위한 특례과세제도의 개선방향은 기본적으로 간이과세 대상자를 전체 납세자들의 10% 이하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과세면제자가 상당한 수준을 차지하므로, 장기적으로 일반과세자와 과세면제자로 이분화하고, 과세면제자의 비율을 10%에서 점차적으로 축소하는 방향도 검토할 수 있겠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계기로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들의 불신은 오히려 높아진 결과를 가져왔다. 즉,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이 불투명하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납세자들의 비판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탈세규모인 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가 38∼50% 수준이란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므로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수단의 강구는 매우 시급히 요구되는 과제라고 평가할 수 있다. 탈세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정책수단인 세무조사를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세무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없애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비율은 외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이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나, 세무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으므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세무조사에 대한 불신을 없애는 기본방향은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과정을 과학화하여, 자의적인 판단이 조사대상자 선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납세자들의 과세자료를 중심으로 개별 납세자들의 성실납부수준을 추정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하여, 이를 중심으로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과학적인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절차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미국을 들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세무조사 대상자를 과학적으로 선정하기 위해 납세자들의 탈세수준을 파악하는 기초자료를 우선적으로 확보한다. 즉 일정비율의 납세자들을 무작위 추출한 후,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통해 납세자들의 특성별 탈세수준을 파악하는 TCMP (Tax Compliance Measurement Program)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별 납세자들의 성실도를 분석한 후, 가장 불성실도가 높은 순위대로 조사대상자를 선정한다. 이러한 절차가 통계적인 모형개발과 전산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주관적인 판단기준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세무행정을 정치적으로 오용하지 못하도록 국세청장의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하여 임기 중에 소신대로 세무행정의 본질에 충실한 업무집행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국세청장의 임기가 5년으로 대통령 임기 4년과 일치하지 않게 한 것은 세무조사에 대한 객관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므로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고 할수 있다. 자영자의 소득파악문제는 조세정책뿐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정책수단에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현재는 각각의 정책집행에 있어서 서로 다른 기관들이 독립적으로 소득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다한 행정비용 및 납세협력비용으로 전체 사회비용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간 세부담의 불공평성 문제는 어느 정도 개선되었지만, 자영자 소득파악의 문제로 인해 개선의 여지가 많은 실정이다. 자영자 소득파악을 위한 기본방향은 자영자로 하여금 실제소득을 정직하게 신고하게 하는 메카니즘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행정비용을 높여서 소득파악율을 높이는 기존의 정책방향은 단기적인 효과만을 거둘 수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실제소득을 정직하게 신고하게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가진 부서가 국세청이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라는 정책수단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세청이 주관부서가 되어 자영자 소득파악을 위한 업무를 전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행정비용의 감소 뿐 아니라 납세자 입장에서도 한번의 신고로 모든 타 정책협력을 해결할 수 있으므로, 납세협력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아울러 거둘 수 있다. 즉 세무조사 권한이 있는 국세청에서 주관이 되어 자영자들의 소득파악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이러한 자료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다른 정책집행을 위해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의 세정체계로는 국세청에서 전담한다고 해도 면세자 비중이 너무 높아 자영자 소득파악이 어려움이 있으므로 면세자 비중을 우선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세관련 정보는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되는데, 그 수준이 세수위주로 이루어졌으며, 소득계층별, 집단별 세부담 분포, 정책효과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자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세무조사 자료의 경우에도 전체 조사인원 및 추징세액 중심으로 지방청별 자료만을 보여주고 있다. 조세정보는 납세자들의 자발적인 납세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세정을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정책수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기존의 방어적인 관료주의 행동에서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통해 조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개혁의 기본방향으로 통계자료에 수록되는 정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무조사의 경우 일반조사, 특별조사 등의 조사유형에 따른 세무조사 건수, 지역별 건수, 납세자의 경제특성별(매출액, 소득액 등) 조사건수 및 추징액, 업종별 직업별 조사건수 및 추징액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또한 통계자료로는 정책효과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납세자들의 개별신고자료를 1% 정도 무작위 추출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이름, 주민번호 등의 정보를 모두 삭제한 후 그 자료를 연구목적으로 공개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자료의 공개는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구체적인 공개절차를 국세기본법에 명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소득세 공제제도, 복권제 도입 등으로 인해 신용카드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대하였으며, 과표양성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방향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너무 높은 수수료율을 들 수 있다. 평균 수수료율을 국제비교 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약 3% 수준이나, 프랑스 0.81%, 영국 1.6%, 미국 1.9%, 호주 2.3%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수료율이 높은 이유는 부실채권 등으로 인한 부담이 전부 수수료율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의 경영혁신을 통해 수수료율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지만, 카드시장 구조상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을 촉진할 자극책이 없는 실정이다. 신용카드의 수수료율을 인하하기 위한 기본정책방향은 시장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성격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신용카드 시장이 9개 정도의 공급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시장인 만큼 경쟁을 촉진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공급을 늘이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직불카드 사용을 일반화하여 경쟁을 촉진시키는 정책적 자극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