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주 개정되는 세법 조항 중의 하나가 가업승계와 관련된 부분이다. 가업승계 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10년간 매년 개정사항이 있었다. 가업승계 세제와 관련된 2022년의 주요 세법 개정사항은 (1) 가업상속공제의 적용대상인 중견기업의 범위가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서 4,000억원 미만으로 확대되고, (2)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유치원이 추가되었으며, (3) 가업상속공제 인정요건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주된 사업으로 10년 이상 영위’한 것에서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 대분류 내에서 변경’하여도 가업 유지로 인정되는 것으로 개정된 정도다. 가업상속공제의 적용대상 중 중견기업의 범위가 매출액 4,000억원 미만으로 확대된 것과 유치원이 추가된 것은 일부 기업과 유치원만 적용되므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 대분류 내에서 변경하여도 가업 유지로 인정된 것은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면서 대분류 내에서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상속인이 가업을 물려받은 후 ‘중분류 내’에서 변경가능한 현행 규정을 ‘대분류 내’로 개정한 것은 아니다. 즉, 그동안 사후관리요건 중에서 상속인이 가업을 승계한 후 대분류 내에서 변경이 가능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올해는 피상속인의 사업영위와 관련된 사전요건만 개정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가업상속공제와 관련된 2022년의 세법 개정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가업상속공제의 개선방안으로 제안된 것은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의 확대와 사전요건(피상속인의 최대주주 지분율과 계속경영기간, 상속인의 가업종사요건 등)의 완화, 상속공제액의 증가, 사후관리요건(고용유지 요건, 자산유지 요건, 업종변경 제한 요건, 사후관리기간 등)의 완화 등이다. 본고에서는 그동안 많이 논의되어 온 세부적인 개선방안보다는 근본적인 관점에서 논하고자 한다. 즉, 가업승계 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원론적인 시각에서 개선방안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첫째, 일반적인 자산(토지와 건물 등)의 상속과 가업상속은 구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10층 건물을 상속받아서 5개 층을 상속세(50% 가정)로서 납부하는 경우와 50%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부모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아서 25%의 지분을 상속세로 납부하는 경우는 다르다. 건물을 상속받아서 절반을 상속세로 납부하는 경우에 상속인 입장에서 부담은 되겠지만 나머지 절반은 상속받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의 경우에는 상속으로 지분율이 절반으로 하락하는 경우에는 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50%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잃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최대주주 지분에 대해 20%의 할증률을 적용하므로 60%의 상속세를 부담하게 되어 지분율이 20%로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가업승계 관련 세제를 논할 때는 일반적인 자산의 상속과 가업상속을 구분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녀가 부모의 가업을 물려받지 않는 경우에는 높은 상속세율로 과세하더라도 부모의 가업을 물려받는 경우에는 세제 측면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4.2%가 가업승계가 중요하다고 답하고, 가업승계 과정의 어려움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 우려’를 98.0%(복수응답 허용)로 답하고 있다. 둘째,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목적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것이 ‘부의 세습’을 돕거나 ‘부자 감세’가 아니라 가업승계를 지원하여 명문장수기업을 키우는 것이 가업 유지와 고용창출을 통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처럼 상속세를 많이 과세하여 가업승계를 어렵게 하는 것과 가업승계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줄여서 가업승계를 활성화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에 더 도움이 되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셋째, ‘가업상속’이라는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 가업상속을 지원하는 제도의 명칭이 ‘가업상속공제’,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등이므로 ‘가업승계’에만 초점을 두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가업승계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에 자녀가 가업을 물려받아 운영하다가 업종변경을 하게 되면 가업을 물려받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제재를 하게 된다. 가업을 물려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가 ‘기업’을 물려받아 기업 유지와 고용창출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업승계’가 아니라 ‘기업승계’ 또는 ‘경영승계’로 명칭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업상속공제’, ‘기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등으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가업승계’라는 용어 대신에 ‘기업승계’ 또는 ‘경영승계’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넷째,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에 이루어지는 가업상속보다 사전승계를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증여를 포함한 승계(일부 증여 후 상속, 사전증여 포함)를 계획하는 경우가 응답자의 96.0%로 상속만 하는 경우(사후상속, 3.7%)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는 경영자들이 생전에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지식과 경영노하우를 전수하길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전증여를 통해 가업승계가 적절히 이루어지도록 증여세 과세특례를 확대해야 한다. 증여세 과세특례는 증여시점에서 적게 과세하거나 과세하지 않더라도 증여자의 사망으로 상속이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과세하는 과세이연제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국민들이 정확히 이해한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다섯째, 가업상속공제는 완전한 조세감면 제도가 아니라 과세이연제도임을 이해해야 한다. 2014년부터는 가업상속공제받은 자산의 양도 시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피상속인의 취득시기와 취득가액을 적용함으로써 양도소득세 이월과세를 적용하므로 피상속인의 보유기간 중에 발생한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한다. 따라서 가업상속공제는 완전한 조세감면 제도가 아니라 과세이연제도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여섯째, 가업승계에 대한 조세지원의 확대와 함께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가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많이 활용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전요건과 사후관리요건을 완화하여 가업승계에 대한 지원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되, 이를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일곱째, 가업승계에 대한 세제지원을 받은 피상속인(또는 증여자)과 상속인(또는 수증자)은 가업 유지와 고용창출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 가업승계에 대한 세제지원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가경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므로 조세지원의 목적을 달성할 때만 존재 의의가 있다. 또한 국민들은 부의 세습에 대한 지원인지, 국가경제를 위한 것인지에 대하여 열린 마음으로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 여덟째, 기존의 가업승계 관련 세제 대신에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가업상속에 대하여 호주의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방안이나 독일의 재단이나 신탁을 활용하는 방안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호주의 자본이득세는 사업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 상속시점에서는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고 상속인이 상속받은 자산을 양도할 때 과세하는 방법이다. 상속 시점에서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해주고, 대신에 상속받은 주식을 처분할 때 과세하는 방법이다. 독일의 재단이나 신탁의 활용 방안은 가업승계 시 상속인이 재단이나 신탁에 자산을 출연하여 소유권을 포기하는 대신에 일정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기업의 의결권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가업상속공제나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등 가업승계와 관련된 세법의 세부적인 개정은 단지 기술적인 부분이다. 세제 측면에서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것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므로 지원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구체적인 세법 개정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동안 이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다. 가업승계와 관련된 건전한 토론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법 개정에 대한 냉철한 논의가 필요하다. 가업승계 관련 세제의 올바른 이해를 통해 가업승계 세제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