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수취로 인한 매입세액 불공제 시 ‘부정과소신고가산세’ 부과에 대한 판단

Ⅰ. 사안의 개요
1. 기본적 사실관계1)
1) 본 사안에서의 주요 쟁점은 청구법인이 쟁점매입처로부터 수취한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서 매입세액이 불공제 대상인지 여부이나, 해당 쟁점에 대한 불복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인 관계로 본 평석문의 주제인 가산세 처분에 관련한 사실관계 위주로 요약 기재하였다.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인 청구법인은 신규 휴대폰 출시 등 휴대폰 생산 일정에 따라 부품의 월별 수요량이 급변하는 산업 특성으로 인해 다수의 인력업체들로부터 인력(일용직 근로자)을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 그러나 청구법인은 다수의 인력업체와 직접 소통함에 따른 업무 혼선 문제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른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인력업체 중 한 업체(이하 “쟁점매입처”)를 선정하여 휴대폰 부품 생산 업무 자체를 위탁하는 내용의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도급계약 체결 후 쟁점매입처가 나머지 인력업체들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아 휴대폰 부품을 직접 생산하였고, 생산된 부품을 청구법인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거래 구조가 변경되었다. 처분청은 위와 같은 거래 구조 변경에 대하여, 실제로는 청구법인이 계속하여 인력업체로부터 직접 인력을 공급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파견법 위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중간업체(쟁점매입처)를 끼워 넣은 후 허위의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처분청은 청구법인이 쟁점매입처로부터 수취한 세금계산서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청구법인에 대하여 매입세액 불공제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였으며, 이에 더하여 청구법인이 쟁점매입처와 허위의 도급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행위가 국세기본법 제47조의 3 제1항 제1호에서 정하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40%의 부정과소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이하 “쟁점처분”)을 하였다. 한편, 청구법인에 대한 쟁점처분이 부과되기 약 4년 전 처분청은 쟁점매입처에 대하여 쟁점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부가가치세 및 부정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하였고, 쟁점매입처가 해당 처분에 불복하였으나 대법원에서 패소 확정되었다.2)
2) (대법원2021두41853, 2021.9.30.) 판결.
2. 관련 법리
부정과소신고가산세에 관한 사항은 국세기본법 제47조의 3 제1항 제1호에 규정되어 있는데, 동 규정은 ‘부정행위’로 법정신고기한까지 세법에 따른 국세의 과세표준을 과소신고한 경우 과소신고납부세액등의 100분의 40(역외거래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100분의 60)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세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 2 제1항에서 준용하는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6항은 ‘부정행위’에 대하여 장부의 거짓 기장 내지 재산의 은닉, 거래의 조작 또는 은폐 등을 통하여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라고 정의하며, 각호에서 구체적인 부정행위의 태양을 열거하고 있다. 대법원은 부정과소신고가산세 규정의 입법 취지에 대하여 “국세의 과세표준이나 세액 계산의 기초가 되는 사실의 발견을 곤란하게 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작출하는 등의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 과세관청으로서는 과세요건사실을 발견하고 부과권을 행사하기 어려우므로 부정한 방법으로 과세표준 또는 세액의 신고의무를 위반한 납세자를 무겁게 제재하는 데 있다.”고 판시한 뒤, 국세기본법 제47조의 3 및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6항의 부정행위라고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지지 않은 채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3) 그리고 “납세자가 그 세금계산서상의 공급자와 실제 공급자가 다르게 적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매입세액의 공제 또는 환급을 받은 경우 그러한 행위가 구 국세기본법 제47조의 3 제2항 제1호가 규정한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과소신고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납세자에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공제 또는 환급을 받는다는 인식 외에,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자가 그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을 제외하고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 및 납부세액을 신고ㆍ납부하거나 또는 그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 전부를 신고ㆍ납부한 후 경정청구를 하여 이를 환급받는 등의 방법으로 그 세금계산서상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함으로써 납세자가 그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설시하여, 부정행위가 부가가치세의 포탈을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추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4)
3) (대법원2015두44158, 2017.4.13.) 판결 참조.
4) (대법원2014두11618, 2015.1.15.) 판결 참조.
3. 대상결정의 요지
대상결정은 위 대법원 2014두11618 판결과 같은 견지에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매입세액을 공제 또는 환급받는 행위가 ‘부정행위로 과소신고’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신고를 과소신고하는 등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면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본 사안에 대하여, 쟁점매입처는 부가가치세 신고 시 쟁점매입세금계산서의 부가가치세 매출세액을 모두 포함하여 신고ㆍ납부한 점, 처분청의 조사종결보고서상 청구법인이 파견법 제5조 제1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쟁점매입처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 이외에 달리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하고자 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청구법인이 쟁점매입처로부터 쟁점매입세금계산서를 수취한 행위는 국세기본법 제47조의 3 제1항 제1호의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쟁점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결정에 대한 평석
1. (부정신고가산세 관련) 대상결정은 동일 사안에 대한 선례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에 대한 부정과소신고가산세 법리를 확인한 점에 의의가 있음
위 대법원 판례에서도 설시하는 바와 같이,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의 수취를 원인으로 매입세액 불공제에 따른 부가가치세 부과 시 부정과소신고가산세가 적용하기 위하여는 납세의무를 면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미 대법원에서도 확립된 법리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도 불구하고, 본 사안은 이미 동일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쟁점매입처에 대한 부가가치세 및 부정과소신고가산세 처분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한 선례가 존재하였기에 대상결정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 사안이었다. 본 사안의 경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처분청은 쟁점처분이 있기 수년 전에 이미 쟁점매입처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였고, 쟁점매입처에 대하여 쟁점처분과 동일한 취지의 부가가치세 및 부정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하였다. 쟁점매입처는 해당 처분에 불복하여 심판청구를 제기하였으나, 조세심판원은 이를 전부 기각하였고,5) 행정소송에서도 1, 2심을 비롯하여 상고심까지 모두 패소하였다. 특히, 처분청은 쟁점매입처가 제기한 위 행정소송의 항소심(2심) 판결6)이 선고된 이후에야 비로소 청구법인에 대하여도 동일한 내용으로 쟁점처분을 하였기에 대상결정은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동원의 선결정을 비롯하여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은 선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심리를 하여야 하는 부담이 있었을 것임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결정은 선례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에 있어서 부정과소신고가산세가 적용되기 위한 요건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바탕으로 하여 쟁점처분의 위법성을 엄격하게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위 결정은 지극히 타당한 판단이다. 본 사안은 중간업체인 쟁점매입처가 참여하기 전ㆍ후 거래를 직접 비교하더라도, 거래 전체의 부가가치세 납부액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리고 거래당사자들도 쟁점거래에 관한 부가가치세를 모두 정상 납부하였으므로 조세수입 감소의 인식 및 결과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거래 구조임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그러나 최근 과세 동향을 살펴보면 제조업, 택배 물류업 등 인력의 수요가 많은 업종에 대하여 과세당국의 세금계산서 관련 고발 및 과세처분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데, 과세당국이 허위 내지 가공거래로 판단한 경우에는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등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 없이 관행적으로 중가산세를 부과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확인된다. 이른바 자료상 거래 또는 폭탄업체와 같이, 전단계세액공제법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 부가가치세법 규정 체계를 악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고 손실을 야기하는 부정행위에 대하여는 당연히 부정과소 내지 부정무신고가산세 등의 중가산세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종의 거래세로서 거래 외형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의 특성을 고려할 경우, 거래 과정에서 일부 허위 계약 사실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 자체만으로 부가가치세의 포탈 결과가 당연히 귀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조세포탈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정행위’의 행위 태양에만 국한되어 중가산세를 부과하는 과세 관행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5) (조심2018중3144, 2019.1.7.) 결정.
6) (수원고법2020누12878, 2021.5.14.) 판결.
2. (일반 가산세 관련) 매입세액 불공제 처분의 행정 제재적 성격을 고려할 경우, 매입세액 불공제와 신고불성실 가산세를 동시에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
부가가치세법 제39조에서 정하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의 매입세액 불공제 규정은 사업자가 수취하는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 및 공급자 등 필요적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 부가가치세 신고 시 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매입세액 불공제 규정은 담세력에 대응하여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조세와 성질을 달리한다. 금(金), 동(銅) 스크랩 등과 같이 매입자 납부특례제도가 적용되는 특정 품목이 아닌 일반적인 품목을 거래할 경우, 사업자는 매입 과정에서 거래 물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거래징수의 방법으로 전부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만일 매입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할 경우, 해당 사업자는 이미 부가가치세를 징구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입세액 불공제로 인해 다시금 해당 물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여야 한다. 이처럼 담세력과 관련 없이 세금계산서 수취에 관한 의무 위반에 대하여 부과되는 매입세액 불공제 처분은 일종의 ‘행정질서벌’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매입세액 불공제 규정에 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경제적 실질을 도외시하고 법률상의 형식에 따라 과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본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 등에 그 제재방법으로서 당해 거래의 매입세액 공제를 허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규정한 것일 뿐이다.”라고 판시하며, 매입세액 불공제 제도가 행정 제재적 성격을 가진다고 해석하고 있다.7) 한편, 가산세(加算稅)는 세법에서 규정하는 의무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부과되는 것으로(국세기본법 제2조 제4호), 이 역시 일반적으로 행정벌 내지 행정질서벌로서 이해되고 있다.8)9)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행정질서벌이 헌법 제13조에서 정하는 이중처벌금지 원칙에서 정하는 “처벌(處罰)”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행정상 의무의 위반에 대하여 국가가 일반통치권에 기하여 과하는 제재로서 형벌(특히 행정형벌)과 목적ㆍ기능이 중복되는 면이 없지 않으므로,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이중으로 부과된다면 이중처벌금지의 기본정신에 배치되어 국가 입법권의 남용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10) 그런데 본 사안과 같이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경우로서 납세자가 매입세액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판단한 뒤 이를 매입세액에서 공제하지 않고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는 경우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11) 그렇다면 대부분의 매입세액 불공제 사안은 과세당국이 부가가치세 신고분 중 일부 매입 거래를 부인하면서 매입세액 불공제 처분을 하는 것인데, 해당 처분에 따라 부가가치세액은 자동적으로 재산정되므로 애초에 적정한 부가가치세액을 신고하는 상황 자체를 상정하기 어렵다. 즉, 세금계산서를 제대로 수취하여야 할 의무를 해태하였다는 이유로 매입세액 불공제의 행정상 제재가 부과되는 것인데, 이와 동시에 적정 세액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불성실 가산세라는 행정상 제재도 함께 받게 되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는 운전자가 교통 신호를 위반한 사유로 경찰관에게 적발되었는데 신호 위반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중으로 과태료를 부과받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이처럼 세금의 자발적인 신고ㆍ납부 의무와 관련 없이 제재적 성격으로 부과되는 매입세액 불공제 처분에 대하여 다시 가산세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 내지 이중과세 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12) 같은 견지에서 세금계산서 관련 의무위반 행위에 대하여 매입세액 불공제와 같은 처분을 할 것이 아니라 일률적으로 가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견해도 있으나,13) 이러한 입법론적인 해결 방안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현행 세법의 체계상 행정질서벌 성격의 매입세액 불공제로 인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에 더하여 또 다른 행정질서벌인 신고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7) (헌재2000헌바50, 2002.8.29.) (헌재2002헌바56, 2002.8.29.)(병합) 결정.
8) (대법원80누83, 1980.12.9.) 판결, (대법원85누229, 1987.2.24.) 판결 등 참조.
9) 임승순, 조세법, 박영사(2013), 138면.
10) (헌재92헌바38, 1994.6.30.) 결정.
11)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수취할 당시에 필요적 기재사항이 잘못 기재된 사실을 인지하였다면 애초에 매입세액이 불공제될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수취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2) 권형기,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대한 행정질서벌과 입법개선안에 관한 소고”, 조세논총 제4권 2호, 한국조세법학회, 2019.
13) 김흥수 안창남, “부가가치세법상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의 매입세액 불공제 제도 고찰”, 조세와 법 제10권 제1호,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연구소, 2017.
Ⅲ. 결 론
이상의 검토 내용에 따른다면, 대상결정은 동일 사안에 대한 선례가 존재함에도 부가가치세 관련 부정과소신고가산세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다시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매입세액 불공제 규정이 담세력과 관련 없이 의무 위반에 따른 제재적 성격으로 부과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에 대하여 다시 신고의무 해태를 이유로 신고불성실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중과세 내지 행정권 남용의 소지가 있다. 같은 이유로 본 사안 중 전체 가산세 처분의 취소가 아닌 부정과소신고가산세 처분만을 취소한 결정에 대하여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