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약 |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이 없는 경우라면 피상속인의 사후에는 조세채권이 잔존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판결이다. 이 사건에서 소외 1은 양도소득세를 미납한 상태에서 자신의 자녀들에게 금원을 증여한 후 사망하였다. 이에 조세채권자인 국가는 증여를 받은 자녀 등을 상대로 사해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 및 원심은 국가가 자녀(상속인) 등으로부터 망인이 체납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자녀 등의 손을 들어주었다. 국세기본법상 상속인은 ‘상속받은 재산을 한도로 하여’ 피상속인의 조세채무를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상속받은 재산이 없다면 상속인들이 부담할 피상속인의 조세채무도 없으므로, 조세채권자인 국가가 사해행위의 취소를 구하기 위한 요건인 ‘피담보채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피담보채권의 존재 여부’와 ‘상속인이 승계하는 피상속인 조세채무의 범위’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증여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였다면 당해 증여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위 견해에 따를 경우,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조세채무를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에서만 부담한다는 국세기본법 규정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상판결의 입장은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관계
소외 1은 2014.2.1. 대구 달성군에 있는 임야(이하 ‘이 사건 부동산’)를 6억 5,000만원에 매도하고, 그 대금 중 1억 4,230만원을 2014.3.11. 장남 소외 2에게, 3,500만원을 2014.5.13. 차남 피고 3에게 각각 증여하였다(이하 소외 1의 소외 2 및 피고 3에 대한 증여를 통틀어 ‘이 사건 증여’). 소외 2는 피고 1과 혼인하였다가 2006.11.15. 경제사정 등을 이유로 협의이혼하였는데, 2014.3.12. 소외 1로부터 증여받은 금액 중 8,700만원을 피고 1에게, 2,000만원을 피고 1의 모친(소외 2의 전 장모)인 피고 2에게 각각 지급하였다. 남대구세무서장은 2015.1.2. 소외 1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 2억 3,514만 3,102원을 부과하였는데, 소외 1은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채 2016.8.경 사망하였다. 이 사건 증여 및 사망 당시 소외 1에게는 별다른 재산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원고 대한민국은 피고들을 상대로, 위 양도소득세 채권과 그에 따른 가산금(이하 통틀어 ‘이 사건 양도소득세 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이 사건 증여의 취소 및 이 사건 양도소득세 채권 상당의 금원 지급을 구하는 사해행위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쟁점의 정리
국세징수법 제25조는 “관할 세무서장은 강제징수를 할 때 납세자가 국세의 징수를 피하기 위하여 한 재산의 처분이나 그 밖에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신탁법」 제8조에 따른 사해신탁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신탁법」 제8조 및 「민법」 제406조ㆍ제407조를 준용하여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조세채권자인 국가가 조세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한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구 국세기본법(2018.12.31. 법률 제160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4조 제1항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그 상속인은 피상속인에게 부과되거나 그 피상속인이 납부할 국세 등을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에서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국세 등 납부의무를 ‘상속재산을 한도로 하여’ 승계한다는 뜻이다(대법원 90누7395, 1991.4.23., 판결 등). 다시 말해, 상속 개시 당시(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이 없다면, 피상속인의 조세채무를 납부할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소외 1이 소외 2 및 피고 3에게 증여를 한 것이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되는지가 문제되었는데, 구체적으로는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요건인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즉, 피상속인의 조세채무가 상속인에게 승계되어 피상속인의 사후에도 조세채권이 잔존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가 쟁점이 된 것이다.
판결의 요지
가. 원심 판결(대구지법 2018나302436, 2018.09.05, 판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인정되고, 기타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요건도 모두 충족되었다고 보아, 이 사건 증여가 사해행위 취소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①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임을 요하지만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터 잡아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00다64038, 2002.11.26., 판결 등 참조).
- ② 비록 이 사건 증여 당시 이 사건 부동산 매도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고지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지만, 소외 1은 이 사건 증여 전에 자신의 소유였던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고 매수인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줌으로써 이미 양도소득세의 발생에 관한 기초적 법률관계가 발생하여 양도소득세 채권의 추상적 납부의무가 성립되어 있었고, 이후 일련의 절차를 거쳐 위 채권이 구체적으로 성립한 점 등에 비추어 가까운 장래에 위 법률관계에 터 잡아 위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위 양도소득세에 관한 결정과 고지가 이루어져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위 채권이 성립하였으므로, 원고의 양도소득세 채권은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
- ③ 이에 대하여 피고 1, 2는, 원고에 대한 조세채무자인 소외 1은 무자력 상태에서 사망하였는바, 국세기본법 제24조 제1항에 따라 상속인인 소외 2와 피고 3이 소외 1의 조세채무를 승계하지 않게 되므로 사해행위취소의 피보전채권인 조세채권이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나, 국세기본법 제24조 제1항에 따라 상속재산의 범위를 초과하여 면책되는 조세채무의 존부 및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속재산의 범위가 확정되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상속재산에는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의 사해행위로 제3자에게 이전되어 있는 재산으로서 사해행위취소에 따라 원상회복되어야 할 재산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대상판결
대법원은 원심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소외 2 등 상속인은 구 국세기본법 제24조 제1항에 따라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에서만 소외 1의 국세 등 채무를 승계하고, 만일 ‘상속으로 받은 재산’이 없으면 이를 승계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명확하게 선언하였다.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대법원은 원심이 소외 1의 사망 당시 자산총액과 부채총액 등에 관하여 심리하여 소외 2 등 상속인이 상속으로 받은 재산이 있는지를 밝힌 다음 이에 따라 피보전채권의 존재 여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이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않은 채 피보전채권이 존재한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 즉, 대법원은 사실상 원고(국가)의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평석
가. 조세채권자가 채권자 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한 요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세징수법 제25조는 조세채권자인 국가 역시 조세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른 사해행위취소의 소는 민법 제406조에 따른 사해행위 취소의 소의 일종으로, 그 요건이나 행사를 민법의 규정과 달리 보아야 할 특별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대법원 91다14079, 1991.11.8., 판결, 대법원 2000다28001, 2000.10.13., 판결, 대법원 2008다24487, 2008.8.21., 판결 등 참조). 이에 민법 제406조의 규정을 바탕으로 조세채권자가 채권자 취소권(사해행위 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한 요건을 살펴보면, ① 피보전채권의 존재, ② 납세자가 조세채권자를 해하는 법률행위, 즉 사해행위를 하였을 것, ③ 수익자 또는 전득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에 사해의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 ④ 조세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소를 제기하였을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이때 피보전채권의 존재(① 요건)와 관련하여,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임을 요하지만,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터 잡아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대법원 95다27905, 1995.11.28., 판결, 대법원 97다34334, 1997.10.28., 판결 등 참조).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② 요건)는 당해 행위가 채무자의 적극재산을 감소시키거나 소극재산을 증가시킴으로써 채무초과상태에 이르거나 이미 채무초과상태에 있는 것을 심화시킴으로써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수익자 및 전득자가 행위 또는 전득 당시에 악의라는 점(③ 요건)은 추정되므로, 수익자나 전득자가 자신이 ‘선의’임을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0다12067, 2010.6.10., 판결 등 참조).
나. 상속인이 승계하는 피상속인의 조세채무의 범위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피상속인의 국세 등 납부의무를 ‘상속재산을 한도로 하여’ 승계하게 된다(국세기본법 제24조 제1항). 즉, 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 없다면 피상속인의 조세채무를 납부할 의무도 부담하지 않고, 만약 피상속인의 조세채무가 상속받은 재산을 초과한다면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조세채무를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를 넘어서는 피상속인의 조세채무는 상속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소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 이 사건의 경우
대상판결은 이 사건에서 조세채권자의 ‘피담보채권’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속인들인 소외 2 및 피고 3이 ‘상속받은 재산’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곧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재산’이 없다면 피상속인인 소외 1의 조세채무를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므로, 결국 조세채권자의 ‘피담보채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하여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상속인이 상속으로 받은 재산이 있는지 여부는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피보전채권의 존재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원심 판결도 이러한 입장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위 견해에 따르면 상속인들이 피상속인의 조세채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조세채권자는 상속 개시 이전에 피상속인에 대하여 보유하던 조세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상속인이 부담하는 피상속인의 조세채무 범위를 제한하는 국세기본법 제24조 제1항의 문언이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이 없는 경우라면 피상속인의 사후에는 조세채권이 잔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상판결은 국세기본법 제24조 제1항의 문언에 부합한 타당한 결론으로 생각되며, 상속으로 인한 납세의무의 승계 여부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한 점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