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많은 나라에서 물가 상승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경제 문제로 대두되었다. 추석을 앞둔 9월 초에는 많은 언론에서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전년대비 약 9.7% 상승폭을 보인다는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의 발표를 앞 다투어 보도하였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8월 28일 발표한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최근 인플레이션은 에너지ㆍ식품 등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이라고 분석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우리나라 수입 물가 상승률은 33%가 넘고, 수입 물가의 생산자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율은 73∼82%에 달한다. 특히 수입에너지 가격 상승의 기여도가 높아, 생산자물가 상승의 약 50%를 기여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다른 조건이 같다면 국내 생산물의 가격 상승폭과 비용 상승 효과가 품목 간에 비례 관계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장구조의 차이 등으로 인해 가격과 비용의 변화율이 큰 괴리를 보이는 경우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대표적 예로서 석유ㆍ석탄제품의 가격 상승률이 비용 상승률보다 30%p 이상 높아 다른 품목들에 비해 양자 간 격차가 가장 크다고 주장하였다. 국내 4대 정유사는 지난해 상반기에 3조 8,9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215.9% 늘어난 12조 3,20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었다. 이와 관련하여 산업연구원 보고서는 올해 들어 정유업계의 마진과 이익이 많이 증가한 것은 가격 대비 비용 격차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였다. 그러면서, 만약 정유업계에 독과점적 시장구조에 기초한 비용 상승분을 훨씬 초과하는 과도한 가격 상승이 존재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 대응 정책으로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행정지도나 초과이윤세 도입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초과이윤세, 횡재세, 불로소득세 등으로 번역되는 Windfall tax(또는 Windfall profits tax)는 갑작스럽게 막대한 이윤을 거둔 기업에 추가로 징수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현재 영국ㆍ스페인 등은 에너지기업을 상대로 도입했고, 미국 등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현재 국회에는 초과이윤세와 관련하여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22.8.18.)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대표발의한 2건의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이들 법률안은 과세대상과 과세요건, 과세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제안이유에 있어서는 서로 일치하고 있다. 즉, 올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이 크게 발생하였음에도 정부가 실시한 유류세 인하분의 40% 정도만을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정상이익을 월등히 넘어서는 초과이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초과이익에 대해 초과이윤세를 징수하여 취약 계층의 고통을 경감하는 재원으로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이윤세 도입과 관련하여 정부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하여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과 기업이 서로 잘 이겨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같이 하지만, 그렇다고 횡재세로 접근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세 입법권한은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고유권한인 만큼, 초과이윤세 도입은 여야합의에 의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특정한 산업과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법인세 도입은 시장의 중립성과 효율성을 왜곡시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위험이 크다. 영국 등 이미 초과이윤세를 도입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일반화하여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영국이 도입한 초과이윤세 적용 대상은 영국 내에서 석유 탐사 관련 활동을 수행하는 회사 또는 석유를 시추하거나 해당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장소를 보유한 회사 등으로 원유를 시추하지 않고 정제만을 전문으로 하는 정유기업들은 적용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제조업체에 해당하는 정유사 이익은 주로 정제마진에 해당하는 것으로 원유 개발과 시추 사업에서 얻는 고위험ㆍ고수익 성격의 횡재적 이익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내 정유사는 국제원유가로 원유를 수입ㆍ정제해 생산한 휘발유나 경유를 국내에 판매하거나 해외에 수출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국제원유가가 크게 비싸졌다고 해서 시추기업들처럼 막대한 초과이익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유가가 낮았을 때 원유를 수입한 덕분으로 발생하는 재고평가이익은 유가가 수입가보다 떨어진다면 언제든 손실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내 정유산업의 특징은 초과이윤세 도입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 현재 거론되는 초과이윤세는 법인세로서 그 부담주체가 조세전가에 용이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법인은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인건비와 같은 비용 또는 생산하는 제품이나 용역의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정유회사에 부과된 초과이윤세는 정유사가 아닌 종업원이나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한시적인 초과이윤세를 설계하면서 조세전가의 문제를 방지할 대안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셋째, 법인세는 기업의 가격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비용 중 하나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유사 전체 매출의 50%는 수출에서 발생한다. 즉, 영업이익의 50% 이상은 수출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영업이익은 정유사들의 새로운 투자재원을 이룬다. 주요 국가들은 자국 기업의 국제경쟁력과 기업의 국외이전을 막기 위해 법인세율을 국제적 평균을 고려하여 단순하고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정유사에 초과이윤세를 징수하는 것은 정유제품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넷째, 초과이윤세 제안이유와 같이 국내 정유사업자들의 초과이윤이 유류세 인하분의 제한적인 가격반영에 따른 것이라면 국회와 정부는 초과이윤세 부과에 앞서 유류세 인하분 100%가 판매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가장 먼저 모색하여야 한다. 유류세 인하의 목적이 해당 인하분만큼 유류 가격 하락을 통해 소비자부담을 완화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과이윤세보다는 유류세 하락분만큼 신용카드사 등을 활용한 유가보조금 지급 등의 대안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초과이윤에만 과세하고 초과결손에 대해서 특별한 보전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세금 부담의 장기적 공평성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정 산업에서 항상 일정 수준의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라면 뜻밖의 횡재에 속하는 우발소득에 대해 초과이윤세를 징수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산업에 뜻밖의 큰 우발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에 대한 보전방안 없이 우발소득에 대해서만 추가 징수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정유산업을 포함한 에너지 산업은 기본적으로 고위험ㆍ고수익의 법칙이 적용되는 산업이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에너지산업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산업 중 하나로 분류되어 왔다. 여섯째, 초과이윤세제 운용에 있어 과세대상 특정 산업을 선택하고, 초과이윤을 정의하여 측정하는 것이 비합리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 초과이윤(Windfall)이란 개념은 모든 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특정 산업의 특정 시기에 대해 선택적으로 초과이윤세를 과세하는 것은 경제적 차원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될 위험이 있다. 그리고 특정 산업의 초과이윤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이윤을 결정하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2개 법안의 경우도 초과이윤 산출을 위한 벤치마크에 많은 차이가 있으며, 왜 해당 벤치마크가 타당한가에 대한 객관적 근거의 제시가 미흡하다. 법인세는 소득세에 비해 전가가 쉽고, 법인은 세금부담의 궁극적인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세에 비해 단순한 세율체계를 갖는다. 이는 법인세의 경우 ‘공평성’보다 ‘효율성’ 또는 ‘중립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초과이윤세를 법인세에 신설하는 것에 정말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