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공시 환경의 변화
기업 공시 생태계에 급격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한 기업의 재무적 정보 공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체제 변경과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 확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맞으며 기업의 ESG 요소 및 지속가능성 측면과 관련된 보다 더 넓은 범위의 비재무적 정보까지 다루도록 하는 형태로 시장의 요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기존의 재무 공시와 반대되는 개념 혹은 이를 보완하는 개념으로서 비재무공시가 등장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비재무 공시가 갑작스럽게 생겨난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성 관련 대표적인 국제 공시 기준인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lobal Reporting Initiative, GRI)의 가이드라인1)이 2000년 처음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GRI는 1989년 엑슨 발데즈 원유 유출 사고로 심각한 환경 파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것을 계기로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1997년 설립됐다. 환경ㆍ사회ㆍ경제적 측면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비재무 공시 메커니즘을 최초로 설계한 후 지속적인 제ㆍ개정 작업을 거쳐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 이상의 국가에서 통용되고 있다. 이것만 따져도 비재무공시의 역사는 이미 20년을 훌쩍 넘는다. 다만, 이것이 ESG 경영 확산과 함께 최근 여러 매체와 기업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있는 것은 비재무(또는 ESG) 공시가 기업의 ESG 경영 도입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거나 자칫 그린 워싱(green washing)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관련 활동과 성과를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구체적인 정보로 입증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로서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공시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의 형태로 마케팅과 이해관계자 소통 측면에서 기업 자발적으로 추진되어 왔다면 이제는 기업이라면 필수적으로 준수해야 할 제도적 의무사항으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실제로 투자자는 투자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정부는 기업이 초래하는 환경ㆍ사회적 측면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투명한 비재무 정보 공개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 단적인 예로, 2015년에는 전 세계 증권거래소의 10% 미만만이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 가이던스를 제공했던 것에 비해 현재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전체 120개 증권거래소의 56%에 해당하는 67개 거래소가 관련 지침을 제공 중이다.2) 지역적 차원에서는 대표적으로 EU가 ‘비재무정보 보고지침(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 2014)’을 제정해 2018년부터 500인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무 공시를 시작3)했으며, 2021년부터는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정(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2019)’을 통해 금융기관으로까지 확대 추진 중에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영국이 2022년 올해부터 대기업 및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CFD)의 권고안을 기반으로 하는 기후 리스크 정보 공시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고,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가 기후 공시 규정 초안을 마련함으로써 관련 공시 의무화를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대한 공시 의무화가 처음 시행되어 2026년까지 전 상장사에 적용될 예정이며, 2021년부터 자율 공시 형태로 도입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대한 의무 공시도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여 2030년 코스피 전 상장사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1) 2000년 제1차 가이드라인(G1) 발표 후 2013년까지 제4차 가이드라인(G4) 발표, 2016년부터는 ‘GRI 표준 (Standards)’으로 명칭 변경 후, 공통, 산업, 중대 주제별 세부 기준 제시. 2) Sustainable Stock Exchanges Initiative - ESG Disclosure Guidance Database(https://sseinitiative.org/esgguidance-database/) 3) 기존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공시정보의 신뢰성 확보 조치 등을 포함한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ompany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2021)’ 개정안을 마련해 2023년부터 공시 의무 강화 예정.
글로벌 ESG 공시 현황
2021년 전 세계 22개국 시가총액 상위 1,400개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 보고 현황 조사 결과,4) 전체의 91%에 해당하는 1,269개 기업이 ESG 및 지속가능성, 기업의 사회적책임 등과 관련된 비재무 정보를 공개 중에 있다. 국가별 기준으로는 우리나라(92%)를 포함한 미국, 영국, 일본 등 17개 국가가 최소 90%에서 최대 100%에 이르는 상당히 높은 기업 공시 비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 멕시코, 터키는 70%대의 비율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모두 52%로 공동으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4) The State of Play in Sustainability Assurance(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Accountants and the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Certified Professional Accountants, 2021). I 글로벌 ESG 공시 현황5)I
5) 지속가능성 정보 인증 현황(한국공인회계사회, 2021) ※ 위 보고서 공식 번역본. 이들 기업이 비재무 정보 공개를 위해 주로 이용하는 공시 수단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으나 전 세계 기준으로 절반 이상에 달하는 57%의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활용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연차보고서(18%)와 통합보고서(16%)를 사용 중이다. 우리나라는 연차보고서(2%)보다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58%)와 통합보고서(32%)를 활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I 국가별 ESG 공시 수단6)I
6) 지속가능성 정보 인증 현황(한국공인회계사회, 2021). 비재무 정보 공개의 기본 골격이 되는 ESG 공시 기준은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일화된 기준이 없어 다양한 기구들이 제정한 목표와 원칙, 프레임워크 및 표준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각각의 기준이 제정 목적과 방향에 따라 공시 범위가 상이하므로 기업 대부분은 가장 일반적인 GRI 표준을 기본으로 하여 추가 보조 기준들을 선택적으로 적용한다. ESG 공시를 진행 중인 1,269개 기업 중 68%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이유로 개별 기준으로 봐도 GRI 표준이 69%의 가장 높은 적용 비율을 보이며, 유엔지속가능개발목표(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62%의 비율로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 기타 보조기준들로는 TCFD,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SASB), 유엔글로벌콤팩트(United Nations Global Compact)의 기준과 원칙들이 선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I ESG 공시 기준 적용 현황7)I
7) 지속가능성 정보 인증 현황 (한국공인회계사회, 2021).



ESG 공시 1.0과 2.0
최초의 지속가능성 국제 공시 기준인 GRI 가이드라인이 2000년 처음 공표된 이후 지난 20년간 비재무 공시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대로 다양한 기준들이 개발되어 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ESG 공시ㆍ평가 기준은 370개 이상8)에 달할 만큼 가히 놀라운 양적 성장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황무지와 같았던 ESG 공시 환경은 체계적인 틀과 기반을 빠르게 다지며 외연을 넓혀 올 수 있었다. 이 시기가 바로 ‘ESG 공시 1.0’이다.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ESG 공시 1.0의 기본 체계는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3~4개의 기준들로 압축된다. 대표적으로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GRI 표준’과 기후변화 및 ESG 리스크와 관련된 세부 보고를 다루는 ‘TCFD 권고안’ 및 ‘SASB 표준’을 들 수 있다. GRI 표준은 기업의 재무성과 영역에서 탈피해 환경, 사회, 경제 등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기업이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으로 활용된다. 반면, 기후변화와 ESG 요소가 재무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두는 TCFD 권고안과 SASB 표준은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17년과 2018년에 마련되어 도입, 적용되어 오고 있다. 특히, TCFD는 기후변화가 기업에 미칠 리스크와 기회를 식별하고 재무적으로 정량화하는 것에, SASB는 77개 산업별 중대 ESG 이슈와 재무적 성과 간 연계에 강조점을 둔다. 이러한 특징은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 WBCSD) 회원사들의 ESG 공시 기준 적용 추이9)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최근 4년간 GRI 표준이 평균 84%의 비율로 가장 많이 활용되었고, TCFD 권고안과 SASB 표준도 보조적 기준이지만 도입 이래 급속한 증가세를 거쳐 2021년 기준 각각 74%와 48%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8) ESG Handbook(사회적가치연구원, 2021). 9) 연도별 분석 대상 보고서 수 : 2018년 158개, 2019년 159개, 2020년 158개, 2021년 168개. I WBCSD 회원사 ESG 공시 기준 적용 추이10)I
10) Reporting matters 2021(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 2021), TCFD 권고안 적용 관련 모니터링은 2020년부터 개시. 다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ESG 공시 환경이 여전히 지속적인 진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와 세계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사회, 경제, 정치 및 제도적 시스템은 때로는 미세하게 때로는 급진적으로 바뀌는 시대적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ESG 공시 환경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은 그간 정치적 협의 수준에 머물렀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노력을 기업 수준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업은 ESG 경영 패러다임 아래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기업 공시도 이러한 요구사항을 반영해 기존의 공시 환경을 재정비 중이다. 새롭게 정비될 ‘ESG 공시 2.0’은 크게 두 가지의 특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첫째, 국제 공시 기준의 단일화다. 현재 수백여 개로 난립하고 있는 ESG 공시ㆍ평가 기준들은 지역과 국가,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공시나 관련 평가 대응을 위해 기업 담당자가 다수의 기준을 참고해야 함으로써 생기는 과도한 업무 부담과 이로 인해 실제 ESG 관련 활동을 추진하기보다 보고서 작성 절차상의 업무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소모할 수 밖에 없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 재단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에서 기준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 기존 TCFD 권고안과 SASB 표준을 통합해 관련 기준의 절대적인 개수는 줄이고, 사용자의 초기 수용성을 높여 올해 3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Sustainability Disclosure Standards)’ 공개초안을 발표했으며, 연내 마무리 예정이다11). 둘째는 비재무 공시 범위의 확대다. 산업을 불문하고 모든 기업에 일괄적으로 적용 가능한 일반적 성격의 지속가능성 공시 위에 투자자의 니즈를 반영한 기후 및 ESG 리스크관련 세부 공시가 더해졌던 ESG 공시 1.0은 이제 기업과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리스크 영역으로서 자연과 생물 다양성 측면까지 포함하도록 변모 중이다. GRI 및 기후정보공개표준위원회(Climate Disclosure Standards Board)와 자연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NFD) 등 기존 및 신규 제정기구들이 앞 다투어 생물다양성 표준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11) ‘ISSB,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 발표’ 보도자료(한국회계기준원, 2022.4.1.).

생물다양성 보고의 의미와 기대효과
생물다양성은 기후변화만큼이나 인류의 생존에 중요하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12)에서 향후 5~10년 내 상위 5대 글로벌 리스크로 기후 대응 실패, 기상 이변, 생물다양성 손실, 자연자본 위기 및 인류에 의한 환경 파괴를 들고 있을 정도다. 다만, 온실가스 측정 관련 국가 간 합의와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어 있는 기후 데이터와 달리, 지역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하는 자연 관련 데이터는 정량적 측정과 경제적 가치 산정 등이 어려워 기후 리스크에 상응하는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의 절반을 넘는 44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 자연과 생태계 서비스에 의존13)하고 있다는 점은 자연 손실이 곧 상당한 재무적 위험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다행히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가 틀이 잡히고, 기후 위기와 자연파괴 간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음에 주목하게 되면서 자연 리스크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늦게나마 대두되고 있다. ESG 공시 측면에서는 TNFD가 관련 논의를 주도하는 한편, 주요 시장 참여자와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적용해 생물다양성 및 자연 관련 공시 프레임워크를 개발 중에 있다. TCFD가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시 프레임워크를 제공했듯 TNFD는 기업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과 재무적 성과와의 연관성 등에 대한 투명한 공시 유도를 통해 해당 정보를 기업이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투자자에게 소통하여 양측이 사전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세계자연기금(WWF) 등 국제기구의 주도로 2021년 6월 설립되었으며, 딜로이트를 포함한 전문 자문기관 및 금융기관, 민간 기업 소속 34명의 전문가들이 멤버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 외에도 전 세계 600개 이상의 기관 및 기업들이 참여 중에 있으며, 2022년 3월 첫 베타 버전 발표에 이어 6월 두 번째 베타 버전을 발표했다. 아직 초안 단계이지만 기존 공시 기준과의 통합성 확보를 위해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 및 목표의 4대 영역으로 TCFD와 동일한 구조를 따르고 있으며, 자연과 관련된 리스크 및 기회 평가14) 외에도 자연에 대한 의존성과 영향에 대한 정보를 공시 범위로 다루고 있다. 연내 완료될 IFRS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과도 부합성을 높이는 등 두 차례의 추가 개정 작업을 거쳐 2023년 9월 최종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TNFD 권고안이 도입되기 전이기 때문에 생물다양성 정보 공시가 어떠한 여파를 가져올지 단언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017년 TCFD 권고안의 발표로 기후 공시 프레임워크가 체계적으로 정비되고 이로써 기업 및 금융기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TNFD 권고안이 가져올 변화의 바람도 어느정도는 예측해 볼 수 있다. 더욱이 ESG 공시 의무화가 강화되는 현 상황과 TNFD가 다루는 자연 자본의 영역이 토양과 물, 해양, 대기로 기후보다 더 광범위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그 파급력은 더 클지도 모를 일이다. 기후를 포함한 자연자본에 대한 기업의 높은 의존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기업 관행이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부정적인 방향(nature-negative)으로 흘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기업은 환경ㆍ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상당히 오랜 기간 외부 효과로 대신해 왔다는 주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물다양성 보고는 잘못된 방향으로 고착된 기업의 관행을 교정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연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구체적으로 식별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기업의 운영 및 사업 관련 전략 수립은 물론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이는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 자연자본을 보존하는 긍정적인 방향(nature-positive)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전환하는 선순환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이것이 바로 TNFD가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바이기도 하다. 자연에 대한 기업의 행위는 동전의 양면처럼 엄청난 비용 손실이 될 수도, 이를 능가하는 이익 창출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2011년과 2050년 사이 여섯 가지 주요 생태계 서비스15) 감소가 세계 경제에 미칠 총 누적 손실비용은 약 1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16) 반대로 세계 경제의 3분의 1(일자리의 경우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3대 부문(식량ㆍ토지ㆍ해양, 인프라 및 건설, 채광 및 에너지)을 자연 친화적으로 전환할 시에는 2030년까지 매년 약 10조 달러의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17) 특히, 우리나라가 속한 아태 지역의 경우 동일 부문에서 자연 친화적으로 전환 가능한 59개의 사업 기회가 존재하고, 여기에서 2030년까지 연간 4.3조 달러 규모의 이익과 2.3억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아태 지역 전체 GDP의 약 14%에 해당하는 규모다.18) 결국 비용과 이익의 갈림길에서 기업과 투자자는 경영과 투자 활동이 자연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으며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관련 리스크에의 노출 정도와 자연 친화적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의 규모 등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생물다양성 공시는 자연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축적을 통해 기업과 투자자, 정부 등의 이해관계자가 관련 의사결정을 구체적인 정보에 입각해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로써 자연 리스크의 효과적인 사전적 예방과 사후 대응은 물론 기회 창출 효과를 배가시키는 방향으로 자금이 흐른다면 전 지구적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위기는 시장 기반 메커니즘19)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근래의 ESG 공시는 ESG 요소가 기업 가치에 재무적으로 중대하게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다. 기업이 공개해야 할 리스크에는 단기적인 재무 리스크뿐만 아니라 자연자본에 대한 의존성과 관련 영향 등 장기적 차원의 리스크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ESG 정보가 전무하다시피한 현재의 재무적 수치에 의존한 공시만으로는 하나의 거대한 지구 생태계에 소속되어 기능하는 기업에 대한 정확한 가치 평가에 제약이 있다. ESG 경영 패러다임하에서 기업 활동과 ESG 요소 간 통합 수준이 높아질수록 이와 관련된 투자와 비용이 객관적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될 필요 또한 높아진다. TCFD와 TNFD 공시 프레임워크 등이 이러한 간극을 메우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미 탄소배출권과 탄소세, 좌초자산20) 등의 회계 처리를 다루는 환경 회계와 함께 기업의 환경ㆍ사회적 영향을 재무적 가치로 측정하고, 실사에 반영하는 기업가치 평가가 활용되고 있고, 역으로 전통적인 재무 보고를 다루는 일반 회계에서도 유ㆍ무형 자산 상각 및 재고자산 측정, 충당부채와 우발부채 등의 회계 처리 시 환경적 영향을 고려, 반영함으로써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해 온 기업 공시 환경 내에서 ESG 공시와 관련된 기준 및 수단, 범위 등은 앞으로도 다각적인 진화 과정을 거칠 것이다. 확실한 것은 그 진화의 방향이 기후를 포함한 자연 생태계 전체의 위기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적인 ESG 공시 기준 단일화와 비재무 공시 범위의 확대 추세에 발맞춰 국내의 여건을 고려한 자체적인 표준화 작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고, 기업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ESG 요소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절대적인 존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요인임을 인지하고 관련 공시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12) The Global Risks Report 2022, 17th Edition(World Economic Forum, 2022). 13) Nature Risk Rising : Why the Crisis Engulfing Nature Matters for Business and the Economy(World Economic Forum, 2020). 14) 자연 리스크와 기회 평가를 위해 LEAP 접근 방식 제안 - 자연과 관련된 기업의 활동,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과의 연관성이 높은 사업지역 및 부문에 대한 식별(Locate), 해당 지역 내 자연자본 및 생태계 서비스에 대한 기업의 의존성 및 영향 평가(Evaluate), 그에 따른 리스크와 기회 측정(Assess), 관련 리스크 및 기회에 대한 대응 전략 수립 및 공시 준비(Prepare). 15) 농작물의 수분 작용, 홍수와 침식으로부터의 해안 보호, 수자원 공급, 목재 생산, 어업, 탄소 저장. 16) Global Futures : Assessing the global economic impacts of environmental change to support policy-making(World Wildlife Fund, 2020). 17) New Nature Economy Report II : The Future of Nature and Business(World Economic Forum, 2020). 18) New Nature Economy : Asia’s Next Wave(Temasek, 2021). 19) 자연자본 투자 관련 자세한 내용은 Banking on natural capital - Unlock the true value of nature(Deloitte, 2022) 참고. 20) 기후변화 등 시장의 환경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예상치 못한 문제로 기업의 자산 가치가 하락해 상각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예 - 석탄 발전소 및 석유 시설 등 화석 연료 관련 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