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차
- 부가가치세법 개편의 필요성과 그 방향
- 간이과세제도의 폐지
- 세금계산서제도의 개편
- 부가가치세법 개편의 효과(결어)
부가가치세법 개편의 필요성과 그 방향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이윤추구의 목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관할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예전과 달리 이런 절차를 밟지 않고 숨어서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사회적 인식이 고양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을 규율하는 부가가치세제(이하 ‘부가세제’)는 1977.7.1. 시행 후 45년을 지나는 동안 줄곧 시행되어 왔으므로,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고양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사업자등록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 사업을 하면서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를 제대로 내겠다는 의향의 표시이다. 그리고 부가세를 낸다는 것은 이와 연관되는 소득세(개인의 경우)나 법인세(법인의 경우)를 겸하여 내겠다는 의향표시이기도 하다. 이는 부가세가 소득세나 법인세의 선행조세이고, 소득세와 법인세는 부가세의 후행조세(後行租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가세는 유형의 재화 또는 무형의 용역(서비스)을 타인에게 제공하는 사람, 즉 ‘사업자’가 내는 세금이다. 즉 재화ㆍ용역의 공급자가 그 공급받는 자로부터 국가를 대신하여 징수(‘거래징수’)한 다음 그러한 일정기간의 실적을 모아 법정의 납부기간에 국가에 납부하는 방법의 세금이다. 그러므로 이 세금은 해당 재화ㆍ용역의 제공을 받는 사람에게 계속 전가[轉嫁 / 구체적으로는 전전(前轉)]되고 말며, 그 종착점은 남에게 공급을 하지 않는 최종소비자가 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부가세는 최종소비자에게 귀착(歸着)되므로, 이를 이론상 ‘소비세’라 설명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법명 자체가 소비세이다. 이 세제는 인류가 고안한 최상급 발명품이라고 격찬하는 견해가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행 부가세제가 진정으로 최상급인가?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부가세제는 당초의 세제 당국자들이 장담한 것처럼 탈세가 발본색원(拔本塞源)되어 공평과세가 이루어지는 상황인가? 그동안 여러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는 실제로 그렇지 못하다고 분석되어 왔다. 예를 들어 5년 전의 국제통화기금(IMF) 발표자료에 따르면, 미국이나 독일 및 영국의 경우에 지하경제(세금을 피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제활동)의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7∼8%대인데, 우리나라의 비중은 19.83%(일본은 8.19%)라는 것이었다. 이 비중은 최근에 들어 신용카드 사용의 급격한 확산추세와 과세기법의 향상 및 세수확보를 위한 고강도 압박세무행정의 구현 등으로 상당한 개선이 있었으므로, 현재로서 대략 18% 정도로 낮아졌을 것이라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것이 위 선진국들의 경우처럼 10% 미만으로 하향조정되려면, 무엇인가 획기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8(18 - 10)%를 넘는 지하경제 비중의 축소(양성화)는 실제로 매우 지난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에 관한 해답의 실마리를 현행 부가가치세법(이하 ‘부가세법’)의 획기적인 개편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지금까지 반세기 가까이 커다란 골격의 변화 없이 유지되어온 부가세법의 기본틀을 크게 두 측면에서 완전히 바꾸면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 하나는 이 세제에서 몸통을 흔들 정도의 예외를 이루는 간이과세제도를 과감히 철폐하는 방안이다. 그 둘은 그동안 부분적인 수정만을 거듭하여온 세금계산서제도를 디지털경제시대에 걸맞은 내용으로 혁신하는 방안이다.
간이과세제도의 폐지
간이과세제도는 당초에 ‘과세특례’라는 이름으로 시행되었다. 이는 일반과세자의 경우처럼 자기가 공급한 각 가액에 10% 상당액을 그 공급받는 자로부터 이른바 ‘거래징수’라는 명목으로 얹어 받아 과세기간 6개월의 실적을 합하여 매출세액이라 하면서 같은 6개월간 자기가 공급받을 때 10%씩 얹어주었던 실적을 합하여 매입세액이라 한 다음, 이들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뺀 나머지를 납부세액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에 납부하는 것이 아니다. 즉, 소득세처럼 6개월 또는 1역년의 매출실적을 합한 금액에 별도 세율(원칙으로 2%, 대리중개 주선 위탁매매 및 도급의 경우 3.5%)을 곱한 금액을 해당 과세기간의 납부세액으로 내는 방식이었다. 이는 영세 개인사업자를 크게 봐주는 예외조치였다. 이 같은 과세특례에 해당하는 사업자(간단히는 ‘과특자’) 수는 초창기에 전체 부가세 납세자 수의 80%를 차지할 정도였다. 물론 과특자들이 창출하는 통계상 GDP의 비중은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는 1996.7.1.부터 과세특례를 그대로 둔 채 간이과세라는 과세특례제도를 약간 변형한 새 제도를 추가하는 개정을 했다. 그러다가 4년 후 2000.7.1.에는 종래의 과특자를 없애고 간이과세제도만을 남겨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가운데 과특자나 간이과세자에 해당할 수 있는 매출액 기준을 여러 번에 걸쳐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로 높이곤 하는 우를 범했다. 논리적으로 본다면 인플레가 점진적으로 확대진행되는 경제여건에서 원래의 해당 기준을 그대로 두어 자연스레 과특자 등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갔어야 할 일이다. 이러한 과특자 등은 정식의 세금계산서 발급의무가 없으며, 거래징수의무도 없다. 그러므로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 사이의 상호연계 작용도 잘 발휘되지 못한다. 따라서 그만큼 수입금액을 누락시키기 쉬운 구조이며, 수입금액이 늘어나 그 과세유형이 일반과세자에 해당되기에 충분한 경우라도 그러한 유형전환을 교묘히 기피하기도 쉬우므로, 세금 탈루의 가능성은 그만큼 크기 마련이다. 특히 과특자 등과 일반과세자 사이의 거래에 관한 세무처리는 양편 다 모두 명료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들이 국민경제의 자원배분을 왜곡시킬 여지는 매우 큰 편이다. 이러한 현행의 간이과세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부가세제는 선진화된 세제 또는 투명한 세제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간이과세제도는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부가세제 본연의 세제(전단계매입세액공제법을 채택하는 세제)가 아닐 뿐더러 아직도 전체 부가세 납세자의 절반 가까이를 점하고 있어 ‘배보다 배꼽이 큰’ 기형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간이과세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고 모든 부가세 납세자를 일반과세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한다면 위 지하경제 비중 8%의 절반은 양성화될 것이라 전망하는 바이다. 이에 관한 통계분석치의 제시는 필자 역량 밖의 일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이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 점에 대하여 현재의 간이과세자들에게 지나친 경제적 부담과 세무처리의 부담을 안겨준다는 반론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자는 해당 세액의 전부가 최종소비자에게 전가되므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 소득세의 부담이 다소 늘어날 수 있지만, 최저세율 6% 상당액의 부담이 지워질 정도이다. 그리고 종전의 탈세분이 양성화되는 가운데 세부담이 늘어나는 부분은 거래 정상화의 대가이므로, 국가가 동정할 가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세무처리의 번거로움이 문제되기는 하지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는 매월 5만원 정도의 수수료만을 지급하면서 전문직 세무사들에게 기장대리업무를 맡긴다면 결코 어렵거나 부담스러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민을 잘 설득하는 과제만이 남기 마련이다.
세금계산서제도의 개편
현행의 세금계산서제도는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앞서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선두를 달리는 우리의 전산제도와도 잘 접목된다는 사실은 다분히 고무적이다. 그러므로 그 자체적인 모순점만을 시정한다면 그야말로 세계적인 제도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 모순점의 하나는 현재 공급자가 재화ㆍ용역의 공급 시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문제이다. 이는 외상거래 시에도 발급하는 점 때문에 세금계산서가 영수증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모순을 낳는다. 그러므로 공급대가의 실제 수령시기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도록 그 발급시기를 바꾸어야 한다. 왜냐하면 공급자가 외상으로 판매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상태에서 공급받는 자가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다면 세금의 국고수입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며, 이러한 세금계산서를 가지고서 공급받는 자가 부가세를 환급받는다면 부당한 국고유출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만약 자료상이 개입하여 공급받는 자가 허위의 세금계산서로 위 환급을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국고유출은 영원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그 모순점의 둘은 외상거래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공급받는 자가 나중에 거래대금을 지급하였는데도 공급자가 자기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에 부당한 국고유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그러므로 현금주의 방식으로 공급가액과 얹어 받는 부가세를 실제로 받은 다음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도록 하는 방법만이 최선의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가를 받고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더라도, 공급자가 해당 부가세를 고의로 납부하지 않는 경우에 생기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급받는 자가 그 대가를 은행을 통하여 가상계좌에 납입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현재 각종 공과금고지서에 활용되는 가상계좌를 공급받는 자의 요청으로 은행에서 개설하면 되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 전산처리가 어렵다거나 비용이 문제라는 반론이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음으로 외상거래 시에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도록 하면 공급받는 자가 이른 시일 안에 부가세를 공제 또는 환급받을 수 있으므로, 영세사업자에게 그만큼 자금지원을 하는 측면이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는 견해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에 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 모순점의 셋은 현재로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못한 채 중고품이나 면세재화 등을 구입하여 제조ㆍ가공을 거치거나 원상 그대로 공급하는 납세자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으므로, 매출세액 전부가 납부세액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신고누락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현행 세금계산서 양식을 개선하여 매입세액이 아예 없는 부분의 매출원가를 따로 기재하는 특별기재란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매우 간단한 개선책이며, 부작용도 전혀 없다.
부가가치세법 개편의 효과(결어)
이상에서 현행 부가세 법의 획기적인 개편방안으로서 간이과세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과 세금계산서가 지니고 있는 커다란 모순점을 시정하는 것으로 압축하여 논의하였다. 전자는 너무 오랫동안 당연한 일로 치부하여 오면서 탈세를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던 제도적인 문제점을 시정하는 방안이다. 후자는 세금계산서의 모순점으로 말미암아 빚어지는 납세실무상의 문제점을 시정하는 방안이다. 위 후자의 개선으로 위에서 지적한 지하경제 비중 8% 중의 나머지 절반이 양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세금계산서 발급시기의 부작용으로 매년 국고의 부당유출이 14조원에 달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그 유출액이 얼마든 간에 이러한 국고의 부당유출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야말로 지하경제의 비중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는 선진세제 및 투명세제가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