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炯 徹/재정경제부 법인세제과장 경제사회의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다양화되고 있음에 따라 세제는 이러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여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려다 보니 세법이 빈번하게 보완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또한 금융이 자율화되면서 세제의 정책적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증가하였고 조세부담의 공평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화·개방화에 맞추어 조세를 선진화시키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우리의 경우 감세나 증세 등을 함에 있어서 경제적 분석이 미흡하고 세제개편을 한 후에도 이에 대한 분석이 없는 것이 아쉽다.
"세제가 소득재분배에 별로 기여를 하지 못한다", "에너지관련 세금의 인상은 징세편의적인 발상이다" 등등 최근 언론을 통해 세제문제가 이슈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또 "세제를 왜 이렇게 자주 고치는가?", "세제가 복잡해서 너무 불편하다"와 같이 잦은 세제개편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면 세제의 개편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필자는 80년대 중반부터 공무원생활의 대부분을 세제실에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세제개편의 흐름을 피부로 잘 느끼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세법개정의 역사를 관찰해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1981년부터 1990년까지는 10년 동안 총 40개의 세법(1개의 세법이 수회 고쳐지는 경우 이를 개수로 합산)을 개정하여 연평균 4개의 세법을 개정했으며, 그 중 조세감면규제법은 매년 고쳐서 11회, 소득세법이 8회, 법인세법이 5회, 상속세법이 4회 등의 순으로 자주 개정되었다. 또한 1991년부터 2000년 세제개편안(임시국회 제출안 포함)까지 합하면 총 80개의 세법이 개정되어 연평균 8개의 세법이 개정되었으며 이는 정확하게 80년대의 2배에 이르는 것이다. 이 중 조세감면규제법(98년 조세특례제한법으로 개명. 이하 "조특법"이라 한다)은 23회 개정이 되어 1년에 2.3회 개정되었으며, 소득세법이 13회, 법인세법이 11회, 상속세법이 6회, 부가가치세법이 5회순으로 개정되었다. 또한 7개 이상 세법을 고친 해는 81년(7개), 88년(7개), 90년(7개), 93년(12개), 94년(10개), 95년(11개), 96년(7개), 97년(8개), 98년(15개), 99년(16개), 2000년(14개) 등이다. 이와 같은 통계숫자로 보면 확실히 해를 거듭할수록 특히 80년대에 비해 90년대에 와서 세제개편의 폭이 급격히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세법이 빈번하게 고쳐지는 것은 다음과 같은 외생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경제사회의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다양화되고 있음에 따라 세제는 이러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여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려다 보니 세법이 빈번하게 보완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가장 많은 개정회수를 기록한 조특법의 경우 중소기업지원, 투자촉진, 기술인력개발, 공익사업지원, 구조조정지원 등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이 총망라되어 있는 관계로 각종 경제대책을 수립할 때마다 주요정책수단으로 조세감면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매년 국회가 열릴 때마다 고쳐지는 세법이다. 조세가 경제정책의 타이밍에 맞추어 적절히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에 잦은 개정이 불가피하나 오랜 기간에 걸친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탄력적인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 금융이 자율화되면서 세제의 정책적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과거 80년대에는 각종 경제정책의 수립과정에서 우대금융의 배분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조세만 해도 보조적인 역할을 할 때가 많았으나 90년대에 들어 와서 금융이 시장기능에 맡겨지고 정책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주요 정책수단으로 세제가 그만큼 중요해 졌다. 정부의 고유기능은 조세와 재정지출을 통한 거시경제의 개입이므로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구조가 선진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조세부담의 공평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과거에는 어두운 지하경제에 안주하던 소득들이 점차 밝은 지상경제로 하나 둘 드러나면서 조세부담이 심각해지고 가처분소득에서 조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조세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지고 있다. 특히, 소득종류간의 세부담 불형평은 과세당국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서 사업소득자의 과세표준양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사용유도 등 각종 정책이 수립·보완되고 있고, 근로자에 대한 세부담 경감도 매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세법개정이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부유층의 변칙상속에 대한 관심도 매우 커서 상속세의 철저한 과세를 위해 잦은 세법개정이 이루어진다. 넷째, 국제화·개방화에 맞추어 조세를 선진화시키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소득세의 최고세율이 방위세를 포함하여 90%에 이르던 것이 점진적으로 세율을 인하하여 이제는 40%이고, 법인세율도 80년대초 40%수준에서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 배양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인하하여 이제는 28%로서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외에도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 등 WTO의 禁止補助金적인 세제는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기능별 일반지원 제도로 바꾸어 가야 하고, 다국적 기업·자본이동의 자유화로 우리나라의 세제가 주요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면 국부가 유출되기 때문에 재정사정을 감안 해서 점진적으로 조세를 서로 각국이 조화(tax harmonization)시키려는 노력을 경쟁적 으로 하기 때문에 세법개정의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혼합되어서 세법개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잦은 세법개정은 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납세협력비용을 높이며 법적안정성을 약화시키는 문제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세제개편은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적이기도 하고, 국민경제 주체들의 소비·저축·투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제적이기도 하며, 복잡한 재산·소득·소비에 관한 권리의무관계를 정확하게 반영해야 하므로 법률적이기도 하는 복잡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세제개편의 역사는 곧 그 나라의 정치경제의 얼굴이 어떻게 바뀌는 가를 보여준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한 후 86년 소득·법인세의 세율을 내리고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대폭적인 감세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세제개편을 한 적이 있다. 이 세제개편은 레이건 행정부의 자문위원인 Auther B. Laffer교수의 이론이 배경이 된 것으로서, Laffer교수는 "조세는 그 세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사람들의 근로·저축·투자의욕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이는 다시 세수를 감소시킨다"고 주장하였다. 지나치게 높은 세율은 세원이 되는 국민소득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높은 세율이 반드시 높은 조세수입을 보장하지 못하며, 반면에 세율을 낮추게 되면 생산활동을 촉진해 세수를 늘리게 되는 효과를 가져와 종국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1980년 미국 대통령 선거때 정치인을 비롯하여 공급주의 경제학자들의 감세정책에 대한 중요한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최근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세제개편의 성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데 열중하고 있고, 심지어 최근 미국경제의 호황과 재정적자감축은 이 세제개편의 성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필자도 국방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거치면서 래퍼이론이 과연 맞는 것인지 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의 한계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본 적이 있다( "조세부담률의 한계수준에 관한 연구"1998.12월 국방대학원석사학위논문). 우리의 경우 감세나 증세 등을 함에 있어서 경제적 분석이 미흡하고 세제개편을 한 후에도 이에 대한 분석이 없는 것이 아쉽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내총생산이 500조를 넘어가고 있고, 경제주체들의 행태가 매우 다양하고, 경제의 국제화 개방화로 인해 과거의 감각적이고 미시적인 정책수단이 먹혀 들어가지 않고 있다. 최근 많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금융소득 등의 과세기반(tax base)은 확대하고 세율(tax rate)은 더 낮추라고 요구받고 있으며, 직접세의 비중이 낮아 조세의 소득재분배기능이 약화되었다고 공격받곤 한다. 연구기관들은 과거의 세제개편이 국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현재의 조세부담이 적정한지 등 세제의 경제적 효과를 실증적으로 연구하여 분석하여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개편안을 건의하고 정부는 이에 대한 많은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세제를 개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