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해석의 의의와 그 중요성
세법의 해석이란 구체적인 과세요건사실에 세법을 적용하기 위하여 일반적ㆍ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세법규범의 의미ㆍ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을 말한다. 세법의 해석은 그 해석권한의 존재 여부에 따라 해석권한이 없는 학자 등이 하는 학리해석과 해석권한이 있는 기관이 하는 유권해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세법의 해석이라 함은 학리해석을 말하는데, 이는 주로 학자들에 의하여 순수한 학문적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이루어지기에 학설적 해석이라고도 한다. 이와 같은 학리해석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행정기관의 행정해석이나 법원의 판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에 대하여 해석권한이 있는 기관이 하는 유권해석은 그 해석기관에 따라 크게 입법해석, 사법해석 및 행정해석으로 구분한다. 입법해석이란 입법기관이 법조문의 형식으로 법령의 내용이나 용어의 의미를 밝히는 것을 말한다. 법령의 형식에 의하는 것으로서 입법이면서 동시에 법령 해석의 성격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국세기본법」제2조의 정의규정이 그 전형적인 예이다. 입법해석은 바로 법령이므로 행정기관은 물론이고 사법기관도 구속하는 효력이 있다. 그리고 사법해석이란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가 사법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재판 등의 절차를 통하여 판결이나 결정 등의 형식으로 법령의 내용이나 의미를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헌법 제101조 제1항, 제111조 제1항). 그런데 학리해석이나 행정해석에도 불구하고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 최종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하는 사법해석(대법원 판결)이다. 법령의 해석에 관한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하기 때문이다(헌법 제101조). 다음으로 행정기관이 하는 해석을 행정해석이라 하는데, 세법의 행정해석은 국세청장ㆍ기획재정부장관 및 법제처장이 담당한다.
행정해석의 구속력
행정해석은 과세관청 내부에서만 구속력(내부적 구속력)을 갖고 납세자나 법원에 대한 구속력(대외적 구속력)은 없다(대법원 2005두5611, 2007.2.8., 판결 외). 그러나 행정해석 중 세법해석 사전답변의 경우로서 신청인이 답변의 내용을 정당하게 신뢰하고 신청한 사실대로 특정한 거래 등을 이행한 경우 관할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은 해당 거래에 대하여 경정 또는 결정을 할 때에 그 답변내용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신청인과의 관계에서 그 해석에 사실상의 구속력을 부여하고 있다(국세청 법령사무처리규정 제25조). 또한 훈령ㆍ기본통칙ㆍ세법집행기준ㆍ예규나 특정인에 대한 질의회신(이하 “행정해석”이라한다)은 납세자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그 유권해석이 과세관청의 공적인 언동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결과적으로는 그 유권해석에 대하여 사실상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훈령ㆍ기본통칙ㆍ세법집행기준ㆍ예규 또는 질의회신과 같은 유권해석은 과세관청의 공적인 견해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대상이 되며, 납세자의 개별적인 질의회신의 경우에도 납세자가 과세관청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구체적 사실관계 및 거래실태를 제시하면서 그에 적용될 법령의 해석이나 그에 관련된 세무처리 또는 과세 여부 등에 관하여 질의를 하고 과세관청이 그에 관하여 어떤 견해를 표명하였다면 신뢰보호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두42559, 2019.1.17., 판결 외 다수). 그러나 비록 과세관청이 질의회신 등을 통하여 어떤 견해를 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중요한 사실관계와 법적인 쟁점을 제대로 드러내지 아니한 채 질의한 데 따른 것이라면 공적인 견해표명에 의하여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할 만한 신뢰가 부여된 경우라고 볼 수 없고, 납세자의 추상적인 질의에 대한 일반론적인 견해표명에 불과한 것은 신뢰보호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로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과세관청의 유권해석이 있는 경우, 납세자는 그 과세관청의 유권해석의 정당성 또는 존속성에 대하여 신뢰하고, 그 신뢰에 터 잡아 일정한 행위나 거래의 실행 등과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다. 만일 과세관청이 사후에 그 유권해석에 위배되는 납세자에게 불리한 과세처분 등을 한다면 그 과세처분 등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여 취소의 대상이 된다고 하겠다. 한편, 질의회신으로서 그 내용이 중요하여 훈령ㆍ기본통칙ㆍ세법집행기준의 형태로 제정되거나 예규의 형태로 하급관청에 시달되면 납세자나 법원에 대한 구속력은 없지만 과세관청 내부에서는 구속력을 갖는다. 이로 인하여 행정해석은 과세행정의 실제에 있어서는 사실상 법령과 다를 바 없이 위력을 발휘한다. 훈령ㆍ기본통칙ㆍ세법집행기준의 형태로 제정되거나 예규의 형태로 하급관청에 시달된 행정해석은 하급관청을 구속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행정해석이 과세처분이나 징수처분의 지침 또는 기준을 이루며, 따라서 하급관청은 이와 같은 행정해석을 기준으로 하여 과세처분 및 징수처분을 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훈령 등은 상급관청의 감독권에 근거하여 하급관청에 대하여 발령하는 것이므로 하급관청은 공무원법상의 복종의무(예 : 국가공무원법 제57조)에 따라 훈령 등을 준수할 법적 의무를 지며, 소속공무원이 훈령 등에 따르지 않고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징계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훈령 등의 법적 성격에 기인하여 과세관청의 유권해석은 세무행정의 현장에서는 사실상 법령과 같은 위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과세관청의 세법해석은 납세자의 권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해석의 절차와 방법을 명확히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해석에 대한 회신에 앞서 국세예규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잘못된 행정해석에 대한 납세자의 권리구제
조세행정의 실례를 보면 추상적인 법령보다는 유권해석을 기준으로 하여 과세처분을 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행정해석이 법령의 바른 해석을 담고 있다면 세무행정의 원활한 집행과 국민의 권리보호에 기여한다. 그런데 행정해석 중에는 법령을 잘못 해석한 것도 있을 수 있는데, 이와 같이 잘못된 행정해석에 근거한 과세처분에 대해서는 행정상 쟁송을 통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유권해석(특히 기본통칙, 세법집행기준, 훈령 등)이 발하여지면 설령 그 내용이 법령에 위배되는 해석이라 할지라도 하급관청 및 그 소속공무원은 그 유권해석에 따라 과세처분 등을 행하게 되고 납세자는 그에 따른 세액의 납부 등을 강제당하게 된다. 이 경우 그 잘못 해석한 유권해석에 터 잡아 이루어진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는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바로잡을 수 있지만, 납세자의 상당수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함이 없이 그 과세처분을 받아들여 세액을 납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 후에 다른 납세자가 동일한 내용의 과세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경우, 즉 그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었던 행정해석이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해당 법령의 해석을 그르친 것으로 밝혀진 경우라 하더라도 이미 쟁송제기기간이 경과하여 불가쟁력이 발생한 과세처분에 대하여 다툴 방법이 없다. 물론 일반적 경정청구를 통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이미 일반적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하였다면 더 이상 다툴 방법이 없는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후발적 경정청구는 당초의 신고나 과세처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후발적 사유를 이유로 하는 것이므로 해당 국세의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에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가 되는 거래 또는 행위의 존재 여부나 그 법률효과가 달라지는 경우 등의 사유는 「국세기본법」제45조의 2 제2항 제5호가 정한 후발적 사유에 포함될 수 있지만, 법령에 대한 해석이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 당시와 달라졌다는 사유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여 법령의 해석의 변경은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2두28254, 2014.11.27., 판결 외).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납세자는 자신의 과오가 아니고 과세관청의 잘못된 유권해석에 기인하여 불의의 재산상 손해를 입는 결과가 된다. 과세관청의 잘못된 유권해석에 기인하여 실제로는 납세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납부하지 않았어야 할 세금을 납부한 납세자에게 권리구제의 길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과세관청의 잘못된 유권해석으로부터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은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과세관청의 법령의 해석이 이의신청ㆍ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나 소송에 대한 재결 또는 판결에 의하여 변경된 경우에는 그 법령의 해석 변경을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로 추가하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 해석통달(우리나라의 유권해석)이 판결 등에 의하여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그 변경이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 왔는데(東京高判 昭和 58年4月25日), 2006년도 국세통칙법 개정에 의하여 국세청장관의 법령해석이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는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도록 바꾸었다. 즉, 신고ㆍ경정 또는 결정에 관한 과세표준 등 또는 세액 등의 계산의 기초가 된 사실에 관한 국세청장관의 법령의 해석이 그 경정 또는 결정에 관한 심사청구 또는 소송에 대한 재결 또는 판결에 의하여 변경되어 변경 후의 해석이 국세청장관에 의하여 공표된 것에 의하여 그 과세표준 등 또는 세액 등이 다르게 취급을 받는 것으로 된 것을 알게 된 경우에는 해당 사유가 발생한 날의 다음 날부터 기산하여 2월 이내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국세통칙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둘째, 훈령ㆍ기본통칙 또는 세법집행기준이 위법한 경우에는 과세처분이 행하여지기 이전에도 국세청장에게 해당 훈령ㆍ기본통칙 또는 세법집행기준상의 특정 조항에 대하여 그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절차(추상적 규범통제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하여 해당 규정의 위법성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해당 조항의 위법성을 공시함과 동시에 즉시 법령에 맞게 해당 조항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기본통칙 또는 세법집행기준의 제정 과정에 민간전문가(대학교수,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가 참여한 심의기관의 심의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그 제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세법의 해석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기획재정부에 국세예규심사위원회를 두고 있고, 국세청에 국세심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국세청장이 기본통칙 또는 세법집행기준을 제정하려고 할 때에는 예규심사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그 심의를 거치도록 입법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