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사안의 개요
1. 기본적 사실관계
원고는 주유소(이하 “이 사건 주유소”)를 운영하는 소외법인의 대표이사로서, 2013.경 당시 지목이 ‘전’으로 되어 있는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를 11억원에 매입하였고, 같은 시기에 소외법인도 이 사건 토지와 함께 이 사건 주유소 및 그 부지로 활용되고 있는 토지 등 부동산(이하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을 매입하여 원고가 소외법인에게 이 사건 토지를 임대하고 이 사건 주유소 운영에 사용하도록 하였다. 원고는 2017.2.경 매수인 A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매가액 12억원으로 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양도하였다. 그런데 같은 날1) 소외법인도 A에게 주유소 및 주유소 부지를 일괄하여 매매가액 53억원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양도하였다. 원고는 2017년 귀속 양도소득세 신고 시 양도가액을 12억원으로 기재하여 계산하고 납부하였다.
1) 실제 계약서상 일자는 다르나 대상판결은 같은 날 양도가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처분청은 이 사건 토지 역시 이 사건 주유소의 운영에 공하여 사용되는 토지로서, 원고와 소외법인이 소유부동산을 사실상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양수인에게 일괄양도하면서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액은 과소하게, 당시 소외법인이 소유한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의 양도가액은 과다하게 산정한 후 특수관계인인 소외법인의 결손을 이용하여 원고의 양도소득세를 과소신고한 것으로 판단하여, 소득세법 제100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이 사건 토지와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의 매매가액을 합산한 후 각 부동산의 감정평가가액으로 안분하여 계산한 가액을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액으로 하여 2017년 귀속 양도소득세를 재계산한 뒤 원고에게 이를 경정ㆍ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2. 관련 법령
(1) 소득세법(2015.12.15. 법률 제13558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음)
제100조 【양도차익의 산정】
- ①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양도가액을 실지거래가액(제96조 제3항에 따른 가액 및 제114조 제7항에 따라 매매사례가액ㆍ감정가액이 적용되는 경우 그 매매사례가액ㆍ감정가액 등을 포함한다)에 따를 때에는 취득가액도 실지거래가액(제97조 제7항에 따른 가액 및 제114조 제7항에 따라 매매사례가액ㆍ감정가액ㆍ환산취득가액이 적용되는 경우 그 매매사례가액ㆍ감정가액ㆍ환산취득가액 등을 포함한다)에 따르고, 양도가액을 기준시가에 따를 때에는 취득가액도 기준시가에 따른다.
- ② 제1항을 적용할 때 양도가액 또는 취득가액을 실지거래가액에 따라 산정하는 경우로서 토지와 건물 등을 함께 취득하거나 양도한 경우에는 이를 각각 구분하여 기장하되 토지와 건물 등의 가액 구분이 불분명할 때에는 취득 또는 양도 당시의 기준시가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분계산(按分計算)한다. 이 경우 공통되는 취득가액과 양도비용은 해당 자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안분계산한다.
- ③ 제2항을 적용할 때 토지와 건물 등을 함께 취득하거나 양도한 경우로서 그 토지와 건물 등을 구분 기장한 가액이 같은 항에 따라 안분계산한 가액과 100분의 30 이상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토지와 건물 등의 가액 구분이 불분명한 때로 본다.
- ④ 양도차익을 산정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 소득세법 시행령
제166조 【양도차익의 산정 등】
- ⑥ 법 제100조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토지와 건물 등의 가액의 구분이 불분명한 때에는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64조 제1항에 따라 안분계산하며, 이를 적용함에 있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2조 제1항에 따른 선박 등 그 밖의 유형재산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64조 제2호 단서에 해당하는 장부가액이 없는 경우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2조 제1항에 따라 평가한 가액을 기준으로 한다.
(3)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64조 【토지와 건물 등을 함께 공급하는 경우 건물 등의 공급가액 계산】
- ① 법 제29조 제9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 및 같은 항 제2호 본문에 따른 안분계산한 금액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
- 1. 토지와 건물 또는 구축물 등(이하 이 조에서 “건물등”이라 한다)에 대한 「소득세법」 제99조에 따른 기준시가(이하 이 조에서 “기준시가”라 한다)가 모두 있는 경우: 공급계약일 현재의 기준시가에 따라 계산한 가액에 비례하여 안분(按分) 계산한 금액. 다만, 감정평가가액[제28조에 따른 공급시기(중간지급조건부 또는 장기할부판매의 경우는 최초 공급시기)가 속하는 과세기간의 직전 과세기간 개시일부터 공급시기가 속하는 과세기간의 종료일까지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정평가법인등이 평가한 감정평가가액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가액에 비례하여 안분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소득세법 제100조 제2항, 제3항 및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64조에 따르면, 부동산을 일괄양도하는 경우에 그 토지와 건물 등을 구분 기장한 가액이 각 부동산의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안분계산한 가액과 100분의 30 이상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기준시가 또는 감정평가가액을 기준으로 안분계산하나 가액을 양도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1) 이 사건 토지와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은 주유소 운영을 위한 부동산으로서 일체로서 거래되고 사용되어 왔던 것으로 판단되고, (2) 이 사건 토지는 맹지이고 농지이므로 이 사건 주유소에 공하여 사용되어지는 외에 매매계약이 체결되기는 어려우며, (3) 소외법인과 A 사이의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 매매계약서에는 ‘소외법인 외 1인’을 매매계약 당사자로 표시한 부분이 있는데 관련 특약에서 이 사건 주유소의 매매가액인 12억원을 기재한 부분도 있고 이는 실제 매매가액과 일치하고 있어, 원고는 소외법인과 A와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상 주요사항도 결정하였고, (4) 소외법인이 결손법인이었기 때문에 원고와 소외법인이 이 사건 토지를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과 함께 매도하면서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액을 낮추면서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의 양도가액을 높일 유인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 토지는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과 함께 일괄양도되었는데, 이 사건 토지 및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의 총 양도가액을 기준시가 기준으로 안분하여 이 사건 토지 양도가액을 산정하면, 실제 양도가액보다 30% 이상 높은 가액이 나오므로, 관련 법령에 따라 총 양도가액을 감정평가가액을 기준으로 안분계산하여 산출된 이 사건 토지가액이 양도가액으로 의제된다고 판시하였다.
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소득세법 제100조 제2항은 “양도가액을 실지거래가액에 따라 산정하는 경우로서 토지와 건물 등을 함께 취득하거나 양도한 경우에는 이를 각각 구분하여 기장하되 토지와 건물 등의 가액 구분이 불분명할 때에는 취득 또는 양도 당시의 기준시가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분계산(按分計算)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은 “토지와 건물 등을 함께 취득하거나 양도한 경우로서 그 토지와 건물 등을 구분 기장한 가액이 같은 항에 따라 안분계산한 가액과 100분의 30 이상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토지와 건물 등의 가액 구분이 불분명한 때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득세법시행령 제166조 제6항은 안분계산하는 방법은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64조 제1항에 따라 하도록 규정하고,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64조 제1항은 (i) 각 부동산에 기준시가가 모두 존재하는 경우에는 기준시가 기준으로 안분하되 공급시기에 속하는 과세기간의 직전 과세기간 개시일부터 과세기간 종료일까지의 감정평가가액이 있는 경우에는 감정평가가액을 기준으로 안분하고(제1호), (ii) 기준시가가 없지만 감정평가가액이 있는 경우에는 감정평가가액을 기준으로 안분하며(제2호), (iii) 기준시가와 감정평가가액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방법에 따라 “기준가액”을 계산하여 이를 기준으로 안분계산하도록 하고 있다(제3호, 토지와 건물 등의 가액구분이 불분명한 경우 과세표준 안분계산방법 고시).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은 2015.12.15. 법률 제13558호로 신설되었으며, 입법 취지는 자산별가액의 임의적 구분에 의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2) 즉, 총 양도가액 중 특정 부동산의 실제 양도가액이 기준시가 기준으로 안분한 가액보다 30% 이상 차이가 날 경우에는 납세의무자의 조세회피 의도가 있다고 보겠다는 것이다.
2) 국가법령정보센터 소득세법 법률 제13558호 개정 이유
이때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에서 “토지와 건물 등의 가액 구분이 불분명한 때로 본다”라고 기재한 부분이 추정 규정인지 간주 규정인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여러 사안들에서 문제가 되었으나, 1심과 2심의 판단이 갈려 양측의 입장을 확인해볼 수 있는 판례를 소개한다. 납세의무자가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은 추정 규정이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은 규정이 비록 간주규정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이를 반증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간주규정으로 해석하는 경우, 당사자 사이의 가액 구분이 위 조항의 요건에는 해당하지만 그것이 거래관행에 따른 당사자 사이의 합리적인 가액결정의 결과라는 반증이 있는데도 그에 따른 가액 구분을 허용하지 아니함으로써 양도소득세를 산정함에 있어 그 양도가액을 원칙적으로 실지거래가액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소득세법의 체계에 반하고, 실제 발생한 양도차익보다 소득을 높게 평가함으로써 과도한 조세를 부과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은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일응 가액 구분이 불분명한 경우로 ‘추정’하나 납세의무자가 그러한 가액 구분이 통상의 거래관행에 따른 합리적인 의사합치의 결과라는 입증을 하여 반증할 수 있는 추정규정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법2019구단50406, 2019.9.3., 판결). 반면 위 1심 법원의 항소심인 2심 법원에서는 (i) 소득세법 제100조 제2항에서 ‘토지와 건물 등의 가액이 불분명한 때’라고 함은 토지와 건물 등을 가액 구분 없이 양도한 경우뿐만 아니라 계약서 등 증빙서류에 가액의 구분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당사자 사이의 진정한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거나 통상의 거래관행에 현저히 벗어나 합리적인가액 구분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하는 취지로 해석되는데, (ii)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의 문언은 단순한 추정규정이 아니라 간주규정의 형태를 띠고 있고, (iii)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이 개별사안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안분계산을 하도록 정한 것은, 계약서 등 증빙서류에 가액의 구분이 되어 있으나 그것이 당사자의 진정한 합의에 기한 것인지, 조세회피 목적으로 그와 같이 기재한 것인지를 명확히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사정을 감안하여 구 소득세법 제100조 제2항의 ‘토지와 건물 가액이 불분명한 때’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로서, 자산별가액의 임의적 구분에 의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iv) 이를 추정규정으로 본다면 거래관행에 따른 합리적인 의사합치의 결과라는 입증만 있으면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게 되어 사실상 이 사건 조항의 신설 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어 간주규정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조세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입법취지에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은 반증이 허용되지 않는 간주규정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법2019누58799, 2020.6.18., 판결3)).
3) 이는 대법원 2020.11.5.자 42798 상고기각 판결로 확정되었다.
①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의 문언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간주규정이라고 봄이 타당한 점, ② 해당 규정은 단순히 자산가액의 임의적 조정을 방지하기 위하여 ‘총양도가액’이 아닌 총양도가액의 자산별 ‘안분비율’을 제한하는 규정일 뿐 일괄양도 시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주고받는 양도가액 자체에는 어떠한 제한도 가하고 있지 않은 점, ③ 감정평가가액이 존재할 경우에는 감정평가가액을 기준으로 안분계산하도록 하고 있어서, 객관적 기준이 존재할 때에는 그에 따르도록 한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위 서울고등법원의 2심판결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 관련 일반 법리
소득세법 제100조 제2항 및 제3항은 ‘토지와 건물 등을 함께 양도한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인데, 이때 ‘토지와 건물 등’의 해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수의 사건에서 위 조항은 토지와 건물을 함께 양도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판례는 토지와 건물 등을 함께 양도하는 경우란 반드시 ‘토지와 건물’을 양도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와 토지’ 및 ‘건물과 건물’을 함께 양도하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판시하고 있다[(서울고법2021누64117, 2022.3.31.) 판결, (서울고법2021누56819, 2022.1.21.) 판결]. 또한 토지와 건물 등을 양도하는 것은 반드시 동일인일 필요는 없고, 양도 주체가 다르더라도 부동산을 일괄양도하는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위 조항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판단하고 있다(광주고법(전주)2015누139, 2015.6.8., 판결 참조).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문언의 해석을 ‘토지와 건물’에 한정 짓는 다거나, 양도주체가 동일인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한정 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토지와 토지’ 및 ‘건물과 건물’을 함께 양도하는 경우에도 자산별가액의 임의적 구분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다른 양도주체가 부동산을 일괄하여 양도하는 경우에 오히려 자산별가액의 임의적 구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에서 쟁점이 된 사항은 아니지만 소득세법이 부가가치세법을 준용하고 있으므로, 그 해석과 관련하여 다소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소득세법 제100조 제2항은 안분방법을 같은 법 시행령 제166조 제6항에 위임하고 있고, 해당 시행령 규정은 안분방법은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64조 제1항을 준용하고 있는데, 이때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은 감정평가가액과 관련하여 ‘공급시기’가 속하는 과세기간 직전 과세기간 개시일부터 공급시기가 속하는 과세기간 종료일까지의 감정평가가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공급시기’라는 부분을 어떻게 소득세법에 적용할지 문제된다. 소득세법에는 ‘공급시기’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를 ‘과세기간’으로 치환하여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소득세법에서 ‘양도’라는 개념은 부가가치세법상 ‘공급’이라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어,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공급시기를 기준으로 한 기간을 그대로 차용하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판례 역시 이러한 해석방법을 전제로 판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4)
4) (서울행법2017구단64654, 2018.2.7.) 판결 참조
(5) 소결론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은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으로서,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간주규정이고, 그 문언 및 입법취지상 부동산의 종류가 단일하거나 양도인이 여럿이거나를 불구하고 ‘일괄양도’가 되었다면 언제든지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실질과세의 원칙의 적용
(1)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원칙
국세기본법은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고 하면서(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과세표준을 계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같은 조 제2항),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세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같은 조 제3항).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2007.12. 31. 법률 제8830호로 신설된 것으로, 실질과세원칙을 명확화하여 고도화ㆍ복잡화되고 있는 조세회피행위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조세회피행위가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도입한 조항이다.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원칙을 규정한 조문과 관련하여 입법취지를 감안한다면 엄밀한 의미의 거래에만 본 조항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납세의무자가 제3자를 통한 우회적 행위로 과세요건을 벗어나는 상태가 되는 경우에 널리 본 조항이 적용된다고 한다(대법원2017두41313">대법원2017두41313, 2022.8.25., 판결).
(2)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판례의 경향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이 입법되기 이전 판례는 납세의무자의 행위가 ‘설사 과중한 양도소득세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가 “가장행위에 해당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를 부인하기 위하여는 권력의 자의로부터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세법률주의의 법적 안정성 또는 예측 가능성의 요청에 비추어 법률상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판시(대법원90누3027, 1991.5.14., 판결)하고, “기업이 특수관계자에게 보유주식을 양도한 직후 불공정 합병이 이루어져 특수관계자에게 경제적 이득이 돌아갔다 하더라도 주식 양도 당시는 위와 같은 거래행위로 인하여 받게 될 장래의 기대이익이 불확실하거나 미확정적이었으므로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의 보장을 중핵으로 하는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위 기업이 특수관계자에게 보유주식을 양도한 행위가 법인세법시행령 제46조 제2항 제4호에 규정한 저가양도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양도 이후에 일어난 법인 합병계약과 그에 따른 합병 등의 일련의 행위를 이와 별개의 거래행위의 하나로 파악하여 이를 위 제9호 소정의 이익분여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하는(대법원95누5301, 1996.5.10., 판결) 등 실질과세원칙을 들어 거래를 재구성할 수 없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5) 다만, 조세회피의도가 인정된다면 법적 형식을 갖추었더라도 이를 가장행위라고 보아 가장행위를 부인하고 과세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판시도 있었는바[(대법원91누7170, 1991.12.13.) 판결, (대법원94누1913, 1995.2.10.) 판결] 결국 납세의무자의 행위가 조세회피 의도를 제외하면 특별한 의미가 없는 가장행위인지 여부가 주된 논점이었다.
5) 이창희, 『세법강의(제16판)』, 박영사, 89면
하지만 2007.12.31. 법률 제8830호로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이 신설된 이후로는 대법원이 반드시 가장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행위에 대해서도 조세회피행위의 의도로 이루어졌다면, 그 법적 형식을 부인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시발점은 유명한 [(대법원2008두8499">대법원2008두8499, 2012.1.19.) 전원합의체 판결(일명 ‘로담코’ 판결)]이다. 여기서 대법원은 납세자가 자회사들을 통하여 과점주주 요건을 피해가고 있다면, 그 실질적 귀속관계를 밝혀 실질귀속자에게 과세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어서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각자 직계후손들에게 주식을 증여하지 않고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각각 상대방의 직계후손에게 상호 교차 증여하였다면 실질에 맞게 각자의 직계후손에게 직접 추가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거나(대법원2015두46963, 2017.2.15., 판결), 분할과 합병을 통하여 부동산의 가격 평가가 이루어진 결과 전체적으로 조세부담이 감소하였고, 그 분할과 합병에 법인세 회피 목적 외에 사업상의 다른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기 어렵다면, 분할과 합병을 모두 부인하고 거래를 실질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고(대법원2017두41313">대법원2017두41313, 2022.8.25., 판결),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의 영업 일부를 무상양도 받은 자식들 소유의 회사가 이익을 벌어들인 뒤 다시 아버지 운영 회사에게 흡수합병되는 과정에서 자식들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결과에 이르렀다면, 이는 모두 연속된 하나의 거래로 보아 증여세 과세대상인 증여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2014두41411, 2019.1.31., 판결). 실질과세원칙의 적용범위가 어디까지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하여는 한계점을 상정하기가 어려우나,6)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실질과세원칙의 적용한계를 점차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보인다.
6) 이창희, 위의 책, 91면; 임승순ㆍ김용택, 『조세법(제22판)』, 박영사, 2022, 76면
(3) 대상판결에서의 실질과세 원칙 적용
대상판결에서는 소득세법 제100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결론을 내렸으나, 대상판결 사안에는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서와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 매매계약서가 별도로 작성되었지만 사실은 함께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사실관계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런데 설사 이 사건 토지와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 매매계약이 별도로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조세회피를 위하여 형식적으로만 법적 형식을 갖춘 것은 아닌지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실질과세원칙은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대법원2008두8499">대법원2008두8499, 2012.1.19.,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판결에서 소외법인은 결손법인이었다. 그 결과 소외법인이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을 양도함에 있어 해당 부분의 가액을 아무리 높게 책정하더라도 소외법인에게는 아무런 조세부담이 생기지 않았다. 반면, 원고가 소유하고 있던 이 사건 토지에 배분되는 가액을 낮게 정하면 정할 수록 원고의 양도소득세 부담은 줄어들었기 때문에, 원고와 소외법인이 양도하는 자산가액의 배분에 따라 원고와 소외법인의 전체적인 조세부담이 감소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액을 낮추려고 하는 유인이 발생하고, 이는 조세회피행위라고 해석된다. 다만,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언제나 과세를 할 수는 없고, 실질과세원칙이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원고로서 소외법인과는 인격이 다르고,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이 ‘전’으로서 토지의 성질이 다르다는 점을 이 사건 토지가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과는 별개로 양도되었다는 근거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사건 토지가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과 함께 경제적 일체로 매수인에게 매매된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보이는데, 이 사건 토지는 이 사건 주유소 부지로서 활용되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원고의 주장만으로 실질과세원칙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지목에도 불구하고 이용 상황에 따라 토지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감정평가의 실무인데,7) 지목 변경은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형질변경8)과는 달리 토지 용도의 변경이 있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지목을 이유로 일괄양도를 부인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7) 감정평가에관한규칙 제6조(현황기준 원칙) ① 감정평가는 기준시점에서의 대상물건의 이용상황(불법적이거나 일시적인 이용은 제외한다) 및 공법상 제한을 받는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원고는 이 사건 토지를 개별적으로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며, 소득세법 제100조 제2항 및 제3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와 소외법인이 이 사건 토지 및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을 일괄양도하였다고 보았다. 이처럼 일괄양도하였다고 판단한 이상 소득세법 제100조 제2항이 적용되고, 제100조 제3항은 간주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그에 따라 판시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그러나 파악된 사실관계의 법적 형식이 이 사건 토지와 이 사건 주유소 부동산을 일괄양도하였다고 보기 어려웠던 경우라고 판단되더라도,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의 취지, 실질과세원칙 및 대법원 판례의 경향에 비추어 원고가 결손법인인 소외법인을 이용하여 소외법인의 양도가액을 높이고 원고의 양도가액을 낮추어 원고 양도소득세액을 감소시킨 것은 부인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Ⅲ. 결 론
‘조세회피행위’란 납세자가 합리적인 거래형식에 의하지 않고 우회행위 등 비정상적인 거래형식을 취함으로써 통상적인 행위형식에 의한 경우와 같은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조세의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키는 행위를 의미하며, 탈세와 절세의 중간 영역에 속한다고 한다.9) 즉, 조세회피행위는 조세범처벌법으로 처벌받는 위법한 행위는 아니면서도, 적법하다고 하여 그냥 인정하여 주기에는 조세부과의 취지의 달성을 어렵게 하는 정도에 이르는 행위라고 생각된다.
9) 임승순ㆍ김용택, 앞의 책, 71면
물론, ‘절세행위’와 ‘조세회피행위’를 구분하는 뚜렷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를 구별하기 위하여는 필연적으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자회사’, ‘합병’, ‘분할’과 같은 명백한 법적 형식에 대하여도 그것이 조세회피를 위하여 사용된 것이라면 이를 부인할 수 있다는 지점에까지 실질과세원칙을 확장하여 왔다. 하지만 ‘자회사’, ‘합병’, ‘분할’과 같은 법적 형식은 모두 인격을 창설하거나 소멸시키는 것과 관련된 개념으로서 이러한 개념을 쉽사리 부인하는 것은 엄격하게 한정된 사실관계 하에서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부인한 대법원 판례들은 일응 ‘오로지’ 조세회피만을 위하여 위와 같은 법적 형식이 사용되는 것과 같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재원을 낭비하고 세수를 감소시켜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 이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은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세법에서 마련하고 있는 행위 부인 규정이다. 해당 규정은 기준시가(또는 감정평가액)를 기준으로 하여 일괄양도액을 안분한 가액보다 실지거래가액이 30% 이상 차이가 나면 일률적으로 소득세법이 안분하여 계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양도가액을 계산하고 있다. 해당 규정이 어떠한 예외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납세자에게 과도한 행위제한을 강제하고 있다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는데, 해당 규정은 실제 일괄하여 거래된 부동산의 거래가액을 강제하지는 않고 있고, 다만 기준시가 비율과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을 문제삼고 있으며, 현재 기준시가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실제 가치평가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어 국민적 신뢰가 축적되어 있다는 점에서 해당 규정의 정당성을 이해해 볼 수 있다. 소득세법 제100조 제3항이 의제규정으로 해석된다면,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 애초에 일괄양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지고, 납세자는 일괄양도라는 법적 형식을 취하지 않고서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얻고자 하는 유인이 생기게 된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이런 전형적인 조세회피행위에 대한 사안이라고 보이며, 점점 더 넓은 유형의 조세회피행위에 대하여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판례의 경향을 고려하여 보면, 대상판결과는 달리 일괄양도라는 사실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같은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