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능부담이란 납세자에게 조세를 부담시킴에 있어 능력에 맞게 부담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만약 능력에 맞지 않게 부담을 시킨다면 납세자가 성실하게 납세의무를 수행하려고 해도 사실상 부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며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강력한 조세저항이 일어남으로써 조세를 거두어들이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도 지속가능한 세원획득에 문제가 생긴다. ‘응능부담(應能負擔, ability to pay)의 원칙’에 위배되는 과세는 납세자의 세부담 능력에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조세공평의 원칙, 더 나아가서는 조세정의에 어긋난다. 응능부담의 원칙에 비추어 가장 바람직하게 운영될 수 있는 세목은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의 소득에 대하여 부과하는 소득세이다. 왜냐하면 개인소득은 그해에 벌어들인 실현소득에 대하여 과세하고 소득자의 소득이 최종소득이므로 이에 대하여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헌법 제11조에서 규정하는 평등, 즉 분배적 평등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금부과가 현금창출시기와 조화가 되지 않는 세목들 중에는 조세를 납부하기 위하여 자금을 차입한다든지, 부동산을 급매함으로써 발생하는 재산적 손실,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처분하여 경영권사수에 어려움이 생기는 등의 고통 및 심한 경우는 의도하지 않게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조세는 현금납부가 원칙이다. 그러므로 과세물건에 대하여 과세할 때 만약 해당하는 현금창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납세자 입장에서는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여 세금을 납부하여야 한다. 과세물건이 소득인 경우 그 소득이 현금소득이라면 발생한 현금의 범위 내에서 과세할 수 있지만 만약 그 소득이 현금소득이 아니라면 현금소득에 맞추기 위하여 조정하는 것은 납세자의 현금동원능력에 대한 고려 때문이다. 이러한 예로는 법인세법에서 재무회계상 인정되는 미실현손익인 평가이익이나 평가손실에 대하여 세무상 익금이나 손금으로 보지 않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소득세가 아닌 보유세의 경우는 소득의 발생과 관련이 없고 굳이 소득과 연관을 시킨다면 일정한 가액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납세자는 그에 걸맞은 현금 동원능력이 있다고 보고 과세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납세자의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몇 가지 논의사항에 대하여 살펴보려고 한다. 첫째, 과세물건이 소득인 경우와 재산의 보유 그 자체인 경우는 그 부담능력과 관련하여 상황이 다르다.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양도소득세와 재산의 보유에 대하여 과세하는 보유세에 대하여 살펴보면 양도소득세는 해당 자산의 양도로 인하여 벌어들인 현금소득이 존재한다. 하지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경우는 해당 자산의 보유만으로 과세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련된 현금의 유입이 없는 상태에서 과세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양도소득에 대하여 높은 세액을 부과하면 과도하다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발생된 양도차익의 범위 내에서 세금을 부담하게 되지만, 보유세의 경우 과세물건이 특정자산의 보유이기 때문에 그 자산을 보유한 자의 현금동원능력에 대하여는 정확히 알 수 없고 만약 과도한 보유세의 과세가 이루어진다면 추가적인 자금을 조달하여 세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납세자의 세부담이라는 측면에서 양도소득세보다 보유세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더 고민해야 되는 이유다. 둘째, 상속세의 경우 상속세의 과세물건은 피상속인이 상속한 재산이다.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분류된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부동산, 기업지배 및 통제와 관련한 지분자산 등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경우 세금을 납부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부동산의 경우 현금으로 환가하는 과정에서 급매로 인한 손실을 감수할 수 있으나 납세자에게 치명적인 손실이라 볼 수는 없고 물납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영권과 관련한 지분자산은 상속인이 관련 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상속세를 납부하는 시기까지 지분자산을 처분할 수 없을 뿐더러 이후에도 처분하는 것은 경영권을 지속하는 상황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서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두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 상증세법상 가업상속공제는 중소기업이나 직전 3개 과세기간의 매출액의 평균금액이 5,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만이 그 대상이 되며 그 요건도 까다롭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라 하더라도 경영권과 관련한 지분을 처분하지 않고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하여는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할 수밖에 없다. 현행 규정이 가업상속과 관련해서 연부연납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셋째, 불로(不勞)소득에 대하여는 그렇지 않은 소득에 비하여 차별적으로 높은 세액을 부담시키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검토해본다. 불로소득의 사전적 의미는 노동하지 않고 발생한 소득을 말하고 이에 대한 예로 이자소득, 배당소득, 부동산임대소득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노(勞”)에는 주로 육체적 노동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노동에는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정신적 노동도 포함해야 하고 정신적 노동의 경우에도 당연히 육체적 노동이 포함되어 있으며 육체적 노동이라 하더라도 정신적 노동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불로’라는 개념의 경계선이 모호해진다. 우리 소득세법은 예전에 종합소득 중 이자소득, 배당소득, 부동산임대소득을 자산소득이라고 부르면서 부부합산과세를 하고 있었다. 이른바 자산소득 합산과세제도이다. 이 시절에 유독 이자소득, 배당소득, 부동산임대소득에 대해서만 부부합산과세를 통하여 누진세율구조에서 높은 세율의 적용을 받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소득과 비교하여 힘들이지 않고 벌어들이는 불로소득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합산하는 과세형태에 대하여는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는 경우 불이익을 준다는 점이 불합리하고 우리 소득세법이 부부라 하더라도 개인단위로 과세를 한다는 점에서 위헌판결을 받은 경우이다. 최근에는 불로소득이라는 용어보다는 수동적 소득(passive income)이라는 용어로 대체되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수동적 소득의 예로는 이자소득, 배당소득, 임대소득, 인세 등이 있다. 이에 대응되는 능동적 소득(active income)은 노동력과 시간을 투자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을 말한다. 수동적 소득이라 하더라도 수동적 소득을 창출하기 위한 자본의 축적이나, 인세를 받기 위한 이전의 정신적 노동, 자금을 조달하여 레버리지를 이용한다는 위험부담의 측면에서 이를 능동적 소득과 차별하여 과세하는 것은 현대국가의 과세형태에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것이 아니다. 세금은 납세자 입장에서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고, 세액이 너무 부담스러워서는 안 된다. 조세법에서의 평등은 기계적 평등이나 획일적인 평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배분적 평등 및 상대적인 평등을 말하므로 이는 개인소득세의 경우 누진세율 적용의 근거가 된다. 세액이 납세자의 입장에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위해서는 세부담의 수준을 정할 때 그와 관련한 현금동원능력을 고려하여야 한다. 과세물건이 소득인 법인세와 소득세의 경우 소득이 발생하는 시기와 현금이 발생하는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이를 일치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며, 상속재산의 경우 처분을 하게 되면 기업의 경영권승계가 어려운 지분자산의 경우에는 그 처분이 이루어지는 시기까지 과세이연을 해주는 것이 응능부담의 원칙에 부합된다. 납세자가 세금부담을 함에 있어서 응능부담의 원칙은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자에게 조세의 부담을 많이 하게 하는 것이 합당하지만 구체적 적용에 있어서는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소득이 많은 자에게 세금을 부담시키는 것과 재산이 많은 자에게 보유세를 부담시킴에 있어서는 그 특성에 비추어 과세하여야 하고 가업상속과 관련하여 지분자산처분에 대해서는 기업승계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과세이연이라는 제도를 활용하여 과세하는 것과 수동적 소득에 대하여 불로소득이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반드시 고율과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납세자에게 실질적 응능부담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