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언
토머스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는 1798년 『인구론』을 통해 인구와 식량의 불균형을 주장하며 인구 억제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금욕과 만혼화로 인구 문제에 대처할 것을 주문하였다. 당시로서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방책의 하나로 제시되었으나 출산율 하락이 지속되는 작금의 우리의 사정과는 사뭇 다른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가임(可妊) 여성(15 ~ 49세)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983년 2.06명으로 흔히 인구 대체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2.1명을 약간 밑돌다가 1984년 1.74명을 시작으로 2018년 이후에는 1명을 넘기지 못하는 등 40년째 저출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에는 0.78명으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최근 2023년 2분기(6월)에는 0.7명으로 낮아지고, 전국 출생아(2023.1 ~ 6월)는 120,343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6.3%나 감소하였다. 이와 같이 출생아 수가 감소될 경우 총인구 감소에 따라 경제활동인구, 학령인구, 병역자원 등이 감소되어 지역 소멸로 이어지는 등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의 존립 기반을 위협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를 야기한다. 정부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28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저출산 정책을 간단히 언급한 후 세제 분야의 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저출산 대응 핵심 과제
정부는 2005년 9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여 저출산ㆍ고령사회 대응을 국가적 의제로 설정한 후 2020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한 바 있다. 2021년부터 시행되는 제4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2021 ~ 2025년)은 “모두가 생애 주기에 따른 삶의 권리를 보장받음으로써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 사회’를 구현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으며, 개인의 삶의 질 향상, 양성이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인구변화 대응 사회 혁신으로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신정부가 출범한 후 2023.3.28. 대통령 주재로 동 위원회를 개최하여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부처별 정책이 망라된 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실효성과 관련도가 높은 핵심 정책을 중심으로 전환하여 선택과 집중하기로 하고, ‘돌봄과 교육, 일ㆍ육아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저출산 대응 5대 핵심분야’를 제시하였다. 구체적인 저출산 대응 핵심분야와 분야별 주요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과 교육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에게 유보통합 본격 시행으로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하고 늘봄학교 전면 확대로 초등 양육부담을 경감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둘째, 일하는부모에게아이와의시간을 이라는일ㆍ육아병행지원정책으로는일ㆍ육아병행지원 제도의 실질적 사용여건을 조성하고 일하는 부모가 경력단절 없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을 들 수 있다. 기존 초등학교 2학년(만 8세)에서 초등 6학년(만 12세)까지로 상향하며, 기간도 부모 1인당 최대 24개월에서 최대 36개월까지 연장하고 급여도 일 1시간에서 일 2시간으로 확대하여 통상임금을 100% 지급한다. 셋째, 가족 친화적 주거서비스 지원을 위하여 신혼부부 주택공급 및 자금지원을 확대하고 가구원 수를 고려하여 맞춤형 면적의 주거공급을 확대한다. 신혼부부에게 주택공급과 자금을 지원해 주거 불안정을 해소한다. 신혼부부에게 2023년부터 2027년까지 공공분양 15.5만호, 공공임대 10만호, 민간분양 17.5만호 등 총 43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신혼부부 대상 주택구입ㆍ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을 주택 구입 시에는 부부 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는 8.5천만원 이하로, 전세자금은 6천만원에서 7.5천만원으로 완화하여 주거비 부담을 경감한다. 주택 구입 시 부부 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는 8.5천만원 이하로, 전세자금은 6천만원에서 7.5천만으로 한다. 아울러 출산 자녀 1인당 10%p, 최대 20%p(2자녀)까지 소득ㆍ자산요건을 완화하여 공공분양ㆍ임대 입주대상을 확대하여 주거지원을 강화하고 공공분양(3자녀)ㆍ임대(2자녀)로 이원화되어 있는 공공주택 다자녀 기준을 2자녀로 일원화한다. 넷째, 양육비용 부담 경감을 위하여 만 0 ~ 1세 아동에게 부모급여를 지급하여 출산과 양육 초기 부담을 대폭 완화한다. 0세에게는 월 70만원, 만 1세에 대해서는 월 35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2024년까지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으로 확대한다. 그리고 기업의 양육 관련 지원금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 등 가족친화적 세법개정안을 마련한다. 다섯째, 건강한 아이ㆍ행복한 부모와 관련해서는 아이를 원하는 난임부부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임신 전후, 생애 초기 건강을 위한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한다. 지자체와 협의하여 난임시술비 소득기준 완화 등 지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난임휴가를 연 3일(1일 유급)에서 연 6일(유급 2일)로 늘린다. 생후 24개월 미만 아동 입원 진료 시 본인부담률을 5%에서 0%로 개선하여 건강한 성장을 지원한다. 그리고 프랑스와 같이 비혼출산율(2020년 기준 62.2%)이 높은 나라일수록 합계출산율(1.8명)도 높아 비혼 생활공동체 제도에 대한 관심도 지대해지고 있다.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PACS) 및 스웨덴의 동거법(Sambolag) 등이 그 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가족 관련 법률ㆍ복지제도가 법률혼 중심의 ‘정상가족’ 규범을 근간으로 이루어져 다양한 가족과 아동에 대한 수용과 존중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는 다양한 가족의 사회적ㆍ법적인 차별로 이어져, 돌봄ㆍ양육ㆍ사회화 등 가족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비혼 동거 등 다양한 가족의 권리 보호가 요구되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여 민법상 혼인ㆍ혈연을 기준으로 하는 가족의 범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저출산 대응을 위한 세제개편 과제
다음으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세제개편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2023년 세법개정안 중 결혼ㆍ출산ㆍ양육에 대한 세제지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혼인에 대한 증여재산 공제제도를 신설하였다.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1억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해 전세자금 마련 등 청년들의 결혼 관련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기존 10년간 5천만원이었던 증여공제 한도가 혼인에 한해 1인당 최대 1억 5천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자녀장려금 소득상한 금액도 현행 4천만원에서 7천만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최대지급액을 1인당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린다. 이로 인해 자녀장려금을 지급받는 가구가 현행 58만 가구에서 약 104만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 및 양육수당 등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본인 또는 배우자의 출산이나 6세 이하 자녀의 보육과 관련해 사용자로부터 지급받는 근로소득 비과세 한도를 기존 월 10만원에서 월 20만원으로 상향한다. 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주는 출산ㆍ양육 지원금을 손금 및 필요경비로 인정한다. 영유아 의료비에 대해서는 한도 없이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산후조리비용에 대한 의료비 세액공제 요건도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연 200만원으로 완화된다. 최근 마련된 세법 개정안과는 별도로 향후 출산율 제고를 위한 세제개편 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혼인을 장려하기 위하여 혼인소득공제 또는 혼인세액공제, 소득세 과세단위의 N분 N승제 또는 2분 2승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혼인을 위해서는 주택마련, 예식ㆍ예물, 혼수용품 등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므로 이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혼인비용 중 일부를 보전해주는 차원에서 이에 대한 세제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거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된 구 소득세법에서 총급여액이 2,5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에 대하여 100만원의 혼인소득공제를 실시한 바 있으나, 면세점 이하자의 경우 효과가 없는 등 실효성이 낮고 제도만 복잡하게 한다는 이유로 폐지되었다. 최근 국회에서도 총급여액 8,8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혼인한 경우 500만원을 소득공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2023.8.31. 발의된 바 있다. 한편, 소득공제 적용 시 한계세율이 높은 고소득계층의 절세효과가 커 과세형평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일정 금액의 세액공제혜택을 부여하는 혼인세액공제를 도입하자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저소득계층의 경우 혼인세액공제액을 해당 과세기간에 모두 사용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해당 과세기간 이후 일정기간에 걸쳐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소득세 과세단위를 혼인에 중립적인 개인단위주의에서 기혼자에게 유리한 2분2승제나 특히 다자녀가구에 혜택을 주는 N분N승제의 도입문제이다. 2분2승제는 부부단위에서 소득을 합산하고 다시 부부단위로 균등하게 분할하는 것으로 맞벌이부부보다는 홑벌이부부에 있어 세금절감효과가 크게 나타나게 된다. 다만 가구의 사정에 따라 개인단위주의를 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독일의 경우 개인단위주의와 2분2승제 중 선택하도록 하는 이른바 선택적 2분2승제을 도입하고 있으며, 세수의 급격한 감소를 막기 위하여 2분2승제의 적용에 따른 세액의 경감한도액을 설정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N분N승 방식은 전후 저출산 대책으로 1946년 프랑스에서 도입돼 출산율을 높이는 데 일정한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진 제도이다. 가구 합산소득을 가구 구성인원(N)으로 나눠 세액을 계산하고 여기에 다시 가구인원(N)을 곱해 납세액을 산출하는 방법이다. 프랑스에서는 가구원 수로 어른은 1명분, 아이 2명까지는 각 0.5명분, 3명 이상에는 1명분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자녀를 많이 갖는 인센티브를 높일 수 있다. 자녀가 많은 기혼자 부부와 미망인 가족에게 조세경감효과가 크게 나타나므로 경감한도액을 정하여 이를 보정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출산에 대한 유인효과가 더 큰 프랑스식의 N분N승제(가족계수제)로의 제도 개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60세 이상의 부모 또는 조부모로부터 18세 이상의 자녀ㆍ손자에 대한 생전 증여에 대해 자녀ㆍ손자의 선택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일본의 상속시정산과세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증여 시에는 증여재산에 대한 경감된 증여세를 납부하고, 이후 상속 시 그 증여재산과 기타 상속재산을 합한 가액으로 계산한 상속세액에서 이미 지급한 증여세액을 정산한다. 즉, 2,500만엔의 특별공제가 있어 동일한 부모 또는 조부모로부터 증여한도액에 도달할 때까지 여러 번 공제할 수 있으며, 2,500만엔까지의 증여에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증여액이 2,500만엔을 초과한 경우에는 초과액에 대해 일률적으로 20%의 증여세가 과세되며, 그 증여세는 상속 시 상속세액에서 차감되고 상속세액이 적을 경우 차액이 환급된다. 2024년 1월부터는 특별공제 2,500만엔과 별도로 연간 110만엔까지 기초공제가 허용되는 새로운 상속시정산과세제도가 시행된다. 동 제도의 활용을 통하여 결혼비용 확보는 물론 소비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기타 혼인 페널티가 없도록 부동산 세제 등을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출산을 장려하고 양육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이다. 기본공제의 대상이 되는 자녀의 범위를 20세 이하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대학진학, 군복무, 구직활동 등으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30세 정도까지 소득공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2명 이상인 다자녀가구에 대해서는 기본공제액을 자녀 1명당 150만원에서 둘째 아이는 200만원으로 셋째 아이부터는 각각 300만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재산세 경감혜택을 부여한다. 현행 자녀세액공제의 경우 7세 이상 자녀 1인당 15만원, 셋째부터 1인당 30만원을 공제하고 있으며, 출산ㆍ입양 자녀의 경우에는 첫째 3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이상 70만원을 공제하고 있는바, 2인 이상 다자녀에 대해서는 현행보다 2배로 상향 조정하여 저출산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모 등 가사도우미를 통한 자녀보육비용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결어
저출산은 인구학적 요인과 함께 사회ㆍ경제적 요인, 문화ㆍ가치관 측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자리, 주택, 양육, 교육, 세제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그간 출산 장려 정책에 사용된 자금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앞으로 저출산 대책에 필요한 구체적인 예산 규모 등을 파악하여 이를 조달하는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