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사안의 개요
1. 기본적 사실관계와 원심의 설시
(1) 기본적 사실관계
원고는 수도권매립지 반입불가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하여 2008.7.부터 2012.2.경까지 피고들과 각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피고들에게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용역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13.7.경 이사건 사업이 면세대상임을 알게 되었고, 국세청에 대한 2013.11.20.자 질의회신을 통하여 2013.12.19.경 이를 최종적으로 확인하였다. 원고는 2013.11.21. 피고들에게 이사건 사업과 관련하여 원고가 지급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환급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2) 원심(서울남부지법2017나65872, 2018.11.22., 판결)의 설시1)
1) 본 사안에서는 쟁점 이외에 소멸시효에 관한 항변 등이 있었으나 이는 따로 기재하지 않는다.
1) 부당이득반환의무에 관한 설시 원심은 용역계약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들은 이 사건 용역의 제공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으로 착각하고 원고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 내용의 폐기물 위탁처리 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당해 부가가치세를 원고가 피고들에게 지급한 것은 원고와 피고의 공통의 착오에 기한 것으로 보았다. 이때 착오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 내용의 약정은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하므로, 폐기물 위탁처리 용역계약에서 부가가치세 약정 부분은 제외하는 것으로 수정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손해배상의 상계항변에 관한 설시 피고들은 원고의 과실로 이 사건 사업을 과세사업으로 오인하였고 이를 근거로 입찰금액을 정하여 이 사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인데, 추후 이 사건 사업이 면세사업으로 밝혀짐에 따라 매입세액 불공제 등으로 인한 손해를 입게 되었으며, 처음부터 이 사건 사업이 면세사업인 줄 알았다면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하더라도 매입세액 불공제 상당액을 비용으로 참작하여 입찰가격을 정했을 것인데 원고의 과실로 이를 산정하지 못함에 따라 매입세액 불공제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원심은 피고들이 처음부터 면세사업임을 알았다면 그 입찰가격을 달리 정했을 가능성 등은 인정할 수 있으나, 면세사업임을 전문업체인 피고들조차 알 수 없었다면 원고가 면세사업임을 모르고 부가가치세를 지급하였다는 것만으로 불법행위가 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매입세액 상당액이 피고들의 손해와 일치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았다.
2. 대상판결의 설시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사정으로 인하여, 원고와 피고들이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 당시 면세대상이라는 사정을 알았다면, 원고가 피고들에게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기존 용역대금에 상당한 금액만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 ① 원고와 피고들은 과세대상으로 착오하여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면세대상일 경우 피고들이 공제받지 못하는 매입세액을 용역대금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않은 점,
- ② 일반적인 과세사업의 경우 매입세액을 실질적으로 부담하지 않으나, 면세사업의 경우 사업자는 용역을 공급받는 자로부터 매출에 관한 부가가치세를 수령하지 못함에도 매입에 관한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게 되어 그만큼 원가가 증가하게 되는 점,
- ③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입찰 또는 수의계약 등에 부칠 사항에 대해 해당 규격서 및 설계서 등에 따라 예정가격을 작성하여야 하는데, 관련 규정에 따르면 예정가격에는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시켜야 하고, 원가계산에 의한 가격을 기준으로 예정가격을 결정하는 경우 해당 계약목적물의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율을 곱하여 산출한 부가가치세를 가산하되,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 등을 공급하는 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해당 계약대상자가 부담할 비목별 원재료의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해당액을 예정가격에 합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 ④ 원고는 이 사건 용역이 과세대상임을 전제로 전자입찰공고를 하였으며, 피고들은 관련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하에 입찰에 참가하여 용역계약을 체결한 점
3. 관련 법령
제12조 【면세】
- ① 다음 각 호의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하여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
- 5. 의료보건 용역(수의사의 용역을 포함한다)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과 혈액
- ① 사업자가 납부하여야 할 부가가치세액(이하 “납부세액”이라 한다)은 자기가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한 세액(이하 “매출세액”이라 한다)에서 다음 각 호의 세액(이하 “매입세액”이라 한다)을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 다만, 매출세액을 초과하는 매입세액은 환급받을 세액(이하 “환급세액”이라 한다)으로 한다.
- 1.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되었거나 사용될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세액
- 2.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되었거나 사용될 재화의 수입에 대한 세액
- ② 다음 각 호의 매입세액은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한다.
- 6.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부가가치세가 과세되지 아니하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을 포함한다)에 관련된 매입세액(투자에 관련된 매입세액을 포함한다)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 관련 매입세액
(2)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2013.6.28. 대통령령 제246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부가가치세법상 ‘거래징수’ 규정의 의미와 계약의 해석
(1) 거래징수에 관한 판례의 기본법리
구 부가가치세법 제15조는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그 공급을 받는 자로부터 징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2) 그러나 부가가치세법 제15조는 사업자로부터 징수하는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급을 받는 자에게 차례로 전가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최종소비자에게 이를 부담시키겠다는 취지를 선언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사업자가 위 규정을 근거로 공급을 받는 자로부터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직접 징수할 사법상의 권리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3) 대법원은 거래당사자 간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사업자는 그 약정에 기하여 공급을 받는 자에게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지급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4) 결국 이는 사인 간 계약에 의하여 부가가치세를 부담할 자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때 판례는 원ㆍ피고 사이에 피고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은 묵시적인 약정도 가능하며 반드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당시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공급 후에 한 경우에도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5)
3·4·5) (대법원99다33984, 1999.11.12.) 판결 등 다수
(2) 계약해석의 방법과 구체적 사안에서의 해석
판례는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 그러한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다.6)
6) (대법원2016다20671">대법원2016다20671, 2016.9.28.) 판결
구체적으로 본다면, 견적서상 세액은 별도로 표기하고 있으며 부가가치세액을 별도로 기재한 내역의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을 때 이견이 없었던 경우에는 부가가치세액은 공급받는 자가 부담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7) 피고가 차임과 별도로 부가가치세를 원고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의 특약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내용증명, 세금계산서의 수수 및 이의제기가 없었던 경우에 공급받는 자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한다는 묵시적인 약정이 있다고 판단한 사례,8) 임대차계약 해지 후의 계속점유를 원인으로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는 경우에 종전 임대차에서 약정 차임에 대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급을 받는 자인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이득으로 지급되는 차임 상당액에 대한 부가가치세 상당액도 계속점유하는 임차인이 부담하여야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본 사례9)에서는 공급받는 자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도록 약정한 것으로 해석한 바가 있다.
7) (대법원2016다20671">대법원2016다20671, 2016.9.28.) 판결
8) (대법원2014다71712, 2015.11.26.) 판결
9) (대법원2002다38828, 2002.11.22.) 판결
반대로, 대법원은 무면허 건설업자와 공사대금을 평당 일정액으로 정하고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공사대금과 별도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부가가치세를 추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바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공사대금에는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수급인이 도급받은 공사의 전부를 직접 시공하지 아니하고 그 일부를 하도급주어 하수급인에게 그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하도급공사비를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도급계약상의 약정공사대금이 지급된 부가가치세 금액만큼 추가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사례,10) 입찰자는 낙찰대금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 낙찰대금과는 별도로 당연히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을 알면서 경매에 참여한다거나, 낙찰대금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는 일반적인 거래에서 부가가치세 별도라는 조건하에 매매가 이루어진 것과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는 보이지 아니한다는 점을 근거로 별도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거래징수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한 사례11) 등에서 공급받는 자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 것으로 약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가 있다.
10) (대법원99다62821, 2000.2.22.) 판결
11) (대법원2003다49153, 2004.2.13.) 판결
(3) 대상판결의 특수성
기존의 판례에서는 대부분 부가가치세의 부담을 공급하는 자와 공급받는 자 가운데 누가 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이었다. 반면, 대상판결은 부가가치세 면세 용역에 해당하는 경우에 있어서 당사자 간 계약의 해석이 쟁점이 된 사안으로서, 기존 판례의 사실관계와는 차이가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와 매입세액 불공제의 구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쟁점 면세 용역과 매입세액 불공제의 문제
(1) 면세 용역을 공급하는 자의 매입세액 불공제
구 부가가치세법 제17조 제1항은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되었거나 사용될 재화의 공급에 대한 세액(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한 금액을 납부세액으로 보고 있다. 다만, 면세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구 부가가치세법 제17조 제2항 제6호). 이와 같은 규정들은 부가가치세법의 기본 원리에서 도출되는 것으로서 현행 규정 역시 동일한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
(2) 사안에서의 계약구조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과세되는 용역’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계약체결을 한 후, 그에 상당하는 부가가치세를 과세당국에 신고ㆍ납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때 당해 사업에서의 ‘매입세액’을 공제한 이후의 세액에 대하여 신고ㆍ납부를 하였을 것이다. 이후 면세라는 점이 확인된 이후에 과세당국에 경정청구를 하였더라도, 앞서 살핀 부가가치세법의 규정에 따라 면세 용역의 매출 부분에 대해서는 환급하여 주어도, 관련 용역의 ‘매입세액’은 공제하지 않기에 과세당국은 ‘관련 용역의 매출세액 - 관련 용역의 매입세액’만큼만 환급하여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피고는 환급받은 세액 상당액만을 돌려주었으나, 원고는 원고가 지급한 부가가치세액 전부(즉, ‘매입세액 상당액’의 차이 부분)를 환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해석
계약의 해석에 이견이 있는 경우 계약 당시의 당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해석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와 같이 양 당사자가 모두 면세사업을 과세사업으로 착오하였던 상황이라면, 이 경우 계약의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대상판결에서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고 있으나, 양 당사자의 착오로 인하여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않았다거나 원가가 증가하게 된다는 점 등은 사안의 판단을 위한 기초적 사실관계로 보이고, 관련 규정에 따를 경우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해당 계약대상자가 부담할 비목별 원재료의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해당액을 예정가격에 합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이 그 판단에 있어서 핵심이 아니었을까 한다. 즉, 애초에 면세사업에 해당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다른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서, 이와 같은 대법원의 해석은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Ⅲ. 결 론
대상판결은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부가가치세 부담에 관한 쟁점에서 더 나아가, 면세 여부에 대한 양 당사자의 착오의 문제까지 겹친 사안의 해석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사료된다. 이와 같은 판단은 ‘일반적으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안마다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결국 부가가치세의 부담은 당사자 간의 계약의 해석에 따르는 것이고, 이는 부가가치세의 부담이 ‘사인 간의 계약’ 따르는 것이라는 기본 입장에 따르면 앞으로 이와 같이 ‘개별 사안마다의’ 특수성에 맞는 해석은 계속될 것이다. 이 평석을 읽는 독자가 세무사 등 세무전문가에 해당한다면 이는 ‘민사법상 해석’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법률전문가에게 이는 문의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계약의 해석 문제는 법률전문가 역시 어느 한 방향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으므로 결국 ‘계약체결’ 시점에 그 취지를 명확하게 기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사안과 같이 과세/면세의 문제 역시 사전에 과세인지 면세인지에 대하여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으며, 만일 어려운 경우에도 계약서에는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계약체결 시점에 검토를 하더라도 여러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다면, 그 경우에 따라 계약조건을 정해 놓아야 추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