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해고와 관련하여 지급된 분쟁화해금은 사례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 요약 | 소득세법은 기타소득을 이자소득ㆍ배당소득ㆍ사업소득ㆍ근로소득ㆍ연금소득ㆍ퇴직소득ㆍ금융투자소득 및 양도소득 외의 소득으로 규정하고, 기타소득의 하나로 사례금을 정하고 있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 그런데 소득세법에는 사례금의 정의나 판단 기준에 관한 어떠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그동안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가 기타소득의 하나로 규정한 ‘사례금’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의미한다고 반복적으로 판시하면서,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금품 수수의 동기ㆍ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0두27288, 2013.9.13.,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 사안에서는 회사(원고)가 해고자(피고)와의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하면서 지급한 금원이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에서 규정한 ‘사례금’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상판결의 원심은 ① 분쟁화해금의 지급을 대가로 기존의 민사소송이나 형사 고소, 고발을 모두 취하하고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 점, ② 해고가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음에도 분쟁화해금이 지급된 점, ③ 소득세법상의 사례금이 법적 의무나 대가관계 없이 감사의 뜻으로 지급되는 돈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분쟁해결을 위해 협조해 준 것에 대한 대가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위 분쟁화해금이 사례금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해고 분쟁에 대하여 더 이상 이의제기를 포기하는 행위’가 어떻게 ‘사무처리나 역무의 제공’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이를 당연하게 전제한 채 판단에 나아가고 있다. 해고 분쟁 화해금 국면에서는, 스스로 판시한 사례금의 정의인 ‘사무처리나 역무 제공에 대한 사례로 수령한 금원’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은 접근을 달리하여, 해고가 적법한지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고가 적법함에도 불구하고 금원을 지급했다는 것은 분쟁의 신속 원만한 해결에 대한 사례금임을 뜻한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이러한 논리 자체의 타당성에는 공감하는 바이지만, 아직 대법원이 명시적인 일반론으로서 판단 기준을 제시한 바 없다는 점에서, 정리가 필요한 부분으로 판단된다.
사실관계
- 가. 원고는 2015.1.경부터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2015.3.31.부터 2016.1.31.까지 세 차례에 걸쳐 근로자인 피고들을 정리해고하였다.
- 나. 피고들은 2015.5.경부터 3건의 해고무효확인소송을 해고일자에 따라 나누어 제기하는 한편,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2건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 다.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는 위 정리해고가 무효라고 판단된 반면,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사건에서는 정리해고가 적법하다고 판단되었다.
- 라. 수원지방법원 해고무효확인소송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다른 사건의 당사자인 근로자들도 조정참가인으로 참여시켜 2018.2.8.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정리해고를 둘러싼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고 한다)을 하였고, 위 결정은 양측의 이의신청 포기로 2018.2.13. 확정되었다.
- 마. 이 사건 결정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①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근로관계는 모두 종료되었음을 확인한다. ② 원고는 이 사건 결정 확정일부터 14일 이내에 피고들에게 별지 표 해당란 기재 각 돈에서 제세공과금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공제한 나머지 돈을 각 지급하고, 지체 시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보태어 지급한다. ③ 원고와 피고들은 정리해고와 관련한 민사행정 소송을 모두 취하하거나 포기한다. ④ 양측은 정리해고와 관련하여 앞으로 서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고, 원고측이 피고들은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며(가압류 해제 포함), 피고들 관련 형사사건에 대한 고소고발진정을 취소(처벌불원 의사 포함)한다. 피고들은 원고 공장이나 기숙사에서 퇴거한다. ⑤ 양측은 정리해고를 둘러싼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었음을 언론에 발표한다.
- 바. 이 사건 결정은 ① 위 정리해고의 적법성 유무 판단이 법원마다 차이가 있어 그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으므로 서로 양보가 필요한 점, ② 피고들의 복직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되, 피고들이 오랫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였고 자립을 위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루어졌다. 그리고 원고가 피고들에게 지급할 돈은 2017.12.31.까지 피고들이 받을 수 있었던 평균임금의 합계, 2018.1.1. 이후 약 4 ~ 5년간 피고들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의 중간금액 합계 등을 고려하여 정하여졌다.
- 사. 원고는 2018.2.14.부터 2018.2.22.까지 4회에 걸쳐 피고들에게 지급할 총 250억원에서 55억원을 기타소득세 및 지방소득세로 보아 원천징수한 후 나머지 195억 원만을 피고들에게 지급하였다.
쟁점의 정리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의 요지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결정에서 원고가 피고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돈(이하 ‘이 사건 금원’이라 한다)은 원고가 피고들을 정리해고 한 것(이하 ‘이 사건 정리해고’라 한다)과 관련된 분쟁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피고들이 협조하여 준 데 대한 사례의 뜻으로 지급하기로 한 돈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금원은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가 기타소득으로 정한 ‘사례금’에 해당한다.
- ① 이 사건 정리해고가 유효한지 여부에 관하여 관련 민사소송인 해고무효확인소송과 관련 행정소송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그 결론이 나뉘고 있던 상황에서, 이 사건 결정이 확정됨으로써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이 사건 정리해고를 둘러싼 분쟁이 일거에 해소되었다.
- ② 이 사건 결정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들은 ㉮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음을 확인하고, ㉯ 이 사건 정리해고와 관련된 소송을 모두 포기하거나 취하하고, ㉰ 관련 형사사건의 고소, 고발, 진정도 취하하며, ㉱ 피고들이 원고의 사업장 등에서 퇴거하고, ㉲ 향후 상대방 등에 대하여 모욕. 명예훼손 기타 비방을 하지 않고, ㉳ 원칙적으로 이 사건 결정의 내용을 비밀로 유지하며, ㉴ 공동으로 이 사건 정리해고와 관련한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었음을 언론에 발표하기로 하였다.
- ③ 비록 이 사건 금원의 액수가 이 사건 정리해고 이후 2017.12.31.까지 피고들이 받을 수 있었던 평균임금의 합계와 2018.1.1. 이후 약 4 ~ 5년간 피고들이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의 중간금액 합계를 고려하여 정해진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결정의 내용과 이 사건 결정이 내려진 경위 및 당시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분쟁 상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결정이 이 사건 정리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 ④ 이 사건 금원은 그 지급 경위와 목적, 분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분쟁해결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금원이 분쟁해결을 위해 협조해 준 데 대한 사례의 뜻으로 지급하기로 한 돈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
- ⑤ 이 사건 결정에서도 이 사건 금원에 제세공과금이 있는 경우 그 제세공과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지급하기로 정하였다.
- ⑥ 비록 ‘사례금’의 사전적 의미가 ‘사례의 뜻으로 주는 돈’이고, ‘사례’의 사전적 의미가 ‘언행이나 선물 따위로 상대에게 고마운 뜻을 나타내는 것’이기는 하나,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에서 말하는 ‘사례금’이 법적 의무나 대가관계 없이 감사의 뜻으로 지급되는 돈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분쟁해결을 위해 협조해 준 것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있을 때에도 위 조항에서 말하는 ‘사례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에서 기타소득의 하나로 규정한 ‘사례금’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의미하고,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금품수수의 동기. 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다17729, 2018.7.20., 판결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서 원고가 피고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이 사건 금원은 이 사건 정리해고와 관련된 분쟁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피고들이 협조하여 준 것에 대한 사례의 뜻으로 지급하기로 한 돈으로서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에서 기타소득으로 정한 ‘사례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조세법률주의 또는 사례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평석
대법원은 “소득세법은 과세대상 소득을 그 원천 또는 성격에 따라 구분하여 열거하고 있으므로 소득세법이 열거하지 않은 소득은 과세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어느 개인에게 소득이 발생하였더라도 그 소득이 소득세법에 열거된 소득에 해당하지 않으면 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 어느 소득이 소득세 과세대상인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를 주장하는 자가 해당 소득이 소득세법에 열거된 특정 과세대상 소득에 해당한다는 점까지 주장ㆍ증명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8다237237, 2022.3.31., 판결). 이에 따라 어떠한 소득이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소득세법 문언에 과세대상으로 열거된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소득세법은 기타소득을 이자소득ㆍ배당소득ㆍ사업소득ㆍ근로소득ㆍ연금소득ㆍ퇴직소득ㆍ금융투자 소득 및 양도소득 외의 소득으로 규정하고, 기타소득의 하나로 사례금을 정하고 있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 그런데 소득세법에는 사례금의 정의나 판단 기준에 관한 어떠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에 대한 판단은 사실상 대법원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그동안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가 기타소득의 하나로 규정한 ‘사례금’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의미한다고 반복적으로 판시하면서,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금품 수수의 동기ㆍ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0두27288, 2013.9.13.,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소득세법이 열거주의를 채택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어떠한 소득이 사례금에 해당되어 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상판결 사안에서 해고자들은 분쟁 해결에 협조해주는 대가로 회사로부터 금원을 지급받았다. 과연 위와 같이 ‘분쟁 해결에 협조’하는 행위를 두고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 일정 부분 의문이 제기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대상판결 사안의 당사자들은, 조정 결정으로써 근로관계가 종료됨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하여 더 이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을 ‘협조’의 내용으로 삼았다. 결국 해고자들은 근로관계의 종료를 인정하고 더 이상 아무런 이의행위를 하지 않는 ‘부작위’의 대가로 이 사건 금원을 수령한 셈인데, 이러한 ‘부작위’를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이라는 문언에 직접적으로 포섭하기에는 다소 무리라고 볼 여지도 있다. 물론, 해고자들이 이미 회사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던 소송을 취하하거나 형사 고소, 고발을 취하하는 것을 일종의 사무처리로 해석할 여지가 남기는 하겠지만, 이 역시 기본적으로 기존의 이의제기라는 작위행위를 멈추는 것에 불과하다는 한계는 있어 보인다. 이와 유사하게 대법원 2022.3.31. 선고 2018다286390 판결 사안에서 원고는 회사와의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소송 끝에 합의금을 받고 더 이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화해권고결정을 받아 분쟁을 종결하였는데, 이러한 분쟁합의금이 소득세법상 사례금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해당 판결의 원심은 분쟁 화해금이 사례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원고가 회사에 대하여 사무처리 또는 역무제공을 하였다고 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을 들었고,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인정하였다. 하지만 대상판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법원은 일반적으로는 해고 관련 분쟁합의금이 사례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분쟁 해결에 협조하는 행위가 ‘사무처리 또는 역무 제공’에 해당한다는 점은 당연하게 전제하고 나아가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16두48232, 2016.10.28., 판결, 대법원 2016다17729, 2018.7.20., 판결). 위와 같이 대법원은 해고분쟁 화해금이 사례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기존에 스스로 판시한 ‘사무처리나 역무 제공에 대한 사례’라는 정의나 ‘법적 의무나 대가관계 없이 감사의 뜻으로 지급되는 돈’이라는 사전적 정의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따지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대신, 접근을 달리하여 해고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를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해고가 적법ㆍ유효함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분쟁화해금을 지급하였다는 것 자체가 곧 직원이 분쟁을 신속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협조한 것에 대한 사례의 의미로 돈을 지급하였음을 뜻한다는 식의 논리인 것으로 일응 해석된다(대법원 2016다17729, 2018.7.20., 판결, 대법원 2016두48232, 2016.10.28., 판결). 이와 유사하게, 대상판결의 원심에서도 이 사건 금원이 사례금에 해당된다고 판시하면서 그 근거로 해고의 유효성에 관하여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법원의 조정 결정이 이 사건 정리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시 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즉, 해고가 유효하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쟁화해금을 지급하였다면 사례금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보인다. 이처럼 해고의 적법ㆍ유효성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판단 방식은 논리적으로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만약 해고가 위법하다면 회사는 해고자에 대하여 급여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채무를 지기 때문에, 분쟁을 종결하는 대가로 돈을 지급하더라도 사례금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소득세법상 사례금의 판단 기준이 전무하고 오로지 대법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대법원이 보다 명확하게 일반론적인 판시를 하여 기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기존에 대법원이 스스로 판시한 사례금의 정의에 ’더 이상 이의를 포기하는 부작위‘가 어떻게 포함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