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사안의 개요
1. 기본적 사실관계
甲(명의신탁자)은 2014.3.13. 설립된 A법인에 2015.4.17.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고, 원고(명의수탁자)는 2015. 5.부터 A법인에서 직원으로 근무를 시작하여 2015.8.7.부터 3년간 사내이사로 근무한 자이다. 甲은 2016.3.7.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이 사건 법인의 발행주식 총 170만 주를 매매대금 합계 9,860,000,000원(주당 5,800원)에 매수하면서 그 명의를 본인이 아닌 甲이 100% 지분을 보유한 B법인(120만 주), 乙(30만 주) 및 원고(20만 주, 이하 ‘이 사건 주식’)로 각 정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주식은 2016.3.31. 원고 명의로 명의개서가 이루어졌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2019.4.5.부터 2019.12.25.까지 원고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이 사건 주식은 甲이 원고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아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7.12.19. 법률 제152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 제45조의 2가 정한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2016.3.31. 증여분 증여세 481,247,200원(가산세 포함)을 결정ㆍ고지(이하 ‘이 사건 처분’)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甲이 원고의 명의를 도용하여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서 원고와 甲 사이에 이 사건 주식에 대한 명의신탁 합의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사 명의신탁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러한 주식 명의신탁에는 조세 회피의 목적 및 결과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 제1심의 판단1)
1) 제1심 및 대상판결은 명의신탁의 합의가 존재하는지에 관하여도 직접 판단하였으나, 이 부분은 조세 회피의 목적에 관한 논의와는 관련성이 크지 않아 이 부분에 관한 해설은 모두 생략한다. 원심은 구 상증세법 제45조의 2 규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조세 회피의 목적이 없었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명의자에게 있고, 조세 회피의 목적이란 장래에 성립 또는 확정될 조세의 부과가 회피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미 확정된 조세채무에 대한 징수를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도 인정되는바(대법원2017두39419, 2017.12.13., 판결),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주식을 명의신탁함에 있어서 조세 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 甲에게 있었다거나 명의신탁 당시에나 장래에 회피될 조세가 없었다고 보기 부족하며, 설령 甲에게 위 원고 주장과 같은 목적이 일부 있었다고 보더라도 甲이 실제로 양도소득세를 전혀 신고ㆍ납부하지 않은 사정 등을 함께 고려해 보면, 이 사건 주식을 명의신탁한 데에 부수적으로라도 양도소득세 등의 회피 의도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보일 따름이라고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의 내용은 2016.3.30. 공시되었는데, 위 공시에는 원고, 乙, B법인의 주식취득 내역, B법인과 원고가 특수관계에 있다는 내용만이 표시되었고, 甲에 대한 내용은 전혀 표시되지 않았음. ② 甲은 2016.4.12.부터 2016.5.27.까지 사채업자들에게 이 사건 법인의 인수자금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였고, 이후 위 차용금을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들은 담보로 제공된 이 사건 주식을 장내ㆍ외에서 양도하였는데, 그와 같은 사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2016.7.20. 공시되었으나, 위 공시자료에는 원고, 乙, B법인의 지분변동내역만이 표시되었음. ③ 즉, 甲이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명의신탁함으로써 그 실질 소유의 외관이 객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과세관청은 위 명의신탁으로 인해 甲이 실질적으로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한다는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없었으며, 실제로 甲이 이 부분 양도소득세를 전혀 신고ㆍ납부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발견해내지 못하였다가 甲과 원고 등이 기소된 이후에서야 세무조사를 통해 이를 파악할 수 있었음. ④ 자본시장법 제172조에 따른 단기매매차익 반환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을 하였던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단기매매차익의 반환 청구는 해당 법인이 임직원 또는 주요주주를 상대로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인데 이 사건 당시 甲이 이 사건 법인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로서 사실상 이 사건 법인을 지배하는 지위에 있었던 점을 고려해보면 이 사건 법인이 단기매매차익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임.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위 제1심 판결과 달리 甲이 원고 명의로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데에는 조세 회피 목적과는 무관한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부수적으로라도 조세 회피의 목적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제1심판결 및 이 사건 처분을 모두 취소하였다. 대상판결은 구체적으로 다음의 사정을 이유로 甲이 이 사건 주식을 원고에게 명의신탁할 당시 甲에게는 이 사건 법인 주식 매수를 통해 이 사건 법인을 인수하여 경영권을 확보한 뒤 이 사건 법인 주식을 다시 매각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이 사건 법인 주식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의 외관을 객관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을 원고에게 명의신탁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며, 이러한 목적 외에 부수적으로라도 조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① 甲의 이 사건 명의신탁에 관한 조세포탈 여부가 문제된 형사 판결(이하 ‘관련 형사 판결’)에 따르면, 甲이 이 사건 관련 주식을 원고 등 명의수탁자들에게 명의신탁한 주된 목적은 甲이 주식등대량보유상황 등에 관한 보고의무를 일부 회피하면서 주식을 용이하게 처분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함. ②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은 대주주 요건 지분율을 종전 4%에서 2%로 변경한 개정 구 소득세법 시행령의 시행일(2016.2.17.) 이후인 2016.3.7. 체결되었고, 원고는 2016.3.31. 2%를 초과하는 지분을 취득하였으므로 외관상 원고가 이 사건 주식에 대하여 명의개서를 마친 다음 날인 2016.4.1. 이후부터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법인의 대주주로서 양도소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甲의 관리하에 공시되어 과세관청이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을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甲에게 조세 회피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 ③ 조세 회피의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명의신탁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지 그 후 실제로 명의신탁자가 조세를 포탈하였는지 여부로 판단할 것은 아닌바, 이 사건 주식의 명의신탁 당시 甲에게는 조세 회피가 아닌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설령 甲이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명의신탁한 이후 결과적으로 그 후에 이루어진 이 사건 주식의 양도에 대하여 양도소득세 포탈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甲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2)에 불과하므로 이를 근거로 이 사건 주식 명의신탁 당시 甲에게 조세 회피의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음. 2) 甲의 조세포탈 여부가 문제된 형사판결에서 甲이 2016.4.12.부터 2016.5.27.까지 사채업자들에게 이 사건 법인의 인수자금을 차용하면서 이 사건 주식 등을 담보로 제공한 사실, 사채업자들이 甲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담보로 제공받은 이 사건 주식 등을 반대매매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④ 한편, 甲이 이 사건 주식을 원고에게 명의신탁함으로써 양도소득 기본공제 250만원으로 인하여 감소된 세액 25만원의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가능성은 존재하나, 이는 명의신탁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 경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할 뿐이고, 명의신탁이 이루어지는 경우 위와 같은 기본공제로 인한 양도소득세의 회피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위 기본공제로 인하여 양도소득세가 감면될 수 있다는 이유만을 들어 명의신탁에 ‘조세 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음.
4. 관련 법령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 2 【명의신탁재산의 증여 의제】 ①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등이 필요한 재산(토지와 건물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에도 불구하고 그 명의자로 등기등을 한 날(그 재산이 명의개서를 하여야 하는 재산인 경우에는 소유권취득일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말일의 다음 날을 말한다)에 그 재산의 가액(그 재산이 명의개서를 하여야 하는 재산인 경우에는 소유권취득일을 기준으로 평가한 가액을 말한다)을 명의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조세 회피의 목적 없이 타인의 명의로 재산의 등기등을 하거나 소유권을 취득한 실제소유자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경우 ③ 타인의 명의로 재산의 등기등을 한 경우 및 실제소유자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조세 회피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실제소유자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조세 회피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지 아니한다.
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입법 취지 및 개정 동향
대법원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서 명의신탁 행위를 증여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는 취지에 대하여, 재산보유의 실질과 명의를 일치시키고 조세 회피를 방지하는 등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설시한 뒤, 이는 조세 부과의 본질적 근거인 담세력의 징표가 되는 행위나 사실의 존재와 무관하게 과세하는 것이므로 그 관련 법령을 해석ㆍ적용할 때는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은 엄격하게 절제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3) 3) (대법원2014두43653, 2017.1.1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러한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명의신탁의 주된 목적이 조세 회피와 무관한 경우라 하더라도 부수적으로라도 조세 회피의 의도도 있는 경우에는 증여세 과세가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고,4) 조세 회피의 목적이 없었다는 점에 대하여도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명의자로서는 명의신탁에 있어 조세 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인정될 정도로 조세 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명의신탁 당시에나 장래에 있어 회피될 조세가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증거자료에 의하여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의 입증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여,5) 명의신탁 증여의제 사안에서의 ‘조세 회피의 목적’ 여부를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6) 4) (대법원2007두19331, 2009.4.9.) 판결 등 참조. 5) (대법원2004두11220, 2006.9.22.) 판결 등 참조. 6) 나아가 대법원은 실질 소유자에게 조세 회피의 목적이 있는 한, 명의자 자신에게 조세 회피의 목적이 없다는 점만으로 증여추정 규정의 적용을 회피할 수 없다고도 판시하고 있다(대법원2010두24968, 2013.3.28., 판결). 그런데 통상의 명의신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사실상의 이익을 향유하는 자는 대부분 명의수탁자가 아닌 명의신탁자이다. 그리고 대상판결의 사안과 같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의 피용자이거나 명의신탁자가 지배하는 법인의 임직원으로서 명의신탁자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지위에 놓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명의신탁 계약은 명의신탁자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임에도 구 상증세법은 어떠한 이익도 얻지 않은 명의수탁자에게 막대한 증여세를 부담시키고 있고, 대법원 역시 명의수탁자가 증여세 과세를 피하려면 수탁자 자신이 아닌 명의신탁자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증명하도록 요구하고 있어서 학계에서는 위헌론이 끊이지 않았고, 합헌으로 보더라도 납세의무자를 명의신탁자로 변경하여야 한다거나 그 인정요건, 입증책임 등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7)8)9) 7) 김완석, “주식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의제 제도의 개선방안”, 『조세와법』 제9권 제1호, 2016. 8) 곽태훈, “명의신탁 증여의제와 조세회피목적 - 조세회피 목적의 입증 문제를 중심으로”, 『세무와회계연구』 제5권 제2호, 2016. 9) 우수진, “명의신탁 주식의 증여의제 범위에 관한 연구 – 조세회피 목적의 증명책임을 중심으로”,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21. 그리고 2018년 개정 상증세법(2018.12.31. 법률 제16102호로 개정된 것)부터는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여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납세의무자가 종전 명의수탁자에서 명의신탁자(실제소유자)로 변경되었다. 비록 이러한 개정 규정은 위 법률 시행일(2019.1.1.) 이후 증여로 의제되는 분부터 적용되기는 하나, 앞서 제기된 문제의식과 비판을 받아들여 더는 명의수탁자가 담세력과 무관한 납세의무를 부과하지 않도록 개정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대상판결의 의의
위와 같이 상증세법 개정으로 인하여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는 명의신탁자가 부담하도록 변경되었으나, 대상판결의 사안은 위 개정법 시행 이전에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관계로 여전히 명의수탁자인 원고가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명의신탁자(甲)의 구체적인 목적 내지 의도를 밝힘으로써 조세 회피의 목적과는 무관한 뚜렷한 목적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사안을 살펴보면, 관련 형사 판결에서 甲이 이 사건 법인의 주식을 다수의 명의로 분산 취득한 목적이 조세 회피와는 무관한 목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심 판결은 원고가 甲의 명의신탁 목적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점과 결과적으로 甲이 이 사건 주식 처분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부수적으로나마 조세 회피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甲이 원고 명의로 보유한 이 사건 주식만으로도 그 지분율이 2%를 초과하여, 외관상 원고는 구 소득세법상 주식 양도소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대주주의 지위에 있었고, 甲은 본인 명의로 이 사건 주식을 직접 양도하는 경우와 비교하더라도 양도소득세 납세의무에 있어서 어떠한 차이도 발생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원고는 외관상 이 사건 법인의 최대주주인 B법인의 특별관계자에 해당하여 B법인을 보고자로 하는 주식등대량보유상황 보고의 대상자에 함께 포함되어, 원고 명의의 주식 취득 및 처분 사실은 모두 대외적으로 공시되었다. 즉, 과세관청이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인지 여부를 파악함에 있어서 B법인의 대표자이자 최대주주로서 특별관계자인 甲이 직접 양도하는 경우와 원고가 이를 양도하는 경우에 그 파악의 용이성에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만일 甲에게 조세회피 목적이 부수적으로라도 존재하였다면, 합산 지분을 공개해야 하는 특별관계자 관계에 있는 원고에게 명의신탁을 할 것이 아니라, 명의수탁자가 대주주 또는 최대주주가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특수 관계가 전혀 없는 자들의 명의를 사용하여 이 사건 법인의 주식을 2% 미만으로 분산 취득하는 것이 오히려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즉, 甲이 본인 및 B법인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원고의 명의로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는 규모의 주식을 명의신탁한 점을 보더라도 甲의 양도소득세 회피 목적은 도저히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대상판결 역시 위와 같은 견지에서 부수적으로라도 조세 회피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대상판결은 조세 회피와는 무관한 목적이 분명히 존재하는 사안에 해당함에도, 단순히 명의신탁자가 양도소득세를 신고 및 납부하지 않았다는 후발적 사정으로 인하여 조세 회피의 목적을 추정한 제1심의 위법한 판단에 대하여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조세 회피 목적의 판단기준 및 개선방안
대상판결은 이 사건 명의신탁에 있어서 조세 회피 목적을 부인하였으나, 이는 앞서 설시한 내용에 더하여 관련 형사 판결에서 이 사건 주식이 甲의 의사에 반하여 반대매매된 사실도 주요하게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명의신탁자가 사후에 양도소득세를 미납한 사정을 이유로 조세 회피의 목적을 추단하는 태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조세 회피’는 용어 그대로 명의신탁이라는 행위를 통하여 납세의무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지칭하는 것이지, 이미 성립 및 확정된 세액의 징수를 방해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조세 회피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납세의무의 성립과 관련된 것일 뿐이므로, 추후 관련 세액을 납부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당초의 목적이 달라지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최장 15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있는 증여세의 특성상 위 상증세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2018년 이전에 명의를 대여한 명의수탁자는 여전히 증여세 과세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통상의 명의신탁 당사자 간의 관계를 고려하였을 때, 임직원 등에 해당하는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하였는지에 관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의 주된 목적을 증명하지 못하였다거나 명의신탁자가 관련 세액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부수적인 조세 회피의 목적을 인정하는 것은 명의수탁자에게 담세력에 부합하지 않는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조세평등주의 내지 조세정의의 헌법정신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10) 10) (헌재89헌마38, 1989.7.21.) 전원합의체 결정. 따라서 상증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 조세 회피의 목적은 ‘납세의무의 성립’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는데, 다수의 대법원 판결례에서 확인되는 ‘명의신탁을 수단으로 한 조세 회피의 유형’은 아래의 표와 같이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11) 11) 이에 대하여는 (조심2021서2370, 2021.9.8.) 결정에 대한 평석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상증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대한 종합적 고찰).
즉, 명의신탁 증여의제 요건으로서의 조세 회피의 목적 여부를 해석 및 적용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유형을 명확히 구분하여 일의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이를 명문화한다면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입법 취지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납세의무자의 법적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더욱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 목 | 양도소득세 | 종합소득 합산과세 | 제2차 납세의무 | 간주취득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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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의무 성립요건 | 주권상장법인 대주주 |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 연간합산액 2,000만원 초과 시,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기본세율(누진세율) 적용 | 과점주주(지분율 50% 초과) | |
회피수단 | 대주주가 아닌 자 명의로 주식 취득 후 장내 매도하여 양도소득세 회피 | 연 2,000만원을 초과하는 배당소득을 분산 취득함으로써 합산소득에 대한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종합소득세 회피 | 지분율 분산으로 외관상 과점주주에 해당하지 않아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 및 간주취득세 회피 |
Ⅲ. 결 론
이상과 같이 대상판결은 조세 회피와는 무관한 목적이 분명히 존재하는 사안에 대하여 단순히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구체적인 의도를 알지 못한다거나 또는 명의신탁자가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후발적 사정만을 이유로 조세 회피의 목적을 부수적으로라도 추정할 수 없음을 천명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다만, 향후 이와 유사한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조세 회피 목적’의 유형을 명문화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납세자들의 법적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