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와 여당이 상속세에 대한 개선을 하겠다고 팔을 걷어 붙였다. 상속세는 피상속인 사망이라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거두어 가는 세금이다. 죽은 사람에게 부조는 못할지언정 세금을 거두어 가느냐고 반발하는 한 측의 생각은 이제는 상속세 과세의 반대 논리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피상속인이 보유하는 재산이 상속인에게 넘어감으로써 피상속인이 부자인가 가난한 자인가에 따라서 상속인이 부자가 되기도 하고 가난한 자가 되기도 한다는 사회적 불평등을 세금으로 어느 정도 상쇄하겠다는 생각이 상속세가 처음 도입할 때의 생각이었고 지금도 이러한 생각이 상속세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상속세라는 특별한 세목을 만들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세목의 형태에서 자연스럽게 과세할 수 있다면 굳이 상속세라는 세목으로 과세해야 되는지 의문이 생기는 시대가 되었다. 상속세의 경우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면 상속세를 일반적인 세목에서 포섭하여 과세하더라도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한집안에 부(父)가 돌아가셔서 상속이 이루어지게 된 상황에서 상속세 과세대상 재산이 피상속인 사망시점에 시가로 평가한 결과 부동산 20억원(취득가액 : 3억원), 주식 1억원(취득가액 : 0.5억원), 현금 0.7억원 도합 시가로 평가하여 21.7억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현행 상속세는 20억원의 부동산과 1억원의 주식, 0.7억원의 현금이 모두 과세대상이 된다. 만약 현행 상속세의 과세형태를 다른 세목으로 과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것이 소위 자본이득세 과세이다. 만약 피상속인의 상속세 과세대상 재산을 상속인이 상속을 받아가고 자본이득세로 과세되는 형태에서는 부동산과 주식의 경우는 취득가액인 3억원과 0.5억원으로 상속받고 현금은 0.7억원으로 상속을 받는다. 자본이득세 과세는 상속받는 재산이 상속되는 시점에 과세되지 않고 처분되는 시점에 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각각의 세목으로 과세된다. 그러므로 상속시점에 굳이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평가를 할 필요도 없고 처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상속대상자산으로 인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하여 부동산을 급하게 매도할 필요도 없다. 처분하여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에 과세하기 때문에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자를 부담하는 연부연납을 선택할 이유도 없다. 위의 사례에서 상속을 받은 상속인이 상속시점 5년 후에 부동산을 30억원에 매도했다면 27억원(30억원 - 3억원)의 양도차익에 자본이득세(현행 우리세법하에서는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며 7년 후에 주식을 2억원에 매도했다면 1.5억원(2억원 - 0.5억원)의 양도차익에 대하여 자본이득세(우리세법하에서 아직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도입된다면 금융투자소득세)가 과세될 것이고 상속받은 현금 0.7억원의 경우 현금을 어디에도 투자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면 세금이 과세되지 않겠지만 이 현금을 주식에 투자하거나 은행 예금에 넣어둔다면 이 주식을 처분할 때 양도차익에 대하여 자본이득세(우리의 경우 금융투자소득세)가 과세되고 은행 예금에 넣어둔 경우는 이자소득에 대하여 과세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처럼 간단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세목인 자본이득세로 과세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속세라는 세목을 굳이 두어서 문제되는 가업상속공제나 상속대상자산의 평가문제에서 오는 여러 가지 불합리한 문제점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혹자(或者)는 위의 사례에서 투자되지 않은 현금부분에 대하여 과세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하여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현금은 그 자체로는 무수익자산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하여 현금비중을 높이는 우를 범하는 경제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경제논리에서 벗어난 행동이어서 향후 행동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고 이후 행동을 수정하여 투자를 하게 된다면 결국 자본이득세 과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의 문제는 피상속인의 사망시점에 대상자산을 시가로 평가하여 과세한다는 것에서 그 문제가 시작된다.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에서 시가를 찾는 문제는 납세자와 과세관청 간 합의가 힘든 문제이며 상증세법에서 규정하는 보충적 평가방법도 그 합리성을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세법전문가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상속시점의 시가를 찾아야만 하는 우리 상속세제 때문에 납세자와 처분청은 이 답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비상장주식의 평가분야에서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게 되면 정말 아무 이유 없는 숫자만의 향연(饗宴)이 벌어지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기업승계에 있어서 지분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인에게 지분증권이 상속되는 경우 높은 상속세율은 이러한 평가문제가 같이 물려 상속인을 괴롭히고 기업승계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은 평가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고 실현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다. 실현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실질적 응능부담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인세법에서 부동산이나 주식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가이익은 익금으로 보지 않고 평가손실은 손금으로 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의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행 상속세제가 상속세 과세대상자산을 시가로 평가하여 상속인의 실질적 응능부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우리 경제의 맥을 끊은 면이 있다면 자본이득세제는 실제 상속받은 재산의 처분시점에 과세하여 과세시기를 현금흐름의 시기와 자연스럽게 대응시킴으로써 실질적 응능부담에 착안한 자연스러운 과세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처분의도가 없고 처분하기도 힘든 기업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지분증권에 대하여 과도한 세율과 과도한 평가액의 산정을 통한 상속세 과세는 지금까지 아무 과오 없이 기업을 경영하고 고용창출을 해온 경영주에 대하여 단지 상속이라는 과정을 거친다는 이유 때문에 경영권의 불안을 초래하고 이를 감수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본이득세로 과세하는 상황에서는 가업상속공제의 한도를 늘린다든지 하여 가업상속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속인 그룹의 비난을 받지 않아도 되며 가업상속공제를 하면서 발생하는 사후관리요건들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추징하는 상황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2016 ~ 2020년)간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연평균 활용건수가 92.6건으로 같은 기간 독일의 연평균 활용건수 9,995건에 비하여 턱없이 저조한 상태이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우리나라 가업상속대상기업의 경우 그 사후관리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미리 겁을 먹어 가업상속공제의 혜택을 포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행 상속세제의 단기적 개선사항으로 높은 세율을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 유산세구조에서 유산취득세 구조로의 변경, 가업승계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 등은 상속세제를 자본이득세제로 전환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그 문제점들이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총국세 대비 상속세 세수비중은 대략 3%에서 5% 사이에서 움직였다. 2021년도와 2022년도의 비중은 8.5%와 5.5%로 이상적으로 높았지만 이것은 해당연도에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넥슨의 김정주 회장의 작고로 12조와 6.5조 정도의 상속세가 갑자기 늘어난 것에 기인한 것이고 이의 효과를 제거한 후의 수치가 대략 이 정도에서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수의 비중 측면에서는 그리 높은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상속세 및 증여세가 우리 과세환경에서 다른 대체적인 세목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이러한 대체세목으로의 과세가 상속세 폐지라는 개념으로 포장되어 있고 상속세 폐지라는 개념이 부자에게 유리한 부자감세라는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세 제도에 대하여 국민정서를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파격적인 개선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 현행 상속세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를 부분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들은 과도기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우리상속세제가 가야 할 마지막 종착지는 자본이득세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자본이득세제는 상속세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며, 상속세라는 특정한 세목을 따로 두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세목(양도소득세, 금융투자소득세, 이자소득세 등)을 통하여 부자연스럽고 잘 합의되지 않는 평가라는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실현시점에 과세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응능부담의 원칙을 고수하는 정말 합리적인 과세방법이다. 이를 채택한다는 것은 상속세제로 위축되어 있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이미 이러한 길에 이미 들어선 나라도 있다. 호주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