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의 원감정가액에 대하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의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과세관청의 재감정가액을 시가로 볼 수 없어

| 요약 | 대상판결에서는 원감정가액이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의 기준금액 이상인 경우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부동산에 대한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 그리고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지 않을 때 그 재감정가액을 시가에서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원심판결은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의 두 번째 괄호를 근거로, 평가자문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다면 재감정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은 원감정가액이 기준금액 이상인 경우에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원감정가액의 감정평가목적, 납세자와 감정기관과의 관계, 통모 여부, 납세자의 조세회피 의사,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내용 및 결과 등을 함께 고려하면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의 예시적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같은 항 제2호 단서에서 정하고 있는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세관청의 의뢰에 따른 재감정가액이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가액이라 하더라도 이를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대상판결은 시가주의 원칙과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의 예시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에 의한 소급감정이 검증 목적에 의한 것이더라도 그 요건이 지켜지지 않은 감정가액에 대해서는 시가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다만,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가 예시적 규정이라고 할 때 단지 재감정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재감정가액을 어떻게 시가에서 배제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는 대법원이 당해 사안에서 과세의 필요성보다 절차적 적법성을 더 우선한 결과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은 과세관청의 소급감정이 문제된 다른 사안들에 있어서도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사실관계
원고들은 A리조트 주식회사(이하 ‘A리조트’) 또는 B리조트 주식회사(A리조트와 합하여 ‘두 리조트회사’)의 주주들이다. 원고 C 주식회사(이하 ‘원고 C’)는 2013.8.14. 두 리조트회사와 각 합병계약을 체결하여 두 리조트 회사를 흡수합병하였고, 두 리조트회사는 2013.10.2. 해산되었다(이하 ‘이 사건 합병’). 이 사건 합병 당시 원고 C와 A리조트는 2013.6.경 D감정평가법인과 E감정평가법인에 A리조트가 소유한 유형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각각 의뢰하였고(이하 ‘이 사건 원감정평가’), 2013.6.30.을 평가기준일로 하여 평가기간 내에 이루어진 감정가액의 평균액을 시가로 보아 A리조트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고 합병비율을 산정하였다. 한편, 이 사건 합병 당시 원고들은 두 리조트회사의 입회보증금과 관련하여 그 채무를 현재가치할인평가방법으로 산정한 예수보증금을 부채로 하는 이외에도 입회보증금과 예수보증금의 차액을 선수수익으로 보아 이 역시 부채에 포함하면서 두 리조트회사의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고 합병비율을 산정하였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두 리조트 회사에 대한 법인제세 통합조사에서, 이 사건 원감정평가에 재감정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아 서울지방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평가기간 이후인 2015.11.경 한국감정원과 F감정평가법인에 재감정을 의뢰하였고,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두 리조트 회사 주식 가치 평가를 위한 순자산가액 계산 시 부채인 입회보증금이 과대평가되었고, A리조트가 소유한 9필지 토지(이하 ‘이 사건 부동산’)가 과소평가되었다고 보아 피고들에게 과세자료를 통보하였다. 이에 피고들은 이 사건 합병은 불공정합병으로서 그 과정에서 두 리조트 회사의 주주인 원고들이 원고 C의 주주들에게 합병에 따른 이익을 분여하였다는 이유로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에 따라 그 이익을 익금에 산입하여 원고들에게 법인세(가산세 포함)를 증액경정ㆍ고지하고 관련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원고들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였고, 조세심판원은 2017.12.19. “감정평가를 받는 등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를 재조사하여 그 결과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액 및 소득금액변동통지를 경정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취지의 재조사결정을 하였다. 이에 따른 재조사 과정에서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은 평가기간 이후인 2018.3.경 G감정평가법인과 H감정평가법인에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소급감정을 의뢰하였고(이하 ‘이 사건 재감정평가’), 피고들은 그에 따른 소급감정가액의 평균액을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로 보아 종전 처분 중 일부를 감액경정ㆍ고지하였다.
쟁점의 정리
법인세법(2018.12.24. 법률 제160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2조 제2항은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할 때 시가를 기준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법인세법 시행령(2014.2.21. 대통령령 제251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 제2항 제2호는 주식에 관하여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1조 내지 제64조 등을 준용하여 평가한 가액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5.12.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상증세법’1)) 제63조 제1항 제1호 다목2) 및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2014.2.21. 대통령령 제251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상증세법 시행령’) 제54조는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같은 시행령 제55조 제1항은 “당해 법인의 순자산가액’은 ‘평가기준일 현재 당해 법인의 자산을 상증세법 제60조 내지 제66조의 규정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에서 부채를 차감한 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 본 사안에서 적용되는 법률이 구법이기 때문에 대상판결의 판결문상 ‘구 상증세법’이라 하였으나, 본 사안의 쟁점 조문들의 위치나 내용이 현행 상증세법령에서도 크게 변경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이하에서는 ‘구 상증세법’이라 하지 않고 편의상 ‘상증세법’이라고 한다. 같은 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상증세법 시행령’, ‘상증세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2) 현행 상증세법 제63조 제1항 제1호 나목 상증세법 제60조 제2항은 같은 조 제1항의 ‘시가’에 대하여 “감정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본문은 “토지에 대하여 2 이상의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이 있는 경우에는 그 감정가액의 평균액(이하 ‘원감정가액’)”을 시가로 보도록 규정하면서도, 단서에서 “당해 감정가액이 토지에 대한 개별공시지가 등과 유사사례가액의 100분의 90에 해당하는 가액 중 적은 금액(이하 ‘기준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이거나, 기준금액 이상인 경우에도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감정평가목적 등을 감안하여 원감정가액이 부적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이하 ‘쟁점 재감정 사유’)에는, 세무서장이나 관할지방국세청장이 다른 감정기관에 의뢰하여 감정한 가액(이하 ‘재감정가액’)에 의하되, 그 가액이 증여세 납세의무자가 제시한 감정가액보다 낮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부동산의 경우, 원감정가액이 존재하였고 그 원감정가액은 이 사건 부동산의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이었는데,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하여 그 재감정가액이 시가임을 전제로 이 사건 부동산 등 유형자산이 과소평가되었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원감정가액이 기준금액 이상인 경우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쟁점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고, 또한 쟁점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 사건 재감정평가에 따른 재감정가액을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한편, 상증세법 시행령 제58조 제2항 및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2019.3.20. 기획재정부령 제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상증세법 시행규칙’) 제18조의 2 제2항 제1호는 입회금ㆍ보증금 등의 채무가액에 대해서 상증세법 시행령 제58조의 2 제2항 제1호 가목에 따른 적정할인율에 의하여 현재가치로 할인한 금액(이하 ‘현재가치할인액’)의 합계액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원고들이 입회보증금 중 향후 반환할 금전채무의 현재가치(예수보증금)를 뺀 나머지 부분을 선수수익으로 하여 부채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되었다.]
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서울고법2019누66509, 2020.10.23., 판결)
원심은,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가 기준금액에 미달하지 아니하는 한 2 이상의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과 달리 세무서장이 재감정을 할 수 없는 것처럼 규정되어 있으나, 같은 호 단서의 두 번째 괄호에서 “기준금액 이상인 경우에도 제56조의 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감정평가목적 등을 감안하여 동 가액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세무서장이 다른 감정기관에 의뢰하여 감정한 가액을 상증세법 제60조 제2항의 시가로 인정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음을 근거로, 평가자문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다면 재감정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심은, 원고들과 같이 선수수익을 부채로 본다면, 상증세법 시행령 제58조 제2항 및 상증세법 시행규칙 제18조의 2 제2항 제1호에서 입회금ㆍ보증금 등에 관한 채무의 가액은 현재가치할인액의 합계액으로 산정할 것을 규정하였음에도, 입회보증금의 합계액이 전부 부채가 되어 위 법령 규정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로, 입회보증금 중 향후 반환할 금전채무의 현재가치를 뺀 나머지 부분은 부채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비록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의 예시적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어떠한 토지에 관하여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본문에 따른 원감정가액이 존재하고 그 원감정가액에 대하여 같은 호 단서에서 정하고 있는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세관청의 의뢰에 따른 재감정가액은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가액이라 하더라도 이를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평가심의위원회가 국세청장이 과세관청에 설치하는 기관으로서 과세관청이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결과에 구속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감정가액이 기준금액 이상인 경우의 쟁점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 중 두 번째 괄호 부분)는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는지 여부를 기준으로만 판단할 것은 아니고, 원감정가액의 감정평가목적, 납세자와 감정기관과의 관계, 통모 여부, 납세자의 조세회피 의사,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내용 및 결과 등을 함께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은, 이 사건 원감정평가에 따른 이 사건 부동산 감정가액의 평균액에 쟁점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재감정가액을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쟁점 재감정 사유가 존재한다고 잘못 전제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에서 정한 과세관청의 재감정사유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한편, 대상판결은, 순자산가액 계산 시 부채로서 입회보증금에 대한 원심 판단에 대해서는,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순자산가액 계산 시 자산에서 차감하는 부채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평석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 규정의 성격
상증세법 제60조 제1항 본문은 “재산의 가액은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에 따른다”고 규정하여 재산의 평가에 있어 시가주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제1항에 따른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 하고 수용가격ㆍ공매가격 및 감정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하여 시가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대통령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본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가로 인정되는 것이란, 평가기간 이내의 기간 중 감정 등이 있는 경우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라 확인되는 가액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각 호에서 재산의 시가로 볼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 규정의 성격과 관련하여, 재산의 시가로 볼 수 있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인지, 시가의 범위를 한정적, 열거적으로 규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다. 즉,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이 해당 규정에 따라 포함되는 시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려는 취지에 비추어 위 규정을 한정적ㆍ열거적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증세법 제60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는 재산의 시가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를 예시한 것에 불과하고, 시가란 원칙적으로 정상적인 거래에 의하여 형성된 객관적 교환가치를 의미하지만 이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액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0두5098, 2001.8.21., 판결, 대법원 2004두1834, 2008.2.1., 판결 등 참조).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가 예시적 규정일 경우 발생하는 문제
‘시가로 인정되는 것’ 중 감정가액과 관련하여,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 제49조 제1항에서 ‘평가기간 이내의 기간 중 감정’일 것, ‘평가기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칠 것’을 규정하고, 같은 항 제2호 본문에서 ‘2 이상의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일 것, 그러한 감정기관은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일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시가로 인정되는 감정가액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들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는 ‘원감정가액이 기준금액 이하이거나 기준금액이 이상이더라도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감정평가목적 등을 감안하여 동 가액이 부적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세무서장등이 다른 감정기관에 의뢰하여 감정한 재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되는 감정가액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 역시 시가로 인정되는 감정가액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으로 이해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법원은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가 예시적 성격을 가진다는 입장인데,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에서 시가로 인정되는 가액의 객관성,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요건들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즉,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가 예시적 규정이라면, 위 조항에 규정된 요건들을 막론하고 어떠한 감정가액이 시가의 정의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이를 시가로 취급할 수 있다는 결론도 가능한 것인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상증세법 제60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시가주의 원칙과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의 예시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 두 번째 괄호의 요건3)은 단순히 평가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치는 것만으로 해석할 수 없고 원감정가액의 감정평가목적, 납세자와 감정기관과의 관계, 통모 여부, 납세자의 조세회피 의사,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내용 및 결과 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위 재감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고 행해진 재감정가액은 설령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가액이라 하더라도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에 의한 소급감정이 검증 목적에 의한 것이더라도 그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여야 하고, 재감정 요건이 지켜지지 않은 감정가액에 대해서는 시가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위와 같은 대상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은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시가’에서 제외되는 최소한의 한계 역시 정하고 있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은 “ 감정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이 소급감정을 진행하여 산정된 재감정가액은 시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등의 한계 역시 정하고 있는 규정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상판결이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의 예시적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의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그 재감정가액을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기 이전에, 그러한 논의의 전제로서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의 성격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의 재감정가액을 시가로 볼 수 없다는 판단과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가 예시적 규정이라는 판단이 어떻게 양립될 수 있는지, 제49조 제1항 각 호의 성격을 달리 볼 여지는 없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상판결에서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물론 대법원의 위와 같은 결론은 과세관청이 과세의 목적을 위하여 무리하게 소급감정을 다시 실시하는 관행(가령, 납세자가 법령에 의거한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여 상속세 등을 신고한 것에 대하여 과세관청이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과세를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감정을 의뢰하여 그 감정가액을 토대로 과세하는 ‘감정평가사업’에 대한 비판이 최근 계속되고 있다)에 제동을 걸면서 절차적 적법성을 더 강조한 결과로 이해되나, 이러한 논점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이 있었다면, 과세관청의 소급감정이 문제된 다른 사안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점이 마련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가 예시적 규정이라는 것이 곧 “과세관청이 제49조에 규정되지 않은 그 어떤 방법으로든 시가를 산정하여 과세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조금 더 명확하게 판시하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3) 기준금액 이상인 경우에도 제56조의 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감정평가목적 등을 감안하여 동 가액이 부적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