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간추린 칼럼] 기업승계를 위한 상속세제, 바람직한 모습은?

상속세는 형식적으로 개인에 관련된 세목이지만 그 실질적인 내용은 기업의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행 상속세가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구조로 개정되어야 하는 등 합리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개정이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자본이득세로 가야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이 그렇게 신속하게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
만약 이러한 개정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그래도 우선순위측면에서 제일 시급한 것은 기업승계와 관련한 내용을 파격적으로 개선해 주어야 하는 일이다. 기업승계와 관련한 상속세 개정은 상속세 개편요구 중에 가장 파급력이 커서 학계와 실무계에서 일찍이 그 개선을 요구해왔던 사항이다. 가업상속공제로 명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업승계 상속세제는 보기에 따라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친화적으로 개선되어오기는 했다. 2007년 12월 31일 이전에는 피상속인의 가업영위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1억원이던 공제금액이 2023년 1월1일 이후에는 피상속인의 가업영위기간이 30년 이상인 경우 600억원까지 늘어나 공제금액으로만 보면 600배가 커졌다. 이외에도 그 구체적 적용요건 상 업종요건이나 피상속인, 상속인 요건등도 완화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은 가업상속공제의 적용을 받는 측이나 받지 못하는 측 모두 만족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가업상속공제의 적용을 받는 측에서는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가 금액이나 그이외의 조건에서 많이 나아지는 했지만 이 정도로는 기업승계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업상속공제의 작용을 받지 못하는 일반 납세자들은 가업상속공제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대하여 상속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600억원씩이나 공제해주는 것에 대하여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상속세제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 중의 하나는 현금을 제외한 모든 대상재산이 평가를 통하여 과세된다는 점이다. 평가로 인한 과세는 결국 현금흐름과 상속세의 납부시기가 대응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다시 말하면 피상속인 사망 시점에 현금화되지 않는 재산에 대하여 시가로 평가하여 과세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방법은 상속재산 중 바로 현금화되기 힘든 재산인 부동산등의 가액이 총상속세 과세대상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납세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의 경우는 급매라는 과정을 통하여 적정한 기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물납이라는 납부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납세자인 개인이 감내할 영역이라서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이 부분이 경영권과 관련한 대주주지분에 훼손을 가져온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상속세가 기업승계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것은 바로 이부분이다. 2022년 3월, 김정주회장의 사망으로 넥슨지주회사(NXC)의 지분의 30%정도가 상속세로 물납되었다. 과도기적이긴 하지만 김정주회장의 가족지분을 제외하면 기획재정부가 2대주주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은 문제와 최대주주 지분으로서 상속세의 납부가 아니라면 상속시점에 전혀 처분할 이유가 없는 지분에 대하여도 처분할 때까지 과세이연을 해주지 않는 상속세제상 할 수 없이 물납을 선택하여 지분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대주주지분의 감소를 일반 납세자가 상속세를 납부함으로써 재산의 감소가 이루어지는 것과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일반인의 재산감소는 일반인 각자의 상황으로 끝이 나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대주주지분의 감소는 대주주 개인의 재산감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대주주지분이 공매되는 과정에서 적대적인 지분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고 기존 대주주가 원치 않는 주주들에게 지분이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은 기존 대주주의 경영환경을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기업은 처음 시작할때는 창업주 개인에만 관련이 되지만 그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여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면 이제는 창업주 개인의 것으로만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지분변동으로 인하여 순항하던 기업이 통제하기 힘든 변수가 생기거나 이로 인하여 기업을 경영하는 의욕이 꺾인다면 이는 국가적 손실이다. 바람직한 기업승계를 위한 싱속세제는 다음과 같은 형식적, 실질적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가업상속공제라는 용어에서 가업을 기업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행의 제도하에서 가업이라는 용어는 적절치 못하다.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와 가족들이 주도하는 사업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가업”이라는 용어는 매출액 5천억원까지 아우르는 중견기업의 이미지와는 부합되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의 가업상속공제는 이러한 소규모의 기업승계만을 의미하지 않고 대기업까지도 승계라는 차원에서 포섭하려는 의미를 가지는 명실공히 기업승계와 관련된 내용을 담아야 하므로 가업상속공제는 기업승계공제라는 용어로 바꾸어야 한다. 둘째. 현재 업종에 대해서는 대분류내에서의 업종변경까지 허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분류에서 중분류, 그리고 대분류로 그 허용범위를 넓혀온 것을 보면 그나마 기업의 활동에 대한 규제를 풀기 위하여 노력한 것은 느껴진다. 하지만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이 주도하고 있는 산업환경하에서 업종전환에 대분류이기는 하지만 규제를 하는 것에 필자는 정말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1934년 설립된 일본 후지필름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기존 필름사업이 악화일로를 걷자 화장품, 의료기기 등으로 눈을 돌렸고 현재는 세계적인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기업으로 성공적인 안착을 하고 있다. 반면 100년이상 카메라 시장의 강자였던 미국의 코닥은 기울어가는 카메라시장에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지 못하여 결국 2012년 파산신청(Being kodaked)에 이르게 된다. 환경에 맞추어 변화하지 않은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의 제도는 세제혜택을 받기위해서는 아직까지도 업종변경에 제약을 감수해야한다. 현행 가업상속공제의 업종규제는 완전히 없애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셋째, 현행 가업상속공제의 규모적 제한은 매출액 5천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이다. 이러한 규정의 시작도 실은 가업이라는 개념에서 시작된 것이다. 가업이라는 의미를 두면서 매출액을 5천억원까지 넓힌 것도 어찌보면 많이 풀어준 것이다. 하지만 가업이라는 의미가 이미 퇴색되고 기업승계의 걸림돌을 제거해 준다는 의미에서 보면 매출액 5천억원미만 까지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기업승계의 걸림돌을 제거해준다는 의미에서 규모가 큰기업과 작은 기업의 차별을 하는 것도 그 이유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업승계에 관해서는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에 차별없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기업승계와 관련한 상속세제의 개선방향에 대하여 굵은 방향을 제시해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도 결국은 과도기적 방책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상속세제 개선의 최종 종착지는 자본이득세의 도입이기 때문이다. 위의 모든 개선요구사항이 자본이득세가 도입된다면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이 일거에 해결된다는 점에서 자본이득세의 도입은 과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