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에 따라 지출된 손해배상금이 손금에 해당하는지 여부

Ⅰ. 사안의 개요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원고는 주식회사 A은행(이하 “A”) 등을 연결자법인으로 하는 연결납세방식을 적용하여 법인세를 신고하여 왔다. 甲은 ‘A와 B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C 주식회사(이하 “C”)의 경영권을 상실함에 따라 약 902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A와 B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이하 “관련 민사사건”)를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은 A와 B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고, 이에 대하여 甲 및 A가 항소하였다. 항소심법원은 A에 대하여 ‘甲에게 150억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甲 및 A의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A는 위 항소심판결의 취지에 따라 甲에게 손해배상금 및 지연손해금(이하 “이 사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였고, 원고는 관련 민사사건 판결이 확정된 2016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 시 이 사건 손해배상금을 손금에 산입하였다. 피고는 2018.11.28. 이 사건 손해배상금을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는 등의 사유로 원고에게 2016 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ㆍ고지(이하 “이 사건 처분”)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1) 원심판결[(서울고법2020누46051, 2021.1.15.) 판결]
원심판결은 손해배상 판결은 위법행위로 이미 발생한 손해배상 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것이므로 그 원인행위와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이 사건 손해배상금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서 구 법인세법(2017.12.19. 법률 제152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에 따른 사업관련성, 통상성 및 수익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손금에 산입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1)
1) ‘A의 대표이사가 횡령 피의사실에 대하여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나, 위와 같은 불기소처분 이후에 제기된 민사소송(관련 민사사건)에서는 불기소처분 당시와는 달리 추가적인 증거들이 제출되어 법원이 이를 토대로 A의 C 주식매수 행위와 의결권 행사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점에 비추어 보면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되었다는 이유만으로 A의 행위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가 아니라거나 그로 인하여 지출된 비용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지출된 비용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도 원심의 판단 근거 중 하나이다.
관련 민사사건의 항소심 법원은 “甲이 당초 취득ㆍ행사한 경영권의 내용, A가 이를 침해한 경위, 그에 대한 A의 고의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A의 일련의 행위는 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된다”고 판시하였다.
(2)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이 사건 손해배상금이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서 구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에 따른 사업관련성, 통상성 및 수익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원심의 판단에는 손금의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판단 근거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① 이 사건 손해배상금은 관련 민사사건의 확정판결에 따라 甲에게 실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지급된 것으로서,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고, 액수 또한 실손해의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금액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A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A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손해배상금을 지출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 ② 원심이 근거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17.10.26. 선고 2017두51310 판결은, 동종 업체들에게 입찰 포기의 대가로 지급한 담합사례금은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보아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서,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다.
- ③ 어떠한 비용을 손금불산입 대상으로 규정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구 법인세법은 제19조에서 손금의 범위에 대하여 규정하는 한편, 이와 별도로 제19조의 2 내지 제38조 등의 특례규정에서 손금불산입 항목과 손금산입 항목을 열거하고 있는데, 손해배상금은 손금불산입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Ⅱ. 쟁점의 정리 및 관련 법령
1. 쟁점의 정리
구 법인세법 제19조 제1항은 “손금은 자본 또는 출자의 환급, 잉여금의 처분 및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제외하고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실 또는 비용[이하 “손비”(損費)라 한다]의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손비는 이 법 및 다른 법률에서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2017.12.19. 법률 제15222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법인세법 제21조의 2는 “내국법인이 지급한 손해배상금 중 실제 발생한 손해를 초과하여 지급하는 금액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은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손금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관련 민사사건의 확정판결에 따라 甲에게 실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지급된 이 사건 손해배상금이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서 구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에 따른 사업관련성, 통상성 및 수익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관련 법령
(1) 구 법인세법(2017.12.19. 법률 제152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손금의 범위】
- ① 손금은 자본 또는 출자의 환급, 잉여금의 처분 및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제외하고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실 또는 비용[이하 “손비”(損費)라 한다]의 금액으로 한다.
- ② 손비는 이 법 및 다른 법률에서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
(2) 법인세법
제21조의 2 【징벌적 목적의 손해배상금 등에 대한 손금불산입】 내국법인이 지급한 손해배상금 중 실제 발생한 손해를 초과하여 지급하는 금액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은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손금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손금의 의의 및 손금 인정의 요건
손금이란 익금2)과 함께 세법상 고유의 개념으로서 자본 또는 출자의 환급, 잉여금의 처분 및 법인세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제외하고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실 또는 비용의 금액을 말한다( 법인세법 제19조 제1항). 그리고 손금이 인정되려면 사업관련성, 통상성 및 수익관련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
2) 익금이란 자본 또는 출자의 납입 및 법인세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제외하고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익 또는 수입의 금액을 말한다( 법인세법 제15조 제1항).
‘사업관련성’이란 손금이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되어야 할 것을 의미하고, ‘통상성’이란 법인이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금이라도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의 것3)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수익관련성’이란 법인의 손비로서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을 의미한다.4)
3)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란 납세의무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을 의미하고, 그러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지출의 경위와 목적, 형태, 액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2010두8614, 2010.10.8.) 판결, (대법원2007두12422, 2009.11.12.) 판결 등].
4) 김완석ㆍ황남석, 『법인세법론』, 삼일인포마인, 2024., 292~294면.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관련성, 통상성 및 수익관련성의 상호관계가 문제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① 사업관련성이 통상성만 수식하고 수익관련성과는 무관하다는 견해, ② 사업관련성이 통상성 및 수익관련성을 모두 수식하며 통상성과 수익관련성은 선택적 관계에 있다는 견해, ③ 사업관련성, 통상성, 수익관련성 전부를 중첩적으로 요구한다는 견해가 있다.5) 위 견해들 중 ①의 견해가 다수설인 것으로 보인다.
5) 임승순ㆍ황남석ㆍ김대호, “법인이 임직원을 위해 지출한 법률비용의 손금성”, 『조세법연구』 제26집 제3호, 한국세법학회, 2020., 445면.
2. 위법비용에 관한 대법원의 태도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을 전제로, 의약품 도매상이 약국 등 개설자에게 의약품 판매촉진의 목적으로 지급한 이른바 리베이트 비용[(대법원2012두7608, 2015.1.15.) 판결]과 입찰 포기의 대가로 지급한 담합사례금[(대법원2017두51310, 2017.10.26.) 판결]을 손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대법원은 ‘지출된 비용 그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인 경우에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외환위기 상황에서 신탁겸영은행이 수탁고 격감, 기존 신탁계약 등의 대규모 해지ㆍ인출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시중은행들과 협의를 거쳐 지출한 보전금[(대법원2008두7779, 2009.6.23.) 판결]과 폐기물처리업자가 특정산업폐기물을 무허가업체에게 매립을 위탁하면서 지급한 비용[(대법원96누6158, 1998.5.8.) 판결]은 손금으로 인정하였는데, 위 사례들의 경우에는 지출된 비용 그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아니라고 본 것으로 판단된다.6)
6) 위 사례들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나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에 대하여도 그 손금산입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질서에 심히 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금으로 산입함이 타당하다.”는 법리를 설시하였다.
특히, 위 리베이트 비용에 관한 대법원 2015.1.15. 선고 2012두7608 판결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러한 지출을 허용하는 경우 야기되는 부작용, 그리고 국민의 보건과 직결되는 의약품의 공정한 유통과 거래에 미칠 영향, 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정도, 규제의 필요성과 향후 법령상 금지될 가능성, 상관행과 선량한 풍속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세법상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
구 법인세법에서 열거하여 규정하고 있는 손금불산입 규정들(구 법인세법 제19조의 2 내지 법인세법 제28조)에는 손해배상금의 손금불산입 여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건 손해배상금에는 적용되지 않으나, 2017.12.19. 법률 제15222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법인세법 제21조의 2는 내국법인이 지급한 손해배상금 중 실제 발생한 손해를 초과하여 지급한 금액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인세법 제21조의 2가 신설되기 전에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전부 손금으로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손금 인정 범위를 실제 발생한 손해액까지로만 제한함으로써 ‘손해배상금 관련 비용의 손금 인정 합리화’하는 법인세법 제21조의 2가 신설되었다.8)
7) 법인세법 제21조의 2이 신설되기 전에는 지출된 손해배상금을 전액 손금으로 인정하는 것이 과세실무였던 것으로 보인다[(서면법령법인-49, 2017.12.8.), (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623, 2016.6.22.) 등]. 특히, 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623, 2016.6.22.의 회신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내국법인이 공정거래 관련 문제로 국외에서 구매자집단으로부터 민사소송을 제기당하여 합의금 지급으로 민사소송을 종결한 경우, 당해 지급한 민사합의금 및 관련 법률비용은 「법인세법」상 손금에 해당하는 것임.”
8) 국세청, 『2018 개정세법 해설』, 2018., 126면.
법인세법 제21조의 2의 신설 취지는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지출하게 된 손해배상금에 대하여는 손금 인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므로, 이를 반대해석하게 되면 실제 발생한 손해액으로 인하여 지출하게 된 손해배상금의 경우 손금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 실제 발생한 손해액으로 인하여 지출하게 된 손해배상금은 손금 인정 요건인 사업관련성, 통상성 및 수익관련성의 요건이 전부 충족된다는 것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법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지출한 비용 중 이 사건 손해배상금과 같이 지출된 비용 그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구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에 따른 사업관련성, 통상성 및 수익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으로서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이 이 사건 손해배상금의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손해배상금을 지출하는 것이 통상성에 반한다고 어려운 점, 대법원이 위법비용에 대하여 손금을 부인한 사례는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례이므로 이 사건의 사안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는 점, 법인세법상 손해배상금을 손금불산입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9) 등을 고려하면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
9) 손해전보를 위하여 지급되는 손해배상금의 손금 인정 여부에 관한 미국, 독일, 일본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위 손해배상금은 손금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손해배상금이 발생하게 된 위법성은 손금 인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이준봉, “위법비용의 소득과세 방안에 관한 연구 - 한국ㆍ미국ㆍ독일ㆍ일본 입법례의 비교분석을 중심으로”, 『조세학술논집』 제34집 제1호, 한국국제조세협회, 2018., 183~203면.).
원심판결은 이 사건 손해배상금이 손금으로 인정되면 위법행위를 한 자에게 혜택을 부여하여 위법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 손해배상금 지급은 위법행위의 사후에 이루어져서 위법행위가 조장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도모하는 바람직한 효과가 있으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참고로, 법인세법 집행기준에는 “법인이 임원 또는 사용인의 행위 등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끼침으로써 법인이 손해배상금을 지출한 경우에는 그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 행위 등이 법인의 업무수행과 관련된 것이고 또한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그 지출한 손해배상금은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 계산상 손금에 산입한다.”고 규정하여 고의나 중과실로 인하여 지출한 손해배상금의 경우는 손금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데(법인세법 집행기준 19-19-18), 대상판결에 따르면 위 집행기준이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