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과과세방식의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인 상속세의 경우에도 납세자의 적법한 신고납부에 의하여 해당 납세자의 납부의무가 소멸되고 다른 공동상속인의 납부의무까지 면책되는지 여부

목 차
대상판결에서는 상속세 연대납세의무자인 공동상속인의 구상권의 범위에 포함되는 법정이자의 기산점과 관련하여,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인 상속세에서 공동상속인 중 1인이 정당한 전체 상속세액을 신고납부한 후 공동상속인들에 대한 과세관청의 결정고지(납세고지)가 있는 경우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면책되는 시기가 문제되었다. 이는 결국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인 상속세를 신고납부한 경우 그 납세의무의 소멸시점이 언제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상속세 납세의무가 소멸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시점을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세 납세의무 면책시기로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납세의무가 확정되어야 비로소 과세관청의 징수권 및 납세자의 구체적인 납부의무가 발생하고, 납부에 의하여 납세자의 납부의무가 소멸한다. 이러한 법리가 상속세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까? 이러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상속세가 과세관청의 납세고지에 의하여 그 세액이 확정되는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임에도 납세자에게 납세고지 전에 상속세를 신고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상속세의 추상적 납세의무는 상속개시 시에 이미 성립한다는 점과 구 상증세법 제67조, 제70조가 납세의무의 구체적 확정 전의 상속세 납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아직 상속세 납세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기 전이라도 납세자의 상속세 신고납부에 의하여 납부의무가 소멸하고, 나아가 공동상속인들에 대한 면책의 효과도 발생한다고 보았다.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상속세를 납부하였음에도 납부의무 소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불합리한 점, 구체적 납세의무의 확정 전이라도 추상적 납세의무가 성립한 이상,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세액을 납부하면 그로써 추상적 납세의무가 소멸하고, 나아가 구체적 납부의무도 소멸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그렇게 보아야만 과세관청(국가)이 납세자로부터 납부받아 보관하고 있는 금전의 성격에 대한 다툼도 해소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대상판결은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인 상속세 등의 경우에도 법령에 따른 적법한 납세자의 신고납부에 납부의무 소멸의 효력이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망인은 법률상 배우자 J와 사이에 K(장남), 피고 B(차남), 원고(삼남), 피고 D(장녀)를 낳았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일본국인 L과 사이에 M(장녀), 피고 F(차녀), 피고 H(삼녀)를 낳았으며,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일본국인 N과 사이에 피고 G(남)를 낳은 후 일본에서 거주하다가 2011.3.13.사망하였다. 원고는 2011.9.29. 대전세무서장에게 망인을 비거주자로 하여 망인의 국내 재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를 하면서 상속세 과세가액을 5,982,474,414원으로 신고하였다가 2011.12.31.상속세 과세가액을 8,182,440,764원1)으로 수정신고하였다. 이후 대전세무서장은 상속세 조사를 거쳐 망인의 국내 재산에 관한 상속세 과세가액을 8,562,154,964원, 상속세 총결정세액을 849,520,637원으로 결정한 후 2012.7.1. 원고에게만 위 금액에서 원고가 미리 자진납부한 762,746,972원을 뺀 나머지 86,773,665원의 납세고지하였고, 원고는 2012.9.10.까지 위 849,520,637원 전액을 납부하였다. 피고들은 원고, O 주식회사 및 J 주식회사(이하 ‘원고 등’이라 한다)를 상대로 “망인이 원고 등에게 한 증여가 피고들의 유류분을 침해하였다”라는 등으로 주장하면서 유류분 등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사건의 항소심 법원은 2016.1.27. 피고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2019.5.30. 피고들과 원고 등의 상고 및 부대상고가 모두 기각됨으로써 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피고들은 원고의 처 및 자녀들을 상대로도 유류분 등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사건의 항소심 법원도 2016.1.27. 피고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항소심 판결 역시 2016.2.17. 상고기간 도과로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위 각 판결을 ‘유류분반환판결’이라 한다). 원고는 2016.2.19.경 및 2016.5.11. 대전세무서장에게 각 상속세 수정신고를 하면서 위 유류분반환판결에서 원고 등이 망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인정된 재산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시키는 등으로 상속세 총결정세액을 3,934,443,906원으로 증액한 후 ‘공동상속인들이 부담하는 상속세 전액을 우선 원고가 납부한다’는 취지를 기재하여 2016.5.11.까지 위 3,934,443,906원(가산세 포함)을 추가로 납부하였다. 대전지방국세청장은 2019.5.30. 다시 상속세 조사를 거쳐 2019.12.1. 상속세 총결정세액을 2,800,186,178원2)으로 경정결정하고,3) 원고와 피고들에게 원고의 위와 같은 납부에 따라 “원고와 피고들이 각 납부할 세액은 0원”이라는 내용 등으로 상속인 또는 수유자별 납부할 상속세액 및 연대납세의무자 통지(이하 ‘상속세액 통지’라 한다)를 하였다.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위 상속세 본세 납부에 따른 구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전체 상속세 본 세액 중 피고들 상속지분4)에 상응하는 상속세 본세액 및 이에 대한 2016.5.12.부터의 법정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였다.5) 1) = 상속재산가액 0원 + 가산하는 증여재산가액 8,182,440,764원 2) = 산출세액 4,114,384,241원 – 증여세액공제 1,585,776,431원 + 납부불성실가산세 271,578,368원 3) 이에 따라 대전지방국세청장은 같은 날 원고에게 초과 납부된 1,984,136,022원(= 2,800,186,178원 – 4,784,322,200원)을 환급세액으로 통지하였다. 4) 전체 상속재산에 대한 피고들 각각의 상속재산 점유비율로서, 피고 B: 10%, 피고 D: 9.73%, 피고 F: 9.75%, 피고 G: 10.07%, 피고 H: 10.02% 였다. 5) 원고는 당초에 피고들을 상대로 위 상속세 본세 및 가산세 납부에 따른 구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전체 상속세 본세액 및 가산세액 중 피고들의 상속지분에 상응하는 상속세 본세액 및 가산세와 이에 대한 2016.5.12.부터의 법정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여, 제1심으로부터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받았으나, 원심에서 가산세 납부에 따른 구상금 청구부분을 취하하였다.
쟁점의 정리
공동상속인은 상속세에 관하여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는데(구 상증세법6) 제3조 제3항), 이러한 공동상속인의 상속세 연대납세의무에 대해서는 연대채무자 사이의 구상권에 관한 민법 제425조가 준용되므로(국세기본법7) 제25조의 2), 공동상속인중 1인이 상속세를 납부하거나 자신의 출재로 상속세 연대납세의무를 소멸시킴으로써 공동면책이 된 때에는 다른 공동상속인의 부담부분의 한도에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고(민법 제425조 제1항), 구상권의 범위에는 면책일 이후의 법정이자가 포함된다(민법 제425조 제2항). 6) 2014.1.1. 법률 제121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특별한 표시가 없으면 같다. 7) 2011.12.31. 법률 제11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특별한 표시가 없으면 같다. 한편, 상속세는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으로 과세관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여 고지하는 때에 납세의무가 확정된다(국세기본법 제22조 제3항). 이처럼 상속세는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임에도 상증세법 제67조는 납세의무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과세관청에 대한 협력 의무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되고, 따라서 상속세 신고에는 확정의 효력은 없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상속세 연대납세의무자인 공동상속인의 구상권의 범위에 포함되는 법정이자의 기산점과 관련하여,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인 상속세에서 공동상속인 중 1인이 정당한 전체 상속세액을 신고납부한 후 공동상속인들에 대한 과세관청의 결정고지가 있는 경우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면책되는 시기가 언제인지이다. 이는 결국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인 상속세를 신고납부한 경우 그 납세의무의 소멸시점이 언제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상속세 납세의무가 소멸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시점을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세 납세의무 면책시기로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판결의 요지
원심판결(대전고법2020나15438, 2021.7.8., 판결)
원심은 피고들의 상속세 납세의무는 피고들이 유류분반환판결의 확정으로 상속재산을 받을 수 있게 되고, 과세관청이 원고 및 피고들에게 상속세액 통지를 한 2019.12.1.에 발생하므로 원고의 상속세 최종납부일인 2016.5.11.에는 피고들의 상속세 납세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아 피고들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면책될 여지가 없고, 피고들의 상속세 납세의무는 대전지방국세청장이 경정결정으로 부과처분을 하고 상속세액 통지로 납세고지를 한 때인 2019.12.1.에 면책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내세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상속세는 부과납세방식의 조세로서 과세관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여 부과처분을 하는 때에 조세채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그 부과처분은 납세고지에 의해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공동상속인 甲에 대한 개별적인 상속세의 부과처분과 납세고지가 없으면, 그에게 상속세 납세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다른 공동상속인 乙이 자신에게 부과고지된 상속세를 납부하더라도 공동상속인 甲의 상속세 납세의무를 면책시킬 수는 없고, 상속인들에 대한 부과처분과 납세고지 자체가 없는 상속세액에 대하여는 어느 상속인도 상속세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2) 한편 상속인 또는 수유자는 상속재산 중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상속세를 연대하여 납세할 의무를 지는 것이므로(구 상증세법 제3조 제3항8)), 상속인이더라도 상속재산 중 받았거나 받을 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속이 개시된 때에 받았거나 받을 상속재산이 없던 유류분권리자는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의 확정판결로 받을 수 있는 상속재산이 생기기 전까지는 납세의무를 부담할 여지가 없다. 8) 원심판결에는 상증세법 제3조의 2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상증세법에는 제3조 제3항에 규정되어 있었다.
대상판결
이와 달리,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동상속인 중 1인이 구 상증세법 제67조, 제70조에 따라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총액에 관하여 상속세 과세표준을 신고하고 정당한 상속세액 전액을 납부한 후 과세관청이 공동상속인 전원에 대하여 납부할 상속세액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정하는 내용의 상속세 부과처분을 한 경우, 공동상속인 전원의 상속세 납세의무는 납부 시인 2015.5.11.에 모두 소멸하여 공동면책되었다고 판단하였다. (1) 국세기본법 제21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상속세 납세의무는 상속이 개시되는 때에 성립한다. (2) 구 상증세법 제3조 제1항은 “상속인은 상속재산 중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비율에 의하여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상속세는 상속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상속인들 각자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총액을 과세가액으로 하여 산출한 상속세 총액 중 그가 상속으로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비율에 따른 상속세를 납부할 고유의 납세의무와 함께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세에 관하여도 자신이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대법원2016두1110">대법원2016두1110, 2018.11.29., 판결 등 참조).
평석
공동상속인의 상속세 연대납세의무
구 상증세법 제3조 제1항은 “상속인은 상속재산 중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비율에 의하여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상속세는 상속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상속인들 각자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총액을 과세가액으로 하여 산출한 상속세 총액 중 그가 상속으로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비율에 따른 상속세를 납부할 고유의 납세의무와 함께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세에 관해서도 자신이 받았거나 받을 재산9)을 한도로 연대하여 납부할 상속세 연대납세의무가 있다(대법원2016두54275, 2018.12.13., 판결), (대법원2016두1110">대법원2016두1110, 2018.11.29., 판결), (대법원98두9530, 2001.11.27., 판결). 이때 공동상속인은 동일한 상속세 납세의무에 관하여 각각 독립적으로 전액을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고, 공동상속인 중 1인이 한 납부의 효과는 다른 공동상속인 전원에게 미치며, 그 납부된 범위에 있어서 전원의 연대납부의무는 소멸하게 된다(국세기본법 제25조의 2, 민법 제413조). 9) 연대납세의무의 한도로서, 상속으로 인하여 얻은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과 상속으로 인한 상속세를 공제한 가액을 의미한다[구 상증세법 시행령(2014.2.21. 대통령령 제251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조의 2 제3항].
공동상속인들 간 구상관계
국세기본법 제25조의 2에 의하면 공동상속인의 상속세 연대납세의무에 대해서는 민법 제425조가 준용되므로, ① 공동상속인 중 1인이 상속세를 납부(조세채무의 변제, 국세기본법 제26조 제1항 제1호)하거나 자신의 출재로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세 연대납세의무를 소멸시킴으로써 공동면책시킨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그 부담부분의 한도에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고(민법 제425조 제1항), ② 구상권의 범위에는 납부 등 출재액, 면책일 이후의 법정이자 및 피할 수 없는 비용 기타 손해배상이 포함된다(민법 제425조 제2항). 위 부담부분, 즉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내부적 분담비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상증세법 제3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의 2 제1항에 따라 정해진 ‘상속인별 상속세 납세의무의 비율’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23.5.18. 선고 2022다271227(본소), 2022다271234(반소) 판결]. 한편, 신고 또는 납부불성실가산세는 공동상속인이 상속세 신고 및 납부를 지체하여 발생된 것이므로 공동상속인의 구상권의 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대법원은 “가산세는 납세자의 고의ㆍ과실 내지 부지ㆍ착오와 관계없이 의무위반 사실만 있으면 부과되는 것으로, 공동상속인 중 1인으로서 상속세 전부에 대하여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이상그 의무의 지연ㆍ지체에 대한 책임도 부담하여야 하는 점, 공동상속인 중 1인에 의하여 신고가 이루어지는 경우 나머지 공동상속인은 반사적으로 미신고로 인한 불이익을 면할 수는 있으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고를 한 상속인이 나머지 공동상속인에 대하여 성실하게 신고할 의무를 부담한다거나 불성실신고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동상속인들은 상속세뿐만 아니라 가산세 등 모든 부과분에 대하여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이유로, 공동상속인의 구상권의 범위에 신고 또는 납부불성실가산세가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3.5.18. 선고 2022다271227(본소), 2022다271234(반소) 판결].10) 10) 위 대법원 판결은, 같은 취지의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8.17. 선고 2021나20462(본소), 2021나20479(반소) 판결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공동상속인의 상속세 납세의무의 확정
납세의무의 확정이란 추상적으로 성립한 납세의무의 내용, 즉 과세표준과 세액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국세기본법 제22조 제1항, (대법원2010두3428, 2011.12.8., 판결 등)]. 납세의무의 성립은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하고, 납세의무의 확정은 납세의무의 내용을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후속절차의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납세의무가 확정 없이 성립만 한 상태에서는 납세의무자가 세금을 납부하거나 과세관청이 세금을 징수할 수 없고, 납세의무가 확정되어야만 비로소 납세의무자가 세금을 납부하고, 과세관청이 세금을 징수할 수 있으며, 과세관청은 납세의무자가 납부한 세액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을 갖게 되는 것이 원칙이다.11) 11) 서울행정법원 조세소송실무연구회, 조세소송실무, 사법발전재단(2022), 12. 한편 상속세는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으로 과세관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여 고지(이하 ‘납세고지’라 한다)하는 때에 납세의무가 확정된다(국세기본법 제22조 제3항). 그리고 공동상속인의 고유의 상속의무는 공동상속인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납세고지한 때에 확정되고(대법원 1991.9.10. 선고 91다16952 판결), 공동상속인의 상속세 연대납세의무는 공동상속인의 고유의 상속의무가 확정되면, 연대납세의무의 확정을 위한 별도의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법률상 당연히 확정된다(대법원89누8279, 1990.7.10., 판결).
상속세의 신고 및 납부의무
구 상증세법 제67조는 납세의무자에게 상속개시일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상속세 또는 증여세의 과세가액 및 과세표준을 신고하여야 할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같은 법 제70조는 납세의무자에게 위 신고기한 내에 상속세를 납부하여야 할 ‘납부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납세의무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신고 또는 납부불성실가산세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국세기본법 제47조의 2 내지 제47조의 5).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상속세는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으로서 과세관청의 결정고지에 의하여 납세의무가 확정되고, 상속세 신고에는 납세의무를 확정하는 효력이 없다. 그런데도 구 상증세법 제70조는 과세관청의 결정고지에 의하여 상속세 납세의무가 확정되기 전에라도 납세의무자에게 상속세 납부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러한 ‘납부’에 어떠한 효력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상속세 신고납부에 따른 상속세 납부의무의 소멸시기
국세기본법 제26조 제1항 제1호는 ‘납부’를 국세 납부의무의 소멸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는 납세의무가 확정되어야 비로소 과세관청의 징수권 및 납세자의 구체적인 납부의무가 발생하고, 납부에 의하여 납세자의 납부의무가 소멸한다. 이러한 법리가 상속세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까? 이러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상속세가 과세관청의 납세고지에 의하여 그 세액이 확정되는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임에도 납세자에게 납세고지 전에 상속세를 신고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 성격이 협력의무일지라도 구 상증세법 제67조, 제70조에 의하면, 납세자는 과세관청의 납세고지 전에 상속세를 신고납부하여야 한다. 만약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인 상속세의 경우에도 납세의무가 확정되어야만 과세관청이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납세자의 납부에 따른 납부의무 소멸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면, 과세관청(국가)이 납세의무 확정 전에 납세자로부터 납부받아 보관하고 있는 금전의 성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납부의무 소멸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 상증세법 제70조가 상속세의 납부의무를 규정하고, 나아가 이를 어길 경우 가산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정당한가 등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원심은, 납세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어야 납부의무가 소멸한다는 원칙이 상속세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고, 비록 납세자가 과세관청의 납세고지 전에 상속세를 신고납부 하였더라도 납부의무 소멸의 효력, 즉 다른 공동상속인들에 대한 면책의 효과는 과세관청이 납세고지를 한 때에 발생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원심은 유류분권리자의 특수성, 즉 유류분권리자는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납세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면책이 될 수도 없다고 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속세의 추상적 납세의무는 상속개시 시에 이미 성립한다는 점과 구 상증세법 제67조, 제70조가 납세의무의 구체적 확정 전의 상속세 납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아직 상속세 납세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기 전이라도 납세자의 상속세 신고납부에 의하여 납부의무가 소멸하고, 나아가 다른 공동상속인들에 대한 면책의 효과도 발생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이 제시한 위와 같은 논거가 “납세의무의 구체적 확정 전에도 납부의무가 소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상속세를 납부하였음에도 납부의무 소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불합리한 점, 구체적 납세의무의 확정 전이라도 추상적 납세의무가 성립한 이상,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세액을 납부하면 그로써 추상적 납세의무가 소멸하고, 나아가 구체적 납부의무도 소멸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그렇게 보아야만 과세관청(국가)이 납세자로부터 납부받아 보관하고 있는 금전의 성격에 대한 다툼도 해소되는 점, 납세의무의 구체적 ‘확정’ 전의 납부의무의 소멸이 항상 불가능하다고 볼 필연적 이유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그리고 비록 유류분권리자의 구체적 납세의무가 뒤늦게 발생하였더라도, 공동상속인이 된 이상, 상속세의 신고납부로 인한 부담을 다른 공동상속인들과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이 타당한 점에 비추어 보면,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세 납부의무 면책시기도 동일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상속세 신고에 대하여 ‘경정’청구가 가능한 점12) 등을 근거로,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인 상속세 신고에 대하여 ‘구체적 납세의무의 확정’의 효력 중 일부(납세의무자가 세금을 납부할 수 있게 되는 효력)을 인정하면서, “상속세 신고만으로도 (납세의무를 소멸시키는) ‘납부’가 가능하므로, 부과처분(구체적 납세의무의 확정) 전에 상속세 연대납세의무자 중 1인이 신고 및 납부를 한 경우에도 그러한 납부시점에 다른 연대납세의무자들도 면책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13) 이 견해는 대상판결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될 수는 있지만, 이 견해가 전제로 하는 “구체적 납세의무의 확정되기 전에도 확정의 효력이 일부 인정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구체적 납세의무의 확정 전에는 납부의무의 소멸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12) 대법원은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세 신고 및 수정신고를 하였고, 그에 따라 과세관청이 부과처분(결정)을 한 후 증액경정처분이 있었던 사안에서,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신고기한 내에 제출한 납세자가 그 후 이루어진 과세관청의 결정이나 경정으로 인한 처분에 대하여 소정의 불복기간 내에 다투지 아니하였더라도 경정청구기간 내에서는 당초 신고한 과세표준과 세액에 대한 경정청구권을 행사하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2012두12822, 2014.6.26., 판결). 13) 박민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납세의무의 확정과 관련하여 ‘신고’의 효력에 대한 검토”, 저스티스 통권 제204호(2024.10.), 320.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인 상속세 등의 경우에도 법령에 따른 적법한 납세자의 신고납부에 납부의무 소멸의 효력이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종래 납세자의 신고납부 이후 과세관청의 납세고지가 있기까지 과세관청(국가)이 납세자가 납부한 세액을 보유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등의 여러 가지 의문이 있었으나, 대상판결을 통하여 어느 정도 이러한 의문이 해소되었다. 다만, 납세의무의 구체적 확정 전에 납부의무가 소멸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조금 더 소상하게 제시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