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 47대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했다. 제 45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20년 공화당 후보로 다시 지명돼 재선을 노렸으나 민주당 조 바이든에게 근소한 표차로 고배를 마셨다. 4년 후인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다시 지명을 받았고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상당한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하원은 2년 임기의 전체 의석을 새로 선출하는데 공화당이 과반수 의석을 계속 확보했고 트럼프와 호흡이 잘 맞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재선임됐다. 3분의 1 정도의 의원을 다시 뽑는 상원에서도 공화당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대통령직과 상ㆍ하 양원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레드스윕(Red Sweep)을 달성했다.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조세제도 개편에서 상ㆍ하 양원의 주도권을 확보한 트럼프 공화당이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전에서 민주당 해리스와 공화당 트럼프의 공약은 여러 쟁점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경제 정책 전반으로 보면 해리스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통해 중산층을 보호하는 방향이었다. 트럼프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추고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공약했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전기차 세금 혜택을 폐지하고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해 미국 생산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향이었다. 해리스는 이민정책의 장기적 해결을 제시했지만 트럼프는 불법 이민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불법체류자 대규모 추방을 취임 즉시 단행할 것을 공약했다. 안보정책에서 해리스는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와 글로벌 안보에 대한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고, 트럼프는 각국의 안보 책임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해리스는 임신 중단권 보호를 통해 여성의 자유를 강조했지만 트럼프는 임신 중단 관련 결정을 현행 시스템 그대로 주정부에 맡기는 방향이었다.
미국 대선의 핵심쟁점으로 떠오른 조세정책
민주당 해리스 조세 공약의 핵심은 법인세와 소득세 대폭 인상이다. 법인세는 현행 최고세율 21%에서 28%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1기 중에 법인세 최고세율 35%를 21%로 대폭 인하한 것이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대박을 안긴 부자 감세였다고 비판하면서 전면적인 개편을 공약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일반소득에 대한 세율은 39.6%로 높이고 투자소득 최고세율은 5%p 가산해 44.6%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이다. 순자산 보유액이 1억 달러를 초과하는 개인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서 발생하는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25% 세율로 과세하는 미실현 자본이득세(Unrealized Capital Gains Taxes)를 도입해 10년간 5,020억 달러를 걷겠다고 약속했다. 월가와 실리콘밸리에서는 미국의 성장동력을 망가트릴 위험이 크다고 반대했다. 공화당 트럼프의 법인세 및 소득세 공약의 방향은 민주당과는 정반대다. 법인세 최고세율 21%를 20%로 인하하고,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는 미국 생산기업은 15%까지 추가로 인하한다는 것이다. 2025년 말로 종료되는 세금감면 및 일자리법(Tax Cuts and Jobs Act 2017; TCJA)의 일몰시한을 연장해 종료되는 법인세 조세특례를 세법개정을 통해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TCJA에서 37%로 규정돼 있는데 민주당 정부는 일몰이 종료되는 2016년부터 39.6%로 인상할 방침이었다. 트럼프 공약은 2017년에 정한 37%를 영구화해 최고세율 상한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2017년 TCJA에서 규정한 법인세 관련 세제혜택을 일몰시키지 않으면 특별감가상각(Bonus Depreciation) 등 여러 가지 세제혜택이 존속되겠지만 법인세율 인하 효과를 감안해 일부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 공약을 내놓은 민주당 해리스와는 달리 법인세ㆍ소득세 감세공약을 내놓은 공화당 트럼프는 관세 인상을 통한 세수확보를 강조한다. 수입물품에 대해서 10 ~ 20%의 보편관세를 추가적으로 부과하며 중국산에 대해서는 추가 부과율을 60%로 끌어올릴 것을 천명했다.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손질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물품의 관세를 대폭 인상하고, 특히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관세 100%를 추가적으로 부과할 방침이다. 미국 달러화 이외의 다른 통화로 결제할 경우 BRICS(원래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 5개국인데 인도네시아가 새로 합류함)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에 대해서도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종업원 팁 수입에 대한 소득세를 비과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팁은 고객이 종업원에게 자의적으로 지급하는 현금 또는 비현금성 금액을 말하는데, 티켓과 사용권 및 다른 상품도 포함된다. 종업원은 받은 팁을 매일 고용주에게 보고하고 고용주는 기록을 유지하면서 소득세와 사회보장세를 원천징수해 국세청(IRS)에 납부해야 한다. 종업원은 고용주로부터 받은 팁 지급명세에 따라 소득세를 신고하고 원천징수세액을 차감한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팁 수입에 대해 상한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비과세하겠지만 사회보장세는 부담한 종업원에 대한 연금수급에 반영되기 때문에 종전과 같이 과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특히 후하게 지급되는 팁은 계속 상승해 20~30%까지 치솟아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됐다. 소비자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팁에 대한 소득세 감면을 통해 팁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은 연방세(Federal Tax) 이외에도 주(State)와 로컬(City & County)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도 있다. 주와 로컬 정부는 소득(Income)에 대한 소득세(Individual Income Tax)와 법인세(Corporate Income Tax), 사용자산 및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Personal Property Tax & Real Estate Tax) 및 판매세(Sales Tax)를 부과한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연방세뿐만 아니라 소재하는 주와 로컬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관세와 관련된 한국이나 유럽 등 국가의 부가가치세와 미국의 판매세는 구조가 다르다. 부가가치세는 소비지 과세가 원칙이고 수출한 생산지국에서는 수출품에 대한 영세율 적용을 통해 매입세액을 전액 환급한다. 미국은 부가가치세 제도를 채택하지 않기 때문에 관세 인상이 수출과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부가가치세 채택 국가와는 다를 수 있다.
관세 인상에 대한 미국과 세계 각국의 반응
관세 인상의 주된 타깃은 중국이다. 그러나 NAFTA를 이용해 미국 시장에 관세 걱정없이 낮은 가격으로 물품을 쏟아 부어 미국 일자리를 잠식해온 것으로 비판받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더 큰 논란거리가 됐다. 다급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플로리다 자택으로 날아가 트럼프를 만났다. 트럼프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관세 문제가 없어진다는 다소 모욕적인 농담을 했고 트뤼도는 주지사보다는 총리 직책이 더 나을 것 같다는 맥 빠진 대답을 했다. 멕시코도 국경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등 트럼프 비위 맞추기로 나섰다. 2023년도를 기준으로 미국의 수입국 상위 7개국의 수입액 규모를 보면 멕시코 4750억, 중국 4270억, 캐나다 4190억, 독일 1590억, 일본 1470억, 한국 1160억, 베트남 1140억 달러이다.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 수입이 많은 이유는 지역적 인접성도 있지만 NAFTA에 따른 관세 혜택의 영향 때문이다.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목전에 닥치면서 대상 물품에 대한 선취구매가 관측되고 있다. 랄프 오사 세계무역기구(WT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12월 6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인상은 서민에게 더 가혹함”을 지적했다. 관세는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역진적 세금이라는 것이다. 1월 초에 개최된 2025 미국경제학회에서도 관세 인상이 불러올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됐다. 최종소비재에 대한 관세 인상은 물품가격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중간재인 부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생산비용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논의가 제기되면서 미국의 보편관세 인상이 일부 품목에 제한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보도했는데 트럼프 측에서는 가짜뉴스라고 즉각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임기 종료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는데 트럼프는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면 수익성이 개선될 터인데 지금 왜 팔려하느냐”며보편관세 인상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관세의 충격은 국제경제를 뒤흔들고 있는데 트럼프를 만나러 가서 “미국 51번째 주가 되면 관세 문제가 없다”는 핀잔을 들은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귀국 후 국민으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고 후임자가 정해지면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법인세 인하와 관세 인상에 대한 한국의 대책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활발해지는 시점에 트럼프 2기 출범이라는 허들을 만났다. 작년 11월 20일 IMF(국제통화기금) 협의단은 2025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대외불확실성이 중대한 하방 리스크임을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멕시코와 중국 및 베트남을 통한 미국에 대한 우회 수출도 많아서 이에 대한 구조조정이 신속히 단행돼야 한다. 국에 소재하는 한국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한 멕시코 협력업체는 조속히 정리해 미국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등 한국의 핵심산업을 중심으로 대미 투자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텍사스 반도체 공장, LG에너지솔루션의 애리조나 전기차 배터리 공장, 현대ㆍ기아 자동차의 조지아와 앨라배마 공장을 비롯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진출이 활발하다. 미국의 법인세 인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협업이 가능한 업종의 신규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현대제철이 자동차용 강판 등을 공급할 공장을 미국에 신설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전략이다. 한국 기업은 고용 창출에 적극적이고 임금 수준도 높아서 미국 주정부 마다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주정부와의 교섭단계에서 주세 경감 및 주정부 지원 문제에 대한 확약을 받아야 한다. 한국이 2023년부터 24%로 인상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미국과 같이 20%로 인하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미국에서 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15%로 낮추겠다는 트럼프 공약도 벤치마킹해야 한다. 제조 부문에서 안정적 고용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청년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급여 총액의 10% 정도의 법인세 세액공제를 인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 경영권 승계를 가로막는 높은 상속세도 기업 경영과 관련된 부분은 주식 처분 시점에 과세하는 지본이득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트럼프 2기 관세정책의 주요 타깃은 중국인데,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조선과 방산 등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이 한국과 협력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기후 등 입지조건이 까다로워 미국에서 생산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고 방산은 제품의 성격상 본국에서 제조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교섭력을 높임으로써 트럼프 2기 출범이 하방 리스크가 아닌 상방 기회가 되도록 국민적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