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차
지갑, 가방, 휴대전화...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가장 잘 잃어버리는 물건이라는 점이다.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이용 시나 일상생활 도중에 가장 쉽게 잃어버리는 분실물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 분실한 경우 해당 교통기관의 분실물 담당부서에 바로 연락을 취하여 신고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어렵거나 분실장소가 불분명할 경우 가까운 경찰서에 직접 방문하거나, 경찰청이 운영하는 유실물통합포털(일명 LOST112, 홈페이지 주소 : lost112.go.kr)을 이용할 수 있다. 주인을 알 수 없는 물건을 주운 경우, 나중에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를 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번 호에서는 사례를 통해 유실물, 분실물과 관련된 법률적인 문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잃어버린 휴대전화, 주인 찾아주었다면 보상금은?
[사례] A씨는 산책을 하다가 벤치에 놓여있는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그는 전화번호 목록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서 주인을 찾아주었다. 휴대전화의 주인 B씨는 A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나려고 했다. A씨는 “보상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B씨는 “그럴 의무가 없다”고 버티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두 사람은 결국 법정에까지 서게 되었다. A씨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잃어버린 물건이 현금이건, 물건이건 주인에게 찾아주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주인이 확인되지 않은 물건을 어떻게 돌려주고,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정해놓은 법이 바로 유실물법이다. 참고로, 유실물이란 점유자의 뜻에 의하지 아니하고 어떤 우연한 사정으로 점유를 이탈한 물건 중 도품(盜品)이 아닌 물건을 말한다. 분실물이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린 물건이고, 반대로 습득물이란 타인이 잃어버리거나 방치한 것을 주워서 얻은 물건을 뜻한다. 유실물법에 따르면 타인의 유실물을 습득한 자는 신속하게 유실자 또는 소유자 등에게 반환하거나 경찰서에 제출하여야 한다. 건물이나 선박, 차량 내에서는 그 물건을 건물이나 선박, 차량의 관리자에게 인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돈을 발견했다면 식당 주인에게 인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범행도구나 소지가 금지되는 물건(예컨대 마약이나 총기 등)은 경찰서에 제출해야 한다.
습득자가 보상금 지급받기 위한 요건은?
주인을 찾게 되면 소유자(분실자)는 습득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유실물법 제4조를 보면 물건을 반환받은 자는 ‘물건 가액의 5 ~ 20% 범위’에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분실했다가 주인을 찾아줬다면 찾아준 사람에게 사례비로 일정한 금액을 보상해주는 것이 법적으로도 타당하다. 다만, 건물ㆍ차량ㆍ선박 등에서는 관리자에게 습득물을 인계하므로 이때는 실제로 습득한 사람과 관리자가 절반씩 보상금을 나눠 갖는다. 위의 사례에서 A씨는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A씨의 휴대전화는 신상품이었고, 출고가를 기준으로 약 100만원이었다. 법원은 이러한 점을 감안, 보상금 10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그런데 이 보상금은 주인을 직접 찾아주거나 7일 내 경찰에 신고했을 때만 받을 수 있다.
6개월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실물을 인계받은 경찰은 주인이 확인되면 곧바로 돌려주고, 주인을 알 수 없는 경우 인터넷을 통해 공고 절차를 거치게 된다. 공고기간은 6개월이다. 공고 후 6개월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습득자가 소유권을 갖는다. 민법 제253조에 따르면 유실물은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하여 공고한 후 6개월 내에 그 소유자가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하면 습득자가 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쉽게 말해, 분실물을 주운 사람(습득자)이 7일 내 경찰신고를 하였고, 경찰이 LOST112를 통해 인터넷 공고를 한 뒤 6개월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습득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다는 뜻이다(습득자가 3개월 경과 시까지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국고귀속 또는 폐기처분이 된다). 그런데 이때 모든 경우에 습득자가 소유권을 넘겨받는 것은 아니다. 유실물법 시행령 제3조 제3항에 따르면, “습득물이 특히 귀중한 물건이라고 인정되는 것은 인터넷(LOST112) 공고와 동시에 일간신문 또는 방송으로 공고하여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최근 법원에는 명품시계(시가 2억원 상당)를 습득한 후 경찰에 곧바로 신고하여 6개월이 경과한 뒤 습득자(C씨)와 분실자(D씨) 사이에 소유권을 다투는 민사사건이 있었다. C씨는 “1주일 내 경찰에 신고했고, 6개월이 지나서야 D씨가 나타났으므로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D씨는 “경찰의 공고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법원은 D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 시계는 고가품이므로 ‘귀중한 물건’으로 볼 수 있는데도 LOST112를 통한 공고 외에 일간신문 또는 방송을 통한 공고절차는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며 “따라서 C씨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고 분실자인 D씨에게 인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수표 습득해 주인 찾아주었다면 보상은?
만일 분실한 수표를 습득해 주인을 찾아주는 경우엔 얼마나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보다 금액이 많지 않다. 액면가가 아닌 ‘물건 가액’을 보상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사례] E씨는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지갑 하나를 습득하였다. 그 지갑에는 거액의 수표가 여러 장 들어 있었다. 100만원권 수표의 액면가 합계액은 약 10억원에 달했다. E씨는 수표 주인인 F씨에게 수표가 든 지갑을 건네주면서 사례금 지급을 요구했다. E씨는 10억원을 기준으로 5 ~ 20%(5천만원 ~ 2억원)는 보상금으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F씨가 난색을 표하면서 송사가 벌어졌다. 법원은 유실물법에 보상의 기준이 ‘물건 가액’인 점에 주목했다. 법원은 물건 가액은 “유실물이 제3자의 수중에 들어감으로 인하여 유실자가 손해를 볼지도 모르는 객관적인 위험성의 정도를 표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수표의 경우 액면가가 아닌 실제 가치를 따져야 한다고 보았다. 법원은 수표의 경우 ▲분실신고를 하면 손해를 막을 수 있고 ▲액면이 고액인 경우 거래 시 사고 수표 여부를 확인할 가능성이 높고 ▲습득자가 쉽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다. 따라서 100만원권 수표의 ‘가액’을 액면가의 2/100, 즉 2만원으로 잡았다. 결국 E씨가 받을 사례금의 기준 금액(가액)을 2000만원으로 본 것이다. 법원은 10억원대 수표의 보상금의 범위를 ‘100만원 ~ 400만원’으로 잡았고, 이에 따라 수백만 원선에서 보상금이 결정됐다. 사례에 따라 다르게 산정될 수 있지만 고액권의 수표일수록 보상금이 낮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유실물 돌려주지 않으면 무슨 죄?
그렇다면 유실물을 발견한 뒤 신고하지 않고 가져가면 어떻게 될까? 남의 물건을 가져갔으니까 절도죄일 것 같지만, 절도는 아니다. 바로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한다. 길거리에서 돈이나 지갑을 주우면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슬쩍 챙기고자 하는 유혹을 갖는 사람도 있는데 문제는 들켰을 땐 범죄가 된다는 사실이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절도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절도는 남의 물건을 주인의 의사에 반하여 가져와야 성립한다. 점유이탈물횡령이란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 주인의 손을 떠난(점유를 이탈한) 물건 등을 몰래 챙겼을 때 성립하는 죄이다. 예를 들어 잘못 배달된 편지나 택배를 받았다가 돌려주지 않거나, 가게에서 거스름돈을 많이 돌려받은 것을 나중에 알고도 챙겼을 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때 법정형은 절도죄와 같은 법정형으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게 된다. 법정까지 오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물건의 주인에게 걸렸을 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공공시설 등을 이용하면서 누군가 놓고 간 노트북, 전화, 길거리에 떨어진 지갑 등을 습득하고 돌려주지 않았다가 ‘전과자’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CCTV를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감시의 눈이 곳곳에 널려 있다. 구체적인 사용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분실물을 습득한 후 돌려줄 의사 없이 일정기간 보관을 하고 있었다면 처벌을 피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