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사안의 개요
1. 기본적 사실관계
원고는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연구개발특구법”) 제9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의 3 제2항에 따라 2014.9. ‘A’ 기술에 대한 첨단기술기업 지정서(유효기간 2014.10. ~ 2016.10.)를 발급받고 2015.1.경 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하였으며, 2017.9. 다시 ‘B’기술에 대한 첨단기술기업 지정서(유효기간 2017.9. ~ 2019.9.)를 발급받았다. 이후 원고는 다시 첨단기술기업 지정을 받지 못하였다. 원고는 구 조세특례제한법(2021.12.28. 법률 제186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2조의 2(이하 “쟁점조항”) 제1항의 요건을 2015.1.경 만족(첨단기술기업이 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한 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감면대상사업에서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과세연도인 2015 사업연도로부터 5년 이내에 끝나는 과세연도인 2019 사업연도라고 되어 있는데, 첨단기술기업 유효기간이 2019.9.경 만료하더라도 2019 사업연도 감면 적용이 가능한지를 국세청에 질의하고 국세청으로부터 2019 사업연도 전체에 대하여 감면을 신청하면 된다는 안내를 받은 뒤(국세청 인터넷 세법상담) 관련 사업의 법인세 50%를 감면받았다. 그런데 처분청은 원고의 첨단기술기업 지정의 효력은 2019.9.까지만 유효하므로, 2019 사업연도에는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2조의 2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위 2019 사업연도 감면 법인세를 모두 추징하는 내용의 법인세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관련 법령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2조의 2 【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하는 첨단기술기업 등에 대한 법인세 등의 감면】 ①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한 기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업이 해당 구역의 사업장(이하 이 조에서 “감면대상사업장”이라 한다)에서 생물산업ㆍ정보통신산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하 이 조에서 “감면대상사업”이라 한다)을 하는 경우에는 제2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감면한다. 1.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2021년 12월 31일1)까지 지정을 받은 첨단기술기업 1) 원고가 최초로 A 기술에 대하여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되어 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할 시점에는 2018.12.31.까지였으나, 이하 논의에 크게 의미가 없으므로 이 부분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2.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9조의 3 제2항에 따라 2021년 12월 31일까지 등록한 연구소기업 ② 제1항에 따른 요건을 갖춘 기업의 감면대상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해당 감면대상사업에서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과세연도(지정을 받은 날 또는 등록한 날부터 5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과세연도까지 해당 감면대상사업에서 소득이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5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과세연도)의 개시일부터 3년 이내에 끝나는 과세연도의 경우에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100분의 100에 상당하는 세액을 감면하고, 그 다음 2년 이내에 끝나는 과세연도의 경우에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세액을 감면한다. ③ 제2항이 적용되는 감면기간 동안 감면받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총합계액은 제1호와 제2호의 금액을 합한 금액을 한도(이하 이 조에서 “감면한도”라 한다)로 한다. 1.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투자누계액의 100분의 50 2. 해당 과세연도의 감면대상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 × 1천5백만원[청년 상시근로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업(이하 이 조에서 “서비스업”이라 한다)을 하는 감면대상사업장의 상시근로자의 경우에는 2천만원]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고의 주위적 주장인 쟁점조항은 첨단기술기업이 일몰기한 내에 연구개발특구법에 따라 지정을 받은 뒤, 최초 소득 발생 후 5년의 기간 동안 조세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첨단기술기업 지정 요건이 만료하고 재지정받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는 조세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연구개발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쟁점조항2)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는 전제로,3) 일몰기한 규정(쟁점조항 제1항 제1호)이 ‘20XX까지 지정을 받은 첨단기술기업’이라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최초 일몰기한 입법 시 첨단기술기업 유효기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2개월 후 유효기간이 입법된 점 및 첨단기술기업이기 위해서는 유효기간 내에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첨단기술기업 유효기간 만료 시 쟁점조항은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2) 첨단기술기업 지정 요건 중에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일정 비율 이상이라는 요건이 있음(연구개발특구법 제9조 제4호). 3) 원심인 (부산지법2023구합20103, 2023.9.14.) 판결을 그대로 원용하고 있음. 본 판결에서는 쟁점조항이 작은 투자로 상당한 이익을 받는 악용 가능성도 있다고 설시하나, 쟁점조항 제3항은 사업투자액의 일정비율을 한도로 감면을 적용하고 있어 악용 가능성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원심은 잘못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며, 대상판결도 원심을 원용하고 있으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언급하고 있지 않다. 또한 대상판결은 원고의 예비적 주장4)인 첨단기술기업이 유효기간 내에 있어야 쟁점조항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보더라도 최소한 유효기간 내인 2019.9.경까지는 쟁점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인세법상 감면적용 여부의 판단은 과세연도 말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므로 과세연도 말 이전에 첨단기술기업 유효기간이 만료하였다면 쟁점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4) 예비적 주장에 대해서도 대상판결을 평석할 부분이 많다고 보이나, 본고에서 다루지 않는다. 그러면서 대상판결은 국세청 인터넷 세법상담을 받은 것만으로는 안내 수준의 세법서비스에 불과하여 이를 이유로 납세자의 신뢰를 보호해주거나 가산세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해 줄 수 없어 가산세 부과가 정당하다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원용하였다.
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조세법의 문언 해석
형벌조항이나 조세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엄격하게 법문을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할 수는 없고[(헌법재판소2009헌바123, 2012.5.31.) , (대법원92누18603, 1994.2.22.) 판결 참조],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어떠한 법률의 규정에서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 그 법률 및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당해 법률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내지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대법원2006다81035, 2009.4.23., 판결). 쟁점조항은 i) 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한 기업이, ii) 20XX년 12월 31일까지(일몰기한) 지정받은 첨단기술기업으로서, iii) 감면대상사업장에서 감면대상사업을 영위한다면 최초 소득이 발생한 때로부터 5년간 조세혜택을 부여한다고 기재하고 있다(쟁점조항 제1항ㆍ제2항). 이는 ‘일몰기한’까지 첨단기술기업 지정을 받았다면 조세혜택을 받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해석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여기서 연구개발특구법 시행령 제12조의 4 제3항은 첨단기술기업 유효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는데 위 일몰조항에 따르면 ‘첨단기술기업’에게 조세혜택이 부여되어야 하고, 일몰기한 이후로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첨단기술기업’이 아니므로 조세혜택을 부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문언상 첨단기술기업에게 감면을 적용해야 한다는 측면과 첨단기술기업은 일정한 지정요건을 2년간만 유효기간이 진행하므로, 유효기간 만료 후 첨단기술기업은 지정요건을 결하게 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쟁점조항 및 연구개발특구법상 첨단기술기업의 개념5)을 고려하더라도 쟁점조항 적용 요건은 i) 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하여, ii) 첨단분야 특허권을 보유하여 일정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충족하여 2018년 12월 31일까지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받은 기업으로서, iii) 감면대상사업장에서 감면대상사업을 영위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첨단기술기업’을 요건으로 하는 듯한 문언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문언은 일몰기한 조항에 포함되어 있는 점 및 ‘일몰기한까지 지정을 받은 첨단기술기업’이라는 문언이 반드시 일몰기한 내에 첨단기술기업일 뿐만 아니라 이후 감면기간 동안에도 첨단기술기업이어야 하는 의미를 내포하는지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쟁점조항 일몰기한이 입법될 당시인 2006.12.30. 법률 제8146호 조세특례제한법부터 존재하였고, 유효기간이라는 개념은 2007.3.9. 대통령령 제19924호로 개정된 연구개발특구법 시행령(2010.3.26. 대통령령 제220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 2 제3항6)에서 처음 도입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일몰조항 내의 ‘첨단기술기업’이라는 문언은 일몰기한 내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받으면 충분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5) 연구개발특구법 제2조 제3호는 ‘첨단기술기업’을 ‘특구에 입주한 기업 가운데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 등 기술집약도가 높고 기술혁신 속도가 빠른 기술분야의 제품을 생산ㆍ판매하는 기업으로서 제9조에 따라 지정을 받은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어, i) 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해 있을 것, ii) 기술집약도가 높고 기술혁신 속도가 빠른 기술분야의 제품을 생산ㆍ판매하는 기업일 것, iii) 제9조에 따라 지정을 받은 기업일 것으로 정의하고 있음. 6) 현행 연구개발특구법 시행령 제12조의 4 제3항. 특히 조세심판원은 이미 쟁점 조문과 유사한 구조인 구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2016.12.20. 법률 제143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벤처기업법”)에 대한 감면조항인 조세특례제한법 제6조 제2항에 대하여 해당 조항이 “벤처기업법상 벤처기업으로서 창업 후 3년 이내에 일정 기한까지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은 경우, 그 확인받은 날 이후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과세연도와 그 다음 과세연도의 개시일부터 4년 이내에 끝나는 과세연도까지 해당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세액을 감면한다”고 규정하고, 그 단서로 “다만 감면기간 중 벤처기업의 확인이 취소된 경우에는 취소일이 속하는 과세연도부터 감면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만 규정이 되어 있다면, 감면기간 중 ‘유효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는 적용배제 사유가 없는바, 문언대로 감면기간 동안의 조세감면을 보장하여야 하고, 법문의 규정도 없이 유효기간이 만료된 과세연도의 감면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결정하고 있었다(조세심판원2008서4180, 2009.6.23., 결정), (조세심판원2016중1262, 2016.10.24., 결정), (조세심판원2018서2607, 2018.12.27, 결정). 이처럼 같은 조세특례제한법하에서 어떤 조문은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조세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마련해 두고 있었음에 반하여 쟁점조항에는 그러한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납세자로서는 쟁점조항이 유효기간 만료와 무관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기대하였을 것이라는 점은 당연하다.
2. 쟁점조항의 목적론적 해석
대상판결의 해석론은 목적론적 해석이 중요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목적론적 해석이란 법의 취지와 목적을 탐구하는 해석을 말한다. 조세특례규정에서 어떠한 개념이 다른 법령에 정의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조세특례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세법의 독자적인 입장에서 그 입법취지에 비추어 판단되어야 하므로(대법원92누15994, 1993.8.24., 전원합의체 판결) 쟁점조항의 입법취지를 살펴본다. 기술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는 투입단계(사전) 지원7)과 결과가 나오고 난 뒤 지원하는 산출단계(사후) 지원8)으로 크게 나뉘는데, 투입단계 지원과 산출단계 지원은 같은 연구개발 활성화를 달성하고자 하지만, 전자는 연구개발 자체에 대한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후자는 사업화의 성과를 보장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양자는 정책 목표와 효과가 구분되어 상호보완적이다.9) 비교법적으로도 사업화 촉진을 위한 산출단계 지원제도와 연구개발 촉진을 위한 투입단계 지원제도는 별개로 인식되어 상호 무관하게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10) 7) 투입단계 지원의 장점은 연구개발에 대한 성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당장 투입해야 하는 비용부담을 덜어주어 미래의 불확실한 기대값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촉진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고, 반면, 단점으로 투입단계 지원은 성공에 대한 보장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 기술개발에까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을 수 있고, 더욱이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낮아진 상황에서 기업가들에게 성공의 유인을 제공하기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어 비효율적인 지원이라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Beczkiewicz, Kyle. 2021. Weighing the patent box: an evaluation of the ex post tax incentive of lower tax regime for products that incorporate patents. Marquette Intellectual Property & Innovation Law Review 25(1), 44면]. 8) 산출단계 지원의 주된 장점은 투입단계와는 반대로 혁신에 성공한 기업가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므로 효율적이라는 점에 있고, 단점은 지원의 혜택이 기술개발에 성공한 기업가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투기적인 성격을 띠게 되고 기업가들이 성공에 대한 보장도 없이 과도하게 시간과 자원을 소비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위의 논문, 46면). 9) 박성화ㆍ류태규, “성과 연계형 조세특례 도입에 관한 연구-Patent Box를 중심으로-”, 『지식재산연구』 제12권 제3호, 한국지식재산연구원, 2017, 229면 참조. 따라서 인용 논문은 투입단계 지원과 산출단계 지원을 이중지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10) 영국 법인세법(Corporation Tax Act 2010) 357B 참조. 쟁점조항은 연구개발이 완료된 산출물(특허권 등)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특혜를 준다는 점에서 산출단계 지원제도(사업화 촉진제도)이며, 첨단기술기업 유효기간은 첨단기술요건(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 요건11))을 충족하면 2년간 연구개발 활동과 관련한 혜택(전문 연구개발 인력 지원, 국유 및 공유재산을 사용ㆍ수익 및 대부ㆍ매각 시 혜택12))을 주어 연구개발비 지출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제도의 자격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투입단계 지원(연구개발 촉진제도)과 관련된 것이므로, 산출단계 지원제도로 기능하고 있는 쟁점조항과는 무관하다. 11) 다른 요건은 특허권을 보유할 것, 특허권과 관련한 제품을 생산할 것, 특구에 입주할 것으로서, 이미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이 유지하기 어렵지 않은 요건들이다(연구개발특구법 제9조 제1항 참조). 12) 연구개발특구법 제10조 제2항 제6호, 같은 법 제15조 제1항. 더구나 연구개발특구 및 첨단기술기업은 연구역량에 비하여 사업화(상업화)가 미비하다는 것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마련된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여 본다면 더더욱 투입단계 지원과 관련한 유효기간을 요건화하여, 산출단계 지원으로서 사업화 성과를 달성한 것에 대한 보상인 쟁점조항 적용을 방해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연구개발특구법 시행령의 독자적인 목적에 의하여 현행 유효기간은 2년이지만 얼마든지 1년 또는 3년 이상으로 변경될 수 있는 것인데, 이로 인하여 쟁점조항의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면, 쟁점조항 제2항에서 감면기간을 5년간 보장하고, 사업화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5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취지가 무색해진다.
3. 가산세 면제 여부
국세기본법은 ‘납세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및 이와 유사한 경우로서 ‘세법해석에 관한 질의ㆍ회신 등에 따라 신고ㆍ납부하였으나 이후 다른 과세처분을 하는 경우’에 가산세를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국세기본법 제48조 제1항 제2호, 제3호,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 제1호). 가산세 면제 사유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나 이와 유사한 경우에 판단되는지 여부는 판례가 개별 사건 별로 판단을 하고 있는데, 일본 「신고소득세 및 부흥특별소득세의 과소신고 가산세 및 무신고 가산세 취급에 대하여」13)라는 사무운영지침에 따르면 세법의 해석에 관하여 신고서 제출 후 새롭게 법령해석이 명확화되어서 그 법령해석과 납세자의 해석이 다르게 된 경우 그 납세자의 해석에 관하여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과 확정신고의 납세상담 등에 있어서 납세자로부터 충분한 자료의 제출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서 직원 등이 납세자에 대해 잘못된 지도를 하여 납세자가 그 지도에 따른 결과 과소신고가 된 경우로 납세자가 그 지도를 믿은 것에 대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제1조 제3항 (1), (2)] 가산세를 면제하도록 한다. 13) 申告所得税及び復興特別所得税の過少申告加算税及び無申告加算税の取扱いについて(事務運営指針) 위 사무운영지침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는 정당한 사유의 범위를 넓게 판단하는 추세에 있는데,14)우리나라와 일본의 법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판례상 가산세의 정당한 사유 인정이 다소 경직되어 있어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15)에 비추어 참고할 수 있다고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무공무원의 설명에 따라 신고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를 좀처럼 인정하고 있지 않으나, 일본 판례에서는 납세자의 충분한 자료제시가 없거나 과세관청이 지도한 사실 자체를 증명하기 어려운 사안 외에서는 과세관청의 안내에 따른 조세 신고에 대하여 대체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고 있다.16) 14) 최정희, “가산세 면제를 위한 정당한 사유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일본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조세와 법』 제13권 제2호,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연구소, 2020, 87면. 15) 곽태훈, “가산세 면제요건인 ‘정당한 사유’에 관한 고찰”, 『저스티스』 통권 제159호, 한국법학원, 2017, 379면; 정진오, “세법상 가산세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조세법연구』 제17집 제1호, 한국세법학회, 2010, 253면. 나아가 가산세 면제요건인 정당한 사유를 해석 적용할 때 비록 납세자에게 어느 정도의 귀책사유가 인정되더라도 가산세 부과가 과도한 제재로 평가되는 경우라면 정당한 사유를 적극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는 이유로 납세자에게 적정한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부작용은 헌법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지만, 납세자에게 과도한 제재를 하는 결과가 되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위헌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는 견해로 곽태훈, “가산세 면제요건인 ‘정당한 사유’에 관한 고찰”, 『저스티스』 통권 제159호, 한국법학원, 2017, 379면을 참조. 16) 최정희, “가산세 면제를 위한 정당한 사유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일본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조세와 법』 제13권 제2호,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연구소, 2020, 88면. ‘정당한 사유’나 ‘세법해석상 의의가 있는 경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가 일률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으나,17) 가산세 규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추구할 목적은 가산세 부과를 부과함으로써 국가가 금전적인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납세의무자의 납세 관련 협력의무 이행을 극대화하여 협력의무 미이행 시 부과되는 가산세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18)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가산세 부과가 과도한 제재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17) 김세현, “稅法上 加算稅에 관한 硏究-免除의 요건인 ‘正當한 事由’를 중심으로-”, 『세무와 회계연구』 제6권 제3호, 한국세무사회, 2017, 97면; 정진오, “세법상 가산세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조세법연구』 제17집 제1호, 한국세법학회, 2010, 253면. 18) 김경하, “신고ㆍ납부 관련 가산세 규정의 합리성 제고 방안 연구”, 『조세법연구』 제29집 제3호, 한국세법학회, 2023, 10면. 대상판결에서 원고에게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면, 조세심판원에서 10년간 유효기간 만료에 따른 감면배제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는 경우 조세감면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결정을 하여 왔으며(조세심판원2008서4180, 2009.6.23., 결정), (조세심판원2016중1262, 2016.10.24., 결정), (조세심판원2018서2607, 2018.12.27, 결정), (조세심판원2019지2529, 2020.7.1., 결정) 원고가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세무전문기관인 국세청에 의견을 조회하여 국세청으로부터 쟁점조항의 감면이 적용된다는 의견을 받아 그에 따라 쟁점조항의 감면을 신고하였다면, 그 어떤 누가 원고의 입장에 있었더라도 쟁점조항의 감면을 적용하여 법인세를 신고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설사 원고가 쟁점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신고했어야 한다고 판단되더라도, 원고가 감면을 적용하여 법인세 신고를 한 것에는 그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상판결 사안에서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법해석상 유효기간과 무관하게 쟁점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 측면이 있어, 조세전문가도 일몰기한에 ‘첨단기술기업’이라는 문언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몰기한까지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몰기한 이후 첨단기술기업 유효기간 내에 있어야 하며, 더 나아가 유효기간 내에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세연도 말에 그 유효기간이 진행하고 있어야 한다고 예상하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은 대법원 판례가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고 있는 ‘세법해석상 의의(疑意)가 있는 경우’(대법원2002두66, 2002.8.23., 판결)로도 보이므로 이를 충분히 고려하였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대상판결은 법 해석 논리보다는 연구개발비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첨단기술기업에 재지정되지 못한 기업에게 조세특례를 부여할 수 없다는 구체적 타당성에 입각하여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쟁점조항이 왜 5년의 감면기간을 두고 있는지, 왜 최초 소득 발생일부터 감면을 시작하는지, 그리고 그 최초 소득 발생의 유예기간도 5년까지 인정해주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하지 않고, 연구개발특구법이나 유효기간의 입법취지만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그 판시에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가산세는 납세자의 협력의무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므로 만일 납세의무자에게 어떠한 의무의 이행을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보여 그 의무이행을 탓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경우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가산세 감면사유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갈리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건에서 가산세 면제사유를 판단하고 있다고 보인다. 현재 대법원 판례가 가산세 면제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는 것에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상판결에서도 적극적으로 가산세 면제사유를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대상판결 사안에서는 10년간 쌓인 조세심판원 결정례 및 국세청의 안내, 법해석상 오히려 원고의 해석이 타당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설사 본세에 관하여는 대상판결의 논리를 일관하더라도 대상판결의 원고가 아닌 누구라도 국세청의 안내에 따라 법인세를 신고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이므로, 가산세 면제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였어야 한다고 본다.
Ⅲ. 결 론
대상판결과 같은 해석은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 지원 정책의 병폐적 운영의 결과라고 지적받는 ‘피터팬 증후군’을 야기하게 된다. 피터팬 증후군이란 원래 “몸은 어른이지만 성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영원히 어린이인 상태에 머물러 있으려 하는 성인에게서 나타나는 증후군”이라는 의미인데,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받다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지원이 단절되는 것을 우려하여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회피하거나,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원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19) 대상판결과 같이 해석한다면 첨단기술기업이 법령의 유도에 따라 연구개발특구에 상당액을 투자한 뒤 연구개발 및 사업화 비용에 투자하여 정부 정책의 효과가 잘 나타난 우수 사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너무 잘 나타나 상당한 매출이 발생하여 일시적으로 ‘첨단기술기업’이라는 형식적인 정의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20)는 이유로 지원 정책을 단절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19) 김기량, “중기부, 중소기업 ‘피터팬 증후군’ 해소 승부수…‘단계적 스케일업’ 전략 통할까”, 뉴스핌, 2024.4.29., 20)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되려면 매출액 대비 일정 연구개발비 비율을 만족하여야 하는데, 사업화 과정 중 사업화에 성공하면 급격하게 매출액이 늘어나지만 연구개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구개발 인력비용은 빠르게 증가시키지 못하게 되는 결과 첨단기술기업으로 재지정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상판결 사안도 원고가 사업화에 성공하여 매출액이 급증한 결과 첨단기술기업에 재지정받지 못하여 발생한 사안이다. 특히 쟁점조항은 연구개발지원제도 중 국내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산출단계 지원제도이다. 우리나라 입법부나 행정부에서 이러한 산출단계 지원제도에 대한 이해도는 상당히 낮아 보이는데, 해외에서는 산출단계 지원제도로서 특허박스라는 제도가 많이 활용되어, 2000년경 프랑스가 현대적인 모습의 특허박스 제도를 마련한 이래21) 빠르게 확산하여 2022년 초를 기준으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26개 국가가 특허박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22) 또한 국내에서는 쟁점조항과 같은 “IP 제품매출형 특허박스”의 도입이 논의되는 등 특허박스 도입에 대하여 상당히 긍정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23) 21) De Luca, Albert, & Hausch, Joanne. (2017). Patent box regimes a vehicle for innovation and sustainable economic growth. Canadian Tax Journal, 65(1), 43. 22) 구진열ㆍ최정희, “영국의 특허박스(Patent Box) 제도에 대한 고찰”, 『조세학술논집』 제39집 제1호, 한국국제조세협회, 2023, 168면. 23) 긍정적으로 특허박스 도입을 논하고 있는 논문들로, 구진열ㆍ최정희, “영국의 특허박스(Patent Box) 제도에 대한 고찰”, 『조세학술논집』 제39집 제1호, 한국국제조세협회, 2023; 박성화ㆍ류태규, “성과 연계형 조세특례 도입에 관한 연구-Patent Box를 중심으로-”, 『지식재산연구』 제12권 제3호, 한국지식재산연구원, 2017; 안경봉ㆍ하홍준, “지식재산소득에 대한 조세 지원-Patent Box 제도 도입을 중심으로-”, 『법학논총』 , 국민대학교 법학연구소, 2022; 유호림, “우리나라의 특허박스제도 도입방안에 관한 연구”, 『조세연구』 제20권 제4집, 한국조세연구포럼, 2020; 이동건, “연구 및 인력개발 조세지원세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 법학 석사학위논문, 2013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쟁점조항은 2022.12.31. 법률 제19199호로 개정되어, 단서로 “다만, 첨단기술기업 지정이 취소되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사유가 발생한 날이 속하는 과세연도부터 감면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2023.2.28. 대통령령 제33264호로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11조의 2 제2항에서 감면배제 사유를 첨단기술기업 지정 취소(제1호), 연구소기업 등록 취소(제2호) 및 첨단기술기업 지정 유효기간 만료(제3호)24)로 정함으로써 첨단기술기업 유효기간 만료를 소극적 요건으로 추가하였다. 이는 쟁점조항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개정으로 첨단기술기업의 사업화 유도에 상당한 장애를 발생시키는 개정으로 보인다. 특히 ‘첨단기술기업 지정 취소(필요적 취소 사유25))’와 ‘첨단기술기업 지정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경우(임의적 취소 사유26))’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쟁점조항 적용 배제 사유로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산출단계 지원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상당히 부적절한 개정이다. 이와 같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쟁점조항에 대한 인식은 대상판결에서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고 보이며, 결과적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24) 단, 유효기간 만료일이 속하는 과세연도 종료일 현재 첨단기술기업으로 재지정된 경우는 감면배제 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다. 25) 연구개발특구법 제9조의 2 제1항은 이 경우 반드시 그 지정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26) 연구개발특구법 제9조의 2 제1항은 이 경우, 첨단기술기업 지정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 반드시 연구개발특구법상 특혜를 바로 취소하여야 하는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하여 임의적 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근래 국가 세수가 부족하다는 인식에 입각하여 사법부가 조세특례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자칫 이러한 경향은 법치주의의 근간인 법 해석론이 뒷받침되지 않은 맹목적인 국고주의(國庫主義)라는 비판을 받게 될 수 있다. 근래 법원의 판결에서 국고주의적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국가의 세수 보전이 당장 국고를 충당하여 국가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납세의무자의 기대가능성을 제고하고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법치주의적 해석이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향후 조세 감면 사건에서 국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향보다는 객관적 해석과 납세자의 기대가능성을 같이 고려하는 판결이 대세가 되어 국고주의적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의 기능이 제고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