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우리나라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전면 도입하여 모든 상장기업과 일부 비상장금융회사가 IFRS를 적용하여 재무제표를 공시하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2007년에 IFRS를 도입하기로 결정을 한 이후 4년이 지난 것이다. 그동안 IFRS의 도입을 앞두고 많은 혼란도 있었고 불평도 있었는데, 이제는 이미 IFRS에 의한 1분기보고서가 공시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IFRS에 대한 불평이나 비난을 하기보다는 IFRS를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어려움이나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개선해 나아가야 할 시점인 것이다.
IFRS의 가장 커다란 어려움은 원칙중심의 기준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기업회계기준은 규정중심이었기 때문에 기준이 매우 구체적이었고 해석이 애매한 경우에는 기준에 대한 금융감독원이나 회계기준원의 해석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칙중심인 IFRS는 구체적이기 보다는 원칙과 개념 위주의 기준이기 때문에 해석에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각국의 감독기구나 기준제정기구가 IFRS에 대한 기업들의 질의에 독자적인 해석을 해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오로지 IFRS를 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만 해석을 해주도록 되어 있는데, 그나마 실제로 IASB가 해석을 해 주는 것은 별로 없고 대부분의 경우에 기업이나 감사인이 스스로 알아서 전문가적인 판단을 통해 해석하도록 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규정중심에 익숙해 온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감사인의 입장에서는 원칙중심의 환경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감독기구에서는 기업들이 원칙중심의 IFRS에 익숙해 질 때까지 보다 세심한 배려를 해줄 필요가 있다. 그중의 하나는 금융감독원이 회계기준원, 회계법인, 기업의 CFO 등과 함께 IFRS위원회를 구성하여 IFRS에 대한 기업들의 질의를 검토하고 심층분석하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된다면 기업들의 혼란이나 어려움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해석했다가 감독기구와의 의견차이로 인해 감리에서 분식기업으로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라도 감독기구의 적극적인 지도와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아무래도 세금문제이다. IFRS로 인해 기업의 재무제표가 대폭 바뀌고 또한 연결재무제표 체제로 전환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조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업들이 매우 민감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조세부담의 증가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세금은 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과 비용의 인정에 있어서 회계기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세법은 결산조정항목이 많아서 회계기준의 변경이 과세표준액의 산정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면 감가상각비 계상시에 기업들은 비교적 짧은 기간의 내용연수를 적용해서 법인세 절감효과를 얻고자 하는데, IFRS에서는 내용연수의 적정성을 중요시하므로 내용연수가 대체로 늘어나게 되어 감가상각비가 줄어들고 과세표준이 늘어날 수 있다. 손해보험회사의 경우에도 비상준비금이 IFRS에서는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법인세가 증가된다. 다행히 지난해 말 법인세법의 개정을 통해 이러한 IFRS의 차이로 인한 조세부담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앞으로도 IFRS는 많은 항목들이 개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법인세법이 뒤늦게 개정되어 기업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 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IFRS를 인정하여 기업의 재무회계와 법인세법상 과세소득 계산체계를 이원화하여 신고조정항목을 확대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IFRS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IFRS 연구원의 설립이 시급하다. IFRS는 국제적 협의를 통해 제정되는 기준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15명의 IASB위원 중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위원은 한 사람도 없다. 그렇게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IASB 위원을 배출할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끊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하루속히 IFRS 연구원이 설립되어 IFRS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 IASB는 조선업과 건설업의 회계를 개정하고자 공개초안을 발표하였었는데, 이 공개초안대로 개정된다면 우리나라의 조선업계와 건설업계는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이익이 감소하는 등의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될 형편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대해 회계학교수들과 공인회계사들이 중지를 모아 공개초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출했고, IASB에서 우리의 의견을 상당부분 받아들인 바 있다. 이와 같이 IFRS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우리의 논리를 잘 개발하여 IASB를 설득할 준비가 항시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연구원의 기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IFRS를 도입하게 된 것은 우리의 회계투명성을 높여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자는 취지가 가장 컸다. 그러나 IFRS를 도입한 것만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를 잘 정착시켜서 가장 모범적인 IFRS 적용국가라고 인정을 받을 때에 비로소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