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기업이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지 지난해 말로 벌써 6년이 지났다. 한국회계기준원(‘기준원’)은 그간 IFRS를 도입하여 적용한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당초 기대와 우려를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점검하기 위한 연구를 금융감독원, 한국공인회계사회, 조세재정연구원과 공동으로 수행한바 있다. 그 연구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규정중심의 실무관행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원칙중심 회계기준인 IFRS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회계기준의 국제적 정합성과 회계정보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등 대체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으며, IFRS 도입과 관련하여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잠재적 혜택은 향후 노력에 따라 시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7년 IFRS를 전면 도입하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할 당시 기대하였던 회계기준의 국제정합성 향상 및 회계품질의 향상이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었다고 본다. 우선 IFRS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수정하거나 삭제하거나 도입을 지연시킨 사례가 없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채택한 IFRS를 적용하는 기업의 재무제표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발표한 IFRS에 따른 재무제표가 되기 때문에 한국은 충실한 IFRS 전면 도입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증권시장에 상장한 글로벌 기업의 경우 재무제표를 이중으로 작성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해외 종속기업을 관리하는 것이 보다 쉬워지고, 국경을 넘나드는 인수합병 등 계약 체결에 소요되는 원가와 노력도 줄어들었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IFRS 도입 이후 매우 큰 폭으로 확대된 이유 중 하나로 IFRS 적용에 따라 재무정보의 접근성과 비교가능성이 향상된 것을 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회계정보의 질도 일정 부분 향상되었다. 당초 원칙중심 회계기준인 IFRS를 적용하면 기업의 재량이 확대되어 회계정보의 비교가능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는 기우라고 판단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다수 보고되었다. 다만, 이러한 회계정보의 품질개선 효과가 개별 기업의 자본비용이나 기업가치에 직접 반영되지 않고 있으므로, 자본시장에서 회계정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회계투명성 향상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의 효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국제평가기관들은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에 대해 IFRS 도입 전후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이는 IFRS가 국가 주도로 도입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경체주체들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구제척인 경제적 유인이 부족했고, 기업문화와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으며, 감독당국의 법 집행 강도에도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 특히 규칙에 기반한 연역적 규범체계에 따라 회계기준이 법체계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원칙중심 회계기준인 IFRS를 잘 적용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례에 원칙을 적용하여 판단하며 지식을 축적하고 공유하는 귀납적 사고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으나, 이러한 경험과 과정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나라 감독당국은 IFRS의 자율성 및 기업과 감사인의 판단을 존중해 주었고, 아직까지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커다란 문제로 비화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많은 기업 담당자들은 IFRS 도입의 효익보다 비용이 더 크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이는 IFRS 도입의 효익은 가시적이지 않고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 등 폭넓은 이해관계자에게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IFRS 도입 효과 중 긍정적 측면을 더 발전시키고, 부정적 측면은 보완하여 원칙중심 회계기준인 IFRS가 완전하게 뿌리내리고 회계투명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사항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사고체계의 전환과 훈련이 필요하다. 원칙중심 회계기준인 IFRS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먼저 규칙중심의 사고의 틀과 문화를 원칙중심의 사고의 틀과 문화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그러한 전환은 단기간에 달성될 수 없고 장기간에 걸친 점진적인 변화와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 기업경영자, 감사인, 감독기관 및 정보이용자의 의식이 변화되고 회계기준의 해석, 감리 감독(규제), 회계교육 분야에서 변화를 위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원칙중심 회계기준인 IFRS에 적합한 양질의 회계교육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회계교육을 담당하는 여러 기관이 협력하여 중복을 피하고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기준원은 사례분석과 교육 등을 통해 IFRS가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둘째, IFRS 제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IFRS가 제정되어 확정되기 전에 실질적 내용에 국내 기업환경과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 직접적 당사자인 기업과 감사인이 끊임없이 쟁점을 언급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활발하게 제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이러한 사전 활동이 충분하게 이루어져야만 IFRS 제정 이후 실무적용상 큰 문제없이 적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준원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활동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며,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과 감사인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해관계자 모두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IFRS 전면 도입 결정이 회계투명성을 향한 열망을 표방하는 커다란 모멘텀으로 지속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회계정보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기업, 투자자, 감사인, 감독기구 등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회계투명성 향상이라는 대의 아래 IFRS 도입의 전면적 혜택이 조기에 시현되도록 서로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