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차
- 1. 논의 배경
- 2. 법이 문제?
- 3. 해외 사례
- 4. 유한회사로 확대 시 고려해야 할 점
- 5. 입법이 되기까지
1. 논의 배경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2011년, 해당 상품을 제조한 옥시 레킷벤키저는 그 해 12월 회사의 형태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하였다. 왜 옥시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했을까?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외부감사와 공시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유한회사가 주식회사보다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현실을 점검할 필요성이 발생했으며, 이는 현재 주식회사로 한정되어 있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이하 「외감법」이라 함) 상 외부감사의 대상을 유한회사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배경일 것이다. 제20대 국회가 개원한 이래 「외감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수년간 발생한 대형 분식회계, 부실감사 사건이 계기가 되어 주로 분식회계를 행한 회사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강화 등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를 척결하기 위한 방안이 주요 화두로 다루어졌다. 이와 더불어 외부감사의 대상 확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상법」이 개정되면서 주식회사와 실질이 유사해진 대규모 유한회사들을 주식회사와 달리 취급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상법」의 대폭 개정을 통해 유한회사에 대해 적용되던 각종 규제가 폐지되거나 완화되었다. 유한회사의 사원 총수 제한 규정을 삭제하고, 유한회사 사원의 지분 양도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하되 정관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며, 사원총회 소집방법으로 서면에 의한 통지 외에도 각 사원의 동의를 받아 전자문서로 통지를 발송할 수 있도록 하고, 유한회사를 주식회사로 조직을 변경하는 사원총회 결의 요건을 정관에서 완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상법」은 기본적으로 유한회사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기업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폐쇄적 운영을 위한 규정들이 오히려 유한회사에 대한 각종 제한으로 작용하여 유한회사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고자 한 것인지, 「상법」 개정 이후 유한회사 형태로 시작하거나 기존의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다수 등장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만7,000여개 수준이던 유한회사는 2015년 말기준으로 2만7,000여개로 늘었다고 한다.1) 특히 다국적기업에서 이러한 추세가 두드러졌는데, 루이비통코리아(2012년), 구찌코리아(2014년) 등이 유한회사로 전환되었고, 알리바바코리아(2014년), 테슬라코리아(2015년)는 처음부터 유한회사로 설립되었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이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되나,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은 회사 관련 정보를 극히 드물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옥시 역시 2011년 12월 12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하였다. 2012년부터 피해자들이 형사고발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시작했으나, 유한회사로 변경된 옥시의 감사보고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2010년도까지만 공개되는 등 수사와 감사를 위한 자료에 제약이 발생하게 되었다. 또한, 회사의 형태가 변경되면 형사사건에서 피고인 변경으로 공소기각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지난 11월 15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첫 법원 판결이 내려졌는데, 이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세퓨에게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옥시는 판결 전 이미 9월에 성립된 조정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배상조치를 진행 중에 있다. 물론 구글코리아(2004년),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2006년), 애플코리아(2009년), 페이스북코리아(2010년) 등과 같이 「상법」 개정 이전부터 유한회사로 설립되었거나 주식회사에서 전환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라고 해서 외부감사 필요 논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애초 유한회사를 선택한 의도가 「상법」 개정 이후 유한회사로 설립된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1) 이투데이, 「[최순실 사태로 본 유한회사](上) 베일에 싸인 최대주주…대한민국을 흔들다」, 2016.11.21일자 기사
2. 법이 문제?
유한회사에 대한 제약을 완화시켜 주어 해당 제도의 활성화를 꾀하고자 했던 「상법」 개정의 의도에서 더 나아가 주식회사에 적용되는 규제를 회피하고자 유한회사를 선택하게 되는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면, 애초 「상법」 개정 당시에 이런 문제를 예견하지는 못한 것일까? 또한 왜 「외감법」 제정 당시에는 유한회사를 포함시키지 않았을까? 유한회사의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대형 규모의 회사는 주식회사로, 중소형 규모의 회사는 유한회사로 설립하게 하려는 「상법」의 입법의도와 부합하지 않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 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상법」 개정 당시 국회 소관위원회의 법안소위나 본회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유한회사에 대한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기존의 주식회사가 유한회사로 전환하거나 새로 설립되는 회사가 유한회사 형태를 갖추는 것에 대한 부작용 또는 우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유한책임회사의 도입, 업무집행사원의 도입 등 상대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가 많았기 때문에 유한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 부분은 큰 이견 없이 법안 통과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외감법」에서는 왜 외부감사의 대상을 주식회사로 한정하고 있었을까? 유한회사는 사원이 원칙적으로 출자가액을 한도로 하는 출자의무를 부담할 뿐 직접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회사의 형태이다. 물적 회사와 인적 회사의 특징이 결합되었는데, 사원 전원의 책임이 간접적이고 유한하다는 점, 분화된 기관을 가진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주식회사와 유사하며, 폐쇄적·비공개적이라는 점에서는 합명회사와 유사하여 폐쇄형 물적회사라 한다. 내부적으로는 사적자치의 극대화, 외부적으로는 사원의 개인책임을 극소화시킨 것으로, 이를 두고 ‘인적회사의 내부구조와 주식회사의 외부구조를 결합시킨 야누스적 법 형태’라 표현하기도 한다.2)
2) 김정호, 『회사법』, 법문사, 2015.1.30. p.924
「외감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회사에 대해 외부감사인에 의한 회계감사를 실시함으로써 내부감사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적정한 회계처리를 유도하여 이해관계인의 보호와 기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되어 1981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당시 제정법안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참고하면, 「외감법」의 적용대상을 주식회사로 한정한 이유는 주식회사의 특징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전제로 하고 이에 따라 주식회사와 관련된 주주·채권자·종업원 및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견제기능의 수행이라는 관점에서 감사제도의 본질과 합치하기 때문이라 하였다. 유한회사는 소규모 폐쇄회사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영향력도 크지 않아 해당 회사 관련 정보를 특별히 공시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애초 「외감법」에서는 외부감사의 대상으로 유한회사를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덩치가 큰 유한회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해당 기업의 정보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이 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와 주식회사의 경제적 실질이 유사해지기까지 하자, 주식회사에 적용되던 규제들을 유한회사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논의가 부각된 것이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입각하면, 주식회사와 유사해진 유한회사에게도 주식회사에 적용되는 규제와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3. 해외 사례3)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주식회사와 유한책임회사를 대상으로 상장주식회사 및 자산 1,000만달러 이상, 주주 500인 이상인 장외등록회사로 하여금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1934 증권거래법(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 제12조 (b)항, (g)항]. 영국의 경우에는 모든 회사들이 매년 회계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2006년 회사법(Companies Act 2006)」 제380조 제1항), 공인회계사를 고용해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같은 법 제475조 제1항). 다만, 연간 매출 650만파운드(약 93억원), 연간 자산 326만파운드(약 46억원), 근로자 50인 이하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소규모 회사(상장회사 제외)는 제외된다(같은 법 제382조 제3항 및 제477조 제1항). 독일의 경우에도 자본회사를 대·중·소로 구분하여 소규모 자본회사는 외부 회계감사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상법전(Handelsgesetzbuch)」 제316조 제1항). 소규모 자본회사의 기준은 연간 매출액 1,200만유로(약 148억원), 연간 자산 600만유로(약 74억원), 연간 평균 근로자 50인 이하 중 2가지를 초과하지 않은 회사이다(「상법전」 제267조). 싱가포르, 호주도 마찬가지로 회사의 규모에 따라 외부감사 대상을 선정하고 있으며, 다만 일본의 경우에는 「회사법」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주식회사, 「금융상품거래법」에서 유가증권신고서 제출회사를 외부감사의 대상으로 규율하는 것으로 구분하고 있으나, 사실상 주식회사, 합동회사, 합자회사, 합명회사 모두를 규율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처럼 해외 주요국들이 외부감사 대상을 회사의 형태가 아닌 규모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것을 살펴볼 때, 외부감사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해당 기업이 국가 및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국회도서관, 「외부 회계감사 대상 회사의 확대」, 『법안 관련 외국입법례』, 2016.9.30., 금융위원회,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회계제도 개혁방안」, 보도자료, 2013.10.28.
4. 유한회사로 확대 시 고려해야 할 점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를 예방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논의와 외부감사 대상을 확대하자는 논의는 초점을 달리하고 있다. 전자는 현재 제도를 정비하고 그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면, 후자는 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기업들의 사회적 역할과 경제적 위상에 따른 책임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정한 대상을 선정하여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외부의 제3자로부터 공정하게 감사를 받도록 하는 것은 세제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법질서 형성의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 외부감사 제도와 관련하여 독립적이고 공정한 외부감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가 명백히 드러나고 있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감사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외부감사의 대상으로 포함되는 유한회사들이 오히려 외부감사를 받은 것을 잘못된 회계 관행의 면피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감사의 대상을 확대했을 경우 감사업무를 이행할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재 회계업계에서는 회계사의 을(乙)적 지위, 중견 회계사들의 이탈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계사 수와 관련해서는 공인회계사 공급과잉으로 인한 과당경쟁의 폐해를 주장하며 선발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과4), 외부감사시 투입 인원이 감사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므로 회계 품질을 높이려면 회계 전문가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5). 그러나 객관적인 회계사 수가 충분하다 하더라도 숙련되게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 연차의 회계사 부족현상이 해소되어야 한다. 이는 결국 외부감사인의 지위 문제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앞서 언급한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4) 머니투데이, 「공인회계사 합격자수 조정 검토… 업계 "축소해야"」, 2014.4.1.일자 기사 5) 연합뉴스, 「공인회계사 선발인원, 줄여야 하나 늘려야 하나…7일 공청회」, 2016.7.4. 기사
또한, 현행 법체계에서 명백하게 유한회사와 주식회사를 구분하고 있는 이상, 유한회사의 고유한 특성을 오롯이 유지하고 있는 소규모의 폐쇄적인 회사에 대해서 과도한 규제가 가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발의되어 있는 「외감법」 의원 개정안이나 정부안에서는 모든 유한회사가 아닌 일정 규모 이상의 유한회사를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기준을 설정할 때 자산규모뿐만 아니라 매출액도 기준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외감법」 제2조에서는 ‘직전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 부채규모 또는 종업원 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주식회사’를 외부감사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행령에서는 직전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이 12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 주권상장법인, 직전 사업연도 말의 부채총액 70억원 이상 + 자산총액 7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 직전 사업연도 말의 종업원 수 300명 이상 + 자산총액 7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 등을 외부감사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자산규모를 축소해버리면 실제 매출액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외부감사 대상에서 누락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이나 모바일 게임업체 중 상당수는 보유자산이나 종업원 수는 적지만 수백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어, 이들 회사에 대한 재무제표의 신뢰도를 제고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6). 이에 따라 2014년 금융위원회가 마련했던 「외감법」 개정안에서도 매출액을 기준사항에 포함시켜 규제의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현재 국회에서는 엄용수 의원 대표발의안(의안번호 2003099), 채이배 의원 대표발의안(의안번호 2003508)이 해당 내용을 담고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6) 한국경제, 「자산 적어도 매출 많으면 외부감사」, 2014.9.26.
나아가 외부감사 대상 기준에 부채비율, 영업현금흐름, 자본금, 매출채권 및 매입채무의 규모와 같은 이해관계자의 양적특성을 반영하거나, 대주주지분율, 기업연령과 같은 질적 기준을 추가적으로 고려할 경우 지금보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을 선별하는데 더 적절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7). 아직 매출액 규모도 기준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향후에 매출액을 비롯한 다양한 기준들을 정량화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보다 적정한 외부감사 대상을 선별함으로써 외부감사제도의 효용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7) 정영기·조현우·박연희, 「자산규모에 의한 외부감사대상 기준이 적절한가」, 『회계저널』 제17권 제3호, 한국회계학회, 2008.9.28.
현재 「외감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논의되는 회사는 유한회사와 비상장주식회사에 국한되어 있지만, 그렇다면 유한책임회사를 비롯한 다른 형태의 회사는 포함시킬 필요가 없는지 의문이다. 특히 유한책임회사의 경우 도입 과정에서 유한회사와 큰 차이가 없다는 논란이 있었던 만큼 유한책임회사에 대한 외부감사의 필요성도 검토해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5. 입법이 되기까지
유한회사를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2014년 정부가 마련한 「외감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제19대 국회에서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개정안은 올해 초 규개위의 개선권고 내용을 반영하는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아직 검토 중에 있고, 의원 발의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다시 제20대 국회 들어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큰 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 수렴 및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국회가 정상화되기까지의 시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