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늦게 퇴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면 습관적으로 소파에 앉아 TV를 켜곤 하는데, 우연인지 목요일 저녁에 모 채널에서 방영하는 ‘서민갑부’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게 된다. 전국 방방곡곡에 손꼽히는 자수성가한 부자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 주인공들이 어떻게 인생 역경을 딛고 일어 섰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산을 모았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부러움 반 질투 반으로 시청하고 있다. 마침 그 날은 ‘대박 장어 집’을 소개하고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딸이 장어 가게에 뛰어든 후부터 연 매출 34억을 일으키는 갑부가 되었는데, 서민갑부의 영업 비결은 값싸고 질 좋은 장어를 제공하기 위해 ‘100% 셀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장어를 주변 가게의 3분의 1 가격으로 공급하는 데 있다고 했다. 또한 주인공인 딸이 7초만에 장어를 손질하는 솜씨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날 따라 프로그램에서 “월 매출 3억, 연 매출 34억”을 벌고 있다고 강조하는 멘트가 무척이나 거슬렸던 기억이 난다. 회계사라는 직업 특성이라 그랬을까?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도 잘못 혼용하고 있지만, 수익은 이익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계에서 이익이란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수치로 계산된다. 계산된 결과가 플러스인 경우에는 ‘이익’으로 반대로 마이너스인 경우에는 ‘손실’로 표기된다. 즉, ‘수익은 이익이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이외에도 회사 또는 개인의 정확한 손익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손익계산서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익이라고 해서 다 같은 이익이 아니기 때문이다.
손익계산서는 회사의 수익과 비용을 통해 얼마의 ‘이익’ 혹은 ‘손실’이 발생했는지를 기록하는 표인데, 그림과 같이 4가지 이익이 순서대로 표기된다. 우선 맨 위에 표기되는 이익은 매출에서 매출원가2)를 차감한 이익인 ‘매출총이익’이다. 서민갑부가 ‘대박 장어’집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매출총이익’이 발생하도록 매출 즉, 판매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서민갑부가 매출 증대를 위해 장어를 싸게 소비자에게 공급한다고 해서 장어를 도매상으로부터 구매하는 원가보다 싸게 판매한다면 ‘매출총손실’이 발생할 것이고, 매출이 증대할수록 그 손실은 더 커지게 된다. 두 번째 표시되는 이익은 ‘영업이익’이다. 정상적인 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판매비와 관리비’가 발생한다. 영업사원급여, 판매수수료 및 광고선전비 등 매출원가는 아니지만 판매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비용을 ‘판매비’라고 하며, 건물임대료, 복리후생비, 세금과공과 등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지원활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관리비’라고 한다. 매출원가는 매출의 변동에 비례하여 변동되지만 ‘판매비와 관리비’는 매출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고 일정한 수준을 유지3)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징4)이 있다. 그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이익은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이다.
손익계산서가 회사의 일정기간의 경영성과를 표현한다면, ‘재무상태표’는 일정 시점의 재정상태를 나타낸다. 마치 건강검진표처럼 회사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회사의 건강상태6) 를 알 수 있다. 재무상태표의 부채 및 자본항목을 통해 회사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자산항목을 통해 회사가 조달한 자금이 어떻게 운용 또는 투자되고 있는 지를 판단할 수 있다. 우선 부채항목은 외부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타인자본’이라고도 한다. 만약 서민부자가 장어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면 ‘차입금’으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장어 구입 등을 위한 대금을 외상으로 구매했다면 ‘외상매입금’으로 기록된다. 이렇듯 타인에게 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재무상태표에 부채항목으로 기록한다. 이와는 달리 자본항목은 ‘자기자본’이라고도 한다. 서민부자가 타인에게 자금을 빌리지 않고 자신이 수중에 있는 돈을 장어 가계에 투자한 경우에는 ‘자본금’으로 기록된다. 자본금은 타인에게 갚아야 할 부채는 아니지만,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출자한 자금을 의미한다. 또한 영업을 통해 직접 벌어들인 이익은 ‘이익잉여금’으로 기록된다. 즉, 재무상태표의 ‘이익잉여금’은 손익계산서 상 ‘당기순이익’이 누적된 결과라고 보면 된다.
[그림1] ‘대박 장어’집의 손익계산서의 구조1)

1) 해당 수치는 필자가 Column 이해를 위해 임의로 작성한 것이다. 실제 ‘대박 장어’집의 구체적인 손익계산서의 구조는 프로그램에서 상세하게 소개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2) 매출원가의 개념은 당기에 ‘판매된’ 제품에 들어간 원가를 의미한다. 매출원가와 유사한 개념으로 제조원가가 있는데, 제조원가란 당기에 ‘생산된’ 제품에 들어간 원가로 손익계산서가 아닌 제조원가명세서 상에 표현된다. 3) 조금 더 깊게 논의하면, ‘변동비와 고정비’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판매비와 관리비’에는 ‘매출원가’보다 고정비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변동비와 고정비’에 대한 상세 논의는 다음 기회에 하고자 한다. 4) 매출증가를 위한 광고선전비 등의 지출은 매출에 선행되며, 매출감소에 따른 복리후생비 등의 비용절감은 매출에 후행 하기도 한다.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영업 외 수익’(기타수익 및 금융수익) 및 ‘영업 외 비용’(기타비용 및 금융비용)이 반영되어 산출된다. 서민갑부가 장어가게 한편에 커피창업자에게 가게를 임대해서 소득이 발생한다면, 해당 ‘임대료수익’은 영업활동으로 발생된 수익이 아니므로 ‘기타수익’으로 표시된다. 이처럼 ‘기타수익 및 비용’은 주요한 영업활동이 아니거나 비정상적인 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을 의미한다. 또한, 서민갑부가 창업 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차입금을 빌린 경우 발생하는 이자비용 등은 영업활동이 아닌 재무활동이므로 금융비용으로 반영된다. 이처럼 재무활동을 통해 발생되는 ‘금융수익 및 비용’도 ‘영업 외 손익’으로 분류된다. 다만, 영업 외 수익 및 영업 외 비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이러한 수익과 비용은 정상적인 경영성과를 평가하거나 예측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납부해야 할 법인세비용을 반영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그 기업이 해당 회계기간에 발생한 ‘당기순이익’이 나타나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회계에서 말하는 최종적인 이익은 ‘당기순이익’을 의미한다.
회계감각 기르기 : 판관비의 가치 측정 만약 서민갑부가 매출증대를 위해 판촉행사로 ‘판매비와 관리비’ 중 ‘광고선전비’를 백만원 지출한다면, 최소한 얼마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되어야 비용을 회수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우선 ‘광고선전비’를 백만원 지출한다면 서민갑부의 ‘영업이익’도 백만원이 감소할 것이다. 그리고 서민갑부의 ‘매출총이익율’이 20%라고 한다면, 최소한 백만원의 ‘매출총이익’이 증가하여야 동일한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장어 매출은 최소한 오백만원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되어야 한다. 즉, 서민갑부가 진행하고자 하는 백만원의 ‘광고선전비’는 최소한 오백만원의 매출에 필적하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판매비와 관리비’의 투자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회사 또는 개인의 정확한 재무성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손익계산서’와 연계하여 ‘재무상태표5)’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 백만원 (판관비 증가분) / 20% (매출총이익율) = 오백만원
[그림2] ‘대박 장어’집의 재무상태표의 구조

5) K-IFRS가 도입하기 이전에는 “대차대조표”라고 명명되었다. 6) 회계적인 용어로는 “재무건전성”이라고도 한다.
즉, 그림2의 ‘대박 장어’집의 재무상태표의 구조를 보면 총이익잉여금은 4억으로 당기에 발생된 당기순이익 3억과 그 이전에 발생한 당기순이익의 누적액(그림2의 ‘기초이익잉여금’)인 1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에 자산항목은 이렇게 조달된 자본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 지를 한 눈에 보여 준다. ‘100% 셀프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장어 가게의 인테리어를 대대적으로 보수 했다면, 해당 금액은 비용이 아니라 ‘유형자산’으로 자산항목에 표시된다. 또한, 아직 판매하지 않고 남아 있는 장어는 ‘재고자산’으로 표시되고, 고객에게 외상으로 판매된 매출은 ‘매출채권’으로 기록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달된 자본을 투자하지 않고 남겨둔 경우 그 잔액은 ‘현금’으로 표시된다. 자산으로 재무상태에 표시되기 위해서는 현재 ‘현금’이거나 미래에 매출 등을 통해 현금으로 유입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남아 있는 ‘장어’가 재고자산으로 기록될 수 있는 이유는 향후 매출을 위한 직접적인 항목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테리어 등의 유형자산은 매출 증대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항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매출채권은 미래 현금화될 수 있는 채권이므로 자산의 조건을 만족시킨다. 이렇듯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산은 미래의 ‘현금유입액’을 의미하며, 부채는 미래의 ‘현금유출액’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회사의 진짜 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하여 산출할 수 있으며, 이를 회계에서는 ‘순자산7)’이라고 표현한다. 회계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으로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를 살펴 보았다.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는 각각 존재하는 별도의 개념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성과를 나타내는 하나의 재무제표처럼 연결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기간의 경영성과가 손익계산서로 표현되면, 그 결과가 재무상태표에 차곡차곡 쌓여 잉여금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재무상태표에 표시되는 (자기)자본항목뿐만 아니라 타인자본으로 표시되는 부채항목을 통해 기업이 조달한 자금이 현재 어떻게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는 지를 전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이러한 회사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는 안목을 기르는 데 이번 칼럼이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7)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자산 = 부채 + 자본 또는 자본 = 자산 - 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