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적에 자주 시청했던 “전설의 고향”은 무서웠던 기억과 함께 잊을 수 없는 추억도 있었던 것 같다. 전설의 고향이 시작될 때면 우리 삼남매는 미리 이불을 준비하곤 했다. 삼남매가 두 손을 꼭 잡고 앉아서 TV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라도 할 듯이 집중해서 보다가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으면 - TV에 미처 나오기도 전에 이불을 뒤집어 쓰곤 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께서 한참을 웃으셨던 기억이 난다. 2009년이던가 KBS에서 전설의 고향을 재구성하여 반영한 적이 있었다. 이미 우리 삼남매는 모두 결혼해서 함께 이불을 뒤집어 쓸 수 없었지만, 그 때를 추억하며 TV에서 반영하는 “구미호”를 혼자 시청했었다. 그런데 어릴 적 느꼈던 구미호1)에 대한 무서움보다는 오히려 연민의 정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하루만 더 참으면 사람이 될 수 있었는데 그 하루 때문에 사람이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으로 느껴졌다. 또한, 99일의 노력에서 하루의 실수로 그 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동안의 노력만큼은 최소한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억울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회계사라는 직업을 가져서인지 ‘혹시 회계적으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회계적으로는 수익과 비용을 어느 시점에 인식하는 게 맞을까?
1) “구미호”와 관련된 다양한 전설이 있다. 그 중에 100일 동안 정체를 들키지 않고 지내면 인간이 될 수 있었는데, 하루를 남기고 인간 남성의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인간이 되지 못한 구미호 전설을 방영했었다.
기본적으로 재무회계는 “발생주의”에 기반하여 거래를 인식한다. “발생주의”란 거래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거래가 발생한 기간에 관련 손익을 인식하는 회계처리 방법을 말한다. 3개월치 헬스클럽 비용 150,000원을 선불로 지급한 경우에, 150,000원을 지급한 달에 전부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고 3개월동안 매월 50,000원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은 “발생주의”에 따른 회계처리의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을 적용한다면, 인간이 되기 위해 99일을 견딘 구미호의 노력을 감안하여 99% 정도는 구미호를 인간으로 인정해도 좋지 않을까? 그러나, 재무회계에서는 수익의 인식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의를 두고 있다. “재무보고를 위한 개념체계2) ”에 따르면 ‘수익은 자산의 증가나 부채의 감소와 관련하여, ① 미래경제적효익이 증가하고, 이를 ②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을 때 인식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즉, 재무회계에서는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시점에 수익을 인식하도록 정의하고 있는 데, 이는 “실현주의”를 의미한다. “실현주의”는 수익의 인식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 발생주의를 수정 발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일 기업이 제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경우에 ‘발생주의’에 따르면 생산 시점에서부터 생산 진척도에 따라 수익을 계산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실현되지 않은 손익을 수익으로 인정한다면, 자의적인 판단3)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이러한 자의적 판단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기간 손익계산과 관련하여 재무정보를 해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무회계에서는 수익인식 기준에 한하여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 즉, 자의적인 판단을 조금이라도 더 배제할 수 있도록 ‘실현주의’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안타깝지만 ‘구미호’가 참고 견딘 99일간의 노력은 결정적으로 ‘인간’이라는 미래경제적효익이 신뢰성 있게 측정될 수 없기 때문에 - 즉, 100일에서 하루라도 모자라면 인간이 될 수 없기 때문에 - 재무회계 관점에서도 99일이 된 시점에서 구미호를 1%도 인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
2) 재무회계개념체계는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의 기초가 되는 개념이지만 기업회계의 기준이 되는 K-IFRS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이 개념체계는 K-IFRS에 우선하지 아니한다.
3) ‘생산 진척도’를 평가하는 방법은 투입 시간, 노동 투입량, 투입 비용 등 다양할 수 있다. 기업이 제각각 별도의 방법을 적용한다면 평가 방법에 따라 생산 진척도는 각각 다르게 산출 될 수 있다.
수익의 인식기준이 이러하다면 비용의 인식기준도 동일할까? 재무회계 개념에 따르면 비용의 인식 기준은 발생주의 기반 하에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을 따른다.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이란 실현된 수익을 기준으로 해당 기간에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 소요된 자원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회계처리를 의미한다. 기업회계기준은 재무제표 이용자가 기업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측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손익계산서 작성기준의 하나로 모든 수익과 이에 대응되는 모든 비용이 적정하게 표시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 일반적으로 매출이 인식된 시점에 이에 대응되는 매출원가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은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을 따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수익과 직접적으로 대응되지 않는 비용은 거래가 발생한 기간에 비용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이는 “발생주의” 회계에 의한 것이다. 앞에서 예시로 들었던 헬스클럽비용의 월별 인식이 이에 해당된다. “발생주의” 회계의 반대편에는 ‘현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점을 기준으로 거래를 기록하는 “현금주의” 회계가 있다. 현금이 들어오면 “수입(수익)”으로 인식하고, 현금이 나가면 “지출(비용)”으로 인식하는 간편한 방법으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가계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기업이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과 현금이 유입되는 시점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 경우4) 가 대부분이다. 수익의 인식시기와 현금 수입시기가 다른 유형으로 판매행위가 발생하였으나 고객이 아직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거래 유형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매출과 매출채권의 인식이 이에 해당된다. 고객이 대금지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판매행위에 대해 지급받을 거래가 발생하였으므로 현금유입 여부와 관계없이 수익을 인식5)할 수 있다. 이와반대로 현금이 유입되었지만 아직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되지 않은 ‘선수금’ 또는 ‘선수수익’은 수익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아직 관련된 재화나 서비스의 이전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만약 고객이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포기한다면 현금을 돌려주어야 하는 의무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래는 계약상 재화나 서비스가 제공되어 대금청구권이 확정되는 시점에 수익으로 인식하고 그 이전까지는 고객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선수금 또는 선수수익을 부채로 인식하여야 한다. 학원 등에서 수강생이 6개월 수강권을 미리 등록하는 경우, 등록 시점에 매출로 인식하지 않고 6개월의 기간에 따라 매출을 인식하고 잔여기간 동안의 수익을 “선수수익”으로 인식하는 예를 살펴볼 수 있다. 이외에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년 이상이 걸리는 건설업, 조선업 등의 경우에는 계약조건에 따라 현금 입금 조건과 관계없이 진행률6)에 따라 수익을 인식할 수 있다.
4) 비용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비용이 발생하였다고 해서 현금유출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5) “현금주의”는 “실현주의”에 따라 이미 매출로 인식된 매출채권이 현금으로 회수된 시점에서 수익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실현주의”와는 차이가 있다.
6) 진행매출 인식 기준은 계약서상 대금 청구 (선급금 / 중도금 / 잔금 등)와는 관계없이 프로젝트의 진행 현황에 따라 매출과 매출채권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K-IFRS 제 1011호 건설계약”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재무회계감각 기르기 : 수익비용대응원칙의 예외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은 재무제표 이용자뿐만이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는 관리자에게도 기업의 기간손익을 평가하고 미래이익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의 미래 예상수익을 추정한 후에,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따라 과거 비용으로부터 미래 발생할 예상비용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업이 과거에 1년간 매출이 100억 발생할 때 80억의 비용이 발생되었다면, 향후 1년 후에 150억의 매출이 발생한다면 120억*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다만, 기업에 예상되는 부정적인 정보를 즉시 인식하도록 하고 있는 보수주의 원칙이 재무회계 기준에는 존재하는 데, 이에 따라 미래에 예상되는 손실을 즉시 인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예외적인 비용 인식은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대한 위배이며, 이에 따라 미래 이익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월말 또는 연도 말에 인식하는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기업이 매입한 또는 생산한 재고자산의 시가가 장부가액보다 하락한 경우에는 재고자산평가손실을 인식하도록 K-IFRS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고자산이 아직 판매되지 않았으므로 당해 기간의 수익과는 관련이 없는 비용인데, 이를 당기에 비용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수익인식 대응의 원칙’을 위배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또한, 유·무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의 인식도 유사한 사례이다. 유·무형자산은 초기 투자비용을 내용연수에 따라 연도별로 비용화하는 데, 시가가 장부가액보다 현저하게 하락하는 경우에는 손상차손을 일시에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래 현금흐름에 따라 매년 ‘상각비’로 비용 인식하는 방식 이외에 예상되는 미래의 손실을 즉시 인식하는 예외적인 회계처리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 R&D, 광고선전비 등도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대한 예외 사항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비용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1년 이상의 예상 수익에 대응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수익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발생 즉시 당기 비용으로 인식한다.
이번에는 재무회계의 기본적인 개념이 되는 수익 및 비용의 인식기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수익 및 비용의 인식기준은 회계의 출발점이자 회계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개념이기도 하다. 또한, 기업회계 실무를 담당하는 분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하여 넘어갔던 부분이었을 듯 하다. 그러나, 향후 논의의 발전을 위해서 “발생주의” 더 나아가서 “실현주의” 그리고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대한 개념을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이번 칼럼을 통해 재무회계의 기본 사상은 ‘발생주의’에 기반하여 재무제표 요소7)가 인식되며, 특히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익은 ‘실현주의’에 따라 인식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 논의의 편의를 위해선 “고정비”를 고려하지 않고, 전부 “변동비”로 간주하였다.
7) “재무제표 요소”란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및 비용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