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감사를 진행하다 보면, 안타까운 일도 많이 겪게 된다. 한때 우리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안산공업단지의 한 화학업체를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10여년 전이기는 하지만 이미 전성기를 한 참 지났던 시기였기에 기업의 사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특히나, 만기가 곧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의 규모가 컸고, 감사 전 재무제표 상 영업이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상태라 위태위태했었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기관에서는 감사 받은 재무제표 수치 상 영업이익이 발생해야 차입금 연장이 가능하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하였다. 하필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당시 매출채권 담당자였던 필자는 회사의 대손충당금을 검토하다가 기준보다 적게 쌓인걸 발견하고 추가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대손충당금 및 기타 감사지적 사항으로 회사의 영업이익은 영업손실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필자는 이러한 이슈 때문에 대손충당금이 적정하게 계산되었는지에 대해 회사 담당자 및 내부심리실1)로부터 다양한 검토를 받았었다. 회사와는 다년간의 감사로 친분이 깊어진 관계였지만, 외부감사인의 입장으로서 기준을 넘어서 까지는 도와줄 수 없었던 상황이라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 칼럼에서는 매출채권과 함께 외부감사시 자주 이슈가 되는 대손충당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매출과 관련된 모든 거래가 현금으로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많은 회사가 물건을 인도할 때마다 돈을 받지 않고 대금을 나중에 모아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거래를 신용 또는 외상거래라 하며, 이와 관련하여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미래에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매출채권2)이라고 한다. 기업경영에서 매출채권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본원적인 활동인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지속적인 현금창출 수단이며, 매출채권 규모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유입될 현금의 크기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용거래를 하다 보면 일정부분의 매출채권에 대하여 회수가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재무회계에서는 매출채권의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를 “대손(Bad Debt)”이 발생하였다고 하고, 대손으로 발생한 손실을 “대손상각비”로 인식한다. 기업회계기준에서는 실제 매출채권에서 대손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발생주의에 따라 매 회계연도 말에 남아있는 매출채권 잔액에 대하여 대손이 예상되는 금액을 추정하여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대손충당금”이라는 용어의 이질감 때문인지 회계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대손충당금”을 마치 대손이 확정되어 미래에 받지 못할 금액이 정해진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대손충당금”이란 현재 시점에서 받지 못할 매출채권을 추정한 금액을 의미할 뿐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대손충당금”은 용어를 “대손예상액”으로 바꾸어 표현한다면 오해가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외부감사의 경우, 중요도에 따라 회계법인 內 “내부 심리실”에서 자체적으로 감사보고서를 추가 검토하는 절차가 존재한다. 2) 회사의 영업활동 이외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나중에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매출채권과 구별하여 “미수금”이라고 부른다.
대손상각비의 추정
매출이 발생한 기간에 예상되는 대손을 인식한다면 합리적인 성과 관리가 가능하다. 기업회계기준에서도 이를 반영하기 위해 매출이 발생한 기간에 예상되는 대손상각비를 인식3)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아래 두가지 사례로 설명하고자 한다. [예시] 대손상각비 인식 방법 사례
만약 회사의 경영자가 매년 발생한 매출을 기준으로 성과평가를 받는다고 하자. 이때, 평가 받는 매출은 대손을 제외한, 즉 현금유입 예상액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다고 하자. 이렇게 평가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량 기업에 매출을 발생시키고 매출채권이 조기에 회수되도록 관리하여 현금 회수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평가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손발생액이 매출액 중에 평균 20%4)가 발생한다고 가정할 때, 사례 1 처럼 매출이 발생한 시점에 대손을 추정하는 경우에는 대손이 실제 발생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매출의 증감에 따라 동일한 성과평가를 받을 수 있다. 사례 1의 “20x1년 대비 순매출성장율”을 살펴보면, 총매출이 동일한 20x3년은 20x1년과 동일한 순매출성장율을 달성했고, 20x1년 대비 두 배의 매출이 발생한 20x2년은 두배의 순매출성장율을 달성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면, 대손이 실제 발생한 시점에 대손상각비를 인식하는 사례 2 경우에 “20x1년 대비 순매출성장율”을 보면, 해당 대손이 발생할 때마다 경영자의 성과가 들쑥날쑥 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례 2에서 인식한 20x2년 및 20x3년도에 대손상각비5)는 20x2년 및 20x3년도의 매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기간에 성과평가를 받는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도 있다. 또한, 20x2년도에 경영진이 바뀌었다면 교체된 경영진 입장에서도 20x1년의 매출채권으로부터 발생한 대손을 20x2년도에 손실로 부담한다면 반발이 무척 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대손충당금은 현재 시점의 경험율 등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에 정확한 대손예상액을 반영하기 어렵다. 과거 금융위기 시기에 실제 발생한 대손상각비가 직전 사업연도에 추정한 대손예상액, 또는 대손충당금보다 훨씬 컸다는 사실을 보면 추정은 추정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대손충당금의 설정만으로 미래의 정확한 대손 예측이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대손충당금의 설정은 회사 또는 경영진의 성향에 따라 낙관적 또는 보수적으로 매출채권의 미래 회수가능성을 각각 다른 잣대로 평가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손충당금은 회사의 의도에 따라 재무회계 분식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회계기간 말의 매출채권 잔액을 기준으로 대손예상액을 추정하여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규정되어 있다. 4) 논의의 편의를 위해 실제 대손발생율과 예상 대손발생율이 동일하다는 가정을 하였다. 5) 사례2의 20x2년도 및 20x3년도에 각각 인식한 대손상각비 200 및 400으로 매출이 어느 해에 발생 했는지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발생한 대손을 의미한다.
좋은 부채, 나쁜 부채
매출채권과 연계하여 알아볼 또 다른 재무제표요소는 “선수금”이다. 재무회계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자산은 ‘재산’에 비유하고, 부채는 재산을 형성하기 위한 ‘빚’으로 비유하곤 한다. 이러한 표현을 하다 보니 부채는 나쁘다는 의미로만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정말 “좋은 부채”는 없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매출은 매출채권과 관련이 있지만, 부채로 표기되는 “선수금”도 매출과 관련이 있다. 즉, “선수금”은 매출을 담보로 사전에 받은 현금을 의미한다. 이러한 “선수금”은 매출 전환이 전제되어 있고 현금흐름을 개선시키기 때문에 “좋은 부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매출과 관련이 있는 “선수금”이 자산이 아니라 부채로 표시되는 것일까? “재무보고를 위한 개념체계”에 따르면 “부채는 과거 사건에 의하여 발생하였으며 경제적 효익을 갖는 자원이 기업으로부터 유출됨으로써 이행될 것으로 기대되는 현재의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 비추어 봤을 때, “선수금”은 현금을 수취하였지만 미래의 재무회계기간 동안에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부채”로 계상되어야 한다. 또한, 고객이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포기한다면 제공받은 현금을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자산”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즉, 기업이 현재 지고 있는 의무로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효과나 이익을 보유한 자원을 유출해야만 하는 것이므로 “선수금”은 부채로 인식하고 있다가 추후 제품 또는 서비스가 제공되었을 때 “수익”으로 인식될 수 있다. 건설업 또는 조선업 등 장기간의 제조활동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선수금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향후 매출추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매출채권뿐만 아니라 선수금도 동시에 검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선수금”과 대응되는 개념으로 “선급금”이 있다.
재무회계감각 기르기 : 대손충당금 설정방법 기업에서 대손율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네가지 정도를 검토할 수 있다. 우선 매출액을 기준으로 향후 몇 % 정도의 대손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하여 매출액 대비 대손상각비를 추정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는데, 해당 방법은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조금 더 충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로 고민할 수 있는 방법은 기말 현재의 매출채권 잔액에 대손율을 일괄적으로 적용하여 대손예상액을 구하는 방법이다. 세번째 방법은 거래처별로 매출채권 잔액을 분석 및 회수가능성을 검토하여 개별적으로 대손율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개별법이라고도 한다. 마지막으로 매출채권 잔액에 대하여 각각의 개별채권의 발생/만기일을 검토하여 경과일수별로 회수가능성을 검토하여 대손을 추정하는 방법으로 연령분석법이라고도 한다. 다만, 첫번째 방법은 이미 회수된 매출과 관련된 현금도 대손을 설정할 수 있다는 즉, 매출채권 기준으로 대손을 설정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리고 두번째 방법은 채권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분석이 가능함에도 너무 단순화하였다는 이유로 실무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