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조세 4월호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 회계 실무를 담당하는 분들은 회계 감사에 여념이 없을 듯 하다. 회계 감사에서 항상 화두가 되는 이슈 중 하나는 재고자산의 장부가액을 확정하는 일이다. 재고자산의 장부가액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두가지를 검토해야 하는 데, 그 중 한가지는 실물 재고와 장부상 재고를 비교하여 실물 재고를 기준으로 재고자산의 수량을 확정하는 것이다. 다른 한가지는 회사 재고의 가치가 평가전 장부가액 즉, 재고자산에 들어간 원가에 못 미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재고의 가치를 확정하는 일이다.1) 이를 회계 실무에서는 재고자산의 평가라고 한다. 화장품 사업을 경영하고 있는 규민씨는 회계 감사가 나올 때마다 회계 감사인에게 불만이다. 규민씨는 매년 화장품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회사의 영업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충분한 재고를 소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고가 부족해서 발생할 수 있는 판매기회의 손실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계 감사인은 장기 재고에 대해서는 재고자산의 가치를 감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규민씨의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재고자산은 원가보다 높게 판매되는데 어떻게 재고자산의 가치가 원가보다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번 칼럼에서는 전반적인 재고자산에 대한 이해와 함께 재고자산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고, 추가적으로 재고자산을 관리하는 재무기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재고자산의 장부가액이 실제 가치보다 낮은 경우에는 장부가액을 차감하지만, 실제 가치보다 높은 경우에는 장부가액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관점에서 ‘저가법 평가’라고도 한다.
재고자산의 정의
기업회계기준서인 K-IFRS 제1002호에 따르면 재고자산이란 회사가 ‘정상적인 영업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보유 중이거나 생산 중인 자산 또는 생산이나 용역 제공에 사용될 원재료나 소모품’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즉, 재고자산은 판매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므로 이익을 창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재고자산의 원가는 일정기간의 판매분, 즉 매출과 연계된 매출원가와 미판매분 즉, 기말재고로 나눠진다. 매출원가가 계산되는 아래 산식을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매출원가 = 기초 재고자산 + 당기 총제조원가 - 기말 재고자산】
화장품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규민씨네 회사의 기초 재고자산이 10억, 그리고 당기 중에 제품 생산을 위해 투입된 총제조원가가 100억이라고 하였을 경우, 기말 재고자산이 증가할수록 매출원가가 감소하게 된다. 즉, 기말 재고자산이 20억인 경우에는 매출원가가 90억으로 확정되지만, 기말 재고자산이 30억인 경우에는 매출원가가 80억으로 계산되므로, 기말재고자산이 증가함에 따라 매출원가는 감소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기말 재고자산의 증가는 재고자산의 수량 증가 또는 단위당 원가2)가 증가한 결과이다. 특히나, 재고자산 수량의 증가는 과잉 재고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나쁜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업의 자산이 증가했다는 긍정적 신호로 오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고자산의 취득원가를 구성하는 당기 총제조원가는 어떤 항목이 포함될까?
2) 만일 기초 재고자산의 단위당 원가가 100,000원이고, 당기 총제조원가에 산출된 기말 재고자산의 단위당 원가가 200,000원이라면, 기초 및 기말 재고자산의 수량이 동일한 1,000unit 임에도 불구하고 기말재고가액은 증가하게 된다. 또한, 현실적으로는 단위당 원가를 산출하는 방법은 개별법, 이동평균법, 총평균법, 선입선출법 및 후입선출법 등에 따라 산출방법이 상이하다.
재고자산의 구성 : 제조원가 vs. 판매비와 관리비
재고자산의 취득원가는 제조원가라고도 하며, 매입원가, 전환원가3) 및 재고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하기 위해 발생하는 기타원가를 모두 포함한다. 즉, 상품의 경우에는 외부에서 구입하기 위해 발생한 원가를 의미하며, 회사 내 설비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경우에는 생산을 위해 투입한 총원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조원가는 재고자산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비용만을 의미한다. 즉, 판매와 관련된 비용이거나 일반적인 관리비 등은 제조원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 실무에서 실제로 제조원가,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4)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동일한 감가상각비라고 할 지라도 제조 설비와 관련된 경우에는 제조원가로 분류되며, 매장인테리어 등 판매와 관련된 경우에는 판매비 그리고 관리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관련 감가상각비는 일반관리비로 분류된다. 또한,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임직원의 급여는 제조원가로 분류되지만, 영업사원의 급여는 판매비 그리고 관리직의 급여는 일반관리비로 분류된다. 이러한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조활동과 관련된 비용은 제조원가로 분류되지만, 판매활동 또는 관리활동과 관련된 비용은 각각 판매비와 일반관리비 또는 판매비와 관리비로 분류된다. 또한,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는 발생 즉시 비용으로 처리되지만, 제조원가는 판매 또는 미판매에 따라 매출원가 또는 기말재고자산으로 분류된다.
3) 원재료가 제품으로 전환되는데 발생하는 가공비를 의미한다. 4)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는 재무회계에서는 “판매비와 관리비”로 통칭하여 부르기도 한다
재고자산의 예외적인 비용화 과정
만일 규민씨네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화장품 중에 오랫동안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화장품이 있다면 어떨까? 화장품은 제품의 특성상 유통기한이 있다. 오래된 화장품의 경우, 즉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에는 화장품의 판매가격을 할인시켜 판매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은 폐기 단계를 거치게 된다. 회계기간 말 현재 유통기한이 임박한 화장품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의 원가는 그대로 유지되는 게 맞을까? 재고자산은 일반적으로 ‘매출’이라는 제품 판매과정에서 ‘매출원가’라는 비용으로 대체된다. 다만,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예외적으로 재고자산이 비용화되는 과정도 존재한다. 재고자산이 오랫동안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를 ‘진부화’라고 하는데, 진부화된 재고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경우 재무회계에서는 해당 재고자산에 대하여 손실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규민씨네 회사의 20억 재고자산 중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화장품이 1억, 그리고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이 0.5억이 있다고 하자. 유통기한이 임박한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에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도매상에 원가의 50%로 판매한다. 또한,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은 폐기한다. 따라서, 지금 현재 입장에서 20억의 재고자산 중에 유통기한의 임박한 자산은 원가에 비해 0.5억의 손실을 예상하고 판매될 것이고, 유통기한이 지난 0.5억원은 폐기될 것이므로 총 1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해당 손실은 재고자산의 가치 하락이 충분히 예상되므로 현재 시점에서 재고자산의 장부가액을 재조정해야 한다. 즉, 기업회계기준에서는 만일 재고자산의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5)를 비교하여 순실현가능가치가 더 낮은 경우에,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의 차이를 재고자산평가충당금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재고자산의 장부가액을 직접 차감하여 표시하기 보다는 재고자산평가충당금으로 별도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충당금 설정액 만큼이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인식되며, 재고자산평가손실은 매출원가로 반영된다. 즉, 규민씨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20억원의 기말재고자산 중에 유통기한이 임박하여 원가보다 저가로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고자산에 대해서는 그 차이 액만큼을 손실로 잡고,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의 경우에는 장부가액을 “0”으로 표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회계처리 및 표시 방법 예시 -
차) 재고자산 평가손실* | 1억 대) 재고자산 평가충당금 재고자산 재고자산 평가충당금 순 재고자산 | 1억20억(1억)19억 |
*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일반적으로 매출원가로 기록된다. 해당 사례에서는 기초 재고자산에 대한 재고자산평가충당금은 없는 것으로 가정하여 1억을 표시하였다.
5) ‘순실현가능가치’란 재고자산을 판매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에서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운임 등 기타비용을 뺀 금액을 의미한다.
재무지표를 활용한 적정재고 관리
규민씨가 아무리 화장품 사업의 미래를 장미빛으로 평가하고, 판매사원들의 영업 능력을 확고하게 믿는다고 해도, 재고자산을 과도하게 가져가게 되면 진부화 과정에 따른 추가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그 이외에도 재고자산을 과다 보유하는 경우에는 창고 임대 비용, 유지 비용 및 재고에 투입된 비용과 재고자산이 팔린 후 회수될 때까지 묶여있는 이자 부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재고자산을 관리해야 할까? ‘무재고 경영’ 등 극단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할 수도 있겠지만, 판매기회 상실이라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효율성 관점에서 적정재고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적정재고를 관리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유용한 재무지표로는 “재고자산 회전율” 또는 “재고자산 회전기간”이 있다.
오뚜기의 재고자산 회전율이 10.8이라고 한다면, 오뚜기의 경우 1년 동안 평균재고자산의 10.8배 만큼 소비되어 매출이 발생했다는 의미로, 재고자산 회전율이 높을수록 좋은 측정지표라고 볼 수 있다. 이와는 유사한 개념으로 만약 재고자산 회전기간이 34일로 계산되었다면, 오뚜기에서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기까지 평균 34일이 소요된다는 의미로, 재고자산 회전기간이 낮을수록 좋은 측정지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재고자산의 측정지표인 회전율 또는 회전기간은 절대적인 측정값은 될 수 없으며 동종업계 또는 산업의 평균과 비교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례에서 보듯이 재고자산 회전율 또는 회전기간은 동종 업계와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고자산 회전율 = 매출원가* / 재고자산】 【재고자산 회전기간 = 1 / 재고자산 회전율 X 365일】
재고자산 회전율은 재고자산이 1년 동안 어느 정도 속도로 판매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활동지표인데,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식당에서의 회전율”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아래 사례는 올해 초에 한 일간지에서 소개된 내용이다.
* 경우에 따라 “1년 동안의 매출원가” 대신 “1년 동안의 매출액”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재고자산도 (기초 + 기말) / 2를 사용하기도 한다.

재고자산의 분류
마지막으로 재고자산의 분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이라고 하면, 상품 또는 제품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재무회계 관점에서는 재고자산은 상품, 제품, 반제품/재공품, 원재료 및 소모품 등으로 분류된다. 특히, 반제품 및 재공품은 제조 중인 재고자산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반제품은 그 상태에서 외부에 판매할 수 있고 재공품은 판매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재고자산에 대한 유형별 정의는 아래와 같다. 재고자산 유형별 정의 - 상 품 :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과정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구입된 것 제 품 : 기업 내부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제조한 생산품 반제품 : 자가제조한 중간제품과 부분품 등 재공품 : 제품의 제조를 위하여 제조과정에 있는 제품 원재료 : 완성품을 제조 및 가공할 목적으로 구입한 원료나 재료 등 소모품 : 내용연수가 1년 미만인 예비부품과 수선용구 등 기업경영을 하는데 있어서 재고자산에 대한 관리는 무척 중요하다. 재고가 부족한 경우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이익을 잃어버린다는 점에서 문제이지만, 과잉재고 또한 재고 보유에 따른 부대비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재고 폐기 비용 등이 부담된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그래서 생산관리에서는 “적정재고” 관리가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일부 법인의 경우, 심지어 “재고자산은 낭비”라는 캐치 슬로건을 내걸고 재고를 가능한 줄이려는 노력을 중요한 KPI로 삼기도 한다. 도요타 회사에서 발전시킨 JIT 시스템6)이 주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서 무재고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 핵심 중 하나인 재고자산에 대해 회계관점에서의 정확한 이해와 재고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무기법을 소개하고자 하였다.
6) “Just-In-Time(적시생산시스템)”의 약자로 필요한 것(부품, 원재료 등)을 필요한 만큼만 생산함으로써 생산시간을 단축하고 재고를 최소화하여 낭비를 없애는 프로세스로 도요타에서 최초 도입된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