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집을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민수는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이다. 도대체 얼마를 팔아야 이익이 남는 건지, 판매 가격은 어떻게 결정하여야 하는지 그리고 현재 매달 발생하는 비용들이 적정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또한, 예전에 들었던 경영학 수업에서 사업계획을 잘 수립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났지만, 어떻게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여태껏 전문가와 논의한 내용으로 보면 원가계산절차는 실제 발생한 비용을 생산 또는 판매수량에 적절히 배분하여 매출원가와 재고자산 금액을 확정하는 절차라고 하는데, 그럼 비용이 확정될 때까지 원가를 알 수 없는게 아닐까? 실제 발생한 원가가 적정한 건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으며, 비용이 확정될 때까지 원가를 모르는데 어떻게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까?
정상원가계산 (Normal costing)
실제 원가를 분석하는 관점에서 가장 어려운 부문은 제조간접비이다. 민수가 운영하는 빵집의 경우 밀가루 등의 변동원가는 쉽게 예측이나 분석이 가능하지만, 전기료 및 수도료 등의 제조간접비는 제품 판매량보다는 에어컨 사용 등의 계절적 요인에 따라 변동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매장임대료 또는 기계장치 등도 제품의 생산이나 판매와 상관없이 일정하게 발생하는 고정비 성격이 대부분이다. 특히나 과거에 비해 대량생산체제에 익숙한 현대에 와서는 제조간접비의 비중1)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그 대부분의 성격이 고정비에 속한다. 변동비는 판매량과 상관없이 단위당 변동비가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고정비의 경우에는 다르다. 민수가 빵을 제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계장치에 대한 상각비를 월 60,000원2)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민수가 빵을 한달에 1개 생산했을 경우 빵 한개에 포함되는 원가는 60,000원이 된다. 1개 생산한 빵이 판매되었으면 매출원가로, 판매되지 않았으면 기말재고자산으로 계산된다. 여하튼 기계장치는 빵의 생산 수량과 상관없이 가동되므로, 60,000원의 감가상각비가 발생한다. 또한 민수가 빵을 100개 생산했다면 빵 한개에 포함되는 감가상각비의 원가는 600원3)이 된다. 즉, 고정비는 그 특성상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단위당 고정비는 감소하며, 판매량이 감소할수록 단위당 고정비는 증가한다. 그러므로 실제 생산량을 기준으로 원가를 산정한다면, 실제 생산량에 비례하여 단위당 고정비가 변동하기 때문에 내·외부 환경에 따른 생산량의 변동에 따라 단위당 원가가 출렁이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조간접비의 실제 발생 금액과 상관없이, 미리 그 발생금액을 예상하고 그 금액을 정상적인 상황에서 예상하는 생산량 또는 정상조업도4)로 나누어 제조간접비를 배부하는 방법이 있는 데, 이를 정상원가계산이라고 한다. 즉, 실제 민수네 매장에서 매월 생산하는 빵의 수량은 월마다 내·외부 환경에 따라 변하겠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 월 300개를 생산한다고 예상한다면, 실제 생산량과 관계없이 빵 한개 당 200원으로 기계장치의 감가상각비를 배부하여 관리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제조간접비를 예정 배부하는 이유는 실제 생산량에 따라 단위당 고정비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제조간접비를 배부하려면 기말까지 기다려 제조간접비의 발생액을 전부 집계한 후에 배부할 수 있는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예정 배부와 실제 배부된 금액을 비교하여 제조간접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했는지 아닌지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즉, 실제 100개를 생산하였다면 기계장치의 감가상각비는 총 20,000원5)이 발생해야 하는데 실제는 60,000원이 발생하였으므로 기계장치를 비효율적으로 활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의미로는 기계장치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300개의 빵을 만들 수 있는데, 100개만 만들었기 때문에 기계장치가 일부 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재무회계 관점에서는 실제 발생금액 60,000원과 예정배부금액 20,000원의 차이인 40,000원을 매출원가와 재고자산에 추가 배부해주어야 한다. 재무회계에서는 실제 발생한 원가를 기준으로 원가를 계산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1) 과거에는 인건비가 대부분의 원가였음에 반해 현재에는 제조간접비가 대부분의 원가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간접비의 많은 부분을 고정비가 차지하고 있다.
2) 민수가 빵 제조를 위해 2,160,000원으로 기계장치를 구입해서 정액법으로 3년 상각 한다고 가정하자.
3) 고정비는 일정하고 단위당 원가는 아래 산식처럼 계산된다. = 고정비 (60,000원) ÷ 총 생산량 (100개)
4) 회계관련 전문서적에서는 조업도라는 의미를 즐겨쓰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많이 낯설 수 있으므로 본 칼럼에서는 생산량 또는 판매량으로 부르고자 한다.
5) 단위당 예정원가 200원 x 실제 생산량 100개 = 200,000원
표준원가계산 (Standard costing)
민수는 빵을 생산할 경우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도 궁금하다. 이미 정상원가계산을 통해 얼마만큼을 생산해야 기계장치를 효율적으로 운영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재료비 및 노무비 등으로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현재 원가가 최선의 원가인지 아니면 비능률적인 요소 등이 포함되는지를 알기 위해 사전에 바람직하고 능률적인 원가를 원가 요소별로 정의하여 원가 계산을 할 수 있는데, 이를 표준원가계산이라고 한다. 표준원가에 따라 원가를 계산한 뒤에, 실제 발생한 원가와의 차이를 분석한다면 재료비, 노무비, 제조간접비 등에 대한 원가 요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빵 하나를 생산하는데 표준 밀가루 사용량을 100g으로 설정했다고 한다면, 실제 빵 100개를 생산한 결과 12,000g이 소요되었다면 2,000g을 표준대비 더 사용한 것이므로 밀가루를 낭비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빵 한개를 생산하는데 1시간이 소요된다고 설정했는데, 실제 빵 100개를 생산하는데 90시간이 소요되었다면 10시간을 표준대비 효율적으로 절약했다고 볼 수 있다. 표준원가계산은 원가 요소별로 표준원가와 실제원가를 분석하여 원가의 낭비요소를 찾아내어 제거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다만, 표준원가가 이론적으로는 무척이나 뛰어난 방식이나 실무상 적용하기 위해서는 유의할 점이 있다. 표준원가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표준원가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 민수가 실제 빵에 소요되는 밀가루의 표준사용량을 어떤 기준으로 설정할 것인지, 그리고 빵 생산에 투입되는 표준임률(또는 투입노동시간)을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과거 실적 값을 기준으로 표준원가를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문제는 과거 실적 값은 이미 비능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표준원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데 있다. 또한, 과거 실적 값을 기준으로 적절한 원가 요소별로 표준을 설정했다고 하더라도,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한 표준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과거 실적 값에 대한 주기적인 업데이트 또한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실무상 한계 또한 존재한다. 또한, 정상원가계산과 마찬가지로 재무회계 관점에서는 표준원가와 실제 발생원가의 차이도 결국에는 매출원가 및 재고자산에 배부해야 한다.
Cost-Volume6)-Price 분석
재무회계 관점에서는 단위당 원가는 총발생원가7)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계획 등을 수립할 때에는 판매수량 등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총발생원가를 기준으로 단위당 원가를 추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단위당 변동원가는 판매수량과 무관하게 일정하지만, 단위당 고정원가는 판매수량에 증가할수록 감소하므로 판매수량이 결정되지 않으며 단위당 고정원가를 확정할 수 없다. 따라서 총발생원가를 기준으로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제 의사결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나 비즈니스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리회계8)에서 말하는 CVP 분석이 자주 사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빵집을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민수는 빵 가격을 얼마로 결정해야 할 지 고민이다. 이런 경우 민수가 제일 먼저 고민할 부분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최소한의 매출을 검토하는 것이다. 관리회계에서는 이를 손익분기점 (break-even point: BEP)이라고 하는데. 손익분기점이란 일정 기간 수익과 비용이 똑같아서 이익도 손실도 생기지 않는 경우의 매출을 의미한다. 손익분기점이 중요한 이유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 경영자가 달성해야 하는 매출액 수준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민수가 대략 사업계획을 통해 기계장치의 감가상각비, 임대료 등을 포함한 월 고정비가 약100만원이 예상된다고 하고, 밀가루 등의 변동비 성 원가가 빵 하나에 500원이라고 하자. 그리고 주변의 빵의 시세가 개당 1,000원이라고 한다면, 빵의 가격을 주변 시세와 맞춰 1,000원에 판매할 계획이라면 최소한 한달에 빵을 2,0009)개 판매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2,000개 이상을 팔 경우 민수는 빵 한개당 판매가격에서 변동원가를 제외한 부분만큼 순이익 - 즉, 빵 한개당 500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를 관리회계용어로 공헌이익(Contribution Margin: CM)이라고 하는데, 공헌이익이란 매출에서 변동비를 차감한 값으로 고정비를 회수하는 데 공헌한다는 의미이다. 공헌이익은 매출액에 비례해 직접적으로 이익이 증가 또는 감소하기 때문에 관리회계 관점에서는 중요한 개념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민수가 최소한 한달에 2,000개 이상의 빵을 팔 수 있다고 한다면, 2,000개 이상의 빵을 판매한 이후에는 광고 목적으로 단위당 빵 가격을 500원에서 1,000원 사이에서 한시적으로 인하하거나 매출수량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변경하는 전략을 고민할 수도 있다. 또한 2,000개 이하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판매가격을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 손익분기점이나 공헌이익은 사업계획을 세울 때나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때 자주 사용되는 개념이다. CVP 분석을 위해서는 꼭 인지해야 하는 기본적인 원가 개념은 변동비와 고정비이다. 변동비란 생산량 또는 판매량에 비례하여 총원가도 함께 변동하는 비용을 의미하며, 고정비란 변동비와 달리 조업도 또는 판매량과 관계없이 총원가가 일정한 비용을 의미한다. 이번 사례에서는 관리회계 목적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원가계산 및 분석기법을 살펴보았다. 학창시절에 회계수업을 들었을 때도 느꼈지만, 회계 감사를 할 때마다 원가계산이라는 절차는 중요하지만 다가가기 쉽지 않은 업무라고 생각된다. 특히 ERP를 구축하거나 회계 컨설팅을 수행하는 경우에 원가업무를 담당하는 컨설턴트의 역할은 무척이나 중요했던 기억이 난다. 회계프로세스뿐만 아니라 재고흐름 그리고 영업프로세스 등 회사의 전반적인 절차에 모두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다양한 업무 담당자와의 인터뷰와 회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던 것 같다. 회계사 초임 시절에는 위에서 시키는 업무이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업무를 진행했지만, 요즈음에는 여유가 생겨서인지 다양한 생각이 든다.
6) 회계전문서적 등에서는 여전히 “조업도”라고 기술하고 있지만, “조업도”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회계는 다시 교과서로 빠져들어간다. 차라리 생산량 또는 판매량으로 이해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7) 회계기준에 따르면 원가는 실제발생원가 기준으로 계산되어야 하며, 변동비와 고정비를 모두 포함한다.
8) 관리회계란 내부보고 목적으로 회계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회계를 의미하며, 외부 보고 또는 공시 목적으로 회계정보를 제공하는 재무회계와는 차이가 있다.
9) 산식은 “판매수량 x (빵의 판매가격 - 빵의 변동원가) - 고정비 = 0 이므로 다음과 같이 계산될 수 있다. ▶ 판매수량 x (1,000원 - 500원) - 1,000,000 만원 = 0
정말 원가계산이 왜 중요한 걸까?
현재까지의 경험을 기반으로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기본적으로 원가는 판매가격 결정의 기초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다양한 경영이론서에서 원가에 기반하기 보다는 고객가치10)에 기반하여 판매가격을 설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측정가능성”이라는 이슈 때문에 대부분 원가에 기반한 판매가격을 설정하고 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판매가격을 먼저 설정하고 이에 맞추어 원가를 구성11)하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원가계산은 중요한 요소에 해당된다. 원가계산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기업의 이익을 개선12)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익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판매가격의 변경, 판매량의 확대, 그리고 원가 최적화 등 다양하다. 다만, 판매가격은 한번 정해지면 고개의 저항이 크기 때문에 쉽게 변경13)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판매량 또한 시장환경, 기업의 전략 및 영업적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회계적 관점에서 통제 가능한 부분은 원가를 분석하고 낭비요소를 제거하여 원가를 최적화하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원가 분석의 목표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재무회계의 틀 14)에 한정될 필요가 없다. 즉, 재무회계 기준을 준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재무회계의 틀을 벗어나서 다양한 원가 계산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칼럼에서는 관리회계 관점을 반영한 원가계산 및 관리 방법을 소개하고자 하였다. 모쪼록 세 차례에 걸친 “원가계산과 관리”와 관련된 주제를 통해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었기를 바란다.
10) 프라이상 전략이라는 책을 참조해보면 고객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치에 기반하여 가격을 결정해야 하며,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기술되어 있다.
11) 목표원가 (Target costing)이라고 한다.
12) 기업의 목표를 이익극대화, 기업가치 극대화 또는 주주가치 극대화라고 많은 경영 서적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이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자 한다.
13)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가격탄력성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격탄력성이 높으면 가격을 낮추는 것이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되고, 가격탄력성이 낮으면 가격을 높이는 것이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된다. 다만, 제품별로 정확한 가격탄력성을 측정하기 또한 만만하지 않다.
14) 재무회계는 주주 및 투자자 등을 위해 외부보고 또는 공시 목적으로 회계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론 중에서 하나의 기준을 채택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관리회계는 내부보고 목적이므로 이러한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