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가상각을 이야기할 때는 항상 회계사 초년 시절이 생각난다. 열심히 기말감사를 수행하던 중에 회사에서 인식하지 못했던 유형자산을 추가 인식하는 수정분개를 제시한 적이 있었다. 문제는 유형자산의 감가상각비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유형자산을 인식할 경우 관련된 감가상각비도 인식하기 마련인데, 계산 상의 실수로 추가 인식한 유형자산을 전액 상각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즉, 내용연수를 1년으로 인식한 것이다. 다행히 감사보고서가 발행되기 전에 발견되었기에 무사히 실수를 바로 잡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조금은 창피했던 순간이었다. 그 당시에는 아무 생각없이 기준대로 회계처리를 했지만, 회계사 생활이 15년이 넘는 지금에 와서 왜 유형자산은 감가상각비를 인식해야 하는지 조금은 의문이다. 그냥 자산을 취득할 당시에 비용으로 인식하면 안되는 건지, 그리고 어떤 자산을 유형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인지?
감가상각비의 의미 및 용어
민수가 빵을 만들기 위해 구입한 기계장치를 구입 당시에 비용으로 인식한다고 가정해보자. 대차대조표1) 입장에서는 기계장치를 구입 당시에 비용으로 인식하든 감가상각을 통해 다년간의 비용으로 인식하든 충분히 시간이 지났다면 차이가 없게 된다2). 중요한 문제는 손익계산서에 있다. 손익계산서에서는 일정기간 동안3)의 기업의 성과를 나타내게 되는 데, 유형자산은 다년간의 손익계산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연히 민수는 여러 해 동안 - 예를 들면, 3년 동안 - 빵을 만들 목적으로 900만원까지의 기계장치를 구입했을 것인데, 기계장치를 구입한 첫 해에 전액 900만원의 비용을 인식한다면 첫 해에는 이익이 적게 잡히거나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 연도부터는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계장치의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므로 이익이 크게 잡힐 것이다.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는 의미는 매출에 기여한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회계처리는 ‘수익비용 대응’에 맞지 않는다. 또한 기계장치가 언제까지 매출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느냐라고 한다면, 기계장치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서 재구매하기 직전까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간을 회계개념으로 “내용연수”라고 한다. 즉, 민수는 3년 동안 빵을 제작할 목적으로 기계장치를 구입했다면, 3년 동안 매년 300만원의 비용을 인식하는 것이 적절한 비용의 인식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감가상각비는 “유형자산을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따라 자산의 내용연수 동안 체계적으로 비용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경우, 이를 측정하는 회계방식을 감가상각이라고 한다. 감가상각이란 비용을 지출해서 구입한 후 장기간 사용하는 자산의 비용화와 관련된 개념이다. 자산으로부터 창출되는 효익과 자산을 구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일치시키는 과정 즉, 수익-비용의 대응이 감가상각의 본질이다. 여기서 한가지 더 알아둘 개념이 “잔존가액”이다. 만약에 내용연수가 완료되어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한 유형자산일지라도 폐기할 때 가치가 남아 있다고 한다면 이를 “잔존가액”이라고 하는데, 유형자산의 감가상각비를 계산할 때 해당 부분을 제외한 금액을 감가상각비로 배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민수가 구매한 기계장치가 3년 후에 잔존가액이 100만원이라면 이를 제외한 800만원을 기준으로 매년 감가상각비를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토지 등 일부 유형자산은 일반적으로 감가상각을 하지 않는데, 토지 등 일부 유형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의 가치가 감소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1) K-IFRS에서는 “재무상태표”로 불린다. 2) 내용연수가 경과한 유형자산의 순장부가액은 재무상태표 상에 “잔존가액”만 남는다. 3) 일반적으로 회계기간은 1년 단위이다.
[회계감각 기르기 : 유형자산 내용연수의 결정] 한국에서도 IFRS를 도입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유형자산에 대한 내용연수 및 감가상각방법을 세법상에서 규정하는 방식을 그대로 준용하였다. 그러나, 세법상 규정은 해당 자산의 내용연수와 일치한다는 사실관계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IFRS 기준에서는 세법기준이 아니라 기업들이 저마다의 합리적인 가정을 기준으로 감가상각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정은 동종업종에서 사용하고 있는 내용연수를 준용하거나, 해당 유형의 자산이 회사에서 과거에 취득하여 폐기된 일자를 평균화하는 등 실제 과거 경험치를 산출하여 감가상각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다양한 감가상각방법
여기서 한가지 더 고민할 사항이 있다. 바로 유형자산을 내용연수에 따라 비용화 즉, 상각하는 방법이다. 유형자산의 가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소하겠지만, 감소하는 방식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하게 유형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경우에는 내용연수에 따라 1/N으로 일정하게 비용을 인식할 수 있는데, 이를 “정액법”이라고 한다. 그에 반해 초기에 유형자산의 가치가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초기에 비용을 많이 인식하고 나중에 적게 인식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이를 “정률법”이라고 한다. 또한, 광산에서 석탄을 채굴하는 등 일정 자원이 정해져 있고 이를 채굴하는 양에 비례하여 비용을 인식하는 방법을 “생산량비례법”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연수합계법 등 다양한 감가상각방법이 존재한다. 그림 1. 감가상각비 계산 공식
정률법 = (취득원가 - 감가삼각누계액) × 삼각율
감가상각비와 관련하여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감가상각비를 인식하는 과정을 자산을 재평가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감가상각비는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다기간의 회계연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각 회계연도에 비용을 배분하기 위한 방법이지 자산을 재평가하는 과정이 아님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중고차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시세가 감소하기는 하지만, 상기에서 제시한 감가상각방법으로 계산된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 중고차의 매매가격은 감가상각이 아니라 판매시에 가치가 재평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감가상각을 인식하는 것과 자산을 재평가하는 과정은 다르다. 또한, 회계에서는 감가상각비와 관련된 용어는 자산의 유형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불리기도 한다. ㆍ감가상각(Deprication) : 건물이나 기계와 같은 유형자산 ㆍ감모(Depletion) : 유전이나 광산과 같은 소모성 자산 ㆍ상각(Amortization) : 무형자산
정액법 = | 취득원가 - 잔존가액 |
내용연수 |
생산량비례법 = | 취득원가 - 잔존가액 | × 당 회계연도 생산량 |
총 생산량 |
[회계감각 기르기 : 감사보고서에서 감가상각비를 확인하기] 감가상각비는 그 성격에 따라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로 분류된다. 사무용 건물 등의 감가상각비는 ‘판매비와 관리비’로 분류되기 때문에 손익계산서 상에 ‘판매비와 관리비’의 일부분으로 표시된다. 이에 반하여 기계장치 등이 제품생산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에는 ‘제조원가’로 분류되어 ‘매출원가 및 재고자산’으로 재분배되기 때문에 손익계산서에서 감가상각비를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무제표 상 손익계산서만 바라보면 감가상각비 총액을 알 수 없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다만, 주석에서 “비용의 기능성 분류”를 살펴보거나 “유/무형자산의 변동내역”을 살펴보면 당해 발생한 감가상각비의 총액을 확인할 수 있다.
유형자산의 의미
회계에 대해서 조금만 정보를 알고 있으면 모든 자산이 상각되는 것이 아니라 유형자산 등 일부 자산만 상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상각대상이 되는 자산은 어떻게 정의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소유하고 있는 토지, 건물, 기계장치 및 비품 등은 유형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렇다고 모든 회사가 토지 및 건물 등을 전부 유형자산으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만약에 부동산 매매업자가 소유하고 있거나 아파트를 분양업자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 및 건물은 ‘유형자산’이 아니라 ‘재고자산’으로 분류될 것이다. 또한, 제조회사 등이 임대목적 또는 시세차익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토지 및 건물은 ‘투자부동산’으로 분류된다. 유형자산은 그 자산의 사용 목적에 따라 분류될 뿐이지 자산의 종류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즉, 자산을 팔기 위해 보유하는 경우에 ‘재고자산’으로, 투자목적으로 보유하는 경우에는 ‘투자자산’으로 분류한다. 이에 반하여 기업의 수익창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할 목적으로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실체가 있는 자산을 유형자산4)이라고 한다. 만약 해당 자산의 보유기간이 1년 이내라면 어떨까? 1년 이내에 소비되는 자산이라면 구태여 유형자산으로 인식한 후에 감가상각비를 인식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필요가 없이 당기 비용으로 인식하면 그만이다. 즉, 유형자산으로 분류되는 중요한 요소는 ① 수익창출활동을 지원하여야 하며 ② 장기간 보유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③ 실체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 유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
4) 이에 반하여 기업의 수익창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할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나, 실체가 없는 자산은 무형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유형자산의 가치는 어떻게 인식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유형자산의 가치는 취득 당시의 취득원가를 그대로 준용한다. 이를 역사적 원가라고 하는데, 유형자산의 사용 목적은 투자나 시세차익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 원가는 정보 이용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자산의 공정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백만원에 취득한 토지가 현재도 백만원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조금 그렇지 않을까? 재무회계에서는 처음에 유형자산을 취득한 이후에 공정가치를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만 있다면 이를 재무상태표에 재평가금액으로 유형자산을 표시할 수도 있다. K-IFRS에서는 유형자산의 분류에 따라 ‘원가모형’이나 ‘재평가모형’ 중 하나의 회계정책을 선택하여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한번 선택했다면 일관성 있게 계속 평가된 자산가액을 공시하여야 한다. 실무상에서는 ‘재평가모형’을 선택하면 매년 공정가치를 재측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부분 유형자산에 대해서는 ‘원가모형’을 채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회계감각 기르기 : 건설 중인 자산의 회계처리] 기업이 유형자산을 사용할 목적으로 자가 제조하는 경우에 해당 유형자산이 완성되어 수익창출활동에 투입될 때까지 발생된 비용은 ‘건설 중인 자산’으로 기록하고, 사용 시점에 건물, 기계장치 등 본계정으로 대체된다. 또한, ‘건설 중인 자산’은 감가상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사용 시점에 본계정으로 대체된 후에 감가상각비를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