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 업계에서는 최근 제약 및 바이오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가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금감원에서 회계관련 중점 관리 대상으로 연구개발을 지목하면서 연구개발 비중이 큰 바이오 기업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계법인의 외부감사가 더 깐깐해졌다. 2018년에 공시된 감사보고서 결과(그림1 참조)를 살펴보면, 그 동안 너그러웠던(?) 감사의견이 엄격하게 바뀐 결과 일부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의 손익이 크게 변동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구개발비를 신약 개발이 사업화되는 판매승인시점 이후 자산으로 분류하는 글로벌 제약 및 바이오 법인의 Trend와는 다르게, 국내 바이오 업체 일부에서는 임상에도 들어가기 전부터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해당 이슈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생기는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기업회계기준, 특히 K-IFRS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금감원에서는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요건’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연구개발비’에 대한 기준의 적용이 어떻게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이러한 논의를 전개 하기 전에 먼저 ‘무형자산’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그 이후에 ‘연구개발비’에 대한 논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하고자 한다.
[그림 1] 주요 바이오기업 개발비 회계처리 변화에 따른 당기순이익의 변화

무형자산의 의의
오랜시간 동안 ‘제빵기술’을 연마해 온 민수는 자신의 이름을 건 Bakery cafe를 오픈하여 열심히 운영하고 있었다. 나름 동네에서 맛있기로 소문이 나서 그런지 종종 민수를 스카우트하려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때마다 어깨가 으쓱했지만 그런 제안을 매번 거절하곤 하는데, 그러다 문득 자신의 ‘제빵기술’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궁금하여 회계사로 있는, 알고 지내는 동생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아쉽지만 재무제표 상에서는 어떠한 가치 즉, 자산으로 인식할 수 없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이 돌아왔다. 분명 주위에서는 민수의 ‘제빵기술’의 가치를 인정해서 거액의 스카우트 제안을 하기까지 하는데 왜 회계에서는 가치를 인정할 수 없는지 여간 이상한 게 아니다. 혹 회계사의 회계지식이 충분하지 않은지 의심이 되어서 회계를 잘 알고 있는 철수에게 물어봐도 대답은 동일하다. 도대체 시장에서 인정하는 민수의 ‘제빵기술’을 회계에서는 왜 인정하지 못하는 걸까? 회계에서 다양한 이슈가 존재하지만, 무형자산만큼 골치 아픈 주제도 없을 것이다. 기본 개념은 유형자산과 유사하지만, 무형자산은 그 특성상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회계의 본질상 이러한 무형의 가치를 “자산”으로 이해시키기가 만만치가 않다. ‘무형’이라는 의미 그대로 무형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아 사람들은 쉽게 믿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계기준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에만 무형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림 2] 무형자산의 정의
물리적 실체가 없지만 ① 식별 가능하고, ② 기업이 통제하고 있으며, ③ 미래경제적 효익이 있는 비화폐성 자산
회계에서 자산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식별가능’해야 한다. ‘식별가능’해야 한다는 의미는 해당 자산을 다른 자산과 분리해서 측정 및 인수할 수 있고, 양수 및 양도가 가능하거나 자산이 계약상 권리 또는 기타 법적 권리로부터 발생할 수 있어야 한다. 사례에서 민수가 가지고 있는 ‘제빵기술’은 그 자체적으로 분리하여 거래될 수 없기 때문에, 첫번째 ‘식별가능’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 두번째 조건은 ‘자원에 대한 통제 가능성’이다. 기업이 그 자원에 대하여 제 3자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유하고 있느냐의 질문인데, 사례에서 민수의 ‘제빵기술’을 누군가가 모방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기에는 애매한 부분이긴 하다. 세번째 조건은 ‘미래경제적 효익의 존재 여부’인데, 해당 자산을 이용해서 수익을 창출하거나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미래 현금유입이 증가하거나 미래 현금유출이 감소할 수 있어야 한다. 사례에서 민수의 ‘제빵기술’은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세번째 조건을 만족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민수의 ‘제빵기술’은 자산의 세 번째 조건은 만족한다고 볼 수 있지만, “식별 가능”이라는 첫번째 조건부터 만족하기 못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회계 관점에서는 무형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사례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무형자산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데, 일반적으로 회계에서 인식되는 무형자산의 종류는 아래와 같다.
[그림 3] 무형자산의 종류
산업 재산권 | ... | 회사가 법적으로 일정기간 그 사용을 보장받은 권리 |
---|---|---|
개발비 | ... |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의 개발 등을 위해 지출한 금액으로 무형자산 요건에 충족하는 경우 |
라이선스 | ... | 계약에 의해 다른 기업의 기술이나 제품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 |
프랜차이즈 | ... | 특정 지역에서 특정한 상호나 상표를 이용하여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권리 |
[회계감각 기르기]민수의 ‘제빵기술’을 무형자산으로 인정받는 방법 그렇다고 회계적인 관점에서 민수의 ‘제빵기술’을 무형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수의 Bakery cafe를 누군가가 인수할 때 민수까지 스카우트를 할 경우에는 민수의 ‘제빵기술’을 시장가격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가 Bakery cafe를 인수할 때는 제빵기계, 가계 인테리어 등의 가치를 개별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1억원이라고 한다면, 문제는 해당 평가 가격 만으로는 민수의 Bakery cafe를 인수할 수 있는 충분한 인수 가격이 될 수 없다. 민수의 ‘제빵기술’ 노하우, 단골 고객 등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가치를 추가하여 만약에, 민수가 소유한 Bakery cafe를 1억5천만원에 인수하게 된다면, 이때 순장부가액인 1억원을 초과한 5천만원의 가격을 무형의 자산 즉, “영업권”이라고 한다. 회계에서 M&A 등을 통해 “영업권”이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순장부가액을 초과하여 지불하는 대가의 차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내부에서 창출된 영업권은 바로 바로 그 때 회계에서 표현되지 않고, M&A 등을 통해 표현되곤 한다.
연구비와 개발비
민수가 자신만의 ‘제빵기술’을 자랑할 수 있는 건,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때문이다. 영업이 종료되면 항상 가게에서 어떻게 해야 빵을 맛있게 할 수 있는지 끊임없는 연구를 하곤 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서 자신만의 “제빵효모”1)를 개발하는 성과를 얻기도 하였다. 조금만 더 연구하면 특허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도 회계에서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 기업에서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많은 연구 및 개발 활동이 일어난다. 이러한 연구 및 개발활동에는 비용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연구(Research)비란 새로운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지식이나 이해를 얻기 위해 수행하는 독창적이고 계획적인 탐구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단순한 연구활동을 통해서는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무형자산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연구비는 대부분 발생한 기간의 비용으로 인식한다. 이에 반하여 개발(Development)이란 상업적인 생산이나 사용 전에 연구결과나 관련 지식을 새롭거나 현저히 개량된 재료, 장치, 제품, 공정, 시스템이나 용역의 생산을 위한 계획이나 설계에 적용하는 활동이라고 정의된다. 개발 단계는 연구 단계보다 훨씬 더 진전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개발비는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무형자산을 입증하기 용이하다. 따라서 개발비는 일반적으로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연구 및 개발비에 대한 회계처리를 자의적 판단에 맡겨 둘 경우에는 법인의 기간별 비교가능성 또는 법인간 비교가능성이 저해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해외 제약 및 바이오 기업들은 신약 개발이 사업화되는 판매승인시점 이후에 연구개발비를 자산화 하는 반면, 국내 바이오 업체 일부에서는 임상에도 들어가기 전부터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고 있다. 따라서 회계기준 제정기구들은 연구개발지출에 대한 회계처리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IFRS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6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개발비로 인정2)하고 있다.
1) 앞에서 든 사례라 달리, “제빵 효모”는 무형자산의 “식별가능”조건을 충족한다. 그러므로 두 번째 및 세 번째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개념적으로는 무형자산으로 인식이 가능하다.
2) 여전히 연구개발비에 대한 지침이 모호하다는 의견에 따라 지난 9월 19일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 지침’을 제시한 바 있는데, 해당 기준은 연구개발비의 처리 및 주요 재무정보를 보다 상세하게 표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림 4] 개발비의 무형자산 인식요건(K-IFRS 1038 문단 57)
① 무형자산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가능성 ② 무형자산을 완성해 사용하거나 판매하려는 기업의 의도 ③ 무형자산을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 ④ 무형자산이 미래 경제적효익을 창출하는 방법 ⑤ 개발을 완료하고 판매 사용하는데 필요한 기술적 재정적 자원 등의 입수 가능성 ⑥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관련 지출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
다만, 위의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회사마다 미래에 대한 예측과 가정이 다르므로 동일한 지출임에도 회사별로 회계처리는 여전히 다를 수 있다.
[회계감각 기르기]왜 연구개발비가 문제일까?* 그렇다면 왜 연구개발비가 문제일까? 만약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한다면 판매관리비**가 줄어 들어 영업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회사의 의도대로 연구개발의 결과물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바로 “손상차손”이라는 개념으로 비용(=영업 외 비용)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동안 발생한 비용을 자산으로 지속적으로 인식하다가 일시에 비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해당 회사의 당기순이익의 급격한 변화 또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해당 정보를 이용하는 외부 이용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다.
* 만일 한 법인의 동일 유형의 연구 또는 개발과 관련된 지출을 작년에는 연구활동으로 정의하여 비용으로 인식하고 올해는 개발활동으로 정의하여 자산으로 인식한다면 작년과 올해의 당기순이익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 않을까? 또한, 유사 법인이 동일 유형의 연구 또는 개발과 관련된 지출을 각각 다르게 정의한다면 두 법인간의 당기순이익을 그대로 놓고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일반적으로 연구개발비가 비용으로 처리될 경우에는 판관비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