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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신 외부감사법이 1년이 지나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신 외부감사법이라는 별칭에서 보듯이 이번 개정은 매우 영향력 있는 변화를 담고 있다. 신 외부감사법은 외부 감사대상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까지 확대하여, 대상 회사 4000여개, 15%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유의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하였으며, 회계부정에 대한 회사와 회사 관계자, 외부 감사인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회사, 감사인, 그리고 감독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회사에서는 감사인을 선임하는 권한이 경영진에서 내부감사기구(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로 이관되었으며, 내부감사기구는 감사인이 회계부정을 통보해 오면 외부전문가에게 조사를 의뢰하여 경영진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에 대한 감사인의 점검 수준을 종전의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하였고, 대표이사가 내부회계관리 실태를 직접 주총에 보고토록 하였다. 재무제표 작성은 당연한 회사의 책임으로 더욱 강조되었다. 감사인 측면에서 변화는 더욱 큰 데, 회사로부터의 감사인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하여 주기적 지정제을 도입하여 모든 상장법인과 비상장사라도 소유와 경영 미분리 된 기업은 9년 중 3년 주기로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상장회사 감사는 감사 품질관리체계 구축 등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회계법인에만 허용하게 되어, 회계법인은 감사품질관리에 대한 중한 책임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표준감사시간제를 도입하여 적정 수준의 감사품질 확보하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이상과 같은 회사 내부회계관리에 대한 강조와 감사인의 독립성과 품질을 제고하기에 효과적인 실행을 위하여, 회사와 감사인에 대한 감독과 제재가 대폭 강화되었다. 회사와 회사 관계자, 감사인에 대한 과징금이 상한이 없이 신설되었으며, 관련 회사 및 감사인에 대한 징역 기간과 벌금이 대폭 상향되었다. 신 외부감사법의 개정 내용을 보면, 회사들의 회계적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정부와 회계실무계의 철저한 의지가 표현된 것으로 느껴진다. 필자가 대학생 시절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던 중에 감사의 자유수임제도가 도입이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제도 우리 감사제도가 선진화 되는구나’며 기뻐하였다. 그런데 이 제도가 우리 기업 환경에서 잘 맞지 않는 옷임을 40년이 다 지나 깨닫고, 초유의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현재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이 지정제 도입의 효과에 대하여 주목하고 있다.
신외부감사법에서 원칙중심회계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성실성(integrity)이다. 회사, 회사 담당자, 감사인, 감독 당국 모두가 회계기준의 적용에 있어 성실성을 가지고 회계기준을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신 외부감사법 개정과 함께 주목할 사항은 현재 회계기준이 원칙중심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칙중심접근법이란 회계기준서가 상세하고 구체적인 회계처리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회계담당자가 경제적 실질에 기초하여 합리적으로 회계처리 할 수 있도록 회계처리의 기본원칙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이를 기초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규칙중심 회계기준에서는 규정을 찾아 각 상황에 따른 회계처리를 기술하는 상세한 규칙에 따라 회계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회계담당자의 판단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칙중심 회계기준에서는 더이상 구체적인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회계기준에 제시된 기본적인 원칙을 보고 회계담당자가 경영실무를 이해하여 적용될 회계처리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칙중심회계는 제대로 적용하면 다양한 상황에서 경영 실질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으나, 그 판단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회계담당자를 당황케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외부 감사인에게도 마찬가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후 감독당국에게도 복잡한 숙제를 던져 주고 있다. 신 외부감사법에서 원칙중심회계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성실성(integrity)이다. 회사, 회사 담당자, 감사인, 감독 당국 모두가 회계기준의 적용에 있어 성실성을 가지고 회계기준을 판단하여야 한다. 이 성실성에 반대 되는 예가 꼼수라고 할 수 있다. 회계기준이 원칙만 기술되고 구체적인 지침이 없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여 자기 편의대로 꼼수적인 회계처리를 적용하고, 해석한다면 원칙중심회계의 근본정신이 훼손되게 된다. 원칙중심회계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전문성(professionalism)이다. 원칙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적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회계담당자과 감사인은 회계와 경영 실무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을 지니고 회계기준을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한다. 이전에는 감독 당국이 유권해석을 독점하였으나, 이제는 전문가들과 전문기관들의 판단이 유권해석만큼 권위를 가지고 유권해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원칙중심회계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process)이다. 특정한 사건에 대한 회계처리에 있어 치열한 토론과 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감독당국도 결과만을 판단하기 보다는, 그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을 보고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면 그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회계처리 정책을 결정하는 정당한 절차를 미리 정의한다면 원칙중심회계에서 겪는 기업과 감사인들의 많은 불안감들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회계적 투명성이 세계 꼴찌”라고 한다. 이것은 IMD가 국가경쟁력을 측정하는 하나의 설문에 대한 응답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IMD에서는 각 나라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감사 및 회계 실무가 경영에서 적절하게 구현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데, 이것에 대한 점수가 61개국 중 61등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국가경쟁력을 측정하는 요소의 하나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을 가지고 회계투명성을 비교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응답 결과를 해석해본다면, 경영자가 회계에 관심이 없거나, 불신한다는 증거라는 해석이 더 바를 것이다. 회계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자는 회사의 경영자이다. 이제는 회계를 회계담당자에게만 맡겨 놓지 말고, 경영자가 고도의 성실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치열한 토론과정을 거쳐 회계 정책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