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법인에 입사하여 처음으로 연말 회계감사를 갔을 때 가장 먼저 접했던 도전과제가 ‘외화환산 및 환차’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대부분의 ERP시스템 상의 회계 프로그램에서는 전년도 말에 인식한 외화환산손익은 차년도 초에 바로 취소하는 분개를 발생1)시킨다. 하지만 회사의 회계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없던 시절에 전년도 말에 인식한 외화환산손익을 취소한 분개를 보고 회사가 ‘분식’을 했다며 소동을 피운 적이 있다. 그 당시 필자를 도왔던 회계담당자도 초보인지라 둘이서 전전긍긍하며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해야 할 지 난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회계를 주업으로 삼는 지금도 외화환산 및 환차와 관련된 이야기는 종종 헷갈릴 때가 있다. 또한, 실제 회계 실무를 하는 담당자들에게도 아리송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왜 외화관련 손익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외화관련 손익에는 어떤 유형이 있는지 짚어가고자 한다. 회계 감사를 준비 중인 김대리는 연말이 다가오자 외화와 관련된 채권 및 채무를 기말환율로 환산하여 ‘외화 채권 및 채무’ 명세서를 제출했다. 나름 잘 처리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으로 자리에 돌아왔더니, 난데없이 회계사가 외화선수금은 환산대상이 아니라며 결산을 수정하라고 요구하였다. 하지만 김대리 입장에서는 외화 매출채권이나 외화 선수금이나 다같은 외화 거래인데, 외화 매출채권만 환산을 하라고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외화거래인데도 환산 대상이 아닌 채권 또는 채무 유형이 별도로 있다는 게 사실일까? 1) 이러한 회계처리는 회계이론서와는 사뭇 다르다. 기업 실무상 수많은 외화거래의 이력을 하나하나 기록할 수 없기에 발생한 방식이다.
왜 외화관련 손익이 발생할까?
외화거래로 발생하는 자산과 부채를 외화금액 그대로 표시하지 않고 보고통화2)로 환산하여 표기하는 이유는 동일한 통화로 재무제표가 기록되어야 한 눈에 재무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김대리가 소속된 회사가 국내거래처 및 외국거래처와의 거래로 각각 백만원과 천달러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해보자. 그리고 해당 거래를 손익계산서에 각각의 통화로 표시한다고 상상해보자. 이런 경우에 김대리는 현재 회사의 총 매출이 얼마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현재 달러 환율을 조회한 후에 이를 계산하여야 비로소 회사의 총 매출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외화로 발생한 거래라고 할 지라도 효과적인 재무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통화로 거래를 표시해야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보고서가 다양한 외화거래가 있음에도 원화 즉, 보고통화로 통일하여 재무제표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외화거래를 보고통화인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외화관련 손익이 발생한다. 만약 김대리의 회사에서 5월에 100달러의 매출이 발생하였고, 대금은 7월에 회수하기로 했다고 해보자. 당시 환율이 1달러당 100원이었으므로 김대리는 5월에 100달러의 매출을 당시 환율 기준으로 10,000원으로 기록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 대금을 회수하는 시점인 7월에 환율이 1달러당 150원이라면 지급 받을 돈은 15,000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김대리의 회사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는데 5,000원의 이익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러한 손익은 회계상 어떻게 반영되어야 할까? 만약 15,000원의 돈을 받았으므로 김대리가 7월에 5,000원의 매출을 추가로 인식한다면 어떨까? 하지만, 이미 5월에 10,000원의 매출을 인식했기 때문에 환율이 변동했다는 이유만으로 매출을 수정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받을 돈이 늘어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7월에 달러가 강세였다면 받을 돈은 오히려 줄어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재무회계에서는 환율변동에 의한 차이는 ‘외화변동에 따른 손익’이라는 항목으로 별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차이는 외부환경에 따라 발생하므로 영업이익이 아니라 ‘영업 외 손익’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2) 보고통화란 보고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통화로, 보통 해당 국가의 통화가 보고통화로 사용된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원화인 KRW가 보고통화이다.
외화관련 손익의 유형
만약에 김대리네 회사에서 5월에 발생한 외화매출에 대해서 7월이 아니라 내년 2월에 대금을 받기로 했다고 한다면 어떨까? 이런 경우 12월말 현재, 회사에서는 여전히 받아야 할 미수채권은 100달러가 존재한다. 공시의무가 있는 회사에서는 이 100달러 또한 연말에는 원화로 환산하여 재무제표에 표시하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100달러는 12월말 환율로 원화로 환산해서 표시하지만, 실제 대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손익은 실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단순히 환율변동에 따라 변동된 손익으로 대금을 아직 회수하지 않아 실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서 기업실무에서는 ‘외화환산손익’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반면에 대금을 지급받았을 때 거래 발생 시의 환율차이로 발생하는 손익은 실현된 손익이므로 ‘외환차손익’으로 구별한다. 즉, 사례에서 5월에 매출이 발생하여 7월에 대금이 회수되었을 때의 차이는 외환차손익이 된다.
환율변동에 따라 손익을 인식하는 대상
‘외화환산손익’ 및 ‘외환차손익’과 관련하여 한가지 더 알아둘 점은 외화거래로 인하여 발생한 모든 외화자산 또는 부채에 대하여 ‘외환환산손익’ 및 ‘외환차손익’을 인식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사례에서 만약 김대리네 회사에서 최초 거래를 트기 위해서 5월에 외국 거래처로부터 매출 거래와는 별도로 100달러를 미리3) 받았다면 어떨까? 사례에서 5월 환율이 달러당 100원이었으므로 김대리네 회사의 통장에는 10,000원이 이체되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연말에 환율이 아무리 변동하더라도 회사 통장에 찍힌 10,000원에는 변화가 없다. 이미 대금지급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외화선수금’은 받은 즉시 원화가치로 확정4) 되었다. 이에 반하여 매출거래로 발생한 외화매출채권은 아직 대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대금을 회수하는 시기에 따라 원화가치가 변한다는 차이가 있다. 재무회계에서는 외화매출채권과 같이 환율에 따라 그 가치가 변하는 유형을 ‘화폐성 외화자산 또는 부채’라고 한다. ‘화폐성 외화자산 또는 부채’란 현금과 예금, 매출채권, 매입채무 등과 같이 화폐가치의 변동과 상관없이 자산과 부채의 금액이 계약 등에 의하여 일정액의 화폐액으로 고정되어 있는 경우, 당해 자산과 부채를 의미한다. 화폐성 항목의 본질적인 특징은 확정되었거나 결정가능 할 수 있는 화폐단위의 수량으로 받을 권리나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즉, 김대리네 회사의 경우에는 달러가 오르거나 내리거나 100달러로 확정된 금액을 받기로 했으므로, 이를 ‘화폐성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외화선수금과 같은 유형은 ‘비화폐성 외화자산 또는 부채’로 분류된다. 비화폐성 항목의 본질적 특징은 확정되었거나 결정가능 할 수 있는 화폐단위의 수량으로 받을 권리나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재화와 용역에 대한 선급금, 영업권, 무형자산, 재고자산 및 유형자산 등이 비화폐성 항목에 속한다. 즉, 김대리네 회사에서 외화선수금으로 받은 100달러는 추후에 제품이나 용역 서비스 등을 제공하면 되는 것이지 해외거래처에게 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는 의미이다. 화폐성 외화자산 또는 부채는 대차대조표일 현재의 적절한 환율로 환산하여 표시한다. 이 경우에 발생하는 손익은 ‘외화환산손실’ 또는 ‘외화환산이익’이라는 과목으로 당기 손익으로 처리한다. 반면에 비화폐성 외화자산 또는 부채는 원칙적으로 당해 자산을 취득하거나 당해 부채를 부담할 당시의 적절한 환율을 환산한 가액을 환산하여 표시한다. 즉, 화폐성 자산 또는 부채는 기말 평가를 통해 외화환산손익이 발생하는 반면에, 비화폐성 자산 또는 부채는 발생 당시 환산한 가액을 그대로 인정하고 기말에는 별도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3) 이런 거래 유형을 ‘외화선수금’이라고 한다. 4) 사례에서는 논의의 단순화를 위해서 김대리네 회사에서 받은 외화선수금 100달러는 원화로 바로 환전했다고 하자. 하지만, 만약에 외화선수금을 100달러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이러한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은 외화선수금이 아니라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외화잔고에 따른 손익이기 때문에 외화선수금에 따른 환율변동효과가 아니라 외화잔고에 따른 환율변동효과로 인식한다.
[회계감각 기르기 :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의 표시 방법] 한국회계기준 (일반회계기준, K-GAAP)에서는 외화매출채권 결제시 발생하는 환율변동손익은 ‘실현된 손익’이라는 의미에서 ‘외환차익’ 또는 ‘외환차손’이라는 이름의 계정을 사용한다. 반면에, 결제되지 않은 상태 즉 외화매출채권 상태에서 환율변동에 따라 원화환산금액에 차이가 발생해 인식해야 하는 환율변동손익에 대해서는 ‘미실현 손익’이라는 의미에서 ‘외화환산이익’ 또는 ‘외화환산손실’이라는 계정을 사용하여 구별하고 있다. 다만, K-IFRS에서는 외화환산손익 또는 외환차손익에 대하여 구체적인 계정이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K-IFRS에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외환차익, 환율변동차익 등의 여러 가지 표현을 써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