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 항공은 3월 22일 2018년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한정의견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모회사인 금호산업도 한정의견을 받았으며, 두 회사의 주식매매는 22~25일 동안 정지됐다. 이후 재감사를 통해 4일 후인 26일에 감사의견이 적정의견으로 바뀜에 따라 주식거래가 재개되었지만 주가는 15%나 급락했다. 비록 감사의견은 한정의견에서 적정의견으로 정정되었으나 재무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정정 전 재무제표 상 영업이익은 887억원이었으나 정정 후에는 282억원으로 88.5% 감소하였으며, 당기순손실은 1,050억원에서 1,959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이러한 감사보고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으나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4월 9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사주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4.79%(약 200억원)를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된 자구안을 제출하고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아시아나 항공 매각을 포함하는 수정된 자구계획을 다시 산업은행에 제출했으며, 양대 항공사 중 하나인 아시아나 항공은 매각절차를 밟게 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아시아나 항공 사태의 원인을 新외부감사법 도입에서 찾고 있다. 新외부감사법 도입으로 인해 외부감사인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면서 감사인이 좀 더 엄격하게 감사를 수행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예년에 비해 회계감사가 더 깐깐해졌음은 비적정의견을 받은 기업의 수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올해 비적정의견을 받은 기업은 34개로, 지난 해(24개)에 비해 40% 가량 늘었다. 또한,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공시를 한 기업도 60개사로 지난 해 28개사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언론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감사대란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특히, 주기적 지정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러한 감사대란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17년 10월 우리나라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목적으로 외부감사법을 전면 개정하였다. 구체적 시행방안을 담은 하위법령 및 감독규정 개정절차도 완료되어 2018년 1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新외부감사법은 감사위원회의 기능 강화,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인증 수준 강화, 감사인의 독립성 제고 방안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감사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주기적 지정제이다. 주기적 지정제는 모든 주권상장법인(코넥스 제외) 및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비상장법인에 대하여 6개 사업연도의 감사인을 자유선임 한 이후 3개 사업연도에 대해서는 감사인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기존의 연구들에 따르면 감사인이 교체되는 경우 더욱 깐깐한 감사가 수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회계학회의 세미나 발표자료(원칙중심 회계 하에서 감사인 간 견해차이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과 개선방향, 한국회계학회, 2019.1.25.)에 의하면 초도감사시 과거 재무제표를 재작성하는 비율은 3.24%로, 계속감사의 경우(0.72%)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분석결과로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지정에 의해 감사인이 교체되는 경우에는 재무제표 재작성비율이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감사인 교체시 신임 감사인이 좀 더 깐깐하고 보수적으로 감사를 수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감사인의 법적 책임 문제 때문이다. 새로 선임된 감사인은 과거 재무제표에 포함된 오류로 인해 본인이 법적 책임을 지는 걸 원치 않는다. 따라서 초도감사시 과거 회계처리까지도 꼼꼼히 따져보며,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과거 재무제표의 수정을 요구한다. 그런데 새로 선임된 감사인의 요구에 따라 과거 재무제표 수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감리가 진행되어 전임 감사인이 징계를 받을 위험에 노출된다. 주기적 지정제 도입을 앞두고 기존 감사인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감사를 수행하는 이유이다. 회계환경이 변했으므로 회사들이 변해야 한다. 과거에는 감사인이 요구하는 자료 제출을 계속 미루다가 감사 완료 직전에 제출해서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어렵게 만드는 회사들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잘못된 습관이나 행태가 계속 통용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기업은 감사인의 자료제출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며, 회계역량을 키워야 한다. 경영자들도 회계투명성을 향상시키지 않고는 기업이 존속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금번 아시아나 사태에서도 봤듯이 회계투명성이 결여되면 기업지배구조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 감사인들 역시 반성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주기적 지정제가 도입되어 감사인이 교체될 상황에 직면하자 기존의 입장을 바꾸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까지 감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혹자는 과거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감사인에 대해서도 감리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주기적 지정제가 도입될 경우 협상력에서 감사인이 기업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높은 보수를 요구하거나 자기의 책임회피를 목적으로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 지금은 새로 도입된 제도를 비판하기 보다는 그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제도는 일장일단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새로 도입된 新외부감사법도 마찬가지이다. 제도 시행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부작용을 부각시켜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기 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화고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야야 한다. 내년에는 더 이상 제2 또는 제3의 아시아나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