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흐름 회계 Part 01 (부제 : ‘발생주의’ 세계에서도 현금이 중요한 이유)

십 수년간 회계감사를 하다 보면 회사담당자들이 회계감사 방식에 대하여 불만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 회계감사 업무에 투입되는 회계사는 회사생활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 특히나 연차가 낮을수록 대부분 회사 업무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회계감사를 수검 받는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연차가 낮은 회계사와 함께 일을 할라 치면 한 숨부터 나올 것 같다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회사에 대한 프로세스를 설명해야 하는 지부터 난감하기 때문이다. 또한, 작년에 회계감사를 수검 받을 때 회사에 대한 이해를 한껏 해주었더니 올해 회계감사 시에는 작년에 담당했던 회계사가 바뀌거나 동일한 회계사가 참여하더라도 담당하는 계정과목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야 하니 또 다른 불만이 생기는 것도 같다. 특히나, 현금과 관련된 계정에서 유사한 불만이 많은데, 회계감사 시에 현금과 관련된 계정은 대부분 신입회계사에게 맡기게 된다. 현금과 관련된 계정은 직관적이고 감사절차가 명확해서 회계감사를 총괄하는 입장에서도 해당 업무를 맡기는 데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년도에 되면 현금을 담당했던 신입회계사는 다른 계정을 담당하게 되고, 다시 새로 들어온 신입회계사가 현금과 관련된 계정을 맡곤 한다.
현금잔액에 대한 감사절차가 중요한 이유
하지만, 한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신입회계사에게 현금과 관련된 계정의 감사를 맡기는 이유가 현금이 중요하지 않은 항목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금과 관련된 감사 절차는 금고 상 실물잔고 또는 은행에 예치된 예적금과 장부상 잔액의 대사를 통해 확인되기 때문에 단순하지만, 실제 실물상 현금 잔고와 장부상 현금 잔액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금액의 크기의 여부와 상관없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다. 실제 그런 차이가 있을 수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을 관리해본 사람이라면 유사한 경험을 했을 것 같다. 결혼식 중에 방문객으로부터 받은 축의금을 기록하는 장부와 실제 축의금 잔액을 대사해보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금액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다시 한번 장부와 대사해보면서 차이원인을 분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필자도 실제 회계 감사를 수행하면서 소위 말하는 ‘이중장부’를 적발한 적이 있었는데, 적발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필드 매니저로서 감사를 총괄하는 와중에 신입회계사가 감사를 하면서 하루 종일 끙끙 앓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조용히 이유를 물어보니 장부상 잔액과 은행에 예치된 잔액이 일치하지 않는데, 회사에서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필자는 그럴리가 없다며 애궂은 신입회계사를 닥달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회사에서 ‘이중장부’를 기록하다가 미처 잔액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장부를 작성하는 담당자도 인간인지라 발생 사건을 하나하나 기록하다 보면 종종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장부 기표를 숨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결국에는 현금1)으로 모이게 되는데, 이러한 차이가 작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러한 차이는 다양한 이슈가 모여서 발생한 (+)와 (-)의 결과가 모여 우연히 작아졌을 수2)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산을 마감하거나 회계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절차는 장부상 현금과 실물 현금이 일치하는 지 확인하는 절차이다. 1) 여기서 이야기하는 ‘현금’이란 단순히 현금만을 의미하는 것 이 아니라 은행에 예치하는 예적금을 포함한다. 2) 만약에 회사에서 매출 100,000,000원, 그리고 매출원가를 99,999,000원을 누락했다면 현금의 차이는 1,000원뿐이지만 누락한 내용이 작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현금은 사실, 이익은 의견
그리고 실제 결산을 하다 보면 현금의 증감 방향과 손익의 증감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즉, 이익이 발생했는데 현금이 감소하거나, 손실이 발생했는데 현금이 증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는 손익은 재무회계상 발생주의라는 회계원칙에 근거에 작성했기 때문인데, 수익이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현금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비용이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현금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외상으로 매출이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매출 증가에 따라 현금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채권이 장부에 기록되며,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현금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즉, 현금의 유입과 수익의 인식, 그리고 현금의 유출과 비용의 인식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손익은 경영자의 의도에 따라 변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발생주의에 따라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인식하거나 미래 발생할 우발채무를 추정하여 충당부채를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발생주의에 따라 인식하는 이러한 결산조정 사항은 다분히 경영자의 주장에 따른 주관3)적인 요소가 감안될 수 있다. 재무회계에서는 이러한 결산조정 사항에 대해서 원칙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영자의 주장이 합리적이라면 경영자의 주장을 인정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3) 실제 경영자의 성향이 보수적이면 가능한 미래 발생 가능할 충당금이나 충당부채를 과다하게 잡는 경향이 있다. 즉, 발생주의에 따라 추정된 손익의 비중이 클수록 이익조정의 가능성을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경영자의 의도에 따라 이익이 변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금 그 자체는 실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추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기업의 성과를 살펴볼 때에는 장부가 제대로 작성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장부상 현금과 실물 현금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주의 깊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흑자도산의 의미
현금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흔히, 자산을 사람의 ‘체격’, 손익을 사람의 ‘체력’이라고 하며, 현금을 사람의 몸을 순환하는 ‘혈액’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기업의 외형이 얼마나 튼튼한 지 알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자산을 ‘체격’으로 비유하고, 기업이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손익을 ‘체력’으로 비유한다. 다만, 아무리 체격이나 체력이 좋더라도 혈액이 순환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혈액이 순환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체격이나 체력이 있더라도 당장에 기업은 운영될 수 없다. 따라서 단기적인 유동성 관리 관점에서 현금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현금을 ‘혈액’으로 비유한다고 볼 수 있다. IMF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익숙해진 경제용어 중 하나가 ‘흑자도산’이다. 흑자도산이란 의미는 관행상 손익계산서에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검은색’,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흑자’라는 의미는 ‘검은색’으로 표시되므로 손익계산서상 이익이 발생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즉, 손익계산서에서는 이익이 발생되었다고 표시되었음에도 부도가 발생하는 경우를 ‘흑자도산’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흑자도산’이 발생하는 걸까? ‘흑자도산’이라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두에 이야기한 ‘현금’을 ‘혈액’으로 비유한 사실을 이해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령, 회사의 자산 규모가 꽤 크고 지속적으로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당장에 갚아야 할 부채를 지불할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기업에서 아무리 90일 이후에 받을 매출채권이 100만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30일 이내에 지급해야 할 채무 30만원을 갚을 현금이 없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즉, 아무리 미래에 받을 돈이 줄 돈보다 많더라도, 현재 기업에 현금잔고가 없다면 ‘부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30만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현금 보유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금’은 단기적인 유동성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관리지표가 된다.
‘현금’과 ‘이익’의 관계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금이 기업의 생사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지표인데 왜 회계는 ‘현금주의’가 아닌 복잡한 ‘발생주의’를 고집하는 걸까?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사실 중 하나는 회계의 기본가정 중 하나가 ‘계속기업가정의 원칙’이라는 사실이다. ‘계속기업가정의 원칙’이란 기업이 계속적으로 운영된다는 원칙 하에 회계처리 방법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원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해당 전제를 바탕으로 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회계처리가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회계에서는 유형자산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슈가 없으면 ‘취득원가’로 기록한다. 특히 토지 같은 경우에는 그 가치가 부동산 시세에 따라 변동성이 큼에도 그 가치의 변화를 매번 기록하지는 않는다. 회계에서 유형자산은 투자가 아니라 사용을 목적으로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세의 변화와는 무관하다는 의미이다. 시세가 높아졌다고 공장부지를 쉽게 팔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해당 회사가 계속 운영된다는 가정이 없다면 어떨까? 이런 가정이 없다면 아무리 유형자산이라도 토지의 가치는 부동산 시세에 따라 매년 갱신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 해당 회사가 내년에 팔리는 것을 가정4)한다면 토지의 가치를 시세로 인정하는 것이 회사의 가치를 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업이 지속적으로 운영된다는 가정이 없다면 회계기준은 소위 말하는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이러한 자산의 가치평가 방식을 ‘청산가치’라고도 한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요약해서 이야기한다면 기업의 회계처리는 ‘계속기업가정의 원칙’이라는 대전제하에 작성되었다. 즉, 기업에서 이익이 발생한다는 의미는 기업이 계속 존속한다는 가정이 성립되어야만 그 이익이 온전히 현금흐름으로 귀속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현금의 과부족에 대한 측정은 이익의 흐름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회계학자들의 오랜 연구결과에서도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자료는 결국 손익계산서 상 ‘당기순이익’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즉,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는 결국 당기순이익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다만, 기업의 가치를 단기적으로 평가할 때에 현금흐름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현금이 부족해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기업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는 장기적으로는 이익에 주목하고 단기적으로는 현금 수치에 비중을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단순히 현금이 많다고 좋은 것일까? 다음 칼럼에서는 현금흐름에도 유형이 있으며, 어떤 현금흐름 형태가 기업에 좋은가를 논의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