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회계와 관련된 환경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업실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회계기준이 시행되었거나 시행될 예정이고, 2018년 11월 1일에 시행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新외부감사법)”의 영향으로 회계감사 시장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회계와 관련된 당사자의 혼란과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회계기준을 살펴보면, 올해부터 K-IFRS 제1116호 ‘리스’ 회계기준의 적용으로 운용리스를 이용하는 기업의 부채비율 상승과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 작년까지 비용으로 처리했던 운용리스를 올해에는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여 부채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경제적 실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회계기준의 변경으로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작년까지 영업비용으로 인식되었던 운용리스료가 감가상각비(영업비용)와 이자비용(영업외비용)으로 나뉘어 인식됨에 따라 당기순이익은 변화가 없으나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기업이 발생할 수 있다. 재무제표 작성자와 이용자 입장에서는 더 복잡해지고 과거와의 비교가능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2년부터 시행예정인 IFRS 17 ‘보험계약’의 경우는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받을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크게 반영될 영향으로 보험회사의 준비기간도 더 많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적용시기를 2021년에서 2022년으로 1년 더 연기하였을 정도이다. 두 번째로 회계감사와 관련된 제도변화를 살펴보자. 신외부감사법의 시행으로 여러 제도들이 많이 도입되었지만 가장 영향을 미치는 제도는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의 자유수임제에서 ‘6년 자유수임 + 3년 지정제’로 변경되어 내년에 처음 적용되는 주기적 지정제는 세계 어느 나라도 실시해본 적이 없는 제도로서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만큼 우리나라의 회계감사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공인회계사가 회계감사시 투입해야 하는 감사시간을 정해놓은 표준감사시간 역시 우리나라가 최초로 도입한 제도로서 기대와 우려가 많은 제도이다. 한편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됨에 따라 적용대상이 되는 기업들에게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용역이 부담이 되고 있으며, 향후 감사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부담도 예상되고 있다. 세 번째로 회계법인 입장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1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주권상장법인 감사인 등록제는 일정 요건을 갖춘 회계법인 만이 주권상장법인을 감사하도록 하는 제도로서 등록요건에 대한 논란이 많았으며,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회계법인 간의 합병 등이 이루어져서 회계법인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또한 표준감사시간의 도입으로 투입해야 하는 감사시간은 증가한 반면에 52시간제의 도입으로 한 명의 회계사가 투입할 수 있는 감사시간은 감소하여 회계사 인력난이 일어나고 있다. 회계사가 부족하면 회계사를 많이 선발하면 되는데, 현재의 인력부족 현상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데 문제가 존재한다. 현재의 혼란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AI, IoT, Big Data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정말로 본격화되면 회계사의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는데, 이때는 현재 많이 선발한 회계사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러한 급격한 회계환경 변화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주체는 아마도 기업일 것이다. 회계기준의 변경으로 기업의 실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부채비율이 증가하거나 회계시스템 구축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주기적 지정제의 도입으로 회계법인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지고, 표준감사시간의 도입으로 많은 감사보수를 지급하여야 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용역에 또 비용을 지출하여야 한다. 기업에서 회계는 회계부서에서 알아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최고경영자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회계부서에는 회계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기업에게는 비용의 증가로 귀결되기 때문에 기업이 느끼는 부담이 큰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러한 급격한 회계환경 변화의 시기에 기업, 회계사, 정부, 회계정보이용자 등 회계와 관련된 주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기업 입장에서는 현재의 회계환경 변화가 그동안 접해보지 않은 것이므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으나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서는 가야 하는 길임을 이해하여야 한다. 현재의 어려움이 신외부감사법의 시행이나 제도변화를 비판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힘든 과정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먼저 재무제표의 작성책임자는 기업의 경영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특히 최고경영자의 인식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신외부감사법의 시행과 각종 제도변화가 규제가 아닌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한 토대임을 인식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기업내 회계전문가를 양성하여야 한다. 회계가 기계적·반복적인 과정이 아니라 많은 판단을 요하는 과정임을 인식하고 기업 자체의 회계역량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현재의 IFRS 체제하에서는 기업의 회계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 회계사들은 신외부감사법의 시행으로 감사인의 권한과 동시에 책임이 중요해졌음을 인식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감사보수의 상승으로 회계사들의 급여 수준이 상승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에 따라 자신들의 책임이 더 무거워졌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소위 ‘회계사 갑질’이라는 말이 나온다면 이는 회계사 업계의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셋째, 정부당국에서는 회계 관련 제도변화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을 하여야 한다. 회계와 관련된 주체들이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모호한 부분은 명확히 하고 홍보를 활성화하고 제도도입 초기에는 고의가 아닌 경우에는 처벌보다는 자율 시정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급속한 회계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여야 한다.
넷째, 회계정보이용자는 회계환경 변화의 든든한 우호세력이 되어야 한다. 잘못된 회계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주주, 채권자, 종업원 등 회계정보이용자들이다. 평소에는 회계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분식회계나 부실감사가 논란이 될 때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관련된 회사의 경영자가 회계에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갖는지, 회계 관련 전문인력은 어느 정도인지,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전문인력은 어느 정도인지, 어느 회계법인이 어느 정도의 보수를 받고 어느 정도의 감사시간을 투입하는지 등에 대하여 평소에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을 하여야 한다. 회사 내의 회계 인력이 적고, 무조건 최저가 감사계약을 체결하고, 적은 감사시간이 투입되는 등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주주나 채권자로서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현재의 급격한 회계환경 변화는 각 관련 주체들의 유불리를 떠나 우리나라 회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일시적인 고통이고 어려움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은 영원히 지속되어서도 안되고 지속될 수도 없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감사환경을 처방하기 위하여 도입된 일시적인 처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이 필요 없도록 우리나라의 회계와 감사환경이 빨리 변해야 한다. 현재의 회계환경 변화가 낯설고 어렵지만 잘 정착된다면 우리나라가 회계투명성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다시는 얻지 않을 것이다. 급격한 회계환경 변화의 가운데서 그동안의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제고라는 목표가 달성되어 회계가 우리나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